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 세계수의 숲 (3)
2차 전직, 장비 세팅 등 출발 준비를 마친 다섯. 본격적으로 메인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마차에 올라탔다.
{ 세계수의 숲, 입구 }
마차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에 입장하자 보이는 것은 사막이라고 믿기 힘들정도로 싱그러운 자연과 어우러진 수많은 목재 건축물들이었다.
콩콩 : 드디어!!! 뽠따지스러운 맵이다!!!
엘프, 드워프, 수인, 인족 등등 수많은 종족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며, 어린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제로 : 확실히···센트럴은 미래도시 느낌이었지. 하베스트는 그냥 중세 농촌이고···.
이 모든 것을 따듯하게 감싸 안는 도시 중앙의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 분명히 위엄이 넘치는 크기임에도 어째선지 느껴지는 것은 포근함 뿐이었다.
퍼랭 ( 저게···14번째 건립자 세계수? )
학문과 탐구의 도시 세계수의 숲에 5인팟이 왔다.
시뇨링 : 근데···음유시인을 어디서 찾죠?
제로 : 흠···일단 유일한 단서인 편지를 봐보죠.
스승의 땔감 상자에 수북히 담겨있었던 스팸편지들, 다섯은 각자 받은 편지를 펼쳐보았다.
--- {음유시인의 편지} ---
To. 스승
안녕하세요☆ 오늘도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아침이네요! 오늘은 이 산들바람이 스승님을 모셔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글귀를 적습니다.
오늘로 편지를 보낸 지 178회! 아마도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오시기는커녕 답장도 보내시지 못하시는 거겠죠?
걱정마세요☆ 저 음유시인 에크시는 진실을 노래하기 위해 매일 아침 편지를 보내는 이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을 겁니다!
그 진실은 바로바로☆ 세계수님을 치료하고 있다는 지혜 길드에 관한 것! 사실 치료는 새빨간 거짓말! 사실 지혜 길드는 세계수님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악독한 무리입니다!
부디 세계수의 숲으로 오셔서 천벌을 내려주세요!
From. 에크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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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 끝···? 증거나 그런 거는? )
티태 ( 별체 꼴받네 )
퍼랭 ( 흠···5대길드면 나름 공기업급 신뢰도인데 과연? 근데 아니면 굳이 스승님을 부르려 할까? )
콩콩 ( 스승님이 땔감 상자에 처넣을만했네 )
시뇨링 ( 이걸로 음유시인의 장소를 어떻게 유추하지? ) 어쩌죠? 이걸로 장소 유추하기는 좀···
제로 : 흠···스승님이 이걸 왜 땔감 상자에 넣었을까요?
티태 : 별체가 꼴 받아서?
퍼랭 : 바빠서?
제로 : 아니지. 그런 이유로 “세계수 인체실험”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무시할까?
퍼랭 : 이 새끼 스승 직속 제자가 세계수? 세계수님이라 안 해?
티태 : 꺼져, 재능충? ( 세계수님이 니 친구야? )
제로 : ···세계수님 인체실험.
시뇨링 : 그래서 왜인데요?
제로 : 증거가 없어서
콩콩 : 그치. 증거도 없이 짱 큰 길드를 누명 씌우면 안 되지.
제로 : 그 말은 증거도 없이 씨부리는 거인 거고 이 말은 이 도시의 누구도 안 믿는다는 거죠. 그럼 음유시인인 목표는 자신의 찌라시를 믿게 하기위해
쿠웅-
멀리서 들리는 충격소리, 약간 거리가 있는 공원에 검은색 바탕에 푸른 회로가 감도는 스피커가 떨어졌다.
제로 : 계속 공연해야 하는 거죠. 근데 잠만 저거 스피커야?
티태 : 타겟 떴다! 전부 주변에 숨어있자!
샤샤삭
일사불란하게 스피커를 중심으로 공원 수풀에 몸을 숨기는 다섯
퍼랭 : 근데 제로야 이상하지 않아?
제로 : 뭐가?
퍼랭 : 실리콘 밸리에서 증거도 없이 구x을 누명 씌우는 콘서트를 수시로 열어제끼는데 왜 안 잡혀갔지?
제로 : ···그러게? npc들은 게임적 허용이라 쳐도···플레이어들은 왜 못 잡았지?
