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 지혜(3)
학교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인상깊은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걍곤 : 어쩌지···
학자가 학생인 재홍을 납치하고 텅 빈 강의실, 걍곤과 일이는 머리를 맞대며 해결책을 강구했다.
일이 : 글쎄···퇴근은 시켜줄테니까 얌전히 기다릴까?
학교축제? 운동회? 혹은 첫사랑의 시작?
쿡쿡
갑자기 뒤에서 걍곤의 등을 건드리는 날카로운 무언가
걍곤 : 앗 따가!
물론 그것들도 훌륭한 학교생활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하지만 인상깊은 건 역시
티태 : 저기. 잠깐 따라 나오시죠?
도적의 주무기인 단검으로 걍곤을 얕게 찌르는 티태, 걍곤과 일이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안내했다.
칼을 든 같은 반 사나운 학우가 협박하며 음습한 곳으로 부르는 상황일 것이다.
걍곤, 일이 : 네·········?
{ 지혜길드 복도 깊숙한 곳 }
걍곤 : 야···일이야···너 레벨 몇이라고?
일이 : 12···너는? 그래도 여기 뭐 막 건립자래매···
걍곤 : ···나는 44···.
일이 : 뭐야, 너 왜 아마추어급? 너 막 위인 그런 거 아녔냐?
걍곤 : 아으씨 우리는 일반인이라고! 나니까 좀 높지. 공사는 23에 히상형은 9야!
일이 : 실화냐···.
티태 : 이야~ 또 그런 설정이~ 그쵸 그 뭐냐 스토리상 달토끼교? 거기 사람들은 현실 사람이니까 레벨이 낮지~ 이런 디테일도 챙기네?
걍곤 : 아···예···플레이어이시구나···.
눈을 깔아내리며 눈앞에 무장한 일진(?)들의 심기를 거스르려하지 않는 걍곤과 일이
콩콩 : 왜케 쪼셨어요?
걍곤 : 아니 그···막 단검으로 찌르시고···예···막 뒷골목으로 불러내시고 예···
제로, 티태, 퍼랭, 콩콩 : ·········아
일이 : 아?
티태 : 아니 그···상호작용 누르니 이렇게 되서···
걍곤 : 검을 들고 상호작용하는데 그럼 찌르죠···.
티태 : ···그쵸······그러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무기칸 빼고 상호작용키 누를게요···.
일이 : 그럼 일진 아니신 거?
제로 : 아유~ 아니에요! 티태 저게 미쳐서 그런 거
걍곤 : 아···아하. 그래서 어쩌신 일로?
퍼랭 : ···방금 이름 걍곤이라고?
서로의 레벨을 물었던 일이와 걍곤의 대화에서 걍곤의 이름을 캐치한 퍼랭.
퍼랭 : 지혜의 상층부가 세계수님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행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협력해주시죠.
훅
바람 소리보다 한 박자 빠르게 퍼랭의 목덜미에 칼을 들이대는 걍곤. 칼을 뽑는 동작도, 셋을 뚫고 퍼랭의 앞에 다가온 것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제로 ( 무슨?! 에크시 한이 아무리 음유시인이라해도 우리는 강자급과 맞서 싸웠어! )
콩콩 ( 근데 저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어?! )
퍼랭 ( 격을 뛰어넘는 방법을 지닌 건···우리뿐만이 아니란 건가··· )
걍곤 : 똑바로 말해. 조금이라도 헛수작 부리면 죽는 걸로 안 끝나 너희.
제로, 티태, 퍼랭, 콩콩 : !
모니터 너머 느껴지는 섬칫한 감정. 넷은 순간 자신이 든 기분을 의심했다.
퍼랭 ( 무슨···! 이건 단순히 몰입감 있는 게임이 아니잖아···. )
한없이 떨리는 걍곤의 눈동자와 대비되는 고요하지만, 강건한 칼을 쥔 손. 그가 검을 얼마나 잡아 왔는지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퍼랭 : ···세계수님이 왜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아시죠? 하지만 여지껏 호전은커녕 일어나지도 않는 이유는 모르실 겁니다.
걍곤 : ·········아니. 몰라.
퍼랭 : ···네? 모르신다고 말했············잠만 설마 왜 세계수님이 혼수상태에 빠졌는지를 모른다는···?
걍곤 : 그래. 급하게 오기도 했다만···
퍼랭 : 스승님께서 말씀···안 해주셨나요?
