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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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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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95

작성
24.09.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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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DUMMY

대부분이 그렇듯 자리는 영원해도 그 자리에 앉는 자가 누구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 자체가 보안이라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 대부분. 또한 서로 누가 어디에 있는지 굳이 알려 하지도 않는다. 때론 아는 것이 악이 되기도 한다. 자리는 영원하지만 그 자리에 앉는 자는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앉은 자를 보는 게 아니라 자리를 봐야 한다 하였지.”


긴장하지 말라 말하는 사자 부장이지만 누가 봐도 가장 긴장한 건 너라고.


상부에 올라가면 거대한 신전이 하나 있다. 지상으로 보이는 것은 그리스 신전처럼 되어 있어 저 건물 안에 모든 천계의 부서가 다 들어갈까 싶지만 그 지하는 우주처럼 끊임 없이 확장 중이다. 그 끝에 도달한 자는 아무도 없다. 신전으로 다가가기 위해선 길고 긴 정원을 지나야 한다. 만든이는 신전에 도달하는 동안 기분이라도 전환하라고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걷는이는 오히려 긴장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고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질듯 가까워지지 않는 신전 입구에 도달할때까지 오만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요. 괜히 나까지 떨리게.”


“긴장 안할 수 있겠냐. 지금 상부 분위기가 완전 초상집인데.”


“이미 초상 난 사람들 모인 곳인데 초상집은 아니겠지.”


“말이 그렇다는 거다. 여튼 허튼 얘긴 할 생각도 말거라. 안그래도 요즘 심기가 날카로우신 분이시니.”


상부에 간다길래 그냥 과장님이나 만나자는 건 줄 알았지. 이렇게 다이렉트로 신전에 올 줄은 나도 몰랐다. 신전에 올 일은 평생에 거의 없다. 대부분 업무 처리는 같은 관할 안에서 이뤄지기에 이야기한다 해도 부장, 과장과 소통하는 게 전부다. 신전에는 장로와 대천사 그리고 신이라 불리는 자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장로 만나러 가는 겁니까?”


“대 장로님이시다. 미래를 주관하는 분이시지.”


미래? 산양 선배도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다 했는데. 지금 신전으로 가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뭐. 지금 고민한다 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니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답이 없는 고민은 머리만 아프게 하니까. 여튼 보통 일은 아니겠다 싶다.


“영혼 보관소 수호신과 그의 부장 입장 하십니다.”


신전 문 앞에 다다르니 가이드가 문 앞에서 크게 소리 친다. 신전 문은 두꺼운 철문으로 그 높이가 7미터는 넘어 보인다. 잠시 후 그 육중해 보이는 문이 천천히 열린다.


“어서 오십쇼. 장로님께선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 앞엔 새하얀 모습 여인이 서 있었다. 옷도 머리털도 모두 순백색으로 모습이 사람과 같았다.


“놀랄 것 없어. 신과 가까이 있는 자들은 그 모습이 점점 인간과 비슷해진다고.”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 따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긴거죠?”


“그렇지.”


“만나실 곳은 응접실 입니다. 안내해 드리죠.”


순백의 여인은 웃으며 자리를 안내했다. 신전은 그 층고가 어마했는데 이승에 있는 판테온 신전처럼 이 큰 신전 안에 중간 기둥이 하나 없었다.


“따라 오시면 됩니다.”


멍하니 정신 빼놓고 보고 있으니 순백의 여인이 웃으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정신 차려라. 장로님이 아무리 웃으며 이야기 하신다고 해도 웃길 분은 아니시니 자세에 주의하고.”


“네. 뭐. 그 정도야 알아서 잘 처신합니다. 저도 이제···.”


“그래 900살도 넘게 일했지. 하지만 그래봐도 이곳에선 신참이야. 몇 천 년을 일하신 분들이 있는 곳이 이곳 신전이다.”


응접실은 신전 좌측으로 한없이 들어가야 했다. 가는 중에도 여러 부서가 파티션을 두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 눈에 봐도 매우 분주해 보였다. 문득 산양 선배가 생각났다. 선배도 이렇게 바쁘게 일했던 걸까. 그렇다면 좀 불쌍하네. 잠시 애도를 표한다. 부디. 다음 생엔 먹고 놀 수 있는 백수로 환생하시기를.


