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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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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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795

작성
24.07.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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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DUMMY

사람은 죽으면 그 생전 닮은 모습 동물로 환생하곤 한다. 강아지, 고양이, 호랑이, 낙타, 고래 등등.

모든 사람이 죽어서 동물로 환생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이 동물로 환생한다.

다시 인간 세상에 내려가기 전, 잠시 그 지친 영혼을 위로하자는 것은 신의 뜻이었다.

그들이 모이는 동물원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동물을 관리하는 신의 대리자. 동물의 수호신이다.


대부분의 동물이 어딘가 상처를 입고 동물원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수호신이라 하면 뭔가 대단하고 우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매우 적나라하다.


요즘 들어 부쩍 들어오는 동물들은 많은데 인력은 매번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야근의 연속이다.

눈은 퀭해지고 어깨는 축 처지는 것이 영 기운도 식욕도 없다.

그 와중에 오늘은 새로 망자의 세계에 들어온 동물들도 인도해야 하니···.

분명 전생에 나쁜 삶을 살았던 게 분명하다. 그리하지 않고서는 이리 바쁠 수 없다!

우리도 주5일제 시행을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니까! 모든 저승의 공무원들이여 일어나라! 우리가 잃을 것은 남은 근로일 뿐이니! 상부는 수호신들이 죽지도 않으니 무한으로 일을 굴리는 게 분명하다. 씨부럴것들...!


“여기 정말 인력 충원 해달라니까! 당신들! 귀인 많이 데려가시더만 그 중에 좋은 사람 한 명 보내달라고!”

“미안하네. 우리도 주고 싶지만 우리 부서도 인력난이라. 요즘 들어 돌발사고가 너무 많아. 명부에 없는 사고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어.”


망자들은 삼도천을 건너온다. 망자 중에 평범한 이들은 전생 인간의 모습으로 바로 심판을 받게 되지만 쓸쓸하고, 외롭고 슬픈 영혼들은 동물로 환생하여 들어오게 된다.


망자가 들어오는 날엔 삼도천 항구에 저승사자와 차사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빼곡히 줄을 선다.

수많은 망자들이 갈 길을 인도하기 위함이다. 일종의 저승 오리엔테이션이랄까.


인턴으로 차사들은 그렇게 많이 뽑으면서 왜 동물원엔 이리 인원 충원을 안해주나···.

흘깃 봐도 이번 신입 차사들이 족히 50은 넘어보인다. 아주 세상이 날 억까한다니까.


“대부분 홀로 늙은 어르신들이야.”


요즘 들어 부쩍 펭귄들이 많이 들어와 그 이유를 물으니 황혼 고독사라고 한다.


“어르신들이 홀로 돌아가시면 대부분 펭귄이 되어 들어오더라.”


이 순간 만큼은 삼도천 할멈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늙으면 서럽다니까.”


뒤뚱뒤뚱 걷는 펭귄들을 보며 눈시울이 빨개지는 할멈을 빤히 보고 있으니 괜히 민망한듯 틱틱댄다.


“자. 이번에 데려갈 인원들 명부야. 얼른 볼 일 다 봤으면 꺼져.“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차가운 얼굴로 내쫒는 할멈. 다른건 몰라도 당신은 진짜 그 차가운 성격 고치지 않으면 고독사 할거야!


“자. 여러분. 죽은게 적응이 안 되도 이제는 해야합니다. 정신 차리고 잘 따라옵니다. 알겠습니까?"


동물들은 키가 가장 작은 순으로 한 줄로 세운다. 이번엔 펭귄들이 길게 줄을 섰다. 병아리, 강아지, 고양이, 기린 등등.


가는 길은 보통 망자들이 가는 길과는 정반대다. 걸어온 삶에 심판을 받고 그 경중을 따지는 길이 북쪽이라면 동물원은 남쪽에 있다. 북망산을 줄지어 올라가는 망자들을 등지고 우리가 건너야할 산을 향해 줄지어 간다.


동물들은 동물원에 들어가기 전 깊은 산을 하나 넘는다. 그 산 가운데엔 작은 옹달샘이 있다. 그곳에 모든 동물은 예외 없이 물을 마시고 몸을 한번 담그고 지나가야 한다.


“자. 이 물을 마시면 이제 전생의 기억은 모두 사라질겁니다. 줄 끼어들지 마시고. 오래 걸린다고 불평하지 마시고 차례대로 한 분씩 건너시면 됩니다. 가기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여기 안 건너면 아무대도 못 가요.”