걍곤 : ·········그저 잠들어계신다 하더군······. 너희에게 지혜 상층부와 접촉할 방법이 있나?
퍼랭 ( 이건···무얼 의미하는거지? ) 예 뭐···
걍곤 : ·········내가 감정이 과해 실수를 저질렀군. 미안하다.
철컹
검집에 검을 넣는 걍곤, 어딘가 슬픈 아니 그것보다는 보다 무겁고 복잡한 감정의 눈빛을 하였다.
콩콩 : 에? 아직 저희는 뭔 말도 안했는데···
일이 : 뭐긴 뭐야. 댁들 플레이어니까 수상한 짓이고 나발이고할 리가 없다는 거 이제 깨닫고 저러는 거죠.
걍곤 : 크흠···그래서···저희의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뭐든지 말씀하시죠.
제로 : 그 부분은! 모두가 있는 상황에서 말씀드리죠!
걍곤 : “모두”?
{ 5분 뒤, 지혜길드 잰시의 연구실 }
똑 똑 똑
잰시 : 음? 들어오세요~
“뭐야 누구예요? 대화하는 시간에 사람을 들이다니~ 그거 맞아요?”
잰시 : 오해 마. 나는 약속 잡은 적 없어. 뭐, 이 한적한 곳까지 올 사람이라면 드라곤님 아니겠어?
“흥! 또 여학자라도 꼬셨겠지.”
잰시 : 안타깝게도 오늘은 데이트 예정이 없어. 곧 학술 대회잖나?
스티 : ············
잰시 : ············
순간 느껴진 데자뷰. 두 학자는 서로를 바라봤다.
스티 : 우리 이 대화하지 않았어요?
잰시 : 응···그리고 이 다음에는···
쾅!
거침없이 경박한 문 열기. 제로였다.
제로 : 잰하! 작전 들어갑니다!
잰시, 스티 : 에?
---{ 제로의 작전 }---
1. 잰시의 대학원생이 된다!
2. 이거저거 지원을 해줘서 잰시를 상층부의 눈에 든다.
3. 잰시가 우리도 추천해서 우리도 상층부에 간다!
--- --- ---
제로 : 끝!
잰시, 스티 : ··················
걍곤, 일이 : ··················
제로 : 질문 받습니다!
잰시 : 그···왜 그걸 하려는 거지?
할 말이 참 많은 상황에서도 침착히 핵심을 짚는 잰시
제로 : ···하리르를 포함한 지혜의 상층부가 세계수님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하고 있거든요. 애초에 저희 여기 온 이유도 그거 때문이기도 해서요. 님들을 지혜 상층부로 멱살잡고 끌어올린 다음에 인체실험과 접촉할 예정입니다.
잰시, 스티 : ············?
스티 : 아니! 그! 무슨! 그걸 왜 우리한테 말해!
제로 : 이런 중요한 건 공유해야 일이 돌아가죠.
스티 : 아니 나 학자된 지 이제 1년인데! 갑자기 이러면 어떡하라고!
제로 : 도와줘요. 설마 이 도시의 모두에게 은혜를 베푼 세계수님을 안 지키실 생각은 아니죠?
잰시 : ···난 하겠다. 다만 스티는 빼줘라. 애가 참가하기에는 너무 위험해.
스티 : 선배! 미쳤어요?
잰시 : 스티, 나는 알아야 할 게 있다. 그리고 마땅히 올바르게 가도록 고쳐야 돼.
스티 : 선배 혼자서 뭘 어쩌게요!
잰시 : 뭐···스승 직속 제자에···실종된 건립자님도 계신대. 밥은 몰라도 죽은 되겠지. 허허···
분명 2000년 전 실종된 위인임에도 단번에 걍곤의 정체를 파악하는 잰시, 과연 고고학자였다.
잰시 : 말과 글의 선생을 뵈옵니다.
걍곤 : ···그 칭호는···. 그래 네가 세계수님 유적의 비밀을 파헤친 학자군.
잰시 : 네·········지혜의 죄에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걍곤 : 증거를 들이밀지도 않았는데 납득이 빠르군. 이유가 있나?
잰시 : 그건···
스티 : 잠만잠만! 저분이 건립자라고? 실종된 사람이면···마전 때 실종되신 에이션트 파티즈?
걍곤 : ···그런가 그들도 실종된건가···.