“그럼 즐거운 미팅 되십쇼.”


순백의 여인은 장로가 앉아 있는 자리를 안내하고 돌아갔다. 엔틱한 카페 같았다. 붉은 융단 카펫이 깔려 있고 목재로 이뤄진 작은 테이블에 장로가 앉아 있었다. 부장 말따라 몇 천 년 일한 자면 얼굴도 늙고 허리도 구부정 할 줄 알았는데 왠 작은 꼬마 아이가 앉아 있었다.


“부장님. 저 분은 장로님 아드님이시려나요?”


“말 조심하라. 저 분이 대 장로님이시다.”


부장에게 귓속말로 소근거렸는데 핀잔만 돌아온다. 장로가 듣진 않았겠지?


“와하하.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다구.”


아이는 펄쩍 뛰어 의자에 내려와 우리에게 다가왔다.


“부장. 지금이 몇 시야?”


“아앗! 넵! 지금 시간 12시 정각 입니다.”


“딱 맞게 왔네~. 아. 그리고 너가 그 영혼 보관소의 수호신이야?”


“네?”


“우리는 신의 동물원을 영혼 보관소라고 부르고 있거든. 이상할 건 없어. 뭐 일만 잘하면 되니까. 자. 그럼 우리 앉자.”


부장과 나 그리고 대장로라는 사람은 동그란 나무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부장. 얘한텐 어디까지 말했어?”


“아직 명확하게 이야기 해 준 것은 없어 직접 원하시는 의중을 다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래?. 그럼 나 얘랑 둘이만 있어도 되?”


“네. 알겠습니다.”


사자 부장이 이토록 고분고분한 사람이었던가. 부장과 당연히 같이 이야기 나눌 줄 알았던 나로선 조금 당황스럽다. 그리고 저 쪼그만 애 얼굴로 저리 하니까 인지부조화 온다고..!


”걱정할 건 없어. 그냥 이게 편해서.”


아이는 모든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 수호신은 할 만 해? 너 이승으로 내려가고 싶다며?”


“네. 뭐. 일은 언제 할만 하다 할 것이 없죠. 이승으로 내려가고 싶은 건 환생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좀 찾고 싶어서 그런겁니다.”


“일이 많아?”


“네. 쉽지 않죠. 쉽게 하려면 얼마든지 쉽게 할 순 있지만 저는 그러고 싶진 않거든요.”


"왜?”


“영혼들을 쉽게 받고 쉽게 보낼 순 없으니까요. 여기서 최대한 마음이 치유되어야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서도 살아갈 힘을 얻을 테니까요. 지금 수많은 일들이 과중되고 어려운 건 결국 영혼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승에서 갈려 오는 것 때문 아닙니까.”


“오호~.”


“사실이 그러니까요. 저는 아마 또 이렇게 장로님들을 뵐 기회는 없겠죠? 그래서 이김에 말해봅니다. 그렇습니다. 불만이 많습니다.”


“그래. 말해봐. 화 안 낼게.”


“아까 저희 동물원을 영혼 보관소라 말씀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 영혼들이 쉬고 가는 곳이 저희 동물원입니다. 오는 이들의 사연도 천차만별입니다. 누구는 외로움에 스스로 몸을 가누질 못하고, 누구는 따돌림을 당하고, 누구는 자신의 삶을 포기한 체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들의 슬픔은 그들의 책임이 아닌데 말입니다. 저는 지친 영혼을 쉬게 하고 눕게 하는것이 최선이지만 상부는, 더 높은 분들은 이들이 이승에서 슬프지 않게 노력해야하는 분들 아닙니까. 근데 왜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지기만 하냐는 거죠.”


“더 하고 싶은 말은?”


“그럼요. 많습니다. 매번 절차 절차 하면서 일을 막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닙니다. 영혼들 관리하기 위해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지는 벌써 몇 백년이 넘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매번 아직 때가 아니라며 기다리라 하시는데 일을 진행하게 하기 위함인지 일을 막기 위함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대지의 배꼽이 움직였는데도 조치가 너무 늦습니다. 구악 선생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상부에 올라가 치료 받는다 들었는데 그 이후 소식도 못 듣고 있고요. 저는 매번 야근하면서 이런저런 보고 서류를 잔뜩 올리는데 응답이 오는 건 없습니다.”


