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구공
작품등록일 :
2024.07.21 20:50
최근연재일 :
2024.07.29 15:51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541
추천수 :
69
글자수 :
52,506

작성
24.07.24 00:05
조회
394
추천
5
글자
11쪽

5화 0층(1)

DUMMY

5화 0 층(1)


전 세계 곳곳에 각성자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던 어느 날, 각성자들의 눈앞에 본 적 없던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 탑의 새로운 층(5층)이 개방되었습니다.

■ 새로운 층(5층)을 공략하세요.

성공 보상: 없음

실패 보상: 붕괴

남은 시간: 6일 23시간 58분 59초.


초대 각성자들에 의해 탑의 정보가 공개됐을 때만 해도 각성자들이 오를 수 있는 탑은 4층이 전부였다.

이례적인 현상이었지만 정부와 각성자들은 5층 공략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4층까지의 자원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5층을 오르고 공략할 필요가 있을까?

더군다나 성공보상도 ‘없음’인데 말이지.

하지만 그들은 이내 이 이례적인 현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층이 열리고 다음날부터 지진, 태풍, 해일 등의 각종 자연재해가 탑 주변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알림창의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탑 주변에서 시작되었던 자연재해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그 세기 또한 강해졌다.

그 어떠한 과학기술로도 멈출 수 없는 자연재해.

인간들은 탑에서부터 시작되는 자연재해를 ‘탑 파라노말’이라 부르기로 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정부와 각성자들은 탑 파라노말을 멈추기 위해 5층 공략에 도전했다.

지긋지긋한 탑 등반의 시작이었다. 4층과 5층.

고작 1개 층 차이일 뿐인데, 그 공략이 결코 쉽지 않았다.

연이은 실패,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던 그때, 새로이 각성한 A급 각성자가 순식간에 5층 공략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A급 신인 각성자였던 그녀는 이후 적극적으로 탑 공략에 참여했고, 그 결과 그녀는 대한민국 최초의 S 급 각성자가 되었다.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그녀는 결국 그 노고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각성부의 초대 부장이 되었다.


***


“어휴··· 무슨 비가 이렇게나 내리는지.”


늦은 밤, 쏟아지는 폭우 속을 헤치며 택시 기사가 투덜거렸다.

그런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뒷좌석에 앉은 여자는 말없이 무릎 위에 놓인 태블릿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흠···.”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몰려드는 무안함에 헛기침을 하던 택시 기사가 룸미러로 흘긋 그녀를 바라봤다.


핏기 없이 하얀 얼굴에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

어디선가 많이 본 익숙한 얼굴이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택시 기사가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저기 손님, 혹시 유명한 분 같은데 어디 나오셨나?”

“···.”


그녀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택시 기사의 궁금증은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혹시 배우? 아니, 가수인가? 인상이 차가운 게 그쪽은 아닌 것 같고··· 아! 아나운서?”


다소 실례가 되는 발언인 걸 알면서도 택시 기사는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때 그의 동공이 커지더니 이내 뒷좌석을 돌아보며 외쳤다.


“최, 최부장! 그래! TV에 나오셨던 최 부장 맞죠?”

“아···.”


정체를 들킨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맞네 맞아! 하하하! 이야~ 이거 참. 나이가 들었나 요즘 자꾸 깜빡깜빡 한다오.”


택시 기사는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이고~ 내 살다 보니 최 부장님처럼 유명한 분을 다 만나네!”

“과찬이십니다.”

“어허~ 우리가 이렇게 발 뻗고 푹 자는 게 다 부장님 같은 분들 덕 아니요 하하하! 젊은 것들은 몰라도 나는 알아요! 부장님 고생 많은 거. 허허허!”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S급 각성자이자 탑이 생기고 대한민국에 새롭게 창설된 행정기관 각성부의 최고 권력자.

최지영 부장. 뒷좌석에 앉은 여자의 정체였다.


호탕하게 웃던 택시 기사가 덧붙여 말했다.


