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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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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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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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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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0층(2)

DUMMY

6화 0층(2)


“자, 잠시만요! 정리를 해볼게요. 그러니까 다들 이제 튜토리얼 진행을 위해 처음 탑에 들어오셨다는 거죠?”

“네!”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랬다.

그들도 나와 같이 어느 날 각성하였고 튜토리얼 진행을 위해 오늘 처음 탑에 입장했다고 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1층이 아닌 0층이었고 잠시 후 나와 고블린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했다.


허,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내가 0층에 있는 거야 뭐 그렇다고 치고.

이 사람들도 왜 0층에 있는 거지?

그건 그렇고···.


나는 고개를 돌려 등 뒤에 선 커다란 건물을 바라봤다.

건물 입구에 크게 적힌 ‘탑 교육훈련단’.

그리고 입구 옆에 세워진 동상, 그냥 누가 봐도 나다.


“그, 그럼 각성부 소속이신가요?”


무리에 속해있던 한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아니요.”

“그럼 혹시 길드?”

“아··· 저는 아직 소속이 없습니다.”

“우와! 그럼 혼자 힘으로 0층을 공략하신 건가요!?”

“뭐? 혼자서 공략에 성공했다고?”

“대, 대단한데 그럼 최소 S급?”

“부럽다 S급이라니···.”


아, 이게 군중심리의 무서움이구나.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누군가의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이었다.


띠링 -


익숙한 알림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 새로운 훈련병들이 입소하였습니다.

탑 교육훈련단의 교관으로서 훈련병들이 탑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초 훈련을 진행하세요.


그와 동시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자! 잡담 그만하고 훈련병들 똑바로 섭니다.”

“후, 훈련병이라니?”

“저거 고블린 맞죠?”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왕좌왕했다.

아무래도 내가 S급이라 생각하고 고블린 정도는 손쉽게 제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훈련병들! 잡담하지 않습니다! 오와 열!”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선글라스를 끼며 크게 소리쳤다.


···나도 이 녀석은 컨트롤할 수 없거든.


***


■ 0층으로 이동합니다.


최지영 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0층?”


그녀는 사전답사를 위해 팀장들과 함께 32층으로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은 0층을 말했다.


“부, 부장님!”


1팀장이 급히 그녀에게 다가섰다.


“저··· 시스템이 이상합니다.”

“혹시 1팀장도?”

“네? 설마 부장님도?”


0층을 안내받은 건 최지영 부장, 1팀장뿐만이 아니었다.


“저, 저도 0층이라고 뜹니다!”

“저도요!”


최지영 부장을 비롯해 각성부 4명의 팀장들 눈앞에 함께 떠오른 0층 알림창.


“부장님 어떡하죠? 뭔가 이상합니다. 몬스터들도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하고···.”

“어쨌든 시스템은 새로운 층이 개방됐다고 했다. 0층이건 32층이건 중요하지 않아. 우린 계획대로 이동한다.”

“네.”


***


“부장님!”

“부장님!”


0층으로 이동한 4개 팀장들은 급히 최지영 부장을 찾았다.


“괜찮아?”

“아, 부장님 무사하셨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최지영 부장이 날선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게 진정 내가 알고 있는 탑의 모습이란 말인가?

현대식 건물에 넓은 운동장.

그리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제식 훈련을 하는 등, 마치 군대의 훈련소 같은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부, 부장님 도대체 이게 무슨···.”


최지영 부장과 4개 팀장들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새로운 층이 개방되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거지?


“···.”


최지영 부장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 한 남자가 있었다.

단상 위 간이 의자에 앉아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젊은 남자.


“뭔지 몰라도 심상치 않다. 준비해.”

“네!”


최지영 부장의 말에 각성부 팀장들이 무장했다.


탑이 아닌 밖이라면 먼저 양해를 구하고 조심스럽게 물었겠지만 이곳 탑은 다르다.

배신이 판치고 살육이 넘치는 곳, 저 남자가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사람들도 사람이라는 증거가 없다. 혹 몬스터일지도 모르는 터.

그녀는 자신의 주 무기인 단검을 꼭 쥔 채 재빠르게 남자에게로 향했다.


슈슈슉 -


최지영 부장의 직업은 암살자.

직업에 걸맞게 그녀는 순식간에 상우의 근처에 다가섰다.


‘뒤에서 겨눈다.’


피싯 슈우웅 -

퉁 -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팔이 뒤로 밀려났다.

하마터면 목숨과도 같은 단검을 놓칠 뻔했다.


“뭐냐.”


언제 나타났는지, 한쪽 눈을 가린 고블린이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팔이 저린 건 아마 이 녀석 때문일 터.


‘뭐지? 언제?’


최지영 부장이 급히 뒤로 물러섰다.

남자를 벨 생각은 아니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단순히 위협만 할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대충 움직인 건 아니었다. 혹시나 이 남자가 몬스터라면 바로 벨 수 있어야 했으니까.

근데 이 고블린은 언제 나타났는지 순식간에 그녀의 단검을 쳐냈다.

얼마나 강하게 쳐낸 건지, 팔이 부러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저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지.


‘위험하다.’


최지영 부장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뭐야? 고블린?”

“심지어 S급입니다!”


뒤늦게 최지영 부장의 곁에선 4명의 팀장들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


따뜻한 햇살 아래서 즐기는 광합성.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고 나른한 게 잠이 쏟아진다.

