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 지혜(5)
{ 11월 27일, 잰시의 사무실 }
쿵쿵쾅쾅!
제로 : 센트럴 다녀왔어! 드래곤 공방에 말해놨으니까 아마 곧 완성해 주실 거야!
잰시 : 벌써? 아니 자네들 축지법 고수인가?
제로 : 명령어로 왔다갔···아 그 종족특성! 종족특성!
잰시 : 대체 자네들 무슨 종족인가?
티태 : 어···플레이어?
잰시 : 생명학과에 잡혀가지 말게나 실험당할 테니.
잰시, 제로, 티태 :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작스러운 일거리 증가로 시끌벅적해진 잰시의 연구실. 분명 잰시에게는 스트레스 받을법한 일이지만 어째선지 그의 얼굴에는 싫기는커녕 좋다는 듯 활기가 돌았다.
잰시 : 그래서 우리가 왜 세계수님의 유적을 본딴 체험형 놀이시설을 만들어야한다는 거지?
제로 : 마케팅과 세일즈는 누구한테 필요할까요?
잰시 : ···사업자나 상인, 길드의 회계 담당? 아, 회계는 무관한가···
티태 : 땡! 정답은 성공을 바라는 사람!
잰시 : ·········음? 이해가 안 되는군. 학자는 공부만 잘하면 되듯이 주특기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제로 : 아니죠! 생각해 봐요. 성공의 필수조건이 뭡니까?
잰시 : ···목표와 성취?
제로 : 사회에 살아가는 이상 그 목표와 성취를 인정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잰시 :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이 놀이시설이 사람을 모은다는 건가?
제로 : 그렇죠!
잰시 : 뭐···아이디어는 좋네만 끽해야 학자, 학생의 가족들만 오는 곳에서 이런 게 도움이 되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티태 : 지혜의 학술대회는 민간인 출입 가능하죠?
잰시 : 그치?
제로 : 그래서 저는 다음 행선지로 가려고요.
잰시 : 다음 행선지?
제로 : 잘 아는 음유시인이 있거든요.
{ 같은 시각, 스티의 연구실 }
콩콩 : 으아아아! 바쁘다 바빠!!! 뭔 수식이 이렇게 어렵게 적혀있어!!! 이걸 언제 다 정리해!
스티 : 자···그러니까···
걍곤 : 거기서 절면 안 되지!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또박또박!
퍼랭 : 좋아 동선을 개조해 보면···. 여기서 이 포스터를 놓고···
일이 : 여기에 이런 식으로 배치하면 어때요?
퍼랭 : 오? 오, 괜찮다! 확실히 이러면 더 자연스럽네!
각자 맡은 역할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천문학과. 어느새 해가 지고 새벽이 되자. 그들은 일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콩콩 : 으에···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걍곤 : 그 많던 수식을 정리하시다니···대단하시네···.
일이 : 와···공부를 이렇게 하면 서x대간다 ㄹㅇ
퍼랭 : 콩콩아 에크시 연주 잘하던?
콩콩 : ㅇㅇ, 근데 고고학과도 같은 생각했나 봐. 둘 다 홍보하던데.
벌컥
연구실의 문을 열며 들어오는 스티, 두 손에는 쟁반에 놓여진 차들이 있었다.
스티 : 다들 고생많았어☆ 밤하늘이 내부에 새겨진 거대한 구라니! 학자들이 엔지니어들 하도 무시해서 눈치 보면서 산 건데 사길 잘했다니까? 개조도 빨리 돼서 일주일 동안은 끄떡없이 돌아갈 거야!
콩콩 : 아니 기술자들을 무시해요?
퍼랭 : 자연과학대 vs 공대 같은 건가
스티 : 그런데 과연 먹힐까? 빛좋은 개살구라며 오히려 욕먹는 거 아냐······?
퍼랭, 콩콩, 걍곤, 일이 : ············
적폐집단인 지혜에서 비인기 학문의 권위자가 할 타당한 질문. 어쩐지 그녀가 열망하던 일을 하며 당한 부조리들의 어둠이 느껴져 넷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퍼랭 : ·········저희 4명 파티에서 제 주특기가 뭔지 아세요?
스티 : 음?
콩콩 : 제로는요! 완전 재능충! 뭐든지 빠르게 배우고! 분석도 개잘하고 전략도 쩔어요! 티태는 뭐랄까···미친 추진력? 원래 추진력 하나만 내세우면 쉽게 한 방 먹는데 티태는 거기에 임기응변까지 좋아서 한방 먹이는 것도 힘듬!
스티 : 이야···잰시 선배님 완전 인재를 얻었네요☆
퍼랭 : 그리고 콩콩이는 뭐랄까 운이 좋고···
콩콩 : 그거 다 이유 있는 행운이거든? 팍씌 운만 좋은 무능력자로 만들고 있어.