“지금 내리는 이 비. 그거 맞죠? 저기 뭐야 그, 그··· 탑 뭐시기?”

“글쎄요. 전 잘 모르겠네요.”

“에이~ 최 부장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내 말 안 할게! 나한테만 한 번 말해줘 봐요! 언제쯤 그치려나?”

“날씨는 기상청에 묻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요?.”


그녀의 차가운 대답에 택시 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마침 택시가 목적지인 대한민국 각성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쏴아아 -


택시에서 내리자 세상 모든 것을 삼킬 기세로 쏟아지는 폭우가 그녀를 덮쳐왔다.


***


“뭐야? 저 인간 아직도 안 갔어요?”

“몰라요. 벌써 2시간째에요.”

“어휴. 맨날 사무실에서 펜대나 굴리는 인간이···.”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대장 노릇한다잖아요.”


관제실 안, 각성부 직원들이 모니터 앞을 서성이며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있는 각성부 차관을 바라보며 쑥덕거렸다.


“기상청은 뭐래요? 아직 답 안 왔어요?”


각성부 차관이 모니터 앞 의자에 탁 앉으며 물었다.


“그게··· 탑 파라노말 맞는 것 같다고 합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최 부장! 최 부장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예요! 내 당장 이 사람을···.”


각성부 차관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을 올리는 그때, 관제실 문이 벌컥 열리며 최지영 부장이 들어섰다.


“부장님 오셨습니다!”


실세의 등장에 관제실 사람들 모두가 최지영 부장을 향해 고개 숙였다.

각성부 차관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타 행정 각부처럼 각성부 역시 장관과 차관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정치적 인물일 뿐, 실질적 책임자는 최지영 부장이었다.


“최 부장님!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이고! 비 많이 맞으셨네. 뭐해요! 부장님 감기 걸리시면 어쩌려고! 수건!”


각성부 차관은 조금 전 열을 올리던 모습과 달리 세상 온순한 태도로 최지영 부장을 반겼다.

최지영 부장은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한 뒤 곧바로 모니터 앞으로 향했다.


[경고! 새로운 층이 개방되었습니다.]


모니터 한가운데 빨간색으로 떠오른 문구가 쉴 새 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관제실의 한 직원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부장님, 급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현재 공략이 완료된 1층부터 31층까지 이상 반응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무슨 반응이지?”

“처음 보는 신호인데··· 몬스터들이 층을 넘나들며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지영 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몬스터가 층을 넘나들어?”

“네. 근데 그 방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기 보시면···.”


직원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일부 몬스터들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야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혹시나 아직 공략하지 못한 층의 상급 몬스터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오게되면···.”


직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층이 높아질수록 더욱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탑의 공략이 어려운건 이때문이었다.

가장 최근 공략에 성공한 31층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각성부와 국내 4개의 길드가 힘을 합쳐서야 겨우 공략에 성공했다.


31층 공략에 성공한지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재정비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 32층이 열렸다.

지금 새롭게 열린 32층도 공략 성공이 미지수다.

그런데 더 위층 몬스터들이 32층으로 내려온다면···.


최지영 부장이 관제실을 나서며 외쳤다.


“당장 팀장 회의 소집해.”

“네, 넵!”


***


“두··· 두두···.”

“두두!”


낯설다 낯설어···.

아니 만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10마리의 두버들과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서로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너희는 더 이상 훈련병들이 아니다! 자, 자랑스러운 탑의 용사들이다. 항상 어디서든 자부심을 가지도록!”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눈물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조교는 여러분의 여정을 응원한다! 언제든 지치고 힘들 때 기댈 곳이 필요하면 본 조교를 찾아오도록! 너희는 내 새끼들이다!”

“두!!”

“두두!”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넓은 들판에 울려 퍼졌다.


‘내가 감수성이 부족한 건가?’


기본 훈련이 끝난 두버들은 이곳 0층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탑을 오른다고 했다.

뭐, 인간의 군대와 비유하자면 신병교육대 교육이 끝난 셈이었다.