촤좌좌좌자자자작
스피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검은 액체들, 마치 분수처럼 펼쳐져 형태를 잡더니 작은 콘서트 무대의 형태를 띠자마자 쇠처럼 단단히 형태를 유지했다.
제로 : ···저게 무슨···액체가 굳···아니 분자단위로 이동한듯한 고체들···?
에크시 한 : 여러분☆ 안녕하세요!
마치 자신이 유명 아이돌이라는 듯, 자신감 넘치는 상큼한 인사. 무대를 순식간에 만드는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면서 순식간에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와ㅏㅏㅏㅏ! 왔다 내 점심!”
“눈나ㅏㅏㅏ!”
“지혜를 욕보이는 놈! 당장 꺼져!!! ”
“빨리 모험가 길드에 신고해!!”
“퀘스트 몹 떴다! 잡아!”
환호, 비난 그리고···퀘스트(?)를 부르짖는 수많은 목소리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에크시는 윙크를 보내며 말을 이어갔다.
에크시 한 : 다들 우렁찬 환호 고마워☆ 보답으로 오늘도 힘찬 공연 들려줄게!
끼이이잉ㅇ이잉이- 지잉-
편지의 내용처럼 지혜 길드가 사악한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을 일렉기타에 담아 신명 나게 연주했다.
제로 ( ···일렉기타? 락? 독주? ···이 게임 세계관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스토리부서 개 처맞아야 돼 )
티태 ( 저런 원성에 저리 상큼한 대응, 멘탈 무엇···? )
퍼랭 ( ···연주에 비해 가사내용은 영···영양가가 없네. 결국, 증거 없잖아. )
콩콩 ( 씬나 씬나~ )
시뇨링 ( 이제 슬슬 공권력이 올 때가 됐는데 )
??? : 꼼짝 마!
무대에 난입한 8명의 사람들, 복장을 보아 모험가들이었다.
실리나 : VICUS 세계수의 숲 지부 무력 1팀 팀장 실리나다! 네 녀석을 수차례에 이은 소음공해, 명예훼손을 사유로 체포할 테니 순순히 협조하도록!
에크시 한 : 어머☆ 우리 공연 단골 왔다! 모두 박수!
짝짝짝짝짝
실리나 : 무시하지 마라! 우리는 자그마치 베테랑급이 넷이다! 셋 셀 동안 악기 내려놓고 두 손 들어! 셋둘하나! [ 일발필중 ]!
펑!
화살을 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위력의 소닉붐, 음유시인은 물론 무대째로 날려버리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제로 ( 헐? 시작부터 ㅈ간지 스킬 쓰네? )
티태 ( 메인퀘 완료? )
탁!
퍼랭 : ?
시뇨링 : ?
강력한 화살을 마치 친구가 던진 알사탕 받듯이 이빨로 가로채 물어버리는 음유시인.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콩콩 ( 베테랑급의 한 방을 여유롭게 막았어! )
제로 ( 갓수 선배와 같은···! 강자급이다! ) 제길, 무력으로 못 잡아! 우리 수준으로 안 돼!
티태 ( 아무도 못 깬 이유가 있네! ) 우선 공연 끝날 때까지 작전 짜보자.
실리나 : 무력 1팀 돌격!!!
“학자들!! 지혜를 모욕하는 저자를 포박하라!!”
“퀘스트 몹 잡아!!!”
쾅 쾅 쾅 쾅
모험가 길드의 공무집행, 학자라는 이들의 마법공세, 플레이어들의 개떼 같은 돌격. 오합지졸로 보이긴 했지만 의외로 몇 번 합을 맞춰 봤다는 듯 연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에크시 한 : 얍☆
에크시가 춤을 추듯 움직이자. 모험가들의 화려한 스킬은 순식간에 무대의 연출 장치로 변했고
에크시 한 : 요이☆
학자들의 마법은 그저 무대 조명과 장식에 불과해졌으며
에크시 한 : 쨘☆
플레이어들은 무대의 백댄서가 되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오직···
“와ㅏㅏㅏㅏㅏㅏㅏ!”
에크시의 무대에 푹 빠진 팬들의 환호성뿐이다.
에크시 한 : 모두! 내 무대 봐줘서 고마워☆ 다들 그러면 안녕!
