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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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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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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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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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DUMMY

살아있다는 건 이유를 찾아가는 일이다.


저승에 있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자신의 전생을 궁금해 하는 편. 적어도 내가 뭔 죄가 있어 이리 빡세게 구르는지 알아야 마음이 좀 편할테니까.


망자들 전생 기억이야 다 지우기 마련이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증명하기 위해서 그들의 기억은 상부에서 따로 관리한다. 망자가 누구인지는 그 과거 행적이 말하는 것이니 말이다. 망자들의 기억을 관리하는 곳을 우린 흔히 기억 보관소라고 부른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이들은 극히 제한될 뿐더러 그곳에 들어간다 할지라도 누군가의 기억 보관함을 가지고 나오는 것은 엄히 금한다. 누군가의 기억을 손에 쥐고 있다는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린 아이가 삼도천에 뛰어 들어와 영혼을 이끈 것도 모자라 작은 기억 보관함을 내게 건냈다. 이것은 신이 나를 시험하고자 하는 것인가. 또는 알 수 없는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인가. 저승의 일은 대게가 이러하다. 뭔가 애매하면서 찜찜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걸 신고하자니 어디서 가져왔냐 해도 할 말이 없단 말이지.“


규현은 이것이 하나의 시험인것 같다 했다.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험일지도 모른다. 900년 넘게 이곳을 지킨 나로서 내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란 거의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삼도천에 알지 못하는 꼬마 아이 하나가 활개 치고 다녔다는 것도, 무엇보다 기억 보관함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일이다. 머릿속이 아프다.


나 또한 과거의 기억을 찾고자 여러 노력을 하곤 했다. 그것은 내 운명을 맞추고 싶은 욕망과 맞닿아 있었다.


“수호신은 환생할 수 있는 순간이 천년에 한번 꼴로 나타나게 된다.”


삼신 할매 말이다.


“어떻게 하면 환생할 수 있는데?”


“네가 전생에 했던 일을 뉘우치는 순간이 온다면 말이다.”


삼신 할매는 수많은 인연을 이어주는 이다. 나는 영혼들이 마지막 환생하기 이전 이들이 세상에 내려가서 만날 수호천사 매칭 건으로 만나곤 한다. 결국 이생의 인연을 관장하는 이가 바로 삼신 할매다.


“내가 내 전생을 모르는데 어떻게 뉘우치는 거야? 말이 안되짆아?”


“그러니까 천년이란 시간이 걸리는 거지. 어리석기는.”


삼신 할매는 매번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녀는 매번 내가 너무 무심하다며 나무라곤 했다.


“특히 너 같이 둔한 녀석은 천년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삼신 할매에겐 ‘인연의 끈’이란 것이 있다. 정말 실제 끈은 아니고 일종의 명부같은 거다. 누가 누구와 연결되게 해 줄 것인지 적어 둔 명부다. 수호천사들은 그 명부를 기준으로 이생에 내려가 서로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수호천사와 삼신 할매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어지지 않는 인연도 있다. 그런 이들은 이생에서 외롭게 사는 경우가 많다. 삼신 할매가 나를 못마땅히 여기는 이유도 이에 있다.


“동물원을 봐라. 요즘 고양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네가 일을 잘했더라면 이들이 그리 외롭진 않았을 것 아니냐.”


“할매가 보낸 수호천사들이 시원찮은 거 아니야? 나도 얼마나 고심해서 보내는 건데!”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는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잘 하는 것이라 그리 말하거늘!”


“나도 이제 900년이야. 내게 잔소리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잔소리를 안 할 짓을 해야 말이지 원.“


삼신 할매의 ‘인연의 끈‘을 한 번은 훔쳐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였다. 그녀는 항상 가슴 품에 넣고 다녔기에 만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말이 할매지 삼신은 꽤 젊은 미모, 아니 미형에 속한다. 사랑을 주고 나누는 이들은 점점 더 젊어진다나 뭐라나.


