기사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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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작품등록일 :
2024.07.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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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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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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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더 강해.

DUMMY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시발?’


하마터면 입 밖으로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금 둘이 장난하는 거지?

다가가서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차압! 제법이다! 로널드!”


카앙!


“방금 방어! 훌륭했다, 마이클! 그렇다면 이것도 받아 봐라!”


카가강! 카앙!


두 명의 기사가 주거니 받거니 공격을 퍼붓는데···


‘놀고 있네.’


제드가 허기진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제드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발작하듯 되는대로 롱소드를 휘두르고, 상대는 잔뜩 웅크린 채 방패로 검날을 쳐 낸다.


‘저 움직임 어디에 격식이 있고 질서와 흐름이 있다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군터에게 들은 것과는 너무나 다른 두 기사의 움직임.

기사의 검술은 포스의 흐름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진다고 들었다.

군터는 기사의 검술에서 포스의 운용법을 추측하고 훔쳐 배우라고 당부했다.


“······.”


그렇지만 대체 저들에[게서 뭘 배우라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고작 2~30분이나 되었을까?

이제 기사들의 움직임은 흐느적거림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헉, 헉! 훌륭한 검술이었다. 로널드! 나 마이클 폭스는 그대의 검술에 존경을 표한다.”


“후읍 후아! 정말 대단했어, 마이클! 마지막 공격엔 꼼짝없이 당할뻔했지, 뭔가! 근래에 뭔가 깨달음을 얻기라도 한 건가?”


두 사람은 롱소드를 검집에 끼워 넣고는 팔씨름하듯이 손을 마주 잡고 기뻐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생각 같아선 두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금 전에 벌인 그것이, 장난이 아니라 진지한 대련이었다는 것에 더 충격을 받았다.

군터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랐던 제드였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인정할 수도 없었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대체 두 기사의 움직임 어디에 체계며 흐름이 있다는 건지···


‘아니야! 모든 기사가 저렇게 엉망은 아닐 거야.’


실망했던 제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기사단엔 저 두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벌써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친구, 장난 아닌데? 자네 같은 동료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어.”


“하하하! 자네의 듀플리에렌(Duplieren)은 역시 일품이야. 순간적으로 당황했지, 뭐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다가오는 두 기사.

듀플리에렌(Duplieren)이란,

검을 맞대고 힘을 겨루는 상태에서, 검을 비틀거나 짧은 회전을 사용해 상대의 무기를 밀어내고서 공격하는 수법을 말한다.

제드 역시 알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검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편적으로 사용되는 공격일 뿐이니까.

물론 처음 ‘듀플리에렌’의 기술이 등장했을 땐, 검술로 취급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에 와서는 단순히 공격하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군터에게서 그렇게 배웠기도 하고.


“여어! 수고해.”


“저 친구 정말 잘생겼단 말이야.”


두 기사는 제드를 지나치고는 서로의 실력을 치켜세우며 키득거렸다.


“······.”


두통이 생기는 제드였다.

저런 수준은 노예 검투장의 6~70승 정도의 실력쯤?

그에게 100승을 안겨 준 마커스라는 놈의 실력보다도 못한 느낌이었다.

아니,

저들과 똑같이 무장한다면, 마커스가 우세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긴 하겠지만···.’


제드가 멀어져 가는 두 명의 기사에게 한 차례 시선을 주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기사들은 자신의 기대에 충족할 수 있기를 빌면서 말이다.

그렇게 제드가 허탈해하는 사이, 같은 십인대의 병사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름이··· ‘켄소토’라고 했던가?’


병사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기다렸다.


“근무 교대하러 왔다. 오늘 암구어는 ‘창날과 식칼’이라고 하니까, 기억해 둬.”


“그게 뭐지?”


“···신병이냐?”


“응.”


“우리 5십인대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누군가 멈추라면서 ‘창날’이라고 물어보면 ‘식칼’이라고 대답하면 된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파악하기 위한 거니까. 잊지 말고 기억해 둬.”


“재미있군. 알겠어. 기억해 두지.”


제드는 또 하나 새로운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면서 지담이 있는 5십인대로 걸어갔다.

하지만 아무도 암구어를 묻는 병사가 없었다.

