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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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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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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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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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0층(3)

DUMMY

7화 0층(3)


울컥,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래, 이왕 탑에 들어간 거 긍정적으로 생각해 절대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고! 언제든 힘들면 그만두고 항상 몸조심해야 한다!”

“아이고 상우야! 하지 말라니까 왜 그딴 걸 해가지고! 흑흑.”

“어허! 여보 아들 응원을 해줘야지. 그래, 상우야 힘내라! 우린 언제나 네 편이다.”


어머니의 눈물, 아버지의 응원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이 났다.

벌써 5번째 돌려보는 영상이었다.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곁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각성부 직원에게 미안해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영상을 끈 뒤 태블릿을 내밀었다.


“더 안보시구요?”


각성부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아,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나는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다.


“아니에요. 제가 상우 씨 상황이 아니라 뭐라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래도 힘내세요.”


작년 이맘때쯤 각성하여 각성부의 직원이 된 김상미 주무관이었다. 그녀는 태블릿을 챙긴 뒤 내게 손수건을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손수건을 써본 적이 없어 어떻게 써야 하나 망설이다, 눈물을 슥 닦았다.

손수건에서 좋은 향이 났다.


“냄새 좋죠?”


그녀는 내 의중을 알아차렸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향을 좋아해서 가끔 공방 가서 향수 만드는데, 지난주에 꼭 맘에 드는 향을 만들었지 뭐예요?”


아이처럼 해맑게 미소 짓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녀의 외모로 대충 짐작해 봤을 때 그녀의 나이는 대충 20대 초중반.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를 다니거나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고, 놀러 다녀야 할 때 일 텐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그녀는 되려 각성을 기쁘게 여기며 목숨을 걸고 이곳 탑에 들어왔다고 한다.


똑똑 -


그때, 노크와 함께 벌컥 문이 열리더니 최지영 부장과 각성부 1, 2팀장 그리고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들어섰다.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는 인간들을 믿지 못한다며 종일 내가 생활하는 교관실 앞을 지키는 중이었다.

최지영 부장이 눈치를 주자 김상미 주무관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교관실을 빠져나갔다.

문 앞에 멈춰 선 그녀는 나에게만 보이도록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이며 힘내라 응원했다.


“상우 씨.”


최지영 부장이 상기된 얼굴로 다가왔다.


“어허.”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최지영 부장이 옅게 한숨을 내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테이블에 올렸다.


“상우씨. 여기 정말 대단한곳이군요.”

“네?”

“이곳에서 훈련을 하는 각성자들의 레벨이 빠르게 올라요. 심지어 우리 각성부 소속의 C급 각성자는 며칠새 B급으로 등급이 올랐어요.”


‘몬스터가 아닌 인간도 이곳에서의 훈련이 도움이 된다고?’


그녀는 며칠간 조사한 내용을 내게 전했다.


이곳에서 훈련을 하면 각성자들의 레벨이 오른다.

그 속도는 탑을 오르며 몬스터들을 잡는 것보다 빨랐다.

이는 신인 각성자뿐 아니라 기존 탑을 오르고 있던 각성자들에게도 적용됐다.


“이건 정말 엄청난 발견이 아닐 수 없어요. 상우 씨 우리 각성부에서 일할 생각 없어요? 아시겠지만 각성부는 공무원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상우 씨는 등급이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잘 말하면 5급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보통 A급 각성자가 5급부터 시작한다.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를 합격해야 5급부터 시작하는데, 5급이라고?

내가 각성자가 아닌 일반 대학생이었다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런데···.


“물론 0층의 시설은 국가에서 관리해야겠지만요.”


뒤이어 들린 최지영 부장의 말이 꽤나 거슬린다.


‘왜지?’


분명 며칠 전 내 입으로 내 것이 아니니 편하게 조사하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아까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쉽사리 그녀의 말에 답하지 못하는 그때,


“탑 교육훈련단은 ‘그분’의 것이다. 인간들이 함부로 소유권을 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이상우 교관님은 ‘그분’의 명에 따라 교육훈련단장님께서 직접 ‘교관’이라는 막대한 중책을 맡기셨다.”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끼어들었다.


“저희를 믿으세요. 이 소식이 알려지면 각 길드에서도 이곳을 탐낼 거예요. 언제 녀석들이 상우 씨를 해하려 할지 몰라요.”


뭐? 길드에서 나를 해하려 한다고?

그 소리를 들으니 좀 무섭긴 한데?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테이블을 쾅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서 개수작을! 감히 누가 교관님을 해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두 눈 뜨고 살아있는 한, 그 누구도 교관님을 해할 수 없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2팀장, 오창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당신이 뭘 할 수 있지? 이곳에서야 그렇다 쳐도 탑 밖에 있는 이상우의 가족들은?”

“나의 임무는 교관님을 보호하고, 교관님을 보좌하여 훌륭한 용사들을 양성하는 것.”

“그러니까. 몬스터는 몬스터답게 탑에서 처박혀 살라고.”

“어이, 인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지 마라.”

“하, 몬스터 주제에 까불긴, 왜? 한판 붙어볼까?”


순식간에 교관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최지영 부장이 뒤를 노려봤다.

1팀장, 박성준이 오창현의 어깨를 잡았다.


“진정해. 원아이드 잭슨 휠레모어씨도 진정하시죠.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휠레가 아니라 필레모어다! 필레모어 가문은 예부터···.”

