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새글

드렁컨66
작품등록일 :
2024.07.25 11:46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3,823
추천수 :
1,279
글자수 :
299,827

작성
24.08.09 10:05
조회
2,210
추천
53
글자
28쪽

돈이 넘친다

DUMMY

-----


“아! 마르쿠스님, 생각보다 안색이 좋으시군요.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저희 원로원에선 무척 걱정했습니다. 한데 생각보다 빨리 쾌차하신 걸 보니 저희 생각보다 가벼운 병이었나 봅니다.”


능구렁이 같은 늙은이 탈루스. 주름진 눈가에 눈동자가 마치 독사 눈깔 같다. 탈루스는 아주 냉혹한 노인이다. 그러나 정치적 변화에 아주 민감한 자이기도 하고. 그는 언제나 기회를 엿보는 늙은이다.


마르쿠스는 농이 섞인 듯 칼을 숨긴 듯 그런 탈루스의 말에 표정이 조금 굳긴 했으나 그래도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과 대화하려는 자들이 어쨌든 힘을 가진 원로원 의원들이기 때문.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나 폐하를 위하는 길이라면 목숨을 바치는 게 바로 행정관의 도리가 아닙니까! 비록 제 몸이 늙었고 갈수록 이것저것 고장이 났지만, 그래도 참아야겠지요. 더군다나 밀린 일들이 많은데 당연히 이를 악물고서 나오는 게 행정관으로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아직 병이 다 낫지 않았는데도 일부러 입궁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마르쿠스. 그러면서 그는 일부러 인상을 쓰며 손으로 이마를 만졌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꾀병 논란. 그걸 피해가려는 목적이다.


그러다가 마르쿠스는 문득 프로니우스의 오른쪽 팔이 눈에 띄었다.


현재 그의 팔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다.


-----


“아! 어제 다치신 겁니까?"


놀라며 마르쿠스가 묻자, 젊은 프로니우스는 그게 훈장인 듯 자신의 팔을 보여줬다.


"제가 어제 죽을 뻔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운이 좋아서 이렇게 살았습니다. 아주 운이 좋았죠."


마르쿠스는 호기심을 품고서 계속 물어봤다.


"혹시 배후가 누군지,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진 게 있습니까?"


그러나 원로원 의원들은 나란히 고개를 저었다.


"저희들 역시 그 때문에 오늘 폐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원로원 의원들이 무려 세 명이나 다쳤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번 일은 상당히 중차대한 일이라 반드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또한, 누군가는 그 배후와 관련자들을 반드시 색출해야 할 겁니다."


약간 비분강개한 어조로 말하는 프로니우스. 그의 살찐 두 볼이 부르르 떨리며 눈매는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대략 그런 식의 분위기인가.


누군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작은 범위의 징계일 수도 있으나, 어쩌면 대규모 정치적 숙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사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렇다면 아직 목적이나 배후가 드러난 게 없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상당히 힘든 일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프로니우스는 그렇게 말한 뒤, 넌지시 다른 이야기도 꺼냈다.


"한데 마르쿠스님의 아드님은 어떻습니까?"


마르쿠스는 짧게 대답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으나 금방 차도가 있을 겁니다."


"아,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


갑자기 프로니우스의 목소리가 밝아진 터라 마르쿠스는 조금 의아했다.


저들 두 사람은 황제와 세네카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기자, 그 틈을 타고서 올라온 친 황제파 세력들이다.


이들이 아직 직접적인 행동을 개시한 게 아니어서 큰 위험이 되지 않지만, 언제까지 저런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마르쿠스와 세네카의 입장에선 아주 부담스러운 존재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자신의 아들에게 저런 관심을 가진다?


"당연히 관심이 가지요. 솔직히 제가 그 사건이 있기 전에 입구에서 아드님을 만났습니다. 잠깐 대화도 했고요."


잠깐 대화까지 했다고?


마르쿠스는 미간을 조금 좁혔다. 그런 사실은 금시초문이다.


