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 세계수의 숲 (7)
에크시 한 : ·········음유시인 길드에서 제 나노머신이 그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지혜길드를 통해 원리(입자성을 지닌 물체를 이용)를 알았으니, 그것이 가능한 경우의 수로 나노머신을 추리했다? 모래 마법이라던가 액체와 고체를 번갈아 가는 기술일 수도 있잖아요?
제로 : 액체는 흐르는 듯한 이미지여야지. 모래마법이면 굳이 그림자에 회로 비스무리한걸 왜 달아놔.
에크시 한 : 고작 그런 이유로···?
제로 : 우리 판타지 게임 짬밥이 얼만데. 아무리 현실 닮았어도 그런 거까지 따지면 여기 왜 훈민정음, 영어, 한문 쓰는지 따져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게 아냐.
에크시 한 : 나노머신 추리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제로 : 이미 밝혀진 거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따로 있지. 강자를 족치려면 집 한 채 정도의 메테오가 떨궈져야 한다던가
에크시 한 : ···그게 왜 중요해요?
제로 : 그야 우리가 싸우는 장소에는 이미 망한 가게의 건물이 있으니까.
에크시 한 : ······?
자신들이 싸우는 골목을 제공해 준 드라이브 스루 건물인 로뎅거리 5번 건물을 가리키는 에크시 한
에크시 한 : 저거요?
제로 : 응 저거
에크시 한 : 저게 왜요?
제로 : 왜냐니? 여기 세계관은 그냥 깡 물리력이면 마나든 격이든 부숴버리잖아?
에크시 한 : 네
제로 : 우리 작전타임 내내 땅 팠거든?
에크시 한 : 돈 벌려고 그런 거 아녜요?
제로 : 반은 그렇지···그리고···
에크시 한 : 그리고?
촥
인벤토리에서 끈에 묶인 돌돌 말린 종이를 꺼내 거침없이 끈을 풀어버리는 제로. 에크시는 반응할 틈도 없이 제로는 거세게 외쳤다.
제로 : 디스!!! 이즈!!! 스파르타!!!
퍽!
에크시 한 : 에?
펴진 종이에 그려진 마법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오색의 섬광들, 에크시를 죽이기에는 모자랐지만 밀쳐버리기에는 충분한 힘이다.
에크시 한 : 크윽! 이게 무슨?
제로 : 지혜 수석 수학자들의 잃어버린 점심에 대한 원한이 담긴 실험 마법진이다. 널 밀칠 정도는 되나 보군!
쾅! 쾅!
담장을 부수고 집의 벽을 부수며 박히는 에크시 한
에크시 한 : 큭·········어?
순간적으로 드는 이질감, 분명 당연히 있어야 할 감각이 사라진 느낌이 에크시의 전신에 감돌았다.
에크시 한 : 이건···부유···?
제로 : 소개하지. 우리들의 작전회의실! 로뎅 거리 5번 건물이다! 이거 사느라 돈 다 썼지!
내내 땅을 파던 구덩이 그 깊이는 몇 시간 동안 판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무저갱이었다.
제로 : 그거 알아? 공기저항에 의해 몇십 킬로미터든 몇백 미터는 그 최종 속력은 동일하데. 빗방울을 맞고 아프지 않은 것과 동일한 이유지.
에크시 한 : 아니 그래서 몇백 미터 구덩이를 팠다고? 고작 다섯이서 어떻게? 아니 그리고 몇십 킬로미터에서 떨구면 속력은 비슷해도 훨씬 뜨겁죠!
제로 : 뭐···싸워봐서 알잖아? 나 폭탄 많은 거.
에크시 한 : 뭔! 폭탄으로 이 구덩이를 팠다고? 그래서 고열은요! 진짜 운석급은 가져와야 절 이기죠!
제로 : 말했잖아. 폭약 많다고
에크시 한 : 네?
쿵! 쿵! 쿵! 쿵!
집에서 들리는 폭발소리. 그와 동시에 집은 뜨겁게 불타며 구덩이를 향해 떨어졌다.
에크시 한 : ·········미친!!!! 아니 잠만!!!!
제로 : 아~ 판타지 너무 좋아! 이런 물리엔진이 어디 있다가 이제 개발됐지? 수백 미터의 무저갱과 수백 개의 폭발과 3층 건물까지! 현실에서는 몇천 억짜리 실험이 몇백에 이렇게 계산대로 착착 되고있어!
방금 사람 한 명을 몇백미터 구덩이에 떨어트리고 3층 건물을 폭탄과 함께 던져버 사람치고는 몹시 상쾌한 반응을 하는 제로.
