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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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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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86,795

작성
24.07.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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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DUMMY

“세상 일엔 직접적으로 관여 할 순 없는 것이다.”


“알죠. 안다니까! 하지만 이번만해도 들어 온 영혼 수가 30% 증가 했다니까요? 매번 이렇게 늘고 있는데 대책이 없다면 그게 더 너무한거 아닙니까?“


“네가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다 생각하는것이냐”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죠. 이번에 대거 들어 온 펭귄들이 갈 곳 없어서 임시 보호소에 있는 건 아시죠?”


“말에 가시가 있구나.”


세상에 지친 영혼들이 다시 환생하기 전, 잠시라도 마음을 쉬어 가라는 마음에 만든 곳이 이곳 신의 동물원이다. 그런데 정말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맞는거냐? 요즘 들어오는 영혼들이 급증하고 있다. 세상에서 주식 폭락이라도 한건가. 지금 동물원을 보면 난민촌이 따로 없다. 간이 그늘천막 밑에서 부채 부치고 있는 펭귄들 무리를 보고 있자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장은 고민 중이라는 듯 긴 코수염을 만지작 거리는 중이다. 이래서 내가 상부 출근을 싫어한다니까. 내 담당 부서 부장은 피도 없는 원칙주의자, 멋지고 풍성한 금발의 소유자, 풍채 좋은 사자다. 동물 특별 관리 부서가 신설된 이래 그들의 영혼을 면밀히 살피란 지시가 있어 상부 모든 직원은 동물이다.


동물로 환생해 이곳에 온 후 그대로 저승에 남기를 자원한 자들 중에서 시험을 통과한 자들로 공무원 같은 거다. 동물들로 담당자들이 바뀌고 나서 좋은 게 있나 아직 잘 모르겠다. 아니 여기서 하는 것 중 좋은 게 있긴 하던가. 어휴. 하여튼 지랄이다.


어제 밤새 작성한 보고서만 200페이지. 이번에 세상으로 내려 보낸 동물들의 특이사항과 발전방향 그리고 매칭하면 좋을 것 같은 수호천사까지 상세하게 썼다. 사자는 그 둥글고 뭉툭한 손으로 작은 보고서를 팔랑팔랑 넘긴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머리가 핑 돈다. 요즘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은 되나···. 아무리 수호신은 죽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못 자는데 친절하게 하나하나 대답하기를 바라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매번 말하지만 너를 세운 건 부드러운 심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모습은 점점 가시가 자라는 듯하여 내가 걱정이 된다.”


“그 부분에선 정말 아쉽네요. 저도 원래 이리 싸가지가 없는 사람은 아니였는데 말이죠. 그러니 인력 충원 좀 해 주세요. 정말 인력이 없어요. 동물원도 이제 수용 범위를 넘어서 새롭게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니까요?”


“인력은 우리도 보내고 싶지만 동물 관리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구나. 이건 나도 매번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일이다.”


“그러니 제가 직접 세상에 내려가서 데려오겠다는 겁니다. 적어도 필요한 인원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 키워오면 좋잖아요.”


“그건 너의 소관이 아니다. 알지 않느냐.”


구구절절 맞는 말이긴 하다. 수호신은 그저 영혼을 인도하는 일 뿐. 언제 어떤 귀인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 귀인을 점지한다. 그러나 정말 바쁠 땐 직접 이생에 내려가 급속 스카우트를 해 오기도 한다. 예전엔 빈번하게 이생에 내려가 스카우트 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지만 요즘은 도통 상부 승인이 나지 않는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관여하면 안된다고 하던가 뭐라나···.


*


기나긴 설전 끝에, 결국 바뀐 건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희망을 놓지 말라고 한 말인지 부장은 말을 덧붙였다.


“좋은 소식을 전해주진 못할 것 같지만 수호천사들은 잘 매칭해서 사후 관리는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하겠네.”


당신 그거 알고 있나? 그 이야기는 저번 보고때도 동일했다고!


“즐거운 보고는 아니였나보네요?”


미팅룸을 나오자 부장 비서가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넨다. 하얀 비숑의 그녀는 언제나 상냥함을 장착하고 있다. 저 딱딱한 부장 밑에서 일하는 비숑 씨. 당신의 삶은 나보다 행복하길 바랄게요.