이래서 식물들이 햇빛을 보고 싶어 하는 건가?

역시 사람은 햇볕을 쫴야 해.

그래야 비타민 D가 생성되지 그러면 면역력이···.


“응?”


귓가에 들려오는 말소리에 단잠에서 깼다.


“워! 시발 뭐야!”


나는 너무 놀라 의자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최, 최지영 부장!”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너튜브에서 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S급 각성자, 최지영 부장이 내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각성자들이라 평가받는 각성부 4명의 팀장들과 함께.


‘나, 날 구하러 온 건가!’


국가가 날 위해 움직였구나!

탑이 생기고 빠르게 대처한 덕에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월등하게 상승했다더니.

나는 이제 탑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지나 그들에게 달려갔다.


“교, 교관님!”


슈슝 -


뭐지?

모든 화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인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붙잡으려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내게 달려드는 한 남자.

근데 저 검은 뭐야?

설마 나를?

커다란 검이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슬로우 모션처럼 내게 다가온다.

점점 가까워진다.

내 눈앞까지 다다랐다.

외마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검은 내 몸을 갈랐다.


띠링 -


■ 탑의 권능이 적용됩니다.

■ NPC를 해할 수 없습니다.

■ 손상된 신체가 복구됩니다.


“헉헉···.”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급히 내 몸을 더듬었다.

정확하게는 조금 전 검에 의해 베인 몸을 더듬었다.

분명 차가운 검이 날 벤 것 같은데, 옷만이 찢겨있을 뿐 가슴팍에 상처 따위는 없었다.

당황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뭐, 뭐지?”

“부, 부장님도 보셨어요?”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니! 왜 그러세요! 각성부 아니에요?”


너무 놀란 나는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당신 정체가 뭐야?”


최지영부장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단상 근처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나의 변명 아닌 변명을 한참 듣고서야 각성부 직원들은 진정할 수 있었다.


“지금 그걸 우리 보고 믿으라고? 우리가 오른 탑이 수십 층이야! 근데 이제 막 각성한 각성자가 0층에? 그것도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거기다 등급은 뭐? NPC? 몬스터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2팀장 진정해.”

“1팀장님 제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부장님! 부장님도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 인사가 늦었습니다. 각성부 최지영 부장입니다. 조금 전 일은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최지영 부장이 고개를 꾸벅숙였다.

그리고는 날 베었던 3팀장에게 말했다.


“3팀장도 얼른 사과해.”

“죄, 죄송합니다. 너무 갑자기 달려드시는 바람에···.”

“교관님! 명만 내리십시오! 제 이것들을 단박에 처리하겠습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고 있지 않던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는 날 베었던 3팀장이 고개 숙이자 다시 흥분하며 전투 자세를 잡았다.


“내 너희 사지를 찢어 교육훈련단 정문에 걸어놓겠다! 아주 본보기가 되겠지!”

“워워! 진정하세요.”


흥분한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진정시키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장님.”


조금 전 나의 신원 확인을 위해 탑을 나갔었던 4팀장이 복귀했다.


“이상우 씨 신원 확인됐습니다. 다 사실입니다. 얼마 전 이상우 씨 원룸 근처 각성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봐요! 제 말 맞잖아요!”


나는 억울함에 눈물이 날것 입술을 질끈 물었다.


“탑에 이런저런 일이 워낙 많다 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일단 말씀 주신 데로 집에는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최지영 부장의 시선이 운동장으로 향했다.

조금 전 소란으로 인해 훈련 등을 멈춘 사람들이 운동장에 널브러져 있었다.


“덕분에 제대로 된 튜토리얼이 진행되겠군요.”


최지영 부장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최지영 부장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탑의 이상 현상이 되려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를 비롯해 여태 각성자들의 각성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각성 초대장과 함께 1층으로 이동하는 순간, 생존의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각성자들은 탑을 오르며 몇몇 욕심 많은 각성자들에게 당하거나, 몬스터들을 만나 죽을 뿐이었다.


국가의 전력이자 재산인 각성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뒤늦게 각성부를 창설하여 1층에 인원을 배치하였다.

새로운 각성자들을 위해 가이드를 만들고 기본적인 지원과 함께 탑 등반과 자원 채취를 도왔다.

10층? 15층? 20층 불고 얼마 전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탑의 층이 하나씩 열려갈수록 몬스터들은 강해져갔다.

각성부가 각성자들의 시작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각성자들의 성장은 더딘 편이었다.


하지만 0층이라는 교육훈련단이 있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신인 각성자뿐 아니라 기존 각성자들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관리할 수 있다.


누구보다 많이 탑을 오르내리며 이곳 생활에 적응한 최지영 부장은 이미 0층을 어떻게 활용할지 머릿속으로 그려가고 있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0층을 좀 조사해 봐도 될까요?”

“조사요?”

“사실 0층은 국가 입장에서도 굉장히 큰 발견이자 위험 대상입니다.”


최지영 부장은 ‘위험’이라는 단어에 조금 더 힘주어 말했다.

아직 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각성자에게 공포감을 심어줌과 동시에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0층이 제 것도 아니고··· 편하게 조사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아니요. 정확하게는 이곳을 조사하고 싶습니다.”


최지영 부장의 시선이 교육훈련단 건물을 향했다.

그녀를 시선을 따라가자 빛나는 나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 쪽팔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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