“네네··· 필레모어씨.”


***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최지영 부장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탑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형 A급 각성자 둘과 김상미 주무관까지 총 3명의 각성부 직원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최지영 부장을 배웅하고 교관실로 들어왔다.

뭔가 피곤하다.

각성 후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일이 있었달까?

그때,


“꺄아아아!”

“으으아악!”

“저, 저게 뭐야!”


창밖에서 난데없이 소란이 일었다.


“뭐, 뭐야?”


나는 급히 창밖을 바라봤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좇자 눈에 들어오는 건 커다란 독수리들이었다.


“뀨우우~”

“기이이이!”


기이한 소리를 내는 독수리들은 순식간에 운동장에 착륙했다.

그리고 쉭쉭거리며 사람들을 노려봤다.


띠링 -


■ 훈련병이 도착하였습니다.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곧바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상태창] 이굴

[등급] A

[상세 설명]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탑에서 가장 빠른 몬스터 중 하나.

빠른 기동 능력으로 적을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으며 뛰어난 시력 덕분에 정보 수집 능력 역시 뛰어나다.


두버들과 달리 이번엔 A급 몬스터들이었다.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곳은 나의 공간.

내가 갑이다.


나는 운동장 한가운데 서있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외쳤다.


“오와 열!”


역시나, A급 몬스터라고 다를 건 없었다.

꽤나 멋있게 활공하던 이굴들은 땅에선 뒤뚱거리며 줄 맞춰 섰다.


두버 이후 두 번째 몬스터 훈련병들이 탑 교육훈련단에 입소했다.


***


새롭게 변한(?) 0층에 들어오고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첫날 만난 사람들이 드디어 떠나기 시작했다.

튜토리얼을 마친 것이었다.


“조교님!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사실 검이 편했는데 막상 조교님께 봉술을 배우니 봉이 저에게 더 잘 어울리다는 걸 느꼈어요.”

“필레모어 가문의 마지막 전사의 제자로서 절대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용사가 되겠습니다!”

“조교님의 응원 덕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전투능력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서포트하여 저만의 장점을 찾는 여행을 해보겠습니다!”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인기는 인간들 사이에서도 꽤나 많은 편이었다.

이게 단체 생활의 장점인가?

고작 일주일이었는데, 인간들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와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이제는 그를 대하는 태도가 S급 고블린이 아닌 진정 스승을 대하는 태도라고나 할까?


“훈려병들 아니, 용사들이여 고생 많았다. 탑을 오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역경과 고난을 수도 없이 마주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훈련단에서 배운 것들을 잘 활용한다면 용사들은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훌륭히 성장하여 다시 만나는 그날, 본 조교는 기다리고 있겠다.”

“와아아아!”

“원잭필! 원잭필!”


얼씨구?

언제 이름까지 줄였는지, 사람들이 환호했다.

나는 입맛을 쩝 다시고는 고개를 돌렸다.


“야야, 자세 낮추고.”

“기이이익.”

“기기기긱!”


이굴들이 낑낑거리며 바닥에서 한 뼘 위치에서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었다.


교육단장은 마냥 놀고 있는 내가 거슬렸는지, 내게 몬스터들의 훈련을 일임했다.


■ 교육단장: 교관 잘 하고 있지? 이제 훈련병들도 많아지는데 역할 분담이 필요하겠군. 흠··· 그래! 탑의 몬스터들은 교관이 직접 가르쳐보는 게 어떻겠나?


뭐, 잘 된 것 같다.

생각 많고, 말 많은 사람보다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몬스터가 나은 것 같기도 하거든.


띠링 -


■ 미션을 성공하였습니다.

■ 미션(2/3)

‘지피지기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

적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용히 활공해야 합니다.

이굴들이 보다 빠르고 조용히 비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세요.


저공 호버링(100 / 100)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없음


마침 이굴들의 두 번째 미션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오케이~ 고생들 했으. 10분간 쉬어.”

“기기깅!”

“기기긱!”


나의 말을 복명복창하듯 이굴들이 소리쳤다.

고개를 슥 돌리자 모두가 떠나고 텅 빈 운동장에 눈에 들어왔다.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한텐 인사도 없이 다 갔어?

괜히 서운한데?


“교관님, 제가 하겠습니다.”

“됐어요. 좀 쉬세요.”

“아닙니다!”


나는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을 때가 없어 괜히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에게 툴툴거렸다.

그때,


띠링 -


■ 훈련병이 도착하였습니다.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운동장 한가운데 새로이 입소한 십수 명가량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입 각성자?’


아니, 근데 이렇게 각성을 많이 해?

하긴, 얼마 전 최지영 부장의 말을 들어보니 요즘 탑 공략이 어려워 꽤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재국이 형도 그중 한 명이었겠지···.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훈련병들 얼타지 않습니다! 오와 열!”


신입 각성자를 발견한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선글라스를 끼며 소리쳤다.


“고, 고블린?”

“이게 뭐야!”

“사, 살려줘!”


고블린을 마주한 신입 각성자들은 저마다 겁에 질린 표정을 짓거나, 대항하기 위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봤자 얼마 안 가겠지, 얼마 안 지나서 또 조교님 보고 싶을 거예요, 고마워요 등등 눈물의 이별 파티를 할 테니.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상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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