하긴, 자신이 노예 호위병들을 붙여주긴 했으나 아들의 움직임을 세세히 보고받진 않았다.


그런데 눈앞의 프로니우스는 어느새 카리우스와 친해진 듯 자신을 쳐다보는 표정이 여간 이상한 게 아니었다.


자신을 쳐다보며 실실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다가 흠칫하며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다.


대체 저 미소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사정을 알 수가 없는 마르쿠스.


그는 넌지시 물어보려고 했으나 이때 탈루스가 또 입을 열었다.


"마르쿠스님. 아드님에 대해선 폐하께서 어젯밤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건 아주 경축할 일입니다."


친 황제파에 붙어 있는 늙은 탈루스.


아직 황궁이나 원로원에서 큰 실권이 없다 보니 그는 황궁 권력자 중의 하나인 마르쿠스에게도 머리를 숙인다.


그래서 마르쿠스는 어쩔 수 없이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도 표정이 좀 굳어졌다.


솔직히 그는 그리 기쁘지 않다.


카리우스가 황제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위협적이고 더 기분이 언짢아지는 일이었다.


그러자 탈루스는 그걸 바로 지적했다.


"한데 마르쿠스님은 생각보다 그리 기뻐하시지 않으시군요. 겸손하실 거 없습니다. 폐하께서 관심을 가진 이상, 큰 상이 내려질 겁니다. 그리고 우리 원로원에서도 그 일에 대해 따로 진상 조사를 한 뒤 아드님에게 포상을 할까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탈루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프로니우스마저 카리우스에 대한 칭찬들을 갑자기 늘어놓기 시작했다.


카리우스가 특별석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자신은 좀 더 빨리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고, 그래서 즉시 몸을 숙여 다음 화살들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로니우스의 칭찬은 다소 과할 정도.


그래서 마르쿠스는 내내 당혹스럽다.


아들이 프로니우스를 만났을 때 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그러나 마르쿠스는 조금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프로니우스보다 아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근데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밀린 일들이 많아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더는 공통적인 대화거리도 없어진 터라 마르쿠스는 정중하게 인사했고,


"아, 저희는 여기서 좀 더 기다렸다가 시간이 되면 폐하를 뵐 예정입니다. 속주 총독 추천 건도 있고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이때 속주 총독 추천 건이라는 말에 마르쿠스는 잠시 탈루스와 프로니우스를 쳐다봤다.


설마 브리타니아 총독 추천 건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걸 직접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중요한 사안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자신은 저들과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다. 명목적으론 서로 반대 진영이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마르쿠스의 걸음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서 세네카를 만나야 한다.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고, 브리타니아 파견 건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한다.


자신은 절대 로마를 떠날 수가 없다.


자신마저 로마를 떠나게 된다면, 세네카는 황제의 손에 죽을 수 있다.


'꾀병으로 안 된다면, 퀸투스 의원을 만나자.'


최근 원로원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있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한 상황.


원로원 실세 퀸투스 의원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


약간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으나 그게 방법이라면 자신이 못할 것도 없다.


퀸투스를 통해 원로원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추천하게 된다면 그땐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바삐 걷던 중, 마르쿠스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생겨 뒤돌아 보다가 갑자기 흠칫 했다.


그러고 보니 저 멀리서 탈루스와 프로니우스가 계속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그 시선에 기분이 나빠진 마르쿠스.


꿈틀, 그의 눈썹이 거칠게 일그러진다.


그러나 그는 금방 표정을 고친 뒤 다시 고개를 돌려 바삐 걷기 시작했다.


저들이 대체 무슨 음흉한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저들에 대해선 최대한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24>


번쩍!


갑자기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이때 돌연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격통.


나는 비명을 지를 뻔하다가 간신히 삼켰다.


조금 전이었다.


아마 꿈 속이었던 모양.


후드티의 남자.


그 남자가 나타나 미친 듯이 달려들며 날 쉴새없이 찔러댔다.


