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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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최근연재일 :
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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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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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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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2)

DUMMY

2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2)


■ 탑에 입장하였습니다.

■ 미등록 사용자입니다.

■ 원활한 이용을 위해 사용자 정보를 확인합니다.

로딩···.

.

.

.

■ 알 수 없는 오류 발생하였습니다.

■ 시스템을 재시작 합니다.

로딩···.


■ 실패하였습니다.

■ 시스템을 재시작 합니다.

로딩···.


■ 사용자 정보를 불러오는데 실패하였습니다.

■ 사용자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로딩···.


■ 임시사용자로 등록합니다.

■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10%···.

.

.

.

■ 알 수 없는 오류 발생.

■ 사용자 승인을 요청합니다.

30%···.

.

.

.

알 수 없는 효과음이 귓가에 요동치고 알림창이 감긴 눈앞에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우욱!”


먹은 게 없어 분명 빈속일 텐데 그 와중에 모든 것이 올라오려 한다.

다행히 효과음과 알림창은 금방 멈췄다.


나는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반개했다.

조금 전 나를 집어삼켰던 엄청난 빛 대신, 이제는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 짙은 어둠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뭐지?”


어리둥절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띠링 -


효과음과 함께 어릴 적 박물관에서 보았던 홀로그램 같은 영상이 눈앞에 촤르르륵 펼쳐졌다.


넓은 들판, 그곳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몬스터.

땅이 흔들리고 이곳저곳 화염이 일더니 푸른 들판이 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탑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기괴한 목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수천 년 전 ‘그분’의 명으로 ‘탑’이 지어졌다. 그분의 안식처이자 유물인 탑. 평화로운 어느 날, ‘그분’을 해하려는 반란 세력이 나타났다. 그분과 탑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용사들과···.


그리고 참 친절하게도 기괴한 목소리는 자막이 되어 홀로그램 영상 아래 흐르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오호!”


직업, 특성, 튜토리얼 거기에다 시나리오까지.

탑의 실체를 본 게 아니었다면 꽤나 잘 만들어진 VR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


‘··· 아, 졸았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다시 영상을 바라봤다.

혹시 모를 중요한 내용을 놓치진 않을까, 허벅지를 꼬집으며 졸음을 견뎌냈다.

스토리는 생각보다 길었다.


■ 탑이란 무엇인가! 탑의 용사들은 맡은 바 임무를···


게임이라면 스킵 버튼을 눌러 넘어갈 수라도 있었을 텐데 이놈의 스토리는 당최 끝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 ···탑의 위대한 용사여! 탑을 수호하고 그대의 영광을 찾아라. 그대의 앞날에 그분의 가호가 있기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체 모를 기괴한 목소리의 격려(?)와 함께 길었던 인고의 시간이 끝이 났다.


대충 요약하면 ‘탑의 주인’이라는 존재는 모든 만물이 어우러져 살기를 바라며 탑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탑을 차지하고자 하는, 탑의 자원을 탐내는 일부 세력들로 인해 탑은 현재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탑은 용사들, 즉 인간 각성자들을 소집했다고 했다.


‘쿠데타가 일어나 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뭐 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려나?’


그때 마침 효과음과 함께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


■ 100%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 축하합니다. 각성에 성공하였습니다.

■ 이상우(???) 님 반갑습니다.

■ 탑에 입장하였습니다.

■ 탑의 권능이 적용됩니다.

■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눈앞에 나의 각성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창이 펼쳐졌다.


[상태창] 이상우

[직업] 훈련사(교관)

[등급] ???

[레벨] ???

[고유 스킬] 없음


“···?”


말풍선이 떠오르게, 상태창이 떠오르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

상태창에 적혀있는 생소한 직업.


‘이런 직업도 있나?’


그리고 등급과 레벨 역시 알 수 없었다.


‘아, 아직 튜토리얼을 완료하지 않아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효과음과 함께 흡사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말풍선이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


■ 교육단장: 자네가 새로 부임한 훈련사인가? 200년 만의 신입 훈련사라··· 본 교육단장은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네!


본격적인 튜토리얼의 시작인가?


■ 교육단장: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들을 가르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서 내 자네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네.


선물이란 말에 졸려서 반쯤 감겨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 교육단장: 교관을 보좌할 조교 하나쯤은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내 특별히 한 놈 준비했다네. 수많은 전투를 치른, 실전 경험이 아주 풍부한 친구일세. 옆에 두면 자네에게 꽤나 큰 도움이 될 거야.


교육단장에다가 조교라니.

밀리터리 코스프레도 아니고, 말 못 할 불편함이 밀려들었다.


■ 교육단장: 아, 참! 보기와 다르게 여린 친구니 잘 챙겨줄 수 있도록,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되었구만 허허허! 그럼 푹 쉬고 내일 인사 나누게, 좋은 밤 보내게나.


탁 -


교육단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위치를 켜는 소리가 들리더니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왔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 ?층에 입장하였습니다.


‘뭐라고 쓰여있는 거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감기는 눈꺼풀 때문에 새롭게 떠오른 알림창이 희뿌옇게 보인다.


***


“으음···.”


얼마나 잠이 들었던 걸까?

나는 이미 중천에 떠 있는 해가 내뿜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깼다.


