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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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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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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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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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4)

DUMMY

4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4)


띠링 -


■ 미션을 성공하였습니다.

■ 등급 미션(2/3)

■ 기본 제식훈련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사망


빰빠바바밤 -


두 번째 미션을 완료하자 첫 번째 미션을 완료했을 때와 같이 팡파레가 울리며 꽃가루가 날렸다.


‘이제 하나 남았네? 어떤 등급이 나오려나?’


S급? 아, 그건 좀 내가 생각해도 양심 없지.

A급? 앞구르기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럴 리가.


아직 마지막 미션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어떤 등급이 나올지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나라 각성자들의 최초 평균 등급은 C.

그렇다면?


‘B 정도 나오겠네.’


나는 적절히 나의 등급을 예상했다.

너무 높지도 그렇다고 너무 높지도 않지만 남들이 봤을 때 ‘오~’ 할 수 있는 딱 그 정도?

어쨌든 마지막 미션만이 남은 상황.

이번엔 어떤 미션이 나오려나.


핑크빛 미래를 그리는 밝은 나와 달리 들판 위엔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운 기운만이 가득했다.


“두···.”

“두우···.”


간단한 제식훈련이었다고 하지만 저 악마 같은 조교 놈이 작정하고 굴린 탓에 10마리의 두버들은 몇 시간 새 꽤나 수척해졌다.


“아이고···.”


세상 참 오래 살고 볼일이다.

언제고 나를 한 번에 베어버릴 수 있는 몬스터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다니.


꼬르륵 -


긴장이 풀려서일까,

눈치 없는 나의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렸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어제 저녁에 먹은 라면이 마지막 식사였으니까.


뭐 먹을 게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려봤지만 넓은 들판엔 식당이나 상점 대신 패잔병처럼 널브러진 두버들과 악마 조교 그리고 장구류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큰일이네.”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두버의 울음소리.


“두!”


뒤를 돌아보자 두버 한 마리가 커다란 발톱을 내밀고 있었다.


“아, 시발 깜짝이야!”

“두!”


놀란건 두버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주춤하더니 녀석은 짧은 팔 가득 안고 있던 무언가를 내게 내밀었다.

녀석이 품에 안고 있는 건 보랏빛을 띄는, 생긴 건 사과와 비슷한 무언가였다.

그래봤자 팔이 짧아 몇 개 되진 않았지만.


“뭐야? 나 먹으라고?”

“두두!”


두버가 격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을 바라는지, 주먹만 한 녀석의 꼬리가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녀석을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그, 그래··· 고, 고마워.”


여전히 빛나는 녀석의 긴 앞 발톱 때문에 그러진 못했다.


아삭 -


크게 한입 베어 물자 달달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탑의 자원은 다르다 이건가?

아직 반개도 먹질 않았는데 없던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다.


아삭 아삭 -


생전 처음 경험하는 맛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꿀꺽 -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내 옆에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왜, 왜요?”

“아, 아닙니다···.”

“···?”

“···.”

“아···.”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표정이 대신 말하고 있었다.

‘나 이거 먹고 싶어.’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나는 과일 하나를 들어 옷으로 대충 슥 닦은 뒤 내밀었다.


“조, 조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교관님의 식사를 감히 받아도 되겠습니까?”


언행불일치를 몸소 보여주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였다.

허락을 구하는 듯한 말과 달리 그의 손은 이미 보라색 과일을 잡고 있었으니까.


“드세요. 고생하셨잖아요.”

“가, 감사합니다! 필승!”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비장한 표정으로 두버들을 향해 뒤돌아섰다.

그리고 손에 쥔 과일을 번쩍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외쳤다.


“식~사~ 시이작!”

“아니, 그게 그렇게까지 비장할 일이야?”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달리, 두버들도 비장한 표정을 짓더니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따라 과일을 번쩍 들어 올렸다.


“두!”

“두두!”


마지막 전쟁(?)을 앞둔 전사들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


식사 후 몰려드는 졸음, 몬스터도 예외는 아닌 듯했다.


띠링 -


평화로운 오침 시간을 방해하는 알림 소리.


■ 교육단장: 자네 정말 체질이구만! 아주 말뚝 박아도 되겠어! 하하하!


“거 참 되게 위험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


■ 교육단장: ···.


어? 뭐야 내 말 들려?


■ 교육단장: 아아, 마이크가 고장 났나··· 크흠흠. 어쨌든 고생 많았네! 이제 마지막 임무만을 남겨 놓고 있구만!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퇴장을 외치고 살려달라며 넙죽 바닥에 엎드리고, 고블린의 등 뒤에 숨어 덜덜 떨던 게 불과 몇 시간 전인데.

이미 탑에 적응한 나는 다음 미션이라는 소식에 기대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 교육단장: 하지만 이번엔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잘 해낼 수 있도록!


띠링 -


드디어 세 번째 미션이 눈앞에 떠올랐다.


■ 등급 미션(3/3)

용사의 기본은 근접 전투!

근접 전투에 어울리는 최적의 무기술을 습득시키세요.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사망


크, 이번에도 정말 쉬운 미션이 나왔구나.

왜냐고?

내겐 그가 있으니까.


고개를 돌리자 자신감에 가득 찬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눈에 들어왔다.


“교관님 저만 믿으십시오! 자고로 우리 고블린은 무기 빼면 시체 그 자체입니다!”


크, 저 당당한 모습. 얼마나 보기 좋은가?

이거 잘하면 A급도 노릴 수 있겠는걸?