”여튼. 환생이라는 것은 운명이라는 것이다.“


삼신 할매는 수호신에게도 만날 인연이 ’인연의 끈‘ 명부에 적혀 있다고 했다. 전생에 만난 인연이었고, 수 많은 세월을 반복하며 엉킨 인연을 풀어가는 그 순간에 다시 만날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슬픈 사랑이었을 수도 있고, 서로 등에 칼을 꽂는 배신이었을 수도 있고, 천륜을 깬 일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환생의 순간에 그 진실을 외면하고 도망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곤 했다. 그 후로 어떤 말년을 보냈는지에 대해선 아는 이가 적었지만.


여튼 전생의 기억이란 꽤나 어려운 것이었다.


*


”아무리 찾아도 아이의 흔적은 없습니다. 마치 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다음날. 규현은 아무리 모든 곳을 찾아도 그날 삼도천에서 만난 아이는 찾을 수 없다 했다.


”그대가 찾지 못했다면 없던 것이겠지.“


규현이 일을 놓치진 않았을 거다. 아무래도 누군가 아이의 모습으로 삼도천에 내려와 장난을 친 것이 분명하다.


”이리 되었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을 잠시 열어봐도 된다는 계시가 아니겠습니까?“


”저번엔 시험이라 하지 않았어?“


”원래 가능성이란건 양면이 있지 않습니까. 계시일 수도 시험일 수도 있는 거지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소리만 늘어 놓는 규현이다. 규현은 속 없이 웃고만 있는다. 저 실눈으로 웃고 있으니 참 사기꾼 같고 그렇단 말이지....


그런 그를 뒤로 하고 기억 보관소를 자유자재로 방문할 수 있는 이를 떠올려 본다. 우선 삼신 할매. 그녀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전 혹시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가끔 기억 보관소를 들린다고 했다. 그리고 삼도천 할매. 그녀는 애초에 전생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굳이 기억 보관소에 들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론 그녀도 들어가는 것은 허락될 것이다.


”두 할매 중 누굴까?“


”만일 고른다면 저는 삼신 할매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전생에 대한 인연을 알고 싶다 하셨던 적이 많으시잖아요.“


”그 말은 이 기억 보관함이 내 전생에 대한 기억이라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죠.“


잠시 숨이 멎었다. 내 전생. 내가 만나야만 할 사람. 내가 다시 시작해야 할 누군가가 이 기억 보관함 속에 단서로 남겨 있을지도 모르는 거다. 그 인연을 찾는다면 나도 이 수호신의 일을 그만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열어보시겠습니까?”


규현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몰라. 내가 알아서 할거니 이제 돌아가도 좋다.”


괜히 규현에게 신경질을 내고 홀로 돌아섰다. 삼신 할매에게 가서 직접 물어볼까? 아니면 그냥 열어볼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러 생각이 스치는 순간 규현이 다시 찾아왔다. 헉헉 거리는 모습이 다급히 뛰어 온 듯 하다.


“이번에 들어온, 아이가 몰고 간 흰 소가 사라졌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정말 소는 그 모습을 감추었다. 영혼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나간 흔적도 없다. 그렇다는 건..


“규현아.”


“네?”


“그 심우도 이야기 말이야. 결말이 어떻게 된다 했지?”


“그.. 아이와 소가 모두 사라지고 풍경만 남는다 했었죠.”


“그치? 그때 그렇게 말하며 이는 하나의 시험 같다고 했었지?”


“네. 그렇습니다.”


“규현아. 나는 이 시험. 누가 낸 것인지 알 것 같다.”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 자는 내가 아는 선에선 오직 한 사람 뿐이다.


*


다음날 해가 밝자 마자 삼도천 할매를 찾았다.


”할매. 할매!”


“아니 애가 왜 아침부터 소란이야!”


“할매가 이거 준거지? 이거 말이야!”


나는 할매 눈 앞에 영혼 기록보관함을 들이 밀었다.


“글쎄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무엇인데 이리 그러는거야?”


“내가 전생을 보여달라 하니까 나를 시험한거잖아. 어제 목동도 사실 할매 아니야?”


“얘가 뭘 잘 못 먹었나. 일이 힘들어서 병에 걸렸나. 이상한 헛소리만 하네! 바빠 죽겠는데 이상한 헛소리할거면 가만 안둬!”