“끄으윽!”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크게 심호흡하자 탑의 밖과는 다른 신선한 공기가 내 몸속을 휘젓는 게 느껴졌다.


“크으으~ 내가 탑에 오르다니! 이제 시작이구나!”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슥 둘러보는데···.


‘여긴 어디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뭔가 이상하다.


“1층은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동시에 각성자들의 쉼터다. 다양한 각성자들을 만날 수 있고 식당과 상점이 즐비한다. 처음 탑에 입성하였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선배들이, 국가기관의 각성자들이 잘 안내해 줄 테니.”


분명 너튜브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넓은 들판엔 곳곳에 세워진 허수아비 그리고 검이며 창, 방패 등의 장구류들만이 가득했다.

너튜브에서 말했던 선배들은 물론, 국가기관의 각성자나 상점, 식당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 잠깐!”


순간 어제 잠이 들기 전 눈앞을 스쳐 지나간 흐릿한 알림창이 기억났다.

황급히 지나간 알림창을 불러왔다.


■ 0층에 입장하였습니다.


“아···.”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튜브에서 말한 1층의 모습과 다른 이유가 있었네.

0층이라니···.

각성자의 시작은 1층이어야 한다.

그런데 왜?


“?”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날 바라보고 있는 듯한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재빨리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탑.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다.

아무리 튜토리얼이라고 하지만 1층도 아닐뿐더러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몽둥이로 쓸만한 막대기들이 쌓여있었다.


‘한번에 굴러서 저기로···.’


나는 어릴 적 배운 낙법과 검도를 떠올렸다.


저벅 저벅 -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발소리의 리듬에 맞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지금이다!’


휘리릭 -

쿵 - !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이내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


“xxxx”

“음···.”

“xxxx”

“5분만···.”

“이상우··· 교관님?”


귀를 간지럽히는 누군가의 속삭임에 정신이 들었다.

반개한 눈 사이로 정체 모를 누군가의 실루엣이 들어왔다.


‘아··· 나 설마 기절한 거야?’


조기교육의 실패였다.

내가 검도를 배운 건 10살, 25살이 되는 15년 동안 낙법을 해본 적이 몇 번이나 될까?

무성한 잔디에 가려진 바위에 그대로 머리를 박으며 정신을 잃었다.


“끄응.”


나는 아직 어지러운 머리를 한 손으로 짚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괜찮으십니까?”


누군가 나를 부축했다.


“아··· 감사합니다.”


잠깐, 누구지?


눈을 껌뻑이며 눈앞의 존재를 확인했다.

껌뻑, 껌뻑.

다시 눈을 비비고 또 비벼봐도···.


“끄악!”


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고, 고블린!?”

“교관님! 괜찮으십니까?”


초록색 피부에 가로로 길게 뻗은 뾰족한 귀, 피터팬에 나오는 후크선장처럼 한쪽 눈을 가린 고블린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딸꾹 -


너무 놀란 탓에 먹은 것도 없는데 딸꾹질이 났다.


‘이제 막 탑에 올랐는데··· 튜토리얼부터 고블린을 만나다니!’


꽤나 마른 몸매에 150~160cm를 웃도는 평균 신장을 가진 고블린은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신체능력을 자랑한다.


검, 창, 활 등 어떠한 무기도 자유자재로 다루며 지능 또한 인간보다 높다고 평가받는다.

게임과 소설에서 묘사되는 것과 달리 탑의 고블린은 매우 위험한 존재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퇴, 퇴장! 퇴장!!!”


뉴비인 내가 고블린을 상대로 뭘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피하는 게 최선이다.


띠링 -


나의 간절한 외침에 탑이 대답이 들려왔다.


■ 튜토리얼을 완료하기 전까지 탑에서 퇴장할 수 없습니다.


‘거절’이라는 말을 아주 그럴싸하게 포장하면서···.


“아···.”


죽을 때가 되면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다더니 머릿속에 이것저것 떠오르기 시작했다.


훈련소에 입대하며 부모님을 향해 큰절을 올리던 그때,

동기의 잘못으로 다 같이 얼차려를 받던 순간,

자대로 흩어지던 날, 첫 휴가 때 다 같이 터미널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며 울던 그때,

첫 후임을 만나고 기뻐하던 그때,

그렇게나 싫었던 선임이 막상 전역하자 눈물이 나던 그때···.


아니, 잠깐!

왜 군대에서의 기억만이 떠오르는 건데?


이럴 때가 아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살고 보자!


나는 그대로 넙죽 바닥에 엎드렸다.

탑의 몬스터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자존심이 상한다? 부끄럽다? 수치스럽다?

그런 감정은 목숨 앞에 사치일 뿐이다.


“···.”


뒤통수에 전해지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히익!”


고블린은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얼굴 옆으로 떠오른 상태창은 다시 한번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상태창] 고블린 /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직업] 조교

[특성] 교육

[등급] S

[상세 설명]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고블린.

마지막 전투에서 한쪽 눈을 잃었으며 후배 양성에 힘쓰기 위해 교육훈련단의 조교로 보직을 변경했다.


고블린 그 자체도 위협적인데 무려 S급이다.

심지어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아?

전쟁 미치광이가 틀림없다.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눈을 질끈 감고 나의 마지막을 기다리는데···.


“필승! 조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S급 고블린이 내게 경례하며 충성을 다짐한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당분간 연재 시간은 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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