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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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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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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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낯선 조우_1

DUMMY

신의 동물원의 크기를 가늠하기란 어렵다. 신은 상처받은 영혼들이 잠시나마 편히 안식을 취하라고 그들에게 걸맞는 장소를 만들기 바랐다. 하루동안 먼 거리를 움직여야 하는 가젤이나 고래를 위해선 넓은 초원과 깊은 바다가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초원 지역은 동물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 이 넓은 지역에서 어찌 구악 선생을 찾아야 할 지 그것도 문제라니까.”


구악 선생이 오래도록 정령의 일을 한 이유다. 가장 넓은 초원 지역을 맡아 모든 일을 관장한다. 미어캣 무리 이동에 방해가 되었던 바오밥 나무를 통채로 뽑아 옮겼다는 이야기는 오래도록 회자된 썰이다. 물길을 다스리고 목초지를 관리하며 나무와 꽃들을 모두 세심히 관리한다. 수호신이지만 구악 선생을 최대한 존중하는 이유다. 사실 이 선생이 없으면 초원 지역엔 꽤나 큰 혼돈이 올 것이 분명하니까.


“저기 길 좀 물을까 하는데 구악 선생님 어디 계시는지 아는가?”


과거 구악 선생과 자주 만났던 곳에 내렸다. 대부분 평평한 지역인 곳에서 우뚝 솟은 지형이 있는데 구악 선생과는 이 언덕에 올라 함께 지는 노을을 보곤 했다. 자신 일에 철저하고 때론 깐깐하단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의 본 모습은 이처럼 평온하고 잔잔함이였을거다. 그도 한때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그대는 내가 왜 세상에 내려가지 않고 정령으로 남아 이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이 일이 즐거우신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즐겁기보단 힘들죠. 매번 해야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면 언제든지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지도 않습니까?”



내 질문에 그는 슬며시 웃으며 같이 지는 노을을 보자고 했었다.


구악 선생도 과거엔 코끼리 영혼으로 이 동물원에 들어왔었다 한다. 그의 과거에 대해선 아는 이가 없다. 그 누구보다 이 동물원에 오래 세월을 지켜온 이들 중 하나기 때문이다.


“요즘 도통 구악 선생님을 보지 못했어요.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요.”


한창 햇볕에 늘어져 있던 사막여우들은 그저 알지 못한다는 말만 계속했다.


“언제 올지 모른 체 기다리는 것도 꽤 설레는 일이잖아요. 만일 만나시면 꼭 저희도 찾아와 달라 이야기 좀 전해주세요.”

“그렇게 기다리면 직접 찾아보러 나가지 그랬느냐."


“그것도 좋지만 언제 올 지 모른 체 기다리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거든요.”


사막여우는 꼬리를 살랑댔다. 기대감을 품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재밌다는 듯 말이다. 워낙 하루를 쉬지 않고 일하는 성격이라 누구에게 물어도 쉽게 그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인 상황이라 당황했다. 심지어 동물원에 최근에 들어온 영혼들은 구악 선생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얼굴을 못 뵌지는 좀 됐습니다.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구악 선생님께 소식을 전해주는 까마귀를 통해 상황을 알려드리고 있어서 불편한건 없지요.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요즘 일이 많이 바쁘시다 들었는데 정말 저도 들은거라 이리 아시면 될 거 같습니다..”


남 이야기에 가장 관심 많은 하이에나들을 찾았다. 하이에나들은 경계심이 많았다. 별로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아니여서 더 대화를 이어가긴 어려웠다.


“그러면 그 소식을 전할 까마귀는 어디서 만날 수 있는가?”


“여기에서 쭉 나가시면 돌 무덤처럼 돌들이 쌓인 곳이 있습니다. 그 규모가 커서 지나치실 일은 없을 겁니다. 거기죠. 네네. 맞습니다. 그곳에 가면 까마귀 무리들은 매번 있습니다.”


“그러면 까마귀 영혼들에게 일을 시킨 것이냐?”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저희는 잘 모릅니다. 그냥 보이는 것들이 그렇다는 거지요. 네네.”