이건 전생의 기억인데,


그게 바로 생생한 꿈으로써 다시 나한테 나타났다.


그래, 악몽이 분명하다.


휴우!


나는 긴 한숨을 내쉰 뒤 눈을 떴다가 내가 계속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내가 구멍 뚫린 침대에 엎드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구멍에 얼굴이 낄 수 있어 계속 엎드릴 수 있고, 그래서 호흡은 그리 불편하지 않다.


'근데 이런 건 누가 만들었지?'


원래 로마에 있었던 게 아니라 갑자기 만들어진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나중에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다만, 나는 엎드려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옆에서 인기척이 바로 들려왔다.


"도련님!"


목소리는 분명 호위병 키르케.


또 다른 부산한 발소리도 들려왔는데, 아마 집에서 일하는 노예들인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내 방에 있다는 걸 좀 더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안토니아 공주를 대신해서 내가 화살에 맞은 것도 기억이 났다.


놀라며 날 쳐다보던 안토니아 공주. 그 찢어질 듯 커진 눈동자는 생생히 기억난다.


그런데 그런 기억들이 돌아오면서 전생에 느꼈던 아주 강렬했던 옆구리 쪽 통증이 환상통처럼 느껴졌고, 또한 어깨마저 뻐끈해졌다.


결국, 참을 수가 없어 다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키르케가 또 제지했다.


“도련님, 제발 좀 가만히 있으세요! 아직 일어나시면 안 돼요!”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다.


나는 소리내어 키르케를 불렀다.


그러자 키르케는 나무 침대 아래쪽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고, 나는 거기서 키르케를 쳐다봤다.


-----


“키르케, 대체 얼마나 지났어?”


“하루 정도 지났습니다.”


“하루 정도?”


"조만간 해가 저물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기절한 뒤, 하루 만에 깨어났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나는 오래 기절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몸 전체가 불덩이 같다.


차가운 수건들이 여기저기 내 몸 위에 올려져 있으나 쉴 새 없이 수건들이 교체되고 있다.


하긴, 이 시대는 약국에서 파는 해열제도 없고, 처방전을 통해 얻는 항생제도 없다. 약초 같은 게 있긴 하겠지만, 효과가 그만큼 좋을 리 없을 테고.


그 때문에 내가 정신을 바로 차리지 못했나 보다.


그렇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내 상처에 대해선 어떻게 치료했을까.


궁금했으나 내가 엎드려 있어, 내 뒤쪽 어깨를 확인할 수가 없다.


지금으로선 아쉬운 일.


좀 더 나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또 다른 중요한 일들도 기억이 났다.


-----


“안토니아 공주는?”


“무사하십니다.”


"범인은?"


"우선 궁수들을 모두 체포했다고 합니다. 칼을 들었던 암살자들은 절반이 죽었고, 절반이 끌려갔다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럼 내가 베팅한 것들은?”


검투사 베팅.


나는 분명히 보았다.


크릭수스가 흑곰을 죽이는 장면.


“아까 쿨라님께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의식이 없으셔서 다시 돌아가셨고, 혹시 의식을 회복하시게 되면 바로 연락을 주시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쿨라가 날 찾아왔단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바꿔치기했던 그 밀랍판의 상황을 이젠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모든 증거는 바로 그 회수함에 있는 그 밀랍판이 아닌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다.


“그럼, 배당 비율은?”


“대략 3배입니다.”


대략 3배?


이거 생각보다 적다.


그러나 또 생각해 보면, 나름 납득할 만한 비율.


경기 전, 로마시민들은 크릭수스를 그리 욕했으나 일부는 여전히 크릭수스에게 베팅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3배 이익?


이것도 나에겐 나름 쏠쏠한 수익.


상급 귀족들의 특권 중의 하나가 일종의 가상 베팅이 가능하다는 것. 즉, 선불이 아니라 후불제였다.