제로 : 시작한다! [ 콘센트레이트 ] X [ 인포스 불렛 ] X [ 탄 속성 부여 ]
온갖 버프란 버프를 다 쏟아부으며 본인의 감각과 탄을 강화하는 제로
“에ㅔㅔ 왜 벌써가요?”
제로 : [ 더블 샷 ]
탕! 탕!
연속으로 서로 다른 탄을 격발하며 음유시인을 노리는 제로. 발포음과 함께 넷은 동시에 달려들었다.
에크시 한 :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있는 거 같거든요.
탁
제로의 총알을 가볍게 낚아채는 에크시, 그대로 탄을 비수처럼 날려 다른 탄을 맞췄다.
콩콩 ( 이런 미친 진짜 격이 다르네 ) [ 고공빠따 ]!
퍼랭 : [ 기합 ] X [ 러쉬 ] X [ 스핀 커터 ]
티태, 시뇨링 : [ 도둑의 발자취 ] X [ 영각 ]!
슉
정면으로는 퍼랭, 공중으로는 콩콩, 양옆으로는 시뇨링과 티태가 돌진하는 대열, 분명 동일한 격이었다면 통했을 방법이지만···
에크시 한 : [ 웨이브 익스플로젼 ]!
지잉-
쾅
앰프의 가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현을 뜯어 재껴버리는 에크시의 손, 모든 앰프는 달려드는 넷을 향해 강력한 음파를 냈다.
퍼랭 : 미친 광역기···위력 이따구이기 있냐.
티태 : ㄹㅇㅋㅋ, 갓수 슨배님 부르자 그냥
콩콩 : 안 돼. 그 양반 출세하느라 바빠.
퍼랭 : 백수가 뭔 출세?
콩콩 : 백수갱생단 만듦.
퍼랭 : ?
에크시 한 : 자 그럼 마지막으로, 큰 북!
촤롸롸롸롹
에크시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정장을 입은 검은 마네킹 같은 사내가 나타났다.
퍼랭 : 소환수?
쿵!
사내가 에크시의 뒤에서 거대한 북을 치자 에크시는 북소리를 타고 제로를 향해 날아갔다.
콩콩 : 와우. 음유시인 씹사기네.
탁
에크시 한 : 관객분 관람예절을 지켜야죠☆
제로 : 고성방가로 체포당할 양반이···. 나 참···질문하나 해도 요?
에크시 한 : 뭘까요? 제 공연 내용에 궁금한 점이라도?
제로 : 왜 저한테 오셨죠? 그냥 철수해도 아마추어급 모험가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텐데?
에크시 한 : 그야···.
제로 : 뒤에 숨어서 전략을 짜던 리더를 제거한다면 우리가 당신에게 압도적인 벽을 느끼고 다시는 덤비지 않으려 할 테니까. 맞죠?
에크시 한 : 호오···?
제로 : 당신 지금은 버텨도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그렇지? 그럼,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생기지.
분명 힘의 우위는 에크시에게 있음에도 말 몇 마디로 주도권을 잡아가는 제로
제로 : 하나. 격이 다른 강자급이 누가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지? 둘.
에크시 한 ( 꿀꺽 )
제로 : 왜 나를 리더라 생각한 거지?
에크시 한 : ?
제로 : 꼭 뒤에 숨은 전략가를 리더라 생각하더라.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여서 리더 그런 거 없어. 그럼 나 혼자만 뒤에서 총 두 발만 쏘면서 꿀 빤 이유는?
에크시 한 : ···저격수 역할이 아니라···
제로 : 미끼 역이지. [ 트랩 ], 가지고 있는 함정이나 함정 재료들을 조합하여 빠르게 설치해 주지. 네 공연 시간 내내 내가 설치한 트랩은 총
팅!
제로 : 50개. 질이 낮으면 양으로 승부해야지 않겠어?
발밑에서 터지는 수십 개의 폭탄들이 제로의 신호에 맞춰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에크시 한 : 잠깐! 이 거리에서는 당신도 위험···!
제로 : 안 그래도 모험가의 감 엄청나게 울린다! 응 어차피 부활하면 그만이야~~~~~
펑!
지면에서 구치는 화염 기둥들, 깔끔하게 제로와 에크시만을 불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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