아직도 어둠이 내려앉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던 암구어 놀이(?)를 하지 못하게 된 제드는 아쉬움을 느꼈으나, 곧장 개인 정비를 시작했다.


이곳을 중간 거점으로 정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대가 넓어서이기도 하고 근처에 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를 내리 걷기만 했던 까닭에 온몸이 소금기로 버석거리는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씻으러 간 김에 식기와 양말도 정리하고 돌아온 제드는, 방패와 쇼트 소드를 들었다.

병사들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후읍!”


호흡을 가다듬고, 느릿하게 쇼트 소드를 사선으로 베었다.

고작 한 번의 베기 동작을 하는데, 10초 이상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의식은 아랫배에 집중한다.

군터가 전해 준 포스 수련을 하는 거다.

이제는 몸에 익어 버려서, 하루라도 거르면 찌뿌둥한 느낌을 받는다.


포스 수련법은 ‘버나드’라는 가문의 것으로, 실전 검술은 수록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면서 주변에 흐르는 기운을 아랫배의 포스 코어(Force core)에 쌓는 수련이다.

포스를 쌓는데 특별한 형식은 없다.

병기를 쥐고서 온몸을 골고루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동작을 만들어 내야 한다.

호흡과 동작을 일치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찌릿!


“······.”


제드의 입가에 순간적으로 옅은 웃음이 맺혔다가 사라졌다.

주변에 흐르는 기운이 그를 중심으로 밀려들었고, 육체 내부로 침투해 아랫배의 포스 코어를 채운다.

포스 코어에 쌓인 기운이 전신을 돌면서 육체에 활력을 북돋는다.


‘평소에도 수련할 때처럼 포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몸속을 휘젓고 다니는 포스의 기운에 집중하면서 제드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수련했지만, 아직도 포스의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


포스의 흐름.

그것을 완성하는 것에만 2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제멋대로 내달리던 포스의 기운이었으나, 지금은 일정한 흐름을 따라 포스가 이동한다.

육체의 중앙선을 따라서 포스를 이동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었다.

검을 천천히 뻗으면서 호흡과 포스의 움직임에 의식을 집중한다.

중앙선을 따라 흐르던 포스의 기운이 어깨를 지나쳐 손바닥 부근까지 이동했다가 돌아온다.

최대한 천천히 한 걸음 나아가면서 방패를 휘둘렀다.

왼쪽 팔과 다리에 포스의 기운이 뻗쳤다가, 돌아오면서 다시 중앙의 흐름에 합류한다.


‘의식을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문제야. 평소의 움직이는 속도에 맞추어서 포스를 수련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달라지겠지?’


제드는 몸속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생각했다.

현재는 포스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한계가 지금 수준이다.

하품 나올 정도로 느리게 검을 휘두르고 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흐름을 유지하는 게 벅차다.

만약,

격렬한 싸움을 할 때도 포스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의도치 않게 어쩌다 한 번 쇼트 소드에 포스가 덧씌워지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포스 소드’라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련이 10분을 넘겼을 즈음,


스스스슷···


군터에게 물려받은 ‘전사의 타투’가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포스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기운을 보태준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으나, 그래도 며칠 지났다고 제드는 그것마저 익숙해졌다.


‘군터가 포스를 수련했었다면, 타투의 힘으로 더욱 강해졌을 거야.’


그랬더라면 체이크에게 그처럼 어이없는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아쉬워한다고 해서 죽은 군터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후우!”


호흡을 정리하면서 포스 수련을 끝냈을 때는 그에게 관심을 두는 병사가 없었다.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쳐다보는 건 지루한 일이었으니까.

그때,


“5 십인대 집합! 다들 모여라!”


십인장인 도널드가 손을 흔들면서 외쳤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십인대 병사들이 어슬렁거리면서, 도널드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제드 또한 병사들을 따라 합류했다.


“이상 없군. 이제 취침 시간이다. 우리 5 십인대의 구역은 여기니까 벗어나지 않게 주의해. 급한 일은 경계병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할 수 있도록. 이상.”


도널드가 인원 점검과 전달 사항을 한꺼번에 해결하고는 자리를 떴다.

백인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제드가 군장을 열어 망토를 꺼냈다.

날씨가 좋아서 굳이 천막을 설치하지 않았으니, 땅바닥에서 대충 잘 생각이었다.