티태 : 쟤 원래 판타지 싫어하지 않았냐? 논리 ㅈ도 없다고···계산 ㅈ같다고···
콩콩 : 제로 무셔이···
퍼랭 : ㄹㅇ···.
제로 : 얘들아! 들어가자! 정리해야지!
시뇨링, 티태, 퍼랭, 콩콩 : ·········
제로 : ?
시뇨링 : 저기를요? 지옥을 상징하는 불구덩이?
방금 3층짜리 건물 탈을 쓴 폭탄을 떨군 구덩이로 안내하는 제로. 넷은 당연히 거절했다.
퍼랭 : 왜? 저 정도 죽었
탕!
퍼랭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쏘는 제로
제로 : ㅈㄹ, 시신을 보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 다들 빨리 운석 보조해!
분명 커스터마이징한 제로의 붉은 눈동자가 어째서 붉디 붉은 불꽃이 옮겨붙은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지···넷은 쫄아붙은맘을 가지고 빠르게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퍼랭 : 우리 떨어져 죽는 거 아냐?
티태 : 벽 짚고 가
시뇨링 : ·········잠만! 저 음유시인고 벽 짚는 거 아니에요?
콩콩 : 에이~ 저희 구덩이 나름 넓게 폈어요. 제로 컨트롤이면 충분히 구덩이 한가운데에 떨궜으니 걱정 노노~
시뇨링 : 쟤 나노머신 쓴다메요!!! 그걸로 벽 짚으면 되지!
콩콩 : 헐? 그러네! 빨리 그림자기술 써서 막아요!
시뇨링 : 잠시만요···틈새를 잘 보면 보일 거 같은데···.
{ 집을 가장한 운석 지하 }
에크시 한 : 후···좋아···침착하자. 우선 당장 내가 떨어지는 우선···!
촤르륵
손 끝에 실처럼 나노머신을 발사해 벽에 고정시키는 에크시
시뇨링 : 지금이다! [ 쉐도우 웨폰 ]!
콰직!
에크시 한 : 에?! 자자잠만! 저 이대로 가면 진짜 죽어요! 이러기에요?
시뇨링 : 그럼 너는 우리 살리려고 북치고 나노머신 쏘고 그랬냐? [ 쉐도우 웨폰 ]!
에크시 한 : 당연히 스승님하고 접촉하려면 살려야지! 내가 힘조절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에에에!!!
콰직 콰직 콰직
에크시가 속력을 늦추기 위해 벽을 향해 수차례 나노머신을 실처럼 쐈지만 시뇨링의 쉐도우 웨폰에 계속해서 부셔졌다.
에크시 한 : 이런!!!
{ 3시간 전, 작전회의 }
땅굴을 한참 파며 제로의 작전을 듣던 도중, 퍼랭은 곡괭이를 내려놓으며 제로에게 얘기했다.
퍼랭 : 뭐···제로야 대충 작전은 알겠어. 근데 말이지···.
제로 : 뭔가 걸리지?
퍼랭 : 너두?
제로 : 나두 동시에 말하자. 하나, 둘, 셋
제로, 퍼랭 : 에크시는 결백하다.
시뇨링 : 에? 왜 결론이 그래요?
제로 : 젠장, 틀리기를 바랐는데 퍼랭이까지 저러면 기정사실이잖아.
퍼랭 : 이유는 간단해요. 에크시가 저럴 이유가 없어요.
시뇨링 : 그게 무슨?
퍼랭 : 에크시의 목적이 뭐죠?
시뇨링 : 그야···돈? 음유시인이니까 명성? 어쩌면 지혜에 대한 원한 일수도요.
제로 : 돈과 명성은 우선 아니에요. 에크시는 이미 강자급이에요. 음유시인 길드에 가입하기만 해도 화제가 되다 못해 동네방네 자랑거리가 될 걸요?
시뇨링 : 그럼 지혜에 대한 사적인 원한?
제로 : 그건 더 말이 안 요. 에크시의 기술이 그림자도, 모래마법도 아닌 나노머신이잖아요?
시뇨링 : 어···그쵸? 아······! 지혜에 나노머신을 침시켜 깽판치기만해도!
제로 : 그렇쵸! 그 거대한무대를 만들정돈데. 좀만 머리굴리면···지혜 파산시키고도 남을걸요?
콩콩 : 에이! 그건 오바다!
제로 : ···정보탈취 후, 동시 다발적인 화재
콩콩 : ···오우오우, 그래도 임마! 그 사람도 있고! 마! 그 길드장은 오래 산 엘프잖아!
제로 : 그 양반 수명도 거의 다되어가. 그 사람 빼고 나머지를 암살을 못 할까. 강자급이
콩콩 : 홀뤼몰뤼···. 그럼 그 음유시인 왜 그런데?
