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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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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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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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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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자꾸 몰려든다(2)

DUMMY

9화 자꾸 몰려든다(2)


“부장님!”


문밖에서 각성부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덜컥 -


“부, 부장님!”

“노크도 없이 무슨 일이야?”

“아, 죄송합니다! 중요한 일이라··· 32층! 32층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32층이라니?”

“조금 전 0층에서 김상미 주무관이 연락해왔는데 곧 32층이 개방될 것 같다고 합니다.”

“김상미 주무관? 그 친구가 그걸 어떻게 알아?”

“0층에 있는 이상우 각성자가 알려줬다고 합니다.”

“이상우 각성자가?”


최지영 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탑이 솟아오르고, 탑 파라노말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과학자와 탑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수년간, 수조원을 들여 개발한 탑 시스템.

덕분에 층이 개방되었음을 알고, 몬스터의 이동경로를 추측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층 개방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매번 층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거고.

그런데 일개 각성자가 어떻게 층 개방을 알 수 있단 말인가?


보통 사람들이라면 개소리하지 말라며 지나쳤을 테지만, 탑 경험이 풍부한 최지영 부장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절대 헛소리는 아닐 거야. 분명 뭔가 있다.’


최지영 부장이 급히 관제실로 향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러다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닌가 몰라.”

“에이 거짓말이겠지. 일개 각성자가 그런 고급 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아니 그렇잖아요. 한 번에 새로운 층을 공략했는데.”

“그거 다 운이야 운. 0층이잖아 심지어 몬스터도 없다던데?”

"무슨 소리예요? 거기 S급 고블린도 있다고요. 한 번에 제압해서 고블린이 이상우 각성자를 스승으로 모신다던데?”


관제실에서는 이미 파벌 싸움이 한창이었다.

이상우를 지지하는 파와 그를 의심하는 파.


“32층 개방 확실해?”


최지영 부장이 관제실로 들어섰다.


“부장님 오셨습니다!”

“부장님, 조금 전 0층에서 보내온 영상입니다.”


각성부 직원이 급히 영상을 실행시켰다.


치지직 -


대형 모니터가 깜빡이더니 이상우와 김상미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아, 되는 거예요?"

“네, 말씀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이상우입니다. 현재 0층에 표류되어 있는 각성자고요. 제가 이렇게 연락드리는 건··· 곧 32층이 개방되기 때문입니다.”


이상우의 말에 관제실 안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 제가 알아낸 건 아니고요."


화면 속 이상우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봤다.

그러자 잠시 후 두버 한 마리가 낑낑대며 의자에 올라섰다.


“이 친구가 알려줬어요. 저의 첫 제자 아니, 0층 탑 교육훈련단의 첫 훈련병이구요. 이 친구의 말에 따르면 32층은 S급 스네이크가 보스 몬스터로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탑에 등장한 최초의 S급 몬스터 버팔로.

S급 버팔로는 얼마 전 31층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였다.

S급 최지영 부장을 비롯하여 3개 길드의 길드장이 힘을 합쳐 몇 날 며칠을 고군분투한 끝에 겨우 31층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로 평가받는 최지영 부장과 대형 길드 길드장들의 최초의 합동 공략.

언론은 공권력과 사권력이 화합하는 시대라며 대서특필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수많은 아이템과 장비를 잃었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역대 최고 난이도의 공략은 수많은 각성자들의 마음에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각성자들은 더 이상 탑을 오르는 것을 꺼려 하고 각성부와 각 길드는 아직도 온전한 전투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장 32층이 열린다면, 이번엔 정말로 탑 공략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부장님! 저거 다 거짓말입니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만든 탑 시스템도 알지 못하는걸, 자기 등급도 모르는 신인 각성자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직원 하나가 외쳤다.

그는 B급 전투형 각성자였다.

비록 하나의 목소리였지만 아마 대부분 각성자들의 마음은 같을 터.


최지영 부장은 애써 그를 외면하고는 홱 돌아섰다.


“부, 부장님! 어디 가십니까?”

“내가 직접 31층에 가본다. 1팀장 호출해서 31층으로 바로 오라고 해.”


그녀는 32층 개방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31층 꼭대기로 향했다.


***


“야, 여기 맞아?”


유성길드 길드장 신정수가 꼬불꼬불한 산길을 내려가며 툴툴거렸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의 형이자 혜성길드의 길드장 신정우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형이라고 불러라 진짜 뒤지기 싫으면?”

“지랄.”


신정수가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신정우를 앞질렀다.


길드장 회의가 끝나고, 신정우와 신정수는 가장 먼저 0층에 입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없는 산 중턱.

몬스터는 물론, 각성부에서 알려준 훈련장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산에서 한참을 헤매던 그때,


“어? 야! 저기! 저 건물 아니야?”


신정수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건물을 가리켰다.


“뭐야? 왜 반응이··· 야!”


이미 신정우는 그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


“주무관님?”

“아, 상우 씨!”

“혹시 아직 연락 안 왔나요?”

“네, 아직이네요··· 걱정 마세요 곧 연락 오겠죠!”

“아 네···.”


나는 김상미 주무관의 방문을 닫고 돌아섰다.


“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조금 전 우연히 각성부 직원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은 나를 경호한다는 이유로 0층에 남아있는 전투형 A급 각성자들이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31층 공략도 겨우 성공했다. 32층은 공략은 사실상 불가하다. 대한민국도 곧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으니 오히려 탑에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얼마나 겁나고 부담스러울까.’