영혼들을 쉬라 만든 동물원이기에 일을 시키는 것은 엄하게 금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것대로 문제가 될 것이다. 보고서도 써야 하고 조금 귀찮아지겠는데. 예감이 안 좋다. 구악 선생을 알기에 무언가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단 느낌이다.


하이에나 무리가 말한 돌무덤에 가니 정말 까마귀가 떼 지어 있었다. 하얀 돌무더기 위에 검은 까마귀가 앉아 있으니 조금 음산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가 구악 선생님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곳이 맞는가?”


“그렇습니다.”


“나는 신의 대리자, 영혼들의 수호신이네. 구악 선생을 만나보고 싶은데.”


“지금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왜지?”


“그 누구의 만남도 피하고 계십니다.”

“나는 이 지역을 관리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수호신이다. 마땅히 정령이라면 있어진 일들과 특이사항은 보고해야 하는 것인데 만남을 거부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지금 저로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래 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그런데 그대들은 어쩌다 이런 메신저 일을 하게 되었는가?”


“저희가 하겠다 자처한 것입니다.”


“스스로 일을 하겠다고 모든 무리가 동의를 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침묵. 알고 있던 이 땅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너무 믿으며 이곳을 방치하고 있었구나. 제발 이곳에선 별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까마귀들은 다시 다른 이들이 오진 않는지 보는 듯 시선을 멀리 두었다.


“나도 그럼 메시지 하나 보낼 수 있겠는가.”

“메시지는 누구나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럼 부탁하네.”


펜을 들어 몇 자를 적어 까마귀에 실어 보냈다.


“가는덴 얼마나 걸리나?”

“갈 곳이 있다면 헤맬 일이 없죠. 곧 갑니다.”


까마귀는 내가 쓴 종이를 물고 떠났다. 그럼 나도 이동해야지. 내 마음은 전했으니 하늘에 결과를 맞길 수 밖에.


“나는 가겠네. 요즘 불편한 건 없는가?”

“하늘을 지붕 삼아 나는 저희가 힘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다 든든한 하늘 덕분입니다.”


과거 구악 선생과 지는 노을을 보러 자주 왔던 언덕으로 다시 돌아왔다. 결국은 다시 여긴가. 그나마 구악 선생과의 추억을 생각해보자면 이곳 말고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이곳으로 과연 올 것인가. 미영 쌤이라도 같이 올 걸. 불안하고 초조하고 심심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하루를 온통 투자하였는데 오히려 머리는 어지러워졌다. 사바나 지역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손 좀 빌리러 왔는데 일이 커진 느낌이다. 명부가 바뀐 영혼도 얼른 찾아내야 할 텐데.


“늦게 얼굴을 뵈옵니다.”


왔구나. 등 뒤에 나는 소리에 몸을 돌리니 구악 선생이 서 있었다. 왔어. 그가 결국은 내 글에 응답하였구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걱정했습니다. 저도 이리 늦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얼른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찬찬히 구악 선생을 살폈다. 그는 야위었고 지쳐보였으며 팔은 다친 듯 붕대로 감겨 있었다.


“그런데 어찌 팔이···.”

“그러지 않아도 보고를 드리려 했었는데 늦었습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사실 확신이 서지 않아 홀로 더 조사를 하고 보고를 올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직 모든 것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무엇인데 그리 뜸을 들이는 것입니까. 속히 알려주십쇼.”

“아무래도 균열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확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보았을땐 맞을 것입니다.”

“균열이라 하면···.”

“그렇습니다. 허무의 아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자는 이미 오래 전 가두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요. 하지만···.”


구악 선생은 붕대를 풀었다. 모든 붕대를 풀었을때 그의 새카맣고 마른 팔이 보였다. 끔찍했다. 한번이라도 구악 선생의 전 모습을 알고 있는 자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팔의 모습이었다. 마치 나무 재가 된 듯 하였다.