퍼랭 : 진짜 세계수님이 실험을 당하고 계시니까. 그것도 지혜 심층부에 의해서···.
제로 : 물론 어디까지 추측이지만···하지만 이 게임이라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는군.
티태 : 무섭네···잠만 그러면 싸우기보다는 대화를 나눠야지! 땅굴 그만파야돼?
제로 : 아니, 작전은 속행한다.
콩콩 : 에? 왜?
제로 : ···저 음유시인 어떤 느낌 들어?
티태 : 활발한?
콩콩 : 산만하고···좀 꼴 받지?
시뇨링 : 뭐랄까···시끄러운?
퍼랭 : ···위험해
제로 : 퍼랭이 80점. 내 생각에는···몹시···몹시 계산적이야.
티태 : 에?
콩콩 : 어딜 봐서···?
제로 : 목적이 진짜 세계수님 구출이라고 치자. 그리고 세계수님 구출을 위한 수단으로 콘서트와 스팸메일을 골랐지. 이거···만약 이 계획이 계속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
시뇨링 : 그야···사람들은 점차 의심하기 시작하고···스승님은 메일을 화로에 태우겠죠. 실제로 몇몇 팬들이 생겨나기도하고···그렇잖아요?
제로 : 반은 맞았어요. 틀린게 있다면···스승님이 세계수의 숲에 쳐들어갔을 겁니다.
퍼랭 : 그치, 보니까 세계수님은 좀 대단하신 분이던데···. 스승님이 음유시인의 간계를 눈치채서 직접 안 가신 걸까?
제로 : 아마 그렇겠지? 스승님도 아신 거지 자신이 와서 깽판을 치면 어찌 되는지···.
시뇨링 : ···스승님과 지혜의 갈등···아니···. 스승님은 모험가들의 시작이죠. 그리고 모험가 길드는 여기에도 있으니···.
제로 : 도시가 반토막나서 서로 싸울 겁니다.
콩콩 : 에이! 말도 안 돼! 너가 아까 네 입으로 말했잖아! 지혜길드원들한테 피해 안주려고 굳이 침투 안하는 거라고!
제로 : 내가 아까 계산적이라고 했잖아.
콩콩 : ···설마
제로 : 그래···쓸모없는 희생은 안 되고 쓸모있는 희생은 괜찮다면?
티태 : 너무 과한 거 아냐?
제로 : ···이거 말고 나는 저 음유시인의 행동을 설명 못 한다. 다른 경우의 수라면···저 음유시인이 멍청하다 정도인데···.
퍼랭 : 그건 그거대로 조져야될 사유지.
제로 : 그치. 난 솔직히 참 다행이라 생각해.
콩콩 : 뭐가?
제로 : 솔직히 우리한테 이 정도로 자유도가 보장된 게임이 있었냐? 언x테일? 그 정도가 전부지 않아?
퍼랭 : 그치
제로 : 하지만 여기를 봐. 우리가 뭘 하든 어떻게 하든 그에 맞춰 npc들이 하나하나 변하고 대사를 치잖아.
콩콩 : 너 진짜 맘에 들었구나.
제로 : 응. 그러니까 한 번 쥐어보자.
턱
자신이 책략을 짜기 위해 온갖 물리공식과 그래프 아이디어를 빽빽히 적은 노트를 덮는 제로
제로 : 주도권을
{ 다시, 전투 상황 }
퍽
다섯이 합심해 판 무저갱의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에크시, 곧이어 불타는 3층 건물 메테오를 맞이할 예정이었다.
에크시 한 : 하아···제길···몸의 절반을 아니···80%는 써야겠는데. 너무 방심했나···. ···아니.
단념한 듯한 표정을 하는 에크시, 바닥에 떨어진 충격을 떨치고 일어섰다.
에크시 한 : 그 방심조차도 계산 당했군. [ 천축 ]!
콰과과과광!
바닥을 강타하는 운석은 무저갱을, 아니 세계수의 숲을 크게 울리며 다섯의 승리를 알렸다.
제로 : 다들 충격에 대비~
티태 : ···우리가 운석 충돌에 대비를 어떻게 해?
제로 : /섬
슉
섬으로 이동한 제로, 여유로웠다.
콩콩 : 실화?
퍼랭 : 진짜 쟤는···
슉슉
차례차례 섬으로 이동하는 모두, 에크시만이 홀로 운석을 견뎠다.
제로 : 19···20···좋아. 다들 /CIS
슉
다시 명령어를 통해 싸우던 자리로 이동하는 다섯. 바닥에 착지하자 보인 것은 수백 개의 부서진 검은 기둥과 몸이 한쪽 팔과 한쪽 다리만 남은 에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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