그래서 내가 패자가 됐다면, 도박사들은 5,000 금화를 받으러 집으로 찾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나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베팅을 통해 무려 15,000 금화를 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몰래 진행했던 비교적 소액 베팅, 50 금화 베팅에 대해선 150 금화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총 15,150 아우레우스 금화를 이번에 벌게 된 것이다. 단 하나의 손실조차 없이.


거기서 500 금화를 헤타란에 보내게 되면 브리타니아 공주는 내 차지가 된다.


결국, 나는 브리타니아 공주를 얻고 추가로 14,650 아우레우스 금화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나는 이미 로마의 큰 부자.


이게 이 정도로 엄청난 돈이다.


현대 물가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1,400억 원에서 1,500억 원 사이. 물론, 이건 대략적인 비교일 뿐, 실질적인 느낌은 140억 원에서 150억 원 정도 느낌.


도박에 한계가 없는 로마.


그럼에도 아마 나 같은 미친 도박꾼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쿨라는 그 계산을 마친 뒤 눈이 뒤집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래, 쿨라부터 먼저 만나자.


나는 바로 연락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쿨라한테 바로 연락 넣어. 지금 당장 보고 싶다고.”


지금 당장 만나 내가 획득한 배당금부터 받아야겠다. 그래서 나는 쿨라를 만나야 한다.








<25>


“···아, 둘째 도련님, 작은 주인마님께서 계속 기다리고 계십니다. 조금 전 첫째 도련님께선 의식을 찾으셨다고 하시고, 화살 상처 또한 무사히 치료하셨다고 합니다.”


아늑한 향유실, 그 돌침대.


그곳에 엎드려 있던, 마르쿠스의 차남. 젊은 페르투스.


그는 그 낭랑한 목소리 때문에 낮잠에서 깨어난 뒤 인상을 쓰며 노예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여자 노예들이 다가와 다시 그의 몸에 향유를 바르기 시작한다.


몸 구석구석 부드러운 손길로 향유를 바르고 있는 여자 노예들.


그는 황궁 법무관 마르쿠스의 차남이다.


장남 카리우스의 배다른 형제.


구릿빛 피부에 탄력적인 근육을 가진 그는 몸 여기저기에 흉터 자국이 가득하다.


얼마 전, 그는 갈리아 남부 지역의 속주(프로빈키아)에서 일어난 반란 사건을 정벌한 뒤 황실의 명령에 따라 로마에 돌아왔다.


아직 켄투리오, 백인장 직책에 불과하지만, 그 반란 사건을 정벌하면서 그는 아주 중요한 공훈을 세웠다고 한다.


- 다들 전장 소식을 들었잖아! 역시 마르쿠스님을 가장 닮은 아들은 페르투스님이다!


이런 소문이 로마 시내에 파다하게 퍼질 정도로 페르투스는 로마 시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최근, 로마 귀족 자제들은 주로 프라이토리아니(황궁 근위대)에 배속되는데, 그것은 바로 그곳이 엘리트 부대이면서도 크게 위험하지 않고 또한 권력의 핵심이기 때문.


반면, 갈리아, 게르마니아, 판노니아, 시리아 등 이런 속주에 배치된 군단들은 여전히 각종 전투에 나서야 하고, 각종 위험한 임무들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래서 일반 귀족 자제들은 그곳에 배속되길 아주 꺼려한다.


그러나 페르투스는 그 위험한 갈리아 군단에 지원했다. 이후 각종 전투에 참여하면서 그는 연이어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이러니 로마군의 희생을 추앙하는 로마 시민들에겐 페르투스는 진정한 군인이자 로마의 진정한 미래일 수밖에 없다.


다만, 세간의 평가에 의하면, 그는 아주 냉정하고 차갑다고 한다.


프로빈키아 반란군들이 민가에 숨어 버린 탓에 진압 시간이 늦어지자, 그는 어느 촌락을 통째로 불태웠고, 촌락민 수백 명과 숨어있는 반란군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조리 처단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과감성 덕분에 반란군들은 숨을 곳을 잃게 되었고, 이후 색출과 진압 작전은 훨씬 더 빨라졌다고 한다.


