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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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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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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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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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3)

DUMMY

3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3)


“···그래서 제가 외쳤지요.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육신이 썩고 영혼이 사라져도 내 너를 놓치지 않을 테다!”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는 영광 가득하던 현역 시절을 회상하는지, 몽둥이를 휘두르고 화려한 백 덤블링을 선보이며 자신의 역사를 읊어댔다.


“그, 그랬군요···.”

“··· 후···.”


고블린이 뱉던 말을 멈추고는 한숨을 푹 쉬며 내게 다가왔다.


“교관님! 제발 말씀을 낮추십시오! 저는 교관님의 하나뿐인 충신!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입니다!”


답답했는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는 잔근육과 흉터로 뒤덮인 팔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네, 넵···.”


쉬이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의 근육이 꿈틀댈 때마다 나의 엉덩이도 놀라 꿈틀댄다.

훈련사(교관)라는 직업 때문일까?

난데없이 나타난 S급 고블린이 충성을 맹세했지만, 그래도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눈앞의 고블린은 S급,

나는 아직 등급조차 모르는 뉴비니까.


띠링 -


때마침 알림음과 함께 새로운 말풍선이 눈앞에 떠올랐다.


■ 교육단장: 오호! 조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와 인사를 나눴나 보군! 어때 인상이 아주 좋은 친구지?


···네, 암 그렇고 말구요.


이런,

고블린이 날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짓는다.

난 고개를 슥 돌려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 교육단장: 아 참! 자네 그 소식 들었는가? 이번 차수에 아주 특별한 녀석들이 온다더군! 자네의 첫 교육생들이 그 녀석들이라니 이것 또한 행운이 아닐 수 없구만 그래!


‘또 누가 온다는 건데?’


벌써부터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흠··· 아주 요란한 녀석들이군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빨간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나에게도 한 세트를 건네주었다.


‘아 PTSD 오는데···.’


난 끔찍한 그때를 떠올리며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다.

굳이 저 S급 고블린을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다.


구구구궁 -


지진이 난 듯 발끝에 진동이 일었다.

.

.

.

.

.

잠시 후 흙먼지가 일며 바닥이 잠잠해졌다.


푹! 푹! 푹푹!


마당 곳곳에 큰 구멍들이 생기더니 무언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두!”

“두두둥!”

“저, 저게 뭐야? ···비버?”


고개를 내민 녀석들의 정체는 비버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었다.

탑과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생명체의 등장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망을 보듯, 가장 분주하게 고개를 돌리던 한 녀석이 귀엽게 울었다.


“두!”


그러자 나머지 녀석들이 하나, 둘 땅 위로 올라섰다.

땅속에 숨겨져있던 녀석들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시벌··· 조금 전 귀엽단 말 취소.’


꽤나 귀엽게 생긴 얼굴과 달리 덩치만큼은 귀엽지 못했다.

1미터가 족히 넘는 거대한 몸집에 한 번 휘두르면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발톱을 가진 비버를 닮은 몬스터.


“두! 두두!”


띠링 -


가장 앞에 선 비버의 얼굴 옆으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상태창] 두버

[등급] E

[설명] 땅속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며 기동로 개척, 장애물 설치 및 진지 건설 등에 특화되어 있다.


“생긴 건 비버 같은데··· 땅속을 자유롭게 다녀? 두더지 같은 건가?”

“두!”

“두둥!”


난데없이 땅에서 튀어나온 ‘두버’라는 이름의 몬스터는 총 10마리였다.

녀석들은 커다란 발톱으로 머리를 긁는가 하며, 발톱을 핥기도 하고 넓은 마당을 둘러보는 등 정신없이 움직였다.


척 -


조교 고블린,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앞으로 나서며 두버들을 향해 외쳤다.


“훈련병들 집합합니다!”

“두?”

“두두두!”

“킥킥킥”


10마리의 두버들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저들끼리 킥킥대며 콧방귀를 뀌어댔다.


“훈련병들! 본 조교는 두 번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본 조교의 말을 잘 따르면 천사가 될 것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땐 악마가 되는 겁니다!”


나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입을 틀어막았다.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잔인하기로 소문난 고블린이 제 입으로 천사와 악마를 논하다니!


“두!”

“두두!”


순간 두버들의 눈에 안광이 서렸다.


고블린의 말이 꽤나 거슬린 걸까?

두버들은 저마다 어깨를 돌리거나 목을 꺾는듯한 태도를 보이며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

“두두둥!”


그러더니 이내 나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몬스터라 이건가···?’


꿀꺽 -


나도 모르게 고블린의 등 뒤에 숨고 말았다.

천천히 다가오는 두버들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때,


띠링 -


■ 등급 미션(1/3)

두버들을 통제하세요!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사망


첫 미션이 발생했다.

근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E 급이라고 하지만 상대는 무시무시한 발톱을 지닌 10마리의 두버.

귀엽게 생긴 얼굴만을 보고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는 저 커다란 발톱에 온몸이 산산조각 날 것이다.


‘젠장! 재국이 형은 돈이라도 많이 벌었지, 난 돈도 못 벌고 향 피우게 생겼네!’


서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시꺼멓게 타들어가는 나의 속과 달리 탑의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푸르렀다.


띠링 -


■ 새로운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상태창] 이상우

[직업] 훈련사(교관)

[등급] ???

[레벨] ???

[스킬] 오와 열


스킬이 개방되었다는 알림창과 함께 상태창이 떠올랐다.

조금 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스킬의 이름이 좀 익숙하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그런 불쾌한 익숙함이랄까?