“그래도 덕분에 조금 기분은 나아졌습니다.”


“그랬다면 다행이에요.”


비숑 씨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저런 친절한 미소를 보기 위해 모든 담당자를 동물로 세웠던가. 수호신 짜증나게 하고 누그러트리려는 전략인거야 뭐야!


매번 사람이 없다고 불평하지만 동물원에 정말 아무도 없이 나 홀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각 동물을 담당하는 정령들이 있다. 총 9명의 정령이 나를 도와 함께 일 하는 중이다. 원래는 12명이였다는 소리도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인수인계 받을 땐 이랬다.


“선생님. 미연 인데요. 빨리 와주셔야 할 거 같아요.”


역시 자리를 비우면 일이 터진다.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급한 일이야?”


“저··· 그게. 고양이 한 마리가 사라졌어요.”


그래. 뭐 고양이 사라지는 건 일도 아니지. 흔한 일이다.


“그래. 걔는 넘버가 어떻게 되?”


“2024-3-024요.”


24번. 누군지 대강 알 것 같다. 처음 들어왔을때부터 불안이 심했던 친구다. 모든 영혼은 동물원에 오기 전 깊은 산 속 옹달샘을 지난다. 그 샘물을 마시면서 이생의 기억을 지운다. 대부분 아무 문제 없이 산을 넘지만 가끔 망설이는 이들이 있다. 24번도 그 중 하나였다.


“이 물을 마시면 정말 과거 기억들을 다 지울 수 있나요?”


그녀는 한참 멍하니 샘물가에 앉아 있다 내게 물었다. 샘물가에 앉아 멍하니 있는 이들을 대부분 기다리는 편이다. 샘물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과거 슬펐던 순간들이 각자 눈 앞에 떠오른다고 한다. 나야 이미 과거를 지워버려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소용 없지만 말이다. 그 순간들을 마주하고 있는 동안엔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수호신인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네. 뭐 그렇죠.”


“혹시 한 병 정도 더 담아갈 수 있을까요?”


“그건 왜요?”


“혹시나 기억이 다 안 지워지면 다시 마시게요.”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일은 없어요. 적어도 제가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은 말이죠.”


”선생님은 얼마나 오래 일했는데요?”


“990년 정도?”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을 수 있잖아요.”


“개인 반입은 안 되어서 제가 한 컵 준비해서 찾아갈게요.”


“꼭이에요.”


“그럼. 꼭!”


생각해보니 약속은 그렇게 단호하게 하고 그 후로 한번을 찾지 않았다.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기억 때문에 나를 기다리다 도망친 건 아닐까?


“우선 빠르게 넘어갈테니까 같이 있었던 영혼들에게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물어봐주라.”


”알겠어요. 빨리 오셔야 해요! 저 선생님 없으면 불안한 거 알죠?“


고양이 영혼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워낙 변덕이 심한 이들이라 심지어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 체 짜증내는 이들이 고양이들이다.


”24번 친구가 사라졌다면서?“


”우리는 잘 모르지.“


먼저 대장 고양이를 찾았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고양이들 대게가 남에게 관심 없기 마련이다. 대장 고양이도 오랜만에 만남 김에 배를 긁어달라며 고롱거릴 뿐이다. 이 친구는 볼때마다 배가 점점 더 뒤룩뒤룩 찌는 중인데 참 팔자 좋다 싶다. 뭐 이렇게 평온하게 살길 바라는게 동물원 목적이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인데?”


“아. 어제 밤에 계속 울었어. 애가 아직 들어온지 얼마 안 되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모르겠어. 요즘은 밤에 우는 고양이들이 많아져서 말이야.”


“고양이가 많이들 밤에 울어?”


”우리야 언제든 마음이 내키면 울지.“


더 물어볼 것 없으면 갈 길 가겠다며 느긋이 몸을 움직이는 대장 고양이다. 저 친구 보아하니 조만간 이생으로 내려보내도 될 거 같다. 이정도면 제대로 된 소식 파악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목격자 또는 흔적이라도 발견해야 할 텐데 이번 사건도 영 쉽진 않을 거 같다.