그는 대단한 공훈을 세웠고, 이후 로마에 복귀한 뒤 이제 새로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갈리아 군단으로 돌아가되 프라이펙투스 캐스트로럼(야영지 감독관)으로 임명되거나,


혹은 다른 귀족 자제들처럼 그 역시 황궁 근위대에 배속될 수 있다.


그 두 가지 모두 아주 훌륭한 가능성들.


먼저, 프라이펙투스 캐스트로럼(야영지 감독관)은 군단 야영지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 직급이 바로 수석 백인장 직급. 이후, 군단 참모라고 할 수 있는 군단 호민관(트리부누스 라티클라비우스) 직위를 노릴 수 있으며, 거기서 승진하게 되면 어엿한 군단장이 될 수 있다. 이 경로가 바로 위대한 장군이 될 수 있는 경로.


또한, 그는 전투 경험들이 두루 있다 보니 전격적으로 황궁 근위대 소속 백인장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권력의 한복판에 진입한다는 화려한 청신호가 될 수 있는 일이다.


-----


“도련님, 작은 주인마님께서 좀 더 서두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금 낭랑하게 들려오는 여자 노예의 목소리.


벌거벗은 상태에서 여자 노예들의 부드러운 손길에 한참 자신을 맡기고 있던 페르투스.


그는 그 목소리에 반응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문득 인상을 쓰다가 씩 웃고는, 별처럼 반짝이는 눈빛의 그 여자 노예를 계속 쳐다봤다.


결국, 그는 돌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갈리아 나르보넨시스 출신의 여자 노예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고 무릎을 꿇은 뒤 그의 하의부터 입히기 시작했다.


이후 여자 노예의 도움으로써 화려한 의복을 갖춰 입은 페르투스.


차가운 인상인 듯 하지만, 페르투스의 모습은 빛이 나는 듯하다.


“코넬리아! 따라와.”


잠시 후, 페르투스는 앞장섰고,


갈리아 나르보넨시스 출신의 그 여자 노예는 황급히 옷을 걸쳐 입은 뒤 향유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


“어서 오너라. 내 아들.”


노예들이 휘장을 걷자, 화려한 넓은 방에 앉아 있던 중년의 여자가 활짝 웃으며 일어섰다.


온통 새하얀 의복 차림인 그 중년 여자는 손짓했고, 페르투스는 공손하게 인사한 뒤 그 옆에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어머니.”


감정이 없는 듯 무미건조하면서도 아주 낮은 목소리다.


그러나 중년 여자는 성대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가 무척 크다.


“한데 저 아이는 대체 왜 그렇게 달고 다니냐? 페르투스! 노예에게 너무 빠져선 안 된다.”


페르투스와 함께 이곳으로 들어온 노예 코넬리아.


반짝이는 눈빛의 아리따운 여자 노예다.


그러나 법무관 마르쿠스의 후처인 데브라의 입장에선 코넬리아는 그저 수많은 노예들 중의 하나일 뿐.


다만, 아들 페르투스가 전장에서 돌아오면서 저 노예 역시 데려왔고, 이후 늘 달고 다니고 있어 데브라의 입장에선 눈에 성가시다.


도대체 아들이 왜 저따위 삐쩍 마른 노예에게 빠져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아름다움은 그저 탐하면 끝일 뿐,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명예와 신분이 아닌가.


-----


“어머니, 무슨 일입니까? 그 일부터 이야기하시죠.”


어머니 데브라가 다시 코넬리아에게 관심을 가지자, 자신을 부른 목적부터 서둘러 묻는 페르투스.


그러자 그녀는 정색하더니 뭔가를 방석 사이에서 꺼내 페르투스에게 건넸다.


페르투스는 일어서서 공손하게 그걸 받았다.


돌돌 말려져 있는 파피루스 종이 뭉치.