“이번에 특이사항으로 분류되었던 소의 모습을 한 영혼은 갑자기 사라졌어. 이런 경우는 900년 동안 없었던 일이라고. 이런 장난 할매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삼도천 할매는 망자의 출입을 감독한다. 그녀가 아무리 철저하다 해도 가끔은 실수가 있는 법. 그녀의 id 카드 서버에 가끔 들어오지 않은 영혼의 명단을 기록하면 마치 기계 에러처럼 영혼의 모습이 삼도천에 들어와 사라지곤 한다. 처음 이런 일이 있었을 땐 저승 세계에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 해프닝은 삼도천 할매가 기계와 프로그램 다루는 것에 서툴어 생긴 해프닝이란 것이 나중에 밝혀 졌었다. 그러니 하얀 소가 갑자기 생겼다 사라지게 하는 것도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장난인 것이다.


삼도천 할매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게 분명하다. 입은 꾹 닫고 있지만 장난기 섞인 눈매는 속일수 없는거다.


“파하하. 그래. 맞다. 내가 한 일이였지. 어때 전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손에 쥐어졌을 때 열어보고 싶더냐.”


“보고 싶지만 이런 식으론 아니였어!”


“운명이란 건 원래 생각대로 오지 않는단다. 생각대로 오면 그걸 운명이라 부르겠니. 그래. 그 기록보관함은 너의 전생이 담긴 기록이었단다. 너는 특이사항이 있는 영혼의 기록물이라 전달받았으니 그 영혼을 돌보기 위해 기록을 열어봐도 너의 책임은 피할 수 있었지. 하지만 너는 그 기회를 이리 가져오지 않았니.”


“수호신은 거짓말하면 안되는거 몰라? 그러면 수호신 자격 박탈이라고.”


“그정도 각오는 하고 전생을 들여다봐야 가치가 있지 않겠어? 어쨌든 나는 너의 전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었다. 너의 선택이었던거지.”


얄미운 할매.


“그런데 기록 보관소에서 어떻게 기억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어? 거긴 반출이 안되잖아?”


“내가 굳이 뭐하러 기록 보관소에 들어가겠니. 나는 내 자체가 기록 보관소라니까? 잊었어? 나는 모든 이들의 전생을 보고 관찰한다고.”


전생 기억을 담는 기록 보관함은 그 순간을 추억하며 흘리는 눈물을 병에 담는 것이다. 적어도 할매도 나를 위해 한번은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할매. 내 전생은 어땠어? 많이 슬펐어?”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 중 슬프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니.”


“나는 많은 죄를 저질렀던 걸까?”


“그야 나는 알 수 없지. 난 너의 여러 기억 중 몇 가지만 열어 본 것이니까.”


“나. 가끔씩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어떤 여인이 나타나는데 이유는 모르겠어. 그 여인이 꿈에 나오는 밤엔 일어나면 눈물을 흘리고 있어. 누군가와 기가막힌 사랑을 했던 건 아니었을까?”


“또는 기가막히게 등처먹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어질 수 없던 사랑을 하면서 세상을 비웃었을 수도 있고.”


“또는 도적질 하다 호되게 걸려 매맞은게 기억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


“아니 진짜···!”


크게 웃는 삼도천 할매다. 이럴 때보면 참 할매도 아직 아이 같은 면이 있다. 그래서 어제 목동으로 변할 수 있었던 걸까.


“여튼 할매가 아니더라도 내가 어떻게든 내 전생을 찾아낼거야. 만났던 인연은 천 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잖아. 내가 이제 900년도 더 넘은 수호신이라고. 그런데 전생을 모르니 만나도 만날 수 없게 되면 안되잖아.”


어떤 이유던 강렬한 기억은 몸에 남아 몇 번이고 되돌아 보게 만든다. 내게도 그런 흔적이 남아 내 꿈을 어지럽히니 내 삶도 어쩌면 아름다웠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말

늦은 야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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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3시간 전 1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7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5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7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9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7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7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9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7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7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4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2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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