다른 병사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따라 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런데 군장을 들고 옆으로 다가오는 병사가 있었다.

지담이었다.


“아까 그건 뭐 한 거냐?”


“수련.”


“그게 수련이었다고? 도움이 되긴 하냐?”


망토를 꺼내면서 지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지 무기를 들고서 허우적거리는 듯한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너도 챔피언이 될 때까지 죽도록 수련했을 거잖아.”


“적당히 했지. 당시엔 나를 곤란하게 할 놈들이 없었거든. 너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까 그게 수련이라고?”


“군터가 알려 준 거다.”


제드가 짧게 대답했다.

굳이 포스 수련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군터가 ‘버나드 포스 수련서’를 준 뒤에 당부했던 얘기기도 하다.

포스는 기사의 전유물이기도 하지만, 병사 중에서도 가끔 포스를 다루는 자들이 있다.

군터의 목숨을 앗아 간 체이크가 그랬고, 제드 옆에서 호기심을 드러내는 지담 또한 포스를 사용할 줄 안다.

그걸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체이크에게 느꼈던 묘한 위화감을 지담에게서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포스가 조금 더 성장한 거라고 봐야겠지?’


제드가 싱거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가 곧바로 지웠다.


“군터가? 으음··· 그 친구가 네게 잘해 주긴 했지. 녀석이라면 엉뚱한 걸 가르치진 않았을 거야.”


순순히 인정하는 지담이었다.

노예 검투사 출신이었기에 지담이 군터를 모를 수가 없었다.

오크 주제에 전투 지능만큼은 인간보다 뛰어났던 존재.

매번 죽었다가 살아나길 반복하던 괴악한 오크.

그렇게나 특이한 존재는 지담의 삶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덕분엔 이제껏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어.”


“포스 수련인가? 아니야, 군터는 포스를 배우지 못했었어. 그러면 뭐지? 내가 수많은 기사를 봐 왔지만, 그런 식으로 포스를 수련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


지담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그냥 몸에 좋은 거니까 하는 거야. 그리고 너도 포스를 사용할 줄 알잖아.”


“으응? 어떻게 알았지?”


“그냥 그럴 거 같아서. 챔피언에 도전할 때쯤 되니까, 포스란 걸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나보다 2년 먼저 챔피언이 되었으니, 너도 포스 정도는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지.”


제드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말했다.


“너도 포스를 사용할 줄 안다고?”


“응. 마음먹은 대로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육체적인 능력을 강화하는 정도는 되지. 가끔 의도치 않게 포스 소드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이 자식!”


지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제드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갑자기 뭐냐?”


“너와 내가 함께 있으면,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을 거다.”


“그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어. 강한 놈을 만나면 우리 둘이 같이 싸운다고 해도 위험할 수 있는 거잖아.”


“···뭐라고?”


제드의 얘기를 들은 지담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 같은 놈들을 만나면 위험하잖아.”


“기사? 그 병신들? 우리가 더 강해 인마.”


“뭐?”


“내가 미즈던 남작령에 있다가 왜 여기로 돌아와서 병사 따위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지담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왜 그런 건데?”


이유가 궁금한 제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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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대로는 위험하다. +2 24.07.29 4,252 89 13쪽
13 혼란스러운 전장(2) +3 24.07.28 4,310 90 14쪽
12 혼란스러운 전장 +6 24.07.27 4,461 86 13쪽
11 첫임무. +3 24.07.26 4,762 98 13쪽
10 싸워야 하는 이유 +3 24.07.25 4,932 97 14쪽
9 별로 달라진 게 없다. +5 24.07.24 5,014 109 14쪽
8 어니어스 야전 사령부 +4 24.07.23 5,277 107 14쪽
» 우리가 더 강해. +3 24.07.22 5,249 117 12쪽
6 예상치 못한 일 +5 24.07.21 5,681 111 14쪽
5 가장 좋은 방법. +6 24.07.20 6,119 116 14쪽
4 너를 잊지 않겠다.(2) +6 24.07.19 6,053 120 13쪽
3 너를 잊지 않겠다. +5 24.07.19 6,544 115 13쪽
2 이상한 오크 군터.(2) +9 24.07.19 8,097 130 14쪽
1 이상한 오크 군터. +20 24.07.19 11,766 17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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