***


고블린의 몸놀림은 소문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의 맨몸 격투는 액션 하나만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액션배우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봉, 검, 창을 이용한 무기술은 홍콩의 전설적인 인물이 오버랩되어 보였고,

뛰어난 반응속도와 예상치 못한 무기 활용은 영화에서나 보여주던 특수요원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런데 왜?’


맨몸 격투, 봉, 검, 창 그 어떤 무기를 휘두르고 가르쳐보아도 미션창은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왜지? 뭐가 잘못된거지?


당황한 건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도 마찬가지였다.


“어어··· 자, 잠깐! 훈련병들 다시, 다시 해보자!”


그의 비장의 무기라던 쌍도끼 훈련 이후 그는 고장 난 로봇처럼 버벅대기 시작했다.


“두!”

“두두두!”


그럴수록 두버들의 항의는 거세어져만 갔다.

‘오와 열’도 만능 스킬은 아니었다.

반감이 커지니 통제도 점점 쉽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 등급 미션(3/3)

용사의 기본은 근접 전투!

근접 전투에 어울리는 최적의 무기술을 습득시키세요.


분명 미션창은 근접 전투, 무기술을 말하고 있다.

혹시 습득이 문제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왜냐면 두버들은 제식훈련 때와 달리 의외로 빠른 몸놀림을 보였으니까.


띠링 -


■ 교육단장: 어떻게, 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교육단장 녀석의 말풍선이 반가울 수 있구나?


■ 교육단장: 허허허! 모습을 보아하니 잘 안되는가 보군. 어떻게 내가 도움 좀 줘?


나는 아까 내게 칭찬을 바라던 두버처럼 말풍선을 향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교육단장: 탑을 수호하고 탑을 지키는 용사는 자고로 강한 신체와 정신이 필요하지! 용사의 기본인 근접 전투, 그것도 훈련소에서 근접 전투는 단순한 전투기술이 아니라네. 강한 체력과 근력 그리고 강한 정신력을 배양하기 위함이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게!


교육단장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사라졌다.

하, 이건 또 무슨 거지발싸개 같은 소리인지, 당최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자! 훈련병들 진정하고 그럼 다음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잠깐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곁에 놓인 나무 봉 하나를 집어 들었다.


“교관님 그 봉술은 아까 해봤는데···.”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뒤로한 채,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봉을 대각선으로 쭉 뻗으며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찔러··· 때려···.”


한 동작을 수행하자 나머지 동작들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총검술. 훈련병 시절 오른쪽 전완근이 남아나질 않게 만들었던 바로 그 16개 동작을 찬찬히 떠올리며 재현했다.

어찌저찌 총검술 16개 동작을 마쳤다.


짝짝짝짝 - !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오! 대단하십니다!”

“두두!”

“두두두!!”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와 두버들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오와 열!”


나의 외침에 두버들이 일사분란하게 줄맞춰섰다.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도 이번엔 교육생의 신분으로 대열에 합류했다.


“앞에 봉!”

“앞에 봉!”

“두!”


예비역과 고블린, 몬스터들의 총검술 합동훈련이 시작됐다.


***


띠링 -


■ 미션을 성공하였습니다.

■ 등급 미션(3/3)

용사의 기본은 근접 전투!

근접 전투에 어울리는 최적의 무기술을 습득시키세요.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사망


■ 축하합니다. 튜토리얼을 완료하였습니다.


“돼, 됐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우여곡절 끝에 모든 미션을 완료했다. 튜토리얼도 함께.

나 진짜 각성자가 된 거구나!


그때 교육단장의 말풍선이 눈앞에 떠올랐다.


■ 교육단장: 이상우 교관! 축하하네 드디어 모든 임무를 완수했구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완수했으니 그에 합당한 포상을 줘야겠지?


빰빠바밤 -


■ 등급이 확정되었습니다.

■ 등급은 상태창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교육단장의 축하말과 함께 알림창이 떠올랐다.


꿀꺽 -


나는 조심스럽게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이상우

[직업] 훈련사(교관)

[등급] NPC

[레벨] ???

[스킬] 오와 열


“근데 등급이··· 이게 맞아?”


이건 또 뭔 개떡 같은 소린지.


‘NPC라니? 설마 내가 아는 그 NPC?’


‘Non 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게임에서는 보통 상점의 주인이나 안내원, 경비병 등 게임 진행을 보조하는 캐릭터를 뜻한다.

즉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너튜브나 인터넷에서도 이런 건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닐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데 불쑥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끼어들었다.


“오! 교관님 NPC 등급이라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두!”

“두두!”


언제 이리 친해졌는지, 나의 등급을 확인한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와 두버들이 함께 기뻐하며 나를 축하했다.


그래 뭐, 이게 게임도 아니고, 뭐 다른 의미가 있겠지.

어쨌든 각성도 확정됐으니 빨리 학교에 가서 취업계 제출하고, 부모님께 말씀도 드리고 또···.

아, 일단 나가서 생각하자.


나는 기쁜 마음으로 크게 외쳤다.


“퇴장!”


띠링 -


■ NPC는 탑에서 퇴장할 수 없습니다.


“시발 망했네···.”


원망 가득한 눈으로 허공에 떠 있는 알림창을 노려봤다.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냐고!”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핑크빛 미래는 무슨, 나는 탑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축복이라 생각했던 각성이 재앙이 되는 순간이었다.


“퇴장! 퇴장! 집에 좀 보내줘!”


나의 처절한 외침은 그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 탑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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