어머니가 눈짓하자 페르투스는 그걸 조심스레 펼쳤다.


그러자 로마 소방대 지휘관 티겔리누스의 인장이 보였고, 그 인장이 찍힌 파피루스 위에는 빼곡하게 적혀 있는 글자들이 보였다.


한참 그 내용들을 살피던 페르투스.


그는 마침내 다시 파피루스를 둥글게 말았다.


그런 뒤, 그걸 다시 공손하게 어머니에게 돌려주자,


“그걸 봤으니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자신의 의견에 대해 묻는 어머니.


“뭘 말씀입니까?”


그러나 페르투스는 모른 척 했다.


그러자 심통이 난 듯 그녀는 코넬리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노예부터 밖으로 보내거라.”


뭔가 중요한 이야길 하겠다는 의지.


그래서 할 수 없이 페르투스는 코넬리아에게 눈짓했고, 여자 노예는 공손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주변이 정리되자,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조만간 황궁에 큰일이 있을 거다. 알다시피 네 아버지는 아주 고지식한 분이 아니냐? 그나마 세네카님이 옆에서 도와줬기 망정이지,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세네카님이 실각한다면, 과연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점점 더 눈빛이 날카로워지는 어머니 데브라.


페르투스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래서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니가 갈리아 군단으로 돌아가는 건 더 이상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어. 남자라면 당연히 로마에 남아 큰 세상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 넌 충분히 용맹을 증명했어. 앞으로 네 외삼촌을 돕는 게 네 미래에도 큰 도움이 될 게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께선 외삼촌을 혐오하고 있지 않습니까?”


로마 소방대, 즉 비길레스 지휘관 티겔리누스.


그는 로마의 화재 진압을 책임지고 있으며 로마 밤거리를 지배하는 야경꾼들의 사령관이다.


그는 과거 현 황제를 옹립할 때 권신 세네카와 법무관 마르쿠스 등을 도왔고 그 인연으로써 마르쿠스의 처남이 되었다.


바로 데브라는 티겔리누스의 여동생.


당시 데브라가 행정관 마르쿠스의 후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마르쿠스가 당시엔 티켈리누스를 신임했기 때문.


일개 평민 계급인 데다가 일개 푸줏간 주인에 불과했던 티켈리누스.


그러나 그는 현 황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에게 접근하여 그의 애인이 된 이후, 지난 수십년간 황궁의 이런저런 일들에 관여했다.


그 인연으로써 젊은 황제를 어린 시절부터 봐온 그는 황제의 비위를 잘 맞춰줬고, 그 때문에 황제의 신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문에 황궁에선 소문이 퍼져 있다.


황궁 근위대장 부루스의 후임. 그건 바로 티겔리누스가 될 거라고.


-----


“아들아, 니 아버지가 싫다고 해서 이 로마가 니 아버지 뜻대로 된다고 생각하느냐? 어림없는 소리다. 니 삼촌은 조만간 황궁 근위대 대장이 되실 분이야. 그렇게 된다면 이 편지에도 나와 있듯이 너 역시 기회를 갖게 돼. 니가 근위대 대대장이 될 기회란 말이야.”


황궁 근위대 대대장(천인장).

근위대 대장 바로 아래에 있는 직책.


이 근위대 대대장은 주로 로마 외곽에 위치한 근위대 병영에서 생활해야 하지만,


대대장의 권한은 속주 군단장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보통, 황궁 근위대는 총 9개 코호르스(대대)로 구성되는데,


각 코호르스 대대마다 총 천 명의 병사로 구성된다.


여기서 대대장이 된다는 것은 예하 병사들을 무려 천 명이나 거느리게 된다는 의미.


대략 80명에서 100명 정도의 군단병을 거느리는 백인장에서 벗어나 페르투스는 일약 천인장이 될 수 있다.


거기다가 황궁 근위대는 지금껏 황궁 권력의 핵심이 아닌가.