하긴 지금도 교관이며 조교며 훈련병이며···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스킬이 뭔지 확인부터 하자.


■ [스킬] 오와 열

가로줄을 뜻하는 오, 세로줄을 뜻하는 열.

스킬 시전 시, 대상자는 대열을 맞춰 줄지어 섭니다.

부하들을 집중, 통제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없음)


상태창의 스킬을 터치하자 스킬 정보가 눈앞에 펼쳐졌다.


“시발, 하···.”


깊은 한숨과 걸쭉한 욕이 단전에서부터 올라온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제 발로 들어간 군대에서 몇 주간 수백, 수천 번을 들었던 끔찍한 그 말.


오와 열? 이딴 스킬로 저 무시무시한 두버들을 어떻게 통제하란 말이야?

S급 고블린의 한마디에도 겁먹지 않고 달려드는 녀석들인데!


“두두!”

“두!”


두버들이 커다란 발톱을 꺼내들었다.


척 -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빨간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어디 건방지게 훈련병 녀석들이 교관님 앞에서 발톱을 드러내나! 제자리에 서!”

“두!”

“두두두두!”


하지만 두버들만 더욱 자극한 꼴이 됐다.


“훈련병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더 이상 다가오면 본 조교 참지 않는다!”


고블린과 두버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에 등골이 서늘해져야 하는데···.

도저히 저것 때문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띠링 -


■ [스킬] 오와 열


상태창의 스킬 ‘오와 열’이 쉬지않고 반짝이며 울어댔다.

결국 참아왔던 설움이 폭발하고 말았다.


“오와 열? 이딴 게 지금 무슨 소용이 있냐고! 뭐 좀 쓸만한 걸 주던지!”


다가오던 두버들이 다가오던 걸음을 멈췄다.

녀석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두···.”

“두두?”


두려운 무언가를 만난 듯,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악 -


그때,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몸이 반짝였다.


“오와 열!”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커다란 목소리가 넓은 마당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가장 앞에 있던 두버 한 마리가 짧은 앞발을 들며 크게 소리쳤다.


“두!”

“두두!”

“두두두!”


가장 앞에 선 녀석을 중심으로 나머지 두버들이 발을 구르며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춰 섰다.


나의 설움 가득한 외침이 스킬이 되어 시전 된 것이었다.


‘이게 되네?’


띠링 -


■ 미션을 성공하였습니다.

■ 등급 미션(1/3)

두버들을 통제하세요!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사망


빰빠바바밤 -


눈앞에 작은 폭죽이 터지면 팡파레가 울렸다.

정말 쓸데없이 고퀄리티다.


‘이렇게 쉽게···?’


척 - !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훈련병 두버 교육 준비 끝!”


눈앞에 보이는 건 나란히 줄을 맞춰 선 10마리의 두버들.

그리고 그 앞에 당당히 선 고블린 하나.


띠링 -


■ 교육단장: 훌륭하구만!


“젠장···.”


교육단장, 그 녀석이 나타났다.

하··· 이번에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나.


■ 교육단장: 오호! 내 자네를 믿고 있었다네! 200년 만에 나타난 훈련사는 확실히 달라! 크하하하!


고작 줄 맞춰 세운 것에 이토록 만족하다니.

그동안 교관들이 얼마나 개판이었길래···.


■ 교육단장: 그럼 다음 훈련도 잘 진행할 수 있겠지?


교육단장의 말풍선이 사라지고, 새로운 미션창이 떠올랐다.


띠링 -


■ 등급 미션(2/3)

■ 기본 제식훈련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사망


***


교관에 교육단장에 조교까지, 거기에다 스킬 이름은 ‘오와 열’, 다음 미션은 ‘제식훈련’이다.

나는 더 이상 ‘재입대’라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훈련사(교관)이라는 직업 덕분에 훈련병이 아닌 관리자니까 뭐··· 괜찮겠지.


그것보다 탑에 군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아, 군대는 아니고 그냥 기초훈련만 하는 건가?

현역이 아니더라도 기초 군사교육은 받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제자리에 서! 좌로 돌아! 우로 돌아! 뒤로 돌아!”


다행히 첫 번째 미션을 성공한 뒤 두버들은 꽤나 협조적이었다.

뭐 사실 아니어도 상관없다.

제식훈련을 가르치는 건 내가 아닌 조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니까.


“아니! 그게 어렵습니까? 2번 훈련병! 뒤로 돌아! 아니! 오른발을 뒤로 빼라고!”

“두! 두두!”

“어허! 2번 훈련병 본 조교한테 대들지 않습니다! 앉아! 일어서!”


짧은 팔, 다리 때문일까, 아장아장, 뒤뚱거리는 두버들의 제식훈련 모습이 귀여워 입가에 절로 호선이 그려졌다.


‘저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는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벌써 몇 번째 같은 동작을 반복시키고 있었다.


“10분간 쉬어!”

“두!”


쉬는 시간이 되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할까요?”

“조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현 두버 제식훈련···.”

“어휴! 그렇게까지 말씀 안 하셔도 돼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넵. 크흠흠, 뭐 동작은 나쁘지 않지만 기합을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아는 그 기합?

한마디로 뺑이 치게 한다 이거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말하다 보니 민망하네.

나는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말이지.


“아니다. 뭐··· 알아서 잘 하시니까.”

“넵! 맡겨만 주십시오! 필승!”


칭찬은 몬스터도 춤추게 하는구나?

나의 칭찬 한 번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뿌듯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자! 훈련병들 집합합니다! 다시 교육 시작합니다!”

“두두두!”


두버들의 원망 가득한 울음소리가 넓은 들판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4화는 오후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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