가끔 이전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 도망가려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사연 대부분은 복수다.


“씨발. 적어도 이름은 기억하게 해달라는 거야.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 오게 되었는데! 너가 뭔데 기억을 지우라 말라야!”


호랑이는 으르렁 거리며 긴 상아를 드러낸다. 호랑이가 계속 으르렁되면 문제가 커진다. 토끼는 그 자리에서 졸도한다. 오리들을 계속 꽥꽥거린다. 펭귄들은 지금껏 들은 적 없는 무거운 울음에 그대로 굳어버리기까지! 바빠죽겠는데 이 덩치 큰 짐승은 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가. 불쌍한 영혼이여 나를 화나게 하지 마소서.


잠시 단전에서 깊은 빡침이 올라오지만 이럴때일수록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마취총을 꺼낸다. 가장 부드럽고 친절한 대화 수단은 총이다.

절대 상처받은 영혼들을 힘으로 제압하지 말라는 것이 상부의 지시니 가장 친절하고 상냥하게 심신 미약 상태를 만드는 거다.


“잠시 몽롱할거에요. 그래도 건강엔 문제 없으니 걱정 마시고요. 굿나잇.”


마취총을 정확히 목덜미에 놓는다. 어짜피 이정도 양으로 잠드는 호랑이는 없다. 그저 조금 취한 상태가 되는 거다.


“씨부럴거. 너. 내가 정신 차리면 넌 내 손에 죽어···”


호랑이든 코끼리든 다 상관 없다. 가장 강력한 설득 수단은 역시 동물에겐 마취제다. 심신 미약 상태에서 얼른 옹달샘 물을 작은 바가지에 떠 목으로 넘긴다.

호랑이 씨는 그 큰 눈에서 눈물 하나를 또르르 떨어트린다. 대부분 영혼이 이곳에서 눈물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그것은 후회일 수도, 원망일수도, 때로는 사랑일 수도 있다. 그들의 눈물은 다시 땅에 스며 들어 옹달샘물이 된다. 아무리 많은 영혼이 물을 마셔도 마르지 않는 이유다. 가끔 수질관리부서에서 샘물 염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보고하긴 하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가끔은 나도 내 전생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니까.”

“전생에 무엇이길 바라는데.”

“글쎄. 딱히 바라는 건 없는데 가끔 눈물 흘리는 이들을 보면 나는 마지막으로 운 게 언제였나 싶더라고.”

“눈물은 대부분 추억에서 솟아나니까. 그래도 추억할 것이 없단건만큼 마음 편할 일도 없을거야.”


모든 동물을 동물원으로 인도 후 공작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는 기분이 좋은지 꼬리 날개를 활짝 폈는데 달빛에 반사되어 그 모습이 하얗다.


“할아버지. 이제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걱정되는 건 없어?”

“이 순간들도 이제 추억할 수 없으니 그것이 슬프지.”

“다시 태어나면 뭐 해 보고 싶어?”

“뭘 바란다고 그대로 되겠냐만 그래도 바라본다면 그냥 이렇게 공작으로 다시 태어날껄 그랬나봐.”

“지금이라도 서류 바꿔줄까?”

“아니야. 그냥 마지막 말년의 망설임이라 괜찮아. 힘들고 또 죽을만큼 힘든일만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엔 좀 더 따뜻하게 살아봐야지.”

“할아버지도 다 컸네.”

“고마웠어.”


보름달이 꽉 차는 정월. 전생의 기억을 다 지우고 마음이 다 채워진 이들은 다시 세상으로 떠난다. 가끔 지금 동물 모습 그대로 세상에 내려가고 싶다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시 인간의 삶을 도전한다. 공작은 환한 빛으로 가득차더니 곧 그 흔적을 다하고 사라졌다.


“잘가.”


간절히 염원하면 기억은 잊어도 그 마음은 남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쉬고 간 영혼들이 부디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기를.


“아. 물론 그렇게 따뜻해져야 내가 할 일도 좀 줄지.”


꼭 이렇게 누구를 보내고 나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휑하게 남은 공작 할아버지 집은 내일 치우기로 한다.

이번에 세상으로 내려 보낸 동물들은 총 140명. 세상으로 내려보내고 나면 다음 날엔 상부에 인원 보고를 올려야 한다. 역시 이곳엔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작가의말

오늘은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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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4시간 전 1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7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6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9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7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7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9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7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7 0 12쪽
»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2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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