“크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없었어요. 밥도 잘 먹었고, 다른 고양이랑도 잘 어울렸고요.”


동그랗고 큰 안경을 쓴 작은 소녀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고양이를 돌보는 정령, 미연이다. 각 정령은 동물원에 온 영혼 중 다시 이생으로 내려가기를 포기한 영혼 중 뽑는다. 미연은 여러 영혼 중 능력이 특출났다. 물론 워낙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그 능력을 보여줄 일은 극히 드물긴 하지만 말이다. 미연은 이미 얼굴에 눈물 범벅이다. 아마 내가 올때까지 아무 일도 못하고 울고 있었을 거다. 꽤나 집착도 심하고 불안감도 심한 정령이라 요즘 신경써서 돌봐주는 편이다. 아마 내가 위험에 처하는 순간, 그 단 한 순간을 위해 뽑은 아이기도 하다.



“그치만··· 그치만 괜히 저 때문에···. 제가 더 잘 보살피고 신경썼더라면···.”


“아아. 고양이들이 가끔 담 넘어 도망가는 일이 엄청 특별한 일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진정하구···.”


“흐아앙. 저는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어요. 그냥 세상으로 내려가서 콱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걸 그랬어요.”


미연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고양이가 아프거나, 밥을 잘 안먹거나 심지어 심술궂은 고양이가 하악거리기만 해도 그 큰 눈이 울먹울먹했다. 하아. 생각해보니 예전 고양이일때도 그랬었지. 매번 남들이랑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구석에 있어서 몇번 가슴에 품고 다니기도 했다.


”미연 쌤. 절 보세요.“


”네?“


미연 팔을 잡아당겨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머리 토탁여주기. 예전 미연이가 고양이일때도 제일 좋아했던 자세다.


”미연아. 그 옛날, 수 많은 영혼들 중 너를 뽑은건 바로 나였다. 그만큼 나는 너를 믿는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틀린 적이 없지. 스스로 자책감이 들 순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후회할 필요는 없어.”


”그치만···.“


”다른 이유는 없어. 그러니 걱정마라. 함께하면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


미연은 그대로 나를 안고 펑펑 울었다. 조금 시간은 걸리지만 미연은 이정도 시간을 쏟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특히 누군가를 찾으려면 반드시 미연이 필요하다. 내키진 않지만 일을 빠르게 처리하려면 해야할 일은 해야지 뭐 어떡하나. 확실히 효과는 좋은게 미연은 점차 눈물을 그쳤다.


“선생님.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꼭 잘하려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곁에서 꾸준히 함께해줘. 알겠지?”


“네. 감사해요. 저 힘낼게요.”


눈물 범벅인 얼굴로 해맑게 웃는다. 대강 위로도 끝났으니 이제 일 좀 할까?


“자. 그럼 미연아. 내 손 좀 잡아줄래?”


“전 준비 되었어요. 선생님.”


그리고 한번 심호흡을 하고 가볍게 점프를 한다. 그대로 가볍게 하늘 위로 오른다. 고양이의 점프력이 높은 건 모두가 알지만 미연 점프 능력은 그들 중에서도 남달랐다. 높은 점프력과 오랜 체공시간 그리고.


“선생님. 편백나무 숲쪽에서 낯선 냄새가 나요.“


”그럼 안내해줘?“


”좋아요!“


미연은 순수한 아이같은 미소로 한 손을 꽉 잡은 채 목표지점을 응시한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달려나갈 수 있다. 미연이 가지고 있는 여러 능력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바로 나, 수호신이 있어야 발현할 수 있다. 각 정령마다 능력을 쓸 수 있는 제한 조건이 있는데 미연은 그 중에 손 잡기다. 정말 미연다운 제한 조건이다. 땅에 살포시 내려 앉은 그녀는 그대로 편백나무 숲으로 달린다. 나도 그녀의 손을 잡고 달린다. 발걸음은 가볍다. 한걸음에 내달리며 나무 빽빽하기가 둘째가면 서러운 편백나무 숲에 다다랐다.


아 개인적으로 이 편백나무 숲을 좋아하진 않는데.... 어쩔 수 없지. 얼른 고양이를 찾고 나갈 셈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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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4시간 전 1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6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10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8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7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10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8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8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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