“처음엔 초원에 있는 나무들이 자꾸 말라 죽었지요. 그것이 이상하다 생각하여 두루 지역을 살펴 돌았습니다. 나무들이 죽으면 코끼리들이 먹을 식량이 사라지는 것이니 민감했습니다. 그러다 곧 ‘대지의 배꼽’이 옮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지의 배꼽. 세상의 중심임을 표시하기 위해 신이 직접 놓았다 하는 큰 돌이다. 예전 동물원을 방문하실 때도 꼭 이 대지의 배꼽에서부터 일정을 시작하셨기에 그 돌을 옮기는 것은 엄히 금한 일이었다.


“그것이 옮겨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아시겠습니까?”


구악 선생은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 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대지의 배꼽은 세상의 중심이니 그 아래는 지하 세계다. 대지의 배꼽은 지하와 지상을 나누는 표지석이였으며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기도 했다. 그 돌이 옮겨졌다는 것은 누군가 지하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우선 옮겨진 돌을 다시 돌려 놓고자 만졌을 때 손이 이리 되었습니다. 이 힘은 허무의 힘입니다. 아마 당분간 돌아오지 않겠죠.”


그는 씁쓸히 웃었다. 공허의 힘이 맞다면 처음엔 돌을 만졌던 손끝이 말랐을 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손등으로, 팔 전체로. 점점 성냥이 불에 타 재가 되듯 서서히 말라갔을 것이다. 그는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하였지만 성냥에 불을 붙인 것 처럼 불을 끄지 않는 이상 돌아가는 것은 없다. 그저 더 타들어갈 뿐.


“이렇게 될 때까지 어찌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참고 계셨습니까. 이리··· 이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어찌 몸이 어찌···.”

“그러나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신의 동물원은 그 누구도 건들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다른, 우리가 아직 알지 못했던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자원하는 이들을 모았을때 까마귀들이 왔습니다. 그들을 시켜 이 땅 어느곳에서든 이상한 것이 있으면 확인해달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너무 고요한 것입니다.”

“선생님을 너무 오래도록 홀로 일을 지키게 하였습니다. 이제는 잠시 쉬고 오십쇼. 어떻게든 이곳을 돌볼 자를 찾겠습니다.”


구악 선생은 어떻게든 이 일을 끝까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것이다. 선생 성격 상 자리를 비우는 것을 불안해 할 것이다. 스스로 자책할 것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있다면 상태만 악화될 것이다.


“수호신의 권한으로 정령의 일을 잠시 거두겠습니다.”

“당신이 어찌 그런 결정을 내립니까?”

“제겐 그럴 힘이 있습니다.”

“제가 끝까지 이 일을 맡아 해결하게 해주십쇼.”

“그럴 생각입니다. 단, 그 팔은 먼저 치료해야 합니다. 그 동안까지만 잠시 일을 거두는 것입니다.”

“···.”


우선 구악 선생을 집으로 모셨다.


“상부에 의원을 요청하겠습니다. 몇 일 동안 누워 쉬십쇼.”

“지금까지 제가 조사한 것들은 제 노트에 적어 두었습니다. 챙겨가십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끝내니 이미 어두운 밤이 되었다. 초원은 고요했다. 너무 잠잠해 소름이 끼쳤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푸드덕 거리며 검은 까마귀가 날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밤입니다. 구악 선생님은 여기 안 계십니까?”


까마귀는 꾸벅 인사를 하며 바로 구악 선생을 찾았다.


“선생은 당분간 자리를 비울 것이다. 어떤 소식 때문인가?”

“하이에나 무리에서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아무래도 서열 싸움인 것 같기는 하나 그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른 것 같아 보고한다 합니다.”

“그럼 내가 한번 가보겠네. 고맙네. 늦은 시간까지.”

“아닙니다. 부디 평안이 깃드시기를.”

“깃드시기를.”


당장 하이에나 무리를 찾아가기로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원래 입는 옷 입을걸. 거추장스럽다.



작가의말

오늘 점심은 나물 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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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4시간 전 1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6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10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8 0 11쪽
» 9. 낯선 조우_1 24.08.26 7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10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8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8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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