“···.”


“뭐라 말 좀 해 주시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역시 알 수 없네.”


아이 같이 생긴 주제에 아이라고 말하니 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 긁힌 느낌이랄까.


“너 선배 있었다며?”


“잘 알죠. 산양 선배 말입니까?”


“그래 맞아. 참 훌륭한 친구지. 그 친구가 지금 나랑 같이 있거든. 아직은 어려. 미래를 다 보진 못하거든. 그럴 때 내가 직접 미래를 보곤 하는데. 역시 넌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산양 선배는 내게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조심하라고 하기도 했고.


“난 쓸모 없는 건 싫어. 그건 시간 낭비니까. 그런데 너의 선배는 아직 버릴 필요는 없겠어.”


“그건 제가 말한 것들에 답은 아닐텐데요.”


“그래. 알아. 하지만 니가 원하는 걸 내가 말해야 해?”


역시 상부에 와서 기분 좋은 적은 별로 없다.


”사실 보고 싶은 이유가 있어.”


그는 호주머니에서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이거 목에 걸어.”


“뭔지 알아야 제가 하지 않을까요?”


“니 의사는 필요 없어. 나는 명령만 해. 이제 넌 이승으로 가라."


목걸이는 동그란 원 팬던트가 달려 있었다.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12개의 선이 뻗어 있었고 그 선 가운데는 비어 있었다.


“그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요.”


“그 시간은 내가 정해. 나는 미래를 보는 자. 다가올 1년 동안 동물원은 문제 없어. 그건 내가 장담해.”


아무리 대장로라 해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퇴사 통보도 한 달 전에 해야하는 이 세상인데 갑자기 일자리를 바꾸라는데 이것을 바로 따를 수 있는 방법이 있겠냐고.


“음. 싫어? 그럼 이거 하나 받아.”


그는 노트 한 권을 내게 건넸다.


“구악 선생 노트야. 옷 품 안에서 발견되었어. 아까 구악 선생 소식 궁금하댔지? 알려줄게. 그는 죽었다.”


“네?”


“슬퍼. 우리도 노력했다고. 마지막 그의 자리엔 먼지만 남았지.”


“···.”


구악 선생의 노트를 펼처 보았다. 빼곡한 글씨. 그는 애초에 싸우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고 언제나 평화롭게 모두가 공존하길 바랐다. 그런 그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구악이 죽을 때, 허무의 아이가 이곳에 왔어. 그가 가지고 있던 신의 조각을 뺃으려 온 거야. 그래서 방법이 없었어. 이승으로 그 신의 기억 조각을 나눠 뿌렸어.”


“그래서 자꾸 빠르게 이승으로 저를 보내려 하셨던거군요. 구악 선생의 영혼을 찾으라고요.”


“정확히는 걔가 가지고 있던 신의 기억 조각이지. 몇 조각으로 나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들을 허무의 아이가 발견하기 전에 얼른 찾아줘.”


구악 선생이 죽었다. 정령은 수호신이 하나씩 정한 이들로 수호신이 일을 끝낼때까진 평생을 함께한다. 그러니 수호신을 먼저 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알 수 없는 상실감이다. 머리가 멍해진다.


“얼른 움직여. 구악 선생을 이곳에서 너보다 잘 아는 애는 없으니까. 너라면 분명 이 일을 해낼 수 있겠지.”


장로는 이제 할 말을 다했다며 손을 까닥였다. 뭐라 반박하고 싶지만 자리가 자리라 뭐라 더 대꾸도 못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구악 선생이 정말 죽었다고? 인사를 꾸벅하고 응접실을 나왔다. 아까 그 순백의 여인이 응접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가 잘 끝나신 것 같군요. 그럼 지금부터 이승으로 내려갈 수 있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순백의 여인은 신전 지하 계단을 안내했다.


작가의말

오늘 점심은 카레 남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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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4시간 전 1 0 12쪽
»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6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9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7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7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9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7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7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2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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