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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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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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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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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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1)

DUMMY

1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1)


쿠구구궁 -


어느 날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무언가 솟아올랐다.


땅을 아무리 파고 내려가도 그 시작점을 알 수 없는, 비행기며 위성으로 관측해도 정상을 알 수 없는 참으로 기이한 구조의 무언가.


인간들은 그것을 ‘탑’이라 부르기로 했다.

물리적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탑의 등장에 인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외계인의 침공이다!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전 세계는 힘을 합쳐 곳곳에 솟아난 탑을 무너뜨리려 했다.

하지만 당시의 어떤 과학기술을 이용해도 탑에는 어떠한 흠집도 낼 수 없었다.

외부의 어떠한 충격에도 탑은 그저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지속됐다.


“지구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언가가 말씀하셨다! 세계 곳곳에 신의 사도가···.”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힘을 합치고! 그분의 뜻을 따라···.”


세계 곳곳에는 지구 종말론이 판을 치고, 사이비 종교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인류의 멸종이, 지구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혼돈으로 가득 찬 세상.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던 어느 날.


■ 탑으로부터 초대장이 도착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 / N]


몇몇 사람들의 눈앞에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알림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것이 외계인의 소행이라며 절대 응하지 말라 했지만.

호기심 많은 몇몇 사람들은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똑같다!’며 탑의 초대에 응했다.

.

.

.

탑의 초대에 응하며 자취를 감췄던 사람들이 얼마 뒤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각성자’라 불리었다.

최초로 탑에 입장한 초대 각성자들에 의해 탑의 정보가 세상에 공개됐다.


‘탑의 대지는 끝이 없으며, 자원이 넘쳐난다.’

‘심지어 탑의 자원은 지구에서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가는 앞다투어 탑의 등반을 권장하고 각성자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각성자들의 시대가 열렸다.


***


Rrrrr -


핸드폰 액정에 떠오른 건 처음 보는 낯선 번호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

-야!


다짜고짜 야?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잘못 봤나?’


다시 한번 액정을 바라봤지만 역시나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

-이야~ 섭섭하네! 나 대석이!


어떤 녀석이 이렇게 싸가지가 없나 했더니.

한때는 친구라 생각했었던, 이제는 남보다 못한 동기 김대석이었다.

잠깐, 김대석은 내게 이렇게 함부로 할 위인이 못된다.

녀석이 이렇게 센 척을 한다는 건 설마?


-바꿔봐, 야! 이상우! 나 학교 왔다!


역시, 주인공은 따로 있었네.

익숙하고도 불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창민이었다.

그렇다면 이 번호는 박창민의 새 번호겠네?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 이거 네 번호야?”


나는 모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히 말했다.


-그래, 반갑지? 형 번호 저장해라. 오랜만에 술 한잔하게 나와, 나 학교 왔어.

“지금 시험 기간이야 공부해야지. 술은 무슨 술이야.”

-야, 상우야 공부는 평소에 해야지 지금 한다고 그게 되냐? 그리고 공부해 봤자 뭐 하겠냐? 너희 같은 비각성자들은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묘하게 사람을 긁는 게 여전하다.

아니, 전보다 더 한 것 같기도 하고.


“그저 그렇게라도 살아가려면 공부해야지.”

-풋! 농담이야~ 삐졌냐? 크크크. 튕기지 말고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 형이 부르는데 맨날 바쁘다고 하지 말고 좀 나와라! 오랜만에 거기 가자 골든벨, 빨리 와!

“됐어, 그냥 너희···”


툭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창민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 이 자식은 그냥 천성이 글러먹었다.

여태 이 본성을 잘도 숨기고 살았구나?


토도독 -


[나 안 나간다.]


그래도 지킬건 지켜야지.

박창민에게 짧은 문자 한 통을 보낸 뒤 전화기의 전원을 껐다.


“기분 드럽네···.”


밖에 비가 와서 그런가?

괜히 더 센티해지고,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박창민과 김대석을 처음 만났다.

오래전부터 알았던 친구들처럼 코드가 잘 맞았던 우리 셋은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동아리 활동을 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복학 시기도 함께 맞췄다.

나는 우리가 친구라 생각했다.

아니, 나뿐 아니라 주변 모두가 우리의 우정을 부러워하고 신기해했다.


“얘들아! 나, 나 각성했어! 하하하!”


갑자기 각성자가 된 박창민.

우리의 우정은 박창민에게 내려진 각성이라는 축복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얘들아, 공부해서 뭐 하냐? 탑에 들어가서 자원 몇 번 채취하면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한 번에 버는데.”

“참 아등바등 산다. 어휴. 야 그냥 내 밑에서 일해. 형이 좋은 길드 들어가서 너희 월급 줄게 크크크.”

“뭐? 각성 어떻게 했냐고? 야! 각성이 뭐 아무나 하는 줄 아냐? 너희는 안돼.”


아니, 어쩌면 녀석의 본 모습을 뒤늦게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전 세입자 아니, 어쩌면 그 전전 세입자부터 사용했을지도 모르는 오래된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낡은 의자가 삐걱이며 신음했다.


“아, 맞다.”


조금 전 천장에 이상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거미줄? 아닌데, 습기가 차서 벽이 누레진 건가?

어, 설마 저거?