잰시 : 아니 그보다 전이다.
스티 : ···그 카타나···설마 이름을 기록하는 작명사?
걍곤 : 그렇게 불리더군.
스티 : 아니 그렇다해도···당신 비전투직이잖아요! 드라곤이 나서면 다 몰살이라고요!
티태 : 드!
제로 : 라!
콩콩 : 군!
순간 등장한 익숙한 이름에 이때다 싶어 드립을 넵다갈기는 셋, 퍼랭은 자신의 느린 반응속도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스티 : 너희도 아는군. 그래! 지혜 6개의 탑 중에 마법의 탑 정상에 우뚝 선 염소 수인! 몇백 년간 살아오며 갈고닦은 그의 전투력은 강자급이라고!
일이 : 탑이 뭐야?
퍼랭 : 어···지혜길드 분점? 인기 과목의 교수들이 자신의 과목에 맞춰 분점을 여러 지역에 낸데요.
지혜 본부 : 세계수의 숲
생명의 탑 : 세계수의 숲
마법의 탑 : 세계수의 숲
수학의 탑 : 센트럴
바다의 탑 : 베이스트
문학의 탑 : 무릉
연금의 탑 : 디피스트
일이 : 오···탑주는 학자 중 학자, 장로급이구나···. 강자급으로 강할만하네!
제로, 티태, 퍼랭, 콩콩 : 아니 뭐 그쵸············
스티 : 뭐···뭐야? 왜 반응이 없어.
제로 : 아니 뭐···어제 강자급 잡고 온 지라···.
스티 : 뭐···?
퍼랭 : 저희 여기 올 수 있던 거 애초에 그 점심 음유시인 잡아서 온 거임 ㅋㅋ
스티 : 음유시인? 갑자기?
잰시 : 아, 넌 연구실에 틀어박혀 살아서 모르는구나? 점심마다 하리르가 인체실험한다고 기사 퍼트리는 예쁜 음유시인이 있어.
퍽
잰시의 옆구리를 냅다 갈기는 스티
잰시 : 아 왜
스티 : 이 색골! 요즘 나랑 점심 안 먹어 주더니 예쁘장한 음유시인 보러 간 거였어?
잰시 : 뭔소리야! 나 그때 하베스트에서 유적 찾았다고 했잖아!
스티 : 아하☆
잰시 : 으휴 진짜···. 여튼 그 음유시인이 강자급이라 아무도 못 잡았다하더라고
스티 : 하아·········그래서 기어코 일을 치시겠다?
잰시 : 나같은 늙은이가 해야할 일이 있는 법이야.
스티 : 진짜 늙은이들은 악당 짓이나 하구만 증말···.
잰시 : ···
스티 : 아 몰라 나도 낄래!
“?”
잰시 : 뭐무뭬? 야! 미첬어?
스티 : 아 뭐요! 나도 성공 좀 해보자! 듣자니 일단 완전 핫한 학자 되는 거 아냐!
잰시 : 되겠냐? 야, 너희도 좀 말려봐!
제로 : 아니 뭐···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도 짬찬 학자보다 신입학자가 더 속이기도 쉽고 초신성으로 꾸미기도 좋으니까···실적 있죠?
스티 : 내가 올해는 진짜 빡세게 했거든? 학생 때 생각한 거 다 연구하느라? 진짜 웬만한 학자 3배 실적이야! 분야는 좀 쪼들리지만···.
제로 : 아뇨 뭐 특이한 분야는 오히려 좋거든요.
잰시 : 하아···젠장, 우리 신변보호 해줘야 한다?
퍼랭 : ㅇㅇ 물논
잰시 : 좋아 그러면 멤버는 다 정해졌고···뭐로 우리를 최상층 학자로 만들텐가?
퍼랭 : 학술대회
잰시 : 학술···대회? 그거 내일부터 시작인데?
퍼랭 : 넵, 연말을 장식하는 각 분야의 모든 학자가 자신의 실적을 뽐내기 위해 모인 그 순간! 저희는 당신들을 학술대회 우승자로 만들 겁니다!
콩콩 ( 이른바 학교축제···? 같은 것이군. 음음, 확실히 그런 거는 민간인도 몰릴 테니 다른 인기 학문과도 겨뤄볼 만해·········잠만 )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콩콩
콩콩 ( 아니 마법 아카데미물 시작하자마자 바로 졸업식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거야? 내! 아카데미물 돌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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