새로운 황제가 옹립될 때마다 황궁 근위대는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런 근위대 소속이 된다는 것, 거대한 권력을 쥘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아버지께선 제가 근위대에 들어가는 걸 반대하지 않습니까?”


뭔가 생각하다가 조용히 반발하는 페르투스.


그런 아들의 모습에서 데브라의 눈매가 심하게 일그러졌다.

금방 그녀는 화도 냈다.


“페르투스! 넌 언제까지 마르쿠스의 눈치를 볼 생각이냐?"


목소리도 커지는 데브라.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이 가문의 계승자는 카리우스야. 마르쿠스는 다른 변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아!”


“하지만, 어머니. 전 언제나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존경? 이런 멍청한 녀석!"


쾅!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데브라.


“넌 정말 마르쿠스가 니 아비라고 생각하느냐? 그자도 과연 그런 생각을 할까? 페르투스, 넌 똑똑히 기억해! 이 어미가 욕심이 많다고 하지만, 그게 다 널 위한 거야. 오로지 널 위해서. 너도 잘 알겠지만, 넌 마르쿠스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 허나 팔라티누스의 주인이신 황제께서도 황후의 사생아였으나 황위를 계승할 수 있었어. 그건 너 역시 마찬가지야. 넌 내 아들이야. 니가 마르쿠스의 피를 잇지 않았다고 해도, 넌 이 가문을 계승할 수 있어! 그게 바로 로마야!"


굳은 표정의 페르투스.


“아들아, 이 어미가 뭘 원하는지 알지 않느냐? 너는 더 나은, 더 고귀한 피를 이어받았어. 니 핏속엔 로마의 위대한 장군 폰투스님의 피가 흐르고 있단 말이야. 비록 반역자로 몰린 뒤 처형당했으나···.”


"어머니! 제발 그 이야긴 그만하세요!"


그러자 한숨을 내쉬는 데브라.


"알았다. 하지만, 이건 꼭 기억하거라. 그런 니 앞에 저 카리우스는 아무것도 아니다. 카리우스는 그저 힘 없는 정어리 같은 놈이야. 속이 훤히 보이는 녀석. 절대 니 상대가 될 수 없어. 우연히 안토니아 공주님을 구했다고 해도 그게 뭐가 대수인가."


페르투스는 눈을 감았다.


“아들아, 넌 차갑고 이성적이라고 하지만, 마르쿠스한텐 언제나 아이 같구나. 그렇다면 이 이야길 듣고 나면 니 마음이 변할 거다. 결국, 마르쿠스는 브리타니아로 갈 수밖에 없어. 그걸 니 외삼촌이 원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어. 그것도 니 외삼촌이 날 배려하기 때문이야. 마르쿠스가 반역자로 죽으면,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모든 게 문제가 돼. 넌 영원히 반역자의 자식일 뿐. 절대 그럴 순 없지. 그래서 나는 야만족의 땅 브리타니아로 가야 하겠지만, 넌 로마에 반드시 남아야 돼. 그것이 니가 살 길이야. 알겠느냐?"


페르투스는 그 설명을 묵묵히 듣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어머니는 그런 이야길 하지 않았다.


이제야 브리타니아 총독 파견 소문이 뭔지 알 것 같다.


현재 아버지 마르쿠스와 외삼촌 티겔리누스는 지난 몇 년간 교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가 브리타니아 총독이 되어 로마를 떠난다면, 그 불화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터.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어머니 데브라의 조언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아버지가 브리타니아로 간다면, 형 카리우스도 따라갈 가능성이 큰데


브리타니아로 떠난 형 카리우스는 결국 로마를 위해 큰일을 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며, 아버지를 비롯하여 로마 시민들은 앞으로 형 카리우스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이름, 페르투스만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외삼촌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페르투스는 자리에 일어섰다.


그제야 활짝 웃는 데브라.


그는 어머니에게 인사한 뒤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코넬리아가 옆으로 따라붙었고,


그는 코넬리아의 옆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화려한 정원을 가로질러 갔다.