그때, 두버 한 마리가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두!”


그러자 나머지 두버들이 줄지어섰다.


“두~ 두!”

“두!!”


첫 번째 두버의 구령에 맞춰 나머지 두버들이 일제히 경례했다.


“피이일! 승!”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비장한 표정으로 두버들의 경례를 받았다.


얼씨구? 놀고들 자빠졌네?

누가 보면 어디 파병이라도 가는 줄.

뭐, 맞는 말인가?

사실 몬스터 입장에서는 이곳 탑은 생활의 터전이자 전쟁터이니까.


“다들 몸조심하고! 언제든 놀러 와!”


땅속으로 사라지는 두버들을 바라보며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손을 흔들었다.

선글라스 아래로 또르르 떨어지는 그의 눈물이 보인다.

잠시 후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가 내게 다가왔다.


“교관님! 너무하십니다!”

“···네?”

“피도 눈물도 없으십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고 냉철하게 판단하셔야 한다지만 동고동락한 전우들이 떠나는데 배웅조차 않으시다니요!”


아니, 너희끼리 눈물 파티한다고 나한테 시간도 안 줬잖아요?

그리고 사실 울고 싶은건 나라고.

난 집에도 못간다고.


“아··· 죄, 죄송해요.”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는 나를 가볍게 째려보고는 돌아섰다.


“하··· 어떡하나.”


나는 시선을 돌려 상태창을 바라봤다.


[상태창] 이상우

[직업] 훈련사(교관)

[등급] NPC

[레벨] ???

[스킬] 오와 열

[칭호] 0층 지박령


소리 지르고 욕하고 울고불고 다 해봐도 바뀌는 건 없었다.

새로운 칭호만이 생겨났을 뿐.

그렇다 난 탑에서 퇴장하지 못하는, 0층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0층 지박령이 되었다.


지난날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큰돈은 무슨, 아무것도 못하고 탑에서 군인 놀이나 하다가 죽게 생겼다.

도대체 이놈의 탑은 무슨 생각으로 이 짓을 벌인 건지.


띠링 -


■ 교육단장: 어떤가? 첫 수료생들이 떠나가니 많이 슬프지?


시발, 내가 그것 때문에 슬프겠쇼?

쟤네가 아니라 내가 집에 가야지.


■ 교육단장: 자네의 역량도 파악했겠다. 본격적으로 교육단을 운영하면 될 것 같다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네!


■ 탑 교육훈련단,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교육단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오르더니 넓은 들판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궁 -


그리고 내 발아래 블랙홀과도 같은 검은 원이 생겨났다.

이내 발이 허공에 뜨더니 그곳으로 떨어졌다.


“끄아아악!”


***


“교관님! 이상우 교관님! 괜찮으십니까!”

“으··· 뭐야? 나 기절했나?”


원아이드 잭슨 필레모어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이게 뭐야?”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저기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졌어!”

“근데··· 그 옆에 몬스터 아니야?”

“고, 고블린이다!”

“이, 이봐요! 얼른 도망쳐요!”


한눈에 봐도 이제 막 각성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 넓은 운동장에 서 날 바라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남자의 각성은 재앙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1 24.07.31 48 0 -
11 10화 자꾸 몰려든다(3) 24.07.29 149 2 11쪽
10 9화 자꾸 몰려든다(2) 24.07.27 195 3 11쪽
9 8화 자꾸 몰려든다(1) 24.07.26 237 4 11쪽
8 7화 0층(3) 24.07.25 302 4 11쪽
7 6화 0층(2) +2 24.07.24 348 4 11쪽
» 5화 0층(1) +1 24.07.24 395 5 11쪽
5 4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4) +1 24.07.23 422 6 11쪽
4 3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3) +2 24.07.23 503 7 11쪽
3 2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2) +1 24.07.22 624 10 11쪽
2 1화 축복이라 쓰고 재앙이라 읽는다(1) 24.07.22 667 12 11쪽
1 0화 프롤로그 +1 24.07.22 699 12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