각성자 이전에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까딱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당연히 겁날 것이다.

제한 시간 내 공략에 성공하지 못하면 탑 파라노말로 인해 국가가 사라진다.

그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각성자들은 참 쉽게 돈 번다며 부러워했던 지난날의 나 자신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0층에 갇힌 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조금은 든다.


‘나,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나?’


자괴감이 물밀듯 밀려든다.


“에휴···.”

“교관님?”

“두···.”


계속해서 한숨을 쉬는 내가 걱정됐는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와 두버가 다가왔다.


“혹시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게···.”


어디 마땅히 털어놓을 때도 없는 나는, 나의 심경을 가감 없이 둘에게 털어놨다.


***


“그랬군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알아요. 저야 0층에 있으니까 사지 멀쩡하겠죠.”

“그 말이 아닙니다.”

“네?”

“교관님도 탑을 오르시면 됩니다.”

“네? 아니 도대체 제 얘기를 어떻게 들으신 거예요? 저는 0층에서 벗어날 수 없다니까.”

“하하하. 교관님 제 말 뜻은···.”


그때,


쿠쿠궁 -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넓은 운동장에 퍼졌다.


조금 전까지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표정이 굳었다.


“교관님! 뒤에 계십시오!”


그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몽둥이를 꺼내들더니 흙먼지를 노려봤다.


“두두!”


두버도 긴 발톱을 꺼내 들었다.


‘뭐지? 무슨 일이야?’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자 낯선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올 블랙 슈트를 입고 두건으로 얼굴을 감싼 사람.

사람은 맞는 것 같은데, 한눈에 봐도 신입 각성자는 아닌 것 같다.


저벅저벅 -


그가 단상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에요?”

“엄청 큰 소리였는데.”


각성부 소속의 전투형 A급 각성자 두명이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낯선이의 존재를 확인한 각성부 직원들.


“누구시죠?”

“잠깐, 멈추세요 더 이상 다가오면 위험합니다.”


저벅

저벅저벅


낯선 남자의 발걸음은 조금씩 빨라지더니 어느새 뜀박질로 바뀌었다.


타다다닥 -


“침입자다!”

“젠장!”


공중으로 뛰어오른 낯선 남자.


퍽퍽 -


손쓸 틈도 없이 각성부 직원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이 사람들이 보통 사람인가?

무려 A급 각성자다. 그 위로 S급이 있다고 하지만 상위 5%에 속하는 흔치 않은 인재들이다.

그렇다면 최소 A급 이상의 각성자?

아니 어쩌면 그 이상, S급일지도.


어느덧 단상 위로 오른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두건사이로 삐져나온, 차갑고도 공허한 눈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고블린? 그럼 당신이 이상우?”


낯선 남자가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누구시죠?”

“잠깐 얘기 좀 하시죠.”


휙 -


그가 나를 향해 한걸음 움직이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몸을 날려 그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탕!


“윽!”


S급 몬스터와 낯선 남자의 일합.

고블린의 몽둥이와 낯선 남자의 대검이 부딪히자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비켜라. 난 이상우에게 볼일이 있다.”

“뭐지? 대충 휘둘렀다지만 내 일격을 막아?”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감탄했다.


S급 고블린 그것도 무기를 든 고블린은 탑의 최상위 포식자와도 같다.

물론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는 대충 휘둘렀고, 낯선 남자는 온 힘을 다해 막았다 하지만 고블린의 일격을 막은 것 자체가 굉장히 대단한 일이었다.


“인간들은 하나같이 매너가 없구만.”

“먼저 공격을 한건 너다. 매너가 없는 건 몬스터 아닌가?”

“같은 동족을 공격한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때,


“어? 뭐야?”

“저 인간이 왜 벌써?”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싸, 쌍둥이 길드장?”


혜성길드 신정우 길드장, 유성길드 신정수 길드장이었다.


“야! 백상진 네가 왜 먼저 도착한거냐?”

“너 어떻게 왔어?”

“배, 백상진!?”


곧이어 들려오는 그들의 말에 난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각성하기 얼마 전, 대한민국의 언론은 대형길드 선정의 형평성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 중심은 바로 흑호길드.


그도 그럴 것이 흑호길드의 길드장 백상진이 한때 유명했던 깡패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건 아니었지만 소문에 의하면 그는 폭력은 기본이며 청부살인을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각성 후 자신이 모시던 조직의 보스를 직접 제거하기도 했다던데···.

결국 명확히 밝혀진 것 없이 흑호길드는 대형 길드에 선정되었지만 난 그 소문을 믿는 쪽이다.


흑호길드의 대형 길드 선정을 반대하던, 백상진의 과거에 대해 증언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추었다는 뉴스를 봤으니까.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백상진의 공허한 눈이 날 바라보는 것 같아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아이 씨···,’


나는 슬쩍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곁에 바짝 섰다.


‘그런데 얘네는 겁도 없나?’



“야! 선배가 물어보면 말을 해야지.”

“우린 한참을 헤맸는데 어떻게 우리보다 빨리 왔냐?”


백상진보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똑 닮은 녀석 둘이 단상 아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머리칼도 곱슬곱슬하네?’


마치 비숑 두 마리가 도베르만을 향해 짖고 있는 것 같은 그림이랄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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