***


눈을 비벼보고, 끔뻑끔뻑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앞에 떠 있는 저것은···.


■ 탑으로부터 초대장이 도착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 / N]

남은 시간: 27분 56초.

(1시간 이내 선택하지 않을 시 자동 거절, 초대장은 재 전송되지 않습니다.)


예고 없이, 소리 소문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찾아온다는 탑의 초대장.

쉽게 말해 각성했다는 뜻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사람들은 각성을 바란다.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

각성은 돈뿐 아니라 명예도 한 번에 쥘 수 있는 1등급 티켓이다.


꿀꺽 -


평범한 내게 왜 초대장이 도착했는지 모르겠지만,

마른침을 삼킨 뒤 조심스럽게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툭 건드려본다.


■ 탑으로부터 초대장이 도착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 / N]

남은 시간: 27분 33초.

(1시간 이내 선택하지 않을 시 자동 거절, 초대장은 재 전송되지 않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을 던진 것처럼 알림창이 가볍게 일렁인다.


“하, 진짜구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멀었는데,

크리스마스 선물부터 내년 생일 아니, 십수 년 치의 생일선물을 한 번에 받은 기분이다.

나는 곧바로 알림창의 수락 버튼을 툭 건드렸다.


띠링 -


손끝에 전해지는 특별한 촉감,

난생처음 듣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축하합니다! 각성에 성공하였습니다!

사용자 등록을 시작합니다···.

사용자: 이상우

직업: 미정

등급: 미정


■ 튜토리얼 후 사용자 등록이 마무리됩니다.

튜토리얼을 위해 1층으로 이동합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Y / N]

남은 시간: 23시간 59분 58초


“!”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덕분에 가까스로 새어 나오는 탄성을 삼킬 수 있었다.


각성자는 자신이 각성했음을 국가에 등록해야 한다.

원한다면 공무원의 신분을 가질 수 있다.

각성 등급에 따라 급수의 차이는 있지만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는 물론 월급도 나온다.

보통의 공무원과 달리 공무원 신분의 각성자는 탑의 자원을 채취하여 판매할 수도 있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높은 급수와 명예는 물론 큰돈도 만질 수 있다.

국가 소속의 공무원이 싫다면? 길드도 있다.


아, 아직 직업도 등급도 모르는데, 길드고 공무원이고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자.


중요한 건 내가 각성자가 됐다는 거니까.

이거면 중간고사는 물론 기말고사도 걱정 없다.

공무원이 되던 길드원이 되던 취업도 해결이다!


“망설일게 뭐 있어? 바로 이동해야지!”


명예, 돈, 인기.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알림창을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던 나의 손이 멈춰 섰다.


‘괜한 욕심부리지 말고! 각성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괜히 어울리지 않는 옷 입을 생각 말고 분수에 맞게 살아!’


엄마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


눈이 뻑뻑하고 졸음이 몰려오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자료 조사에 열중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잘 준비해서 들어간다면 큰 문제 없을 거다.


타닥타다닥 -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간접적으로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덕분에 탑에 오르지 않고도 꽤나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나의 소중한 2시간을 잡아먹은 원수 같던 녀석이 지금은 나의 교수님이 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각성자와 관련된 기사와 영상만을 찾아 본 탓에 아이돌 무대 영상과 예능 다시 보기만이 가득하던 나의 너튜브 알고리즘은 각성과 관련된 영상으로 세탁됐다.


그렇게 알게 된 정보들.

각성자는 튜토리얼을 통해 ‘직업’을 부여받는다.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 마법사 등등등.

같은 직업이라 해도 고유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근접 딜러라 해도 힘과 공격력에 집중한 검사 계열, 빠른 움직임에 특화된 암살자 등.


직업과 특성에 따라 스킬을 배울 수도 있다.

직업과 특성에 따른 고유 스킬이 정해져 있다.

다른 직업, 다른 특성의 스킬을 배울 수도 있지만 고유 스킬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직업과 함께 각성자의 능력에 따라 가장 낮은 F 등급부터 가장 높은 S 등급까지 등급이 정해진다.


최초 등급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며 각성자의 성장에 따라 등급도 함께 성장한다.

반대로 말해 활동을 게을리하면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

탑의 초대를 수락하면 24시간 이내 튜토리얼을 진행해야 한다.

24시간 내 튜토리얼을 진행하지 않을 시 랜덤으로 페널티가 부여되기도 한다.

보통 등급이 하락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며 심한 경우 각성 능력을 박탈당하기도 한다더라.


■ 튜토리얼 후 사용자 등록이 마무리됩니다.

튜토리얼을 위해 1층으로 이동합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Y / N]

남은 시간: 20시간 32분 12초


벌써 3시간이나 흘렀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데 등급 떨어지면 어떡하냐?’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


“후···.”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손을 뻗어 수락을 뜻하는 Y를 가볍게 터치했다.


띠링 -


효과음과 함께 새로운 알림창이 눈앞에 떠오른다.


■ 튜토리얼 이동을 수락하였습니다.

잠시 후 튜토리얼을 위해 1층으로 이동합니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10초

9초

8초

.

.

.

1초


■ 1층으로 이동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피시싱 -


난생처음 듣는 오묘한 소리와 함께 눈앞에 나를 축복하는 듯한 섬광이 일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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