그러던 중, 그는 흠칫하며 멈춰 선다.


화려한 가마들이 차례로 땅에 내려오는 모습들.


어느 귀한 손님이 집으로 들어온 모양인데


그러다가 다시 흠칫하며, 가마에서 내리는 누군가를 유심히 쳐다봤다.


'저 자는?'


검투사 양성소 쿨라 누메리우스?


이때 노예들이 거대한 궤짝들을 양쪽에 들고서 함께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였고, 페르투스는 고개를 돌려 형 카리우스가 머무는 별장 쪽을 감정이 없는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노예에 손짓해서 횃불 하나를 건네받은 뒤 현관 오스티움에서 나왔고, 이제 코넬리아와 함께 어둠이 가득해지는 로마 시내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이미 로마 밤길은 부랑자들과 순찰대, 야경꾼들이 출몰하고 있다.


여기저기 음산한 골목길들.


그 어둠이 드리어진 곳곳마다 부랑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다행히 밤은 깊지 않아 그들은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페르투스는 자신들을 노려보는 번득이는 눈들을 쏘아보며 골목길을 통과했고,


일부 야경꾼들이 손짓한 터라 몇몇 골목길을 빙 돌아간 끝에 마침내 높은 언덕 지역으로 접어들었다.


그 주변은 횃불들이 이미 요란하게 일대를 밝히고 있으며,


저 불야성 같은 곳이 바로 외삼촌 티겔리누스가 살고 있는 대저택이다.


-----


작가의말

좋아요 클릭과 선작은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학살자는 충성을 원한다 NEW 21시간 전 500 14 11쪽
29 누군가는 황제가 되고 누군가는 신이 되었다 +4 24.09.18 676 20 7쪽
28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5 24.09.17 791 25 18쪽
27 첫날 밤, 그리고 태동 (2) +2 24.09.16 855 25 7쪽
26 첫날 밤, 그리고 태동 (1) +4 24.09.14 967 21 18쪽
25 수부라의 현인 +4 24.09.12 1,021 27 31쪽
24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2) +5 24.09.10 1,222 20 25쪽
23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4 24.09.07 1,457 31 23쪽
22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5 24.09.05 1,386 34 25쪽
21 황제가 되다 (2) +3 24.09.03 1,408 31 30쪽
20 황제가 되다 (1) +3 24.08.31 1,553 31 14쪽
19 쿨라의 결단, 새로운 로마황제 +5 24.08.30 1,543 36 23쪽
18 우연히 시작된 로마 혁명 +2 24.08.28 1,584 42 29쪽
17 로마의 흑막이 되다 +7 24.08.24 1,697 45 23쪽
16 로마 식기 마트 +3 24.08.22 1,647 42 16쪽
15 로마를 바꾸자 +2 24.08.20 1,783 49 21쪽
14 강철의 주인 +4 24.08.18 1,904 57 24쪽
13 안타까운 이혼 공주 +3 24.08.15 2,047 52 21쪽
12 안토니아 공주 +3 24.08.13 2,043 57 21쪽
11 황금 궤짝 +2 24.08.11 2,079 54 24쪽
» 돈이 넘친다 +4 24.08.09 2,211 53 28쪽
9 영웅 (2) +5 24.08.07 2,193 52 23쪽
8 영웅 (1) +4 24.08.06 2,232 48 17쪽
7 내가 유명해지다 (3) +4 24.08.05 2,317 47 24쪽
6 내가 유명해지다 (2) +3 24.08.02 2,366 54 28쪽
5 내가 유명해지다 (1) +5 24.08.01 2,497 61 20쪽
4 출세의 길이 보인다 +9 24.07.30 2,607 65 22쪽
3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4 24.07.28 2,768 60 20쪽
2 특별한 능력 +4 24.07.27 2,931 61 22쪽
1 욕실의 여자 노예 +2 24.07.25 3,532 65 3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