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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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최근연재일 :
2024.07.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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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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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자꾸 몰려든다(1)

DUMMY

8화 자꾸 몰려든다(1)


“뭐야? 김대석?”


꼴도 보기 싫은 동기 녀석, 탑 밖에 있어야 할 녀석을 탑 안에서 만났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야! 너도 각성한 거야?”


녀석은 뭐가 그리 반가운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이야~ 그럼 우리 이제 다 각성자네? 박창민 이 새끼 혼자 잘난 척은 다 하더니.”

“박창민 옆에 붙어서 알랑방귀 뀔 때는 언제고 왜 이래?”

“흠흠, 어쨌든 여기서 널 다 만나다니 신기하다! 근데··· 꼴이 왜 이래?”


김대석이 날 위, 아래로 훑으며 찡그렸다.


“아···.”


빨간 모자에 빨간 티, 목에 걸린 호루라기.

내가 봐도 지금 내 모습이 좀 부끄럽긴 하다.


“뭐 어쨌든, 반갑다 친구야! ···커허헉!”


슈퍼 세이브!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순발력에 나는 랄부를 탁 쳤다.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나를 끌어안으려던 김대석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덕분에 방향을 잃은 김대석의 양팔은 허공에서 허우적댔다.


“훈련병 여기서 뭐 합니까? 집합하라는 소리 못 들었습니까?”

“히히이익!”


그럼, 그래야지.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니 내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처음 마주했을 때가 떠올랐다.


“교관님께 예의를 갖춥니다.”

“뭐, 뭐? 사, 상우야 이 고블린이 도대체 뭐라는 거야?”

“상우? 어허! 반말하지 않습니다! 안되겠구만 이거, 훈련병은 따로 정신 교육이 필요하겠어.”

“사, 상우야!”


겁에 질린 채 악마 같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에게 끌려가는 김대석의 표정을 보니 뭔가 모를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벌써 마지막 미션이네.’


■ 미션(3/3)

탑에서 가장 빠른 이굴.

그 누구보다 빠른 비행을 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음속 비행(0 / 50)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없음


슥 고개를 돌리자 바닥에 널브러진 이굴들과 반짝이는 미션창이 눈에 들어왔다.

이 녀석들도 이제 보내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탑에서 생활이 적응됐는지, 며칠 지내지 않았지만 몬스터에게도 정이 든다.


‘아쉽지만···.’


나는 빨간 모자를 고쳐 쓰고 호루라기를 삐익 불었다.


“휴식 끝 집합! 오와 열!”


악마가 될 시간이다.


“기이이익!”


교관이라는 악마를 마주한 훈련병 신분의 이굴들이 기겁하며 괴성을 질렀다.


***


세계 곳곳에 각성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길드’라는 새로운 단체가 생겨났다.

물론 길드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정식 단체는 아니다.


최초의 길드는 국가 소속의 각성자들 중 뜻이 맞는 각성자들끼리 뭉치거나 각성자들의 이익을 위해 뭉친 일종의 동아리 개념 또는 규모가 조금 더 큰 경우에는 노동조합 정도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길드의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국가에서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개의 대형 길드 길드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디자인된 회의실.

넓은 원형 테이블에 3명의 남자가 둘러앉아있었다.


“형님, 아직 회복 시간 필요하시죠? 제가 먼저 다녀오겠습니다.”


가장 먼저 입을 연건 혜성길드의 길드장 신정우였다.

그러자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와 똑 닮은 남자가 말했다.


“가도 내가 먼저 가야지 니가 왜 가?”


신정우의 쌍둥이 동생이자 유성길드 길드장 신정수였다.


“뭐? 니? 형한테 니?”

“고작 3분 가지고 무슨.”

“야! 신정수!”

“뭐!”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백룡길드 길드장 김성훈이 책상을 쾅 쳤다.


“형제들 싸움은 집에 가서 하지 그래? 난 너희들 엄마가 아니라 적당히 패다가 멈추진 않을 것 같거든.”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신정우와 신정수가 입을 삐쭉 내밀며 자리에 앉았다.


같은 길드장이라 하지만 국내 최고라 불리는 최지영 부장과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다 평가받는 김성훈은 그 수준이 달랐다.


“그건 그렇고 이 새끼는 또 늦네요?”


신정우가 원형 테이블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형님! 왜 그딴 놈을 인정해 주셔 가지고.”


신정수도 이번에는 신정우의 편을 들었다.


“길드 인정은 내가 아니라 각성부 권한인데, 자신 있으면 최부장한테 가서 따지지 그래.”


최지영 부장이라는 말에 신정우와 신정수가 입을 꾹 닫았다.


끼익 -


“늦어서 죄송합니다.”


문이 열리고, 검은 셔츠에 검은 정장까지 올 블랙으로 깔 맞춤한 음침한 분위기의 한 남자가 들어섰다.


“늦으셨네요 흑호길드장님.”


김성훈은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를 맞이했다.


“거 참, 빨리빨리 다닙시다.”

“드디어 막내가 들어왔네.”


신정수와 신정우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흑호길드장 백상진입니다.”


묘한 분위기 속에 대형 길드 길드장 회의가 시작됐다.

주제는 새롭게 열린 0층.

가장 먼저 입을 연건 신정우였다.


“그래서 보상은 뭐 나왔답니까? 공략 성공한 그 사람은 등급이 뭐래요?”

“보상은 없고, 등급은 비밀.”