일이 : 찐무능력자는 재홍님인데
콩콩, 일이 : ㅋㅋㅋㅋㅋㅋ
퍼랭 : 그리고 저는···뭐랄까. 옛날부터 스토리를 좋아했거든요? 현실이든 가상이든···그래서인지 흐름이 보인달까 그래요.
콩콩 : 저거ㄹㅇ. 가끔씩 뜬끔없는 소리나 행동하면 헛짓인 줄 알다가도 나중에 다 뭔가 있음. 소름끼쳐.
퍼랭 : 뭐랄까···글이나 그림을 보면 어떤 상황인지 스토리인지 파악이 되는 그런? 여튼 그런데 제가 학자님 자료들을 보면서 뭐가 보인 줄 아세요?
걍곤 : 질문이 이상해. 자료를 보면 자료가 보이죠.
콩콩 : 맞네 ㅋㅋㅋㅋㅋ
퍼랭 : ㅋㅋ. 뭐랄까···. 열망이 보여요. 별이라는 낭만을 쫓아 다른 비난에 꺾이지 않고 자신이 정한 길을 추구하는···한 명의 오롯이 선 멋진 사람의 열망.
스티 : ·········
퍼랭 : 그런 열망이 담긴 결과가 빛좋은 개살구? 절대 아니죠. 오히려 저희가 만든 이 10m 반지름의 구가 학자님의 우주를 못 담아서 죄송할 정돕니다.
일이 : 헉 오글거려.
콩콩 : 우리 애가 좀 그렇죠?
걍곤 : 팍 씨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퍼랭 : ······뭐 여튼 그렇다~ 열심히 해보자~
본인도 진심 어린 말에 약간 뻘쭘했는지 급하게 뒷수습하는 퍼랭. 스티의 얼굴을 보자···
스티 : 흡······으···흑···
잔뜩 눈물을 머금어 곧 터질 것만 같은 스티가 보였다.
퍼랭 : 엑
스티 : 으아아아앙!!!
“?!?!?”
스티 : 끄흑···흡···흑···고마···고마버···흡! 요···. 꼭!! 성공할게에···
일이 : 허얼···퍼랭님 여자 울렸어···.
퍼랭 : 에헤이! 논란만들지 마!
콩콩 : 학자님 진정진정!
걍곤 : 아니 학자가 학생 앞에서 울면 어떡해···.
스티 : 내가 꼭···훌쩍···상류층 학자되서···훌쩍 너희 모두 학자로 만들어 줄게···훌쩍
순간, 자신들을 지옥의 구렁텅이 아니, 대학원생으로 만든다는 말에 정색하는 넷
걍곤 : 그거 맞아요?
퍼랭 : 선넘네 정말
일이 : 뭐지? 결투신청인가?
콩콩 : 헤어져(?)
고작 하룻밤, 하지만 그 어느 학과보다 열정과 낭만 넘치던 이 하룻밤의 노력은···
{ 11월 28일, 지혜 학술대회 }
“와! 엄마! 저기 봐요! 세계수님의 유적이래!!!”
“어머! 이거 봐요! 마치 밤하늘의 중심에 있는 거 같아요!”
“하베스트에 세계수님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니···. 당장 하베스트 시청과 의논을···!”
“밤하늘의 별을 이어 마법을 만든다라···. 이걸 이용하면 더 이상 밤은 모험가들의 난관이 아니게 될지도···!”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잰시의 부스 “하베스트의 숨겨진 유적”}
잰시 : 대박이군 대박이야! 확실히 재미없는 병풍만 쫘르륵 나열하기보다 저런 거 있으니, 분위기가 팍 사네!
짝
제로와 티태의 등짝을 후리며 좋아하는 잰시
티태 : 뭘 벌써 좋아하고 있어? 나중에 되면 더 사람 몰릴 텐데
제로 : 방심은 금물이에요. 앞으로 3일 동안 뭔 일이 일어날 줄 알고···.
하리르 : 그런 걱정은 너무하는군. 이래 봬도 5대 길드 본부의 앞마당이거늘 뭔 일이 나려고
잰시, 제로, 티태 : !
기척도 없이 나타난 늙은 엘프 하리르, 셋은 갑작스러운 최종보스 난입에 당황했다.
잰시 : 유일무이한 현자를 뵙습니다.
제로, 티태 : 가장 질문을 많이 하신 분을 뵙습니다.
하리르 : 도시를 지으신 분의 제자분들을 뵙네. ···그리고 잰시 자네는 나랑 인사치레하기에는 너무 많이 만났잖는가?