“네? 각성부에서 혹시 벌써 스카웃한거 아니에요? 아니 언제는 공정하게 하자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0층이라는 공간 자체가 특이했으니까.”


김성훈이 빔 프로젝터를 띄웠다.

각성부에서 보내온 0층에 관한 정보가 떠올랐다.


“공식 명칭 0층 그리고 훈련장, 공략자 이상우, 등급 알 수 없음.”

“자, 잠깐! 훈련장이라니요?”

“몬스터뿐만 아니라 각성자 역시 그곳에서 훈련하면 등급이 오른단다.”

“에이~ 그건 몬스터 잡아도 오르는 건 마찬가진데요.”

“아니, 그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순간 회의실에 긴장감이 돌았다.

0층 훈련장을 잘 이용한다면 길드장을 비롯한 길드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어쩌면 길드의 존망이 바뀔 수도 있다.


“그, 그럼 0층은 아무나 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각성부 허가 없이?”


신정수가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김성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깐. 그럼 그 이상우는···.”


신정우가 중얼거렸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0층을 혼자 공략하고 혼자서 꿀을 빨고 있다?

최소 A급 아니 S급 그 이상일지도.

최대한 빨리 혜성길드에 스카웃한다.


“혀, 형님 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저, 저도요!”


쌍둥이 동생 신정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상우를 스카웃하고 싶은, 0층의 존재를 빨리 확인하고 싶은 신정우와 신정수가 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하지만 흑호길드 길드장 백상진 만큼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김성훈이 건조하게 물었다.


“···저희 흑호길드를 인정해 주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각성부에서 허가했으니까요.”

“정말 그게 전부인가요?”

“더 할 말 없으시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김성훈은 백상진을 두고 먼저 회의실을 떠났다.


이례적인 층, 0층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각성자 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


“야 이상우! 아, 아니··· 교관님.”


김대석이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다가왔다.

분명 꼴도 보기 싫던 녀석인데,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또 정이 들었는지, 고블린의 눈치를 보는 녀석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는 김대석을 째려보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에게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자리를 비키자 김대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 나 간다. 잘 있어라.”

“뭐야? 벌써 끝났냐? 고생했다.”

“그래···.”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에이씨, 이런 거 싫은데.


“그 뭐··· 너 등급은 뭐 떴냐?”

“나 ···급···.”

“뭐라고?”

“···C급···.”


김대석은 자신이 C급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지 애꿎은 바닥을 긁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뭐··· 급이 뭐가 중요하냐! 어쨌든 무리하지 말고 몸조심해라···.”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김대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이곳에 있는 동안 복수한답시고 내가 얼마나 갈궜는데.

정확히는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를 통해서지만.


“그 미, 미안하다.”

“뭐가?”

“그냥 다···.”

“알아서 다행이네.”

“그래도 뭐··· 창민이가 자꾸 그러니까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남 탓하지 말고, 쓸데없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너 하나 생각해. 여기 쉬운 곳 아니야.”


나의 조언에 감동했는지, 김대석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 것만 같다.

사실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잖아?

0층에 갇혀서 1층 조차도 구경 못해봤는데.

그래도 먼저 들어왔으면 선배 아냐?

꼬우면 먼저 들어오던지.


“그, 그럼 넌 언제 올라가냐?”

“나?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말문이 턱 막힌다.


“훈련병 곧 수료식이다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눈치 빠른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 덕에 위기를 넘겼다.

괜히 여기 갇혔다는 걸 알면 또 나가서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닐지 모르니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김대석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더 고맙고 미안하다는 인사를 남기고는 운동장 단상 아래로 향했다.

수료식이라고 하지만 사실 별건 없다.

교육단장이 말풍선을 띄워 격려의 말과 함께 탑을 수호하라는 가스라이팅을 진행하는 것뿐이니까.


“애들은 잘 하고 있으려나.”


수료식을 진행 중인 각성자들을 보니 얼마 전 이곳을 떠난 두버들이 떠올랐다.

나의 첫 훈련병들이었지.

잘 있으려나.


“두!”


이제는 헛것이 다 들리네.


“두! 두두!”


-가 아니라, 두?

뒤를 돌자 두버 한 마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다른 녀석들과 달리 발톱 하나가 검게 물들어 있던 녀석, 내게 보랏빛 과일을 내어주던 그 녀석이다.


“야! 너 뭐야?”


이제는 무섭다는 마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녀석은 여전히 귀엽고 짧은 다리를 움직여 내게 오도도 달려오더니 크게 울어댔다.


“두! 두두두!”

“뭐? 32층이 곧 열린다고?”


‘이거 빨리 각성부에 알려야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재빨리 건물로 향했다.

교관실 근처 각성부 직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려해놨기 때문이다.


“꺄!”

“죄, 죄송합니다!”


나는 재빨리 반쯤 열어젖힌 문을 다시 닫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김상미 주무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다 갈아입었어요! 문이 갑자기 열리니까 너무 놀라서···.”


그녀가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아, 근데 갑자기 어쩐 일로?”

“아! 빨리 최지영 부장님께 전해주세요! 곧 32층이 열릴 거예요!"

“네? 정말이에요? 알겠어요!”


탑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신망을 실행시키던 그녀가 홱 돌아섰다.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아 그게···.”


그때 마침 내 등 뒤에 숨어있던 두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그리고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하, 이 친구가 알려줬어요.”

“어··· 어떻게요?”

“네? 그냥 말해줬는데요?”

“대화가 통해요?”


어? 그러게? 나 왜 알아듣는 거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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