잰시 : 하핫, 벌써 20년이지 말입니다.
하리르 : 아직도 마신교의 유물창고가 통으로 왔던 그날을 기억하지···. 덕분에 최장수 엘프가 못될 뻔했어.
쟌시 : 하하, 아직 정정하신데요.
하리르 : 그런데 스승 직속 제자분들은 저를 가장 많이 질문한다고 칭하시는군요? 전에 푸른 검사분도 그러시더니···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로 : 네? 어···뭐··· 원래 학자가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티태 : 네···최초의 학자시니 뭐···팸플릿에도 늘 질문하라 였나? 그리 적혀있었고
하리르 : 허허···학자란 많이 아는 자인데 어찌 질문을 한답니까.
제로 ( 뭐야, 우리보다 지식수준도 후달리면서 이 오만한 발언은 ) 아하하···그러네요.
티태 ( ㅂㅅ인가? 판타지 세계관이면 우리보다 질문이 넘쳤으면 넘쳤지 더 적을 리가 ) 가장 많이 아는 분이라고 해야 했네···.
하리르 : 아닙니다! 아직 배우시는 시기인데 사소한 실수 정도야 뭐···. 그나저나 잰시, 상당히 의외인 주제를 가져왔군 그래? 언질이라도 해주지 그랬나?
어쩐지 수상한 느낌으로 세계수의 유적을 본뜬 부스를 흘깃 쳐다보는 하리르.
잰시 : 음? 신청서에 적어서 보셨을 줄 알고···하하 ( 우리 학과 내팽개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철면피야 칵 퉷 )
하리르 : 음·········뭐, 아직인가 보군. 정말 흥미로운 주제군. 혹시 좋은 정보 있으면 공유 부탁하네. 세계수님의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거라면 더더욱···종족이라던가 말이야.
잰시 : 음? 옙! 알게 되면 바로 보고서 드리겠습니다.
슉
영창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하리르.
잰시 : 대단하구먼.
제로 : 그러게요. 우리도 영창은 해야 텔포타는데
잰시 : 음? 자네들 공간이동을 쓸 줄 아나? 그 어려운 걸···
[ 채팅 ] 제로 : /섬
슉
순식간에 섬으로 이동한 제로. 저번에 하베스트에서의 퀘스트를 깨기 위해 기른 작물들이 난잡히 자라있었다.
제로 ( 나중에 섬 정돈 좀 해야겠다··· ) /CIS
슉
더시 그 자리로 소환된 제로. 잰시는 자신이 말도 안 되는 것을 봤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잰시 : ·········자네들 대마법사인가? 무슨···10서클짜리 공간마법을···연속 두 번···아니 애초에 이동하는데 그 정도 퀄리티의 공간마법을 왜···?
티태 : 올ㅋㅋㅋ 이동명령어는 최고 마법이라는 컨셉인가 봐.
제로 : 이거 종족특성임 ㅋㅋ
잰시 : ···플레이어는 신의 사자 같은 건가···? 자네들 절대 생물학자들한테 그 기술 쓰지 말게
드라곤 : 어떤 마법이길래 그런가?
잰시의 말에 끼어드는 2M는 족히 될 거대한 덩치의 붉은 장발과 흉측하리만큼 거대한 7개의 뿔을 한 사내.
잰시 : 마탑주님? 아니 여기까진 어인 일로···
티태 ( 마탑주? 그 말은···! )
제로 ( 우승자를 정하는 현자 하리르와 6탑의 탑주! )
드라곤 : 어디 지원금 받을 만큼 했나 보러왔지. 나 말고 멀리서 온 손님들도 모셔 왔네.
알키 : 호오···꽤 솜씨 좋은 대장장이의 구조물이군?
금빛 단안경, 10개의 금빛 반지, 온갖 톱니가 달린 금빛 건틀렛, 대부호도 손쉽게 따라하기 힘든 치장을한 빼빼마른 남색 수염의 드워프
잰시 : 연금탑주를 뵙습니다!
제로 ( 수염이 남색? )
티태 ( 드워프하면 보통 주황이나 갈색 이렇지 않나. 편견인가? )
우구스 : 껠껠껠, 세계수님의 숨겨진 유적이라니!! 하리르님이 특히 자네를 눈여겨보신 이유를 알겠군! 이조차 예측하셨을 줄이야!
잰시 : 생명탑주를 뵙습니다! 하하, 좋은 정보 나오면 공유드립죠.
제로 ( 엇 그 재홍이란 분 납치한 사람이다. )
티태 ( ···그러고보니 재홍이란 분은 지금쯤 뭐 하고 있지? )
{ 지혜 길드, 기밀 연구소 }
재홍 : 살려줘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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