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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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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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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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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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DUMMY

은 세상 속 상처 받은 영혼들은 형벌이 아닌 위로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이에 동물원을 하나 만들어 상처 받고 오갈대 없는 영혼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평소 전생에 가지고 있던 성격과 영혼이 그대로 동물이 되어 이곳에 들어온다. 나는 그 모든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신의 대리자. 영혼들의 수호신이다. 수호신이라 하니 멋질 것 같은가. 아니다. 대부분은 잡일이다. 그리고 가끔은 들어오는 영혼 명부가 뒤바뀌기도 한다.


“이번 차사가 아직 일이 서툴러. 요즘 저승에 올라오는 영혼들이 많은 건 알지? 조금 이해해줘.”


저승사자는 난처한 얼굴을 하며 미안하다 연신 말했다. 차사는 저승사자 인턴 개념이라 보면 된다. 수많은 차사 중 저승사자가 되는 이는 적다. 그러니 실적이 중요할텐데 적어도 이번 차사는 조만간 일을 잃겠구나 싶다. 그자의 딱한 사정은 그의 몫이고 잃어버린 명부를 찾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오. 저 저승사자를 팰 수도 없고··· 벌서 한숨이 팍 나온다. 저번 사자 부장에게 어떻게든 인력 충원을 약속 받았어야 했는데. 우선 사회 생활은 해야 하니 웃으며 일을 빠르게 처리해보기로 한다. 저승사자와 서로 얼굴 붉히고 좋은 일은 없다.


“알았습니다. 그러니 저승에 가야 할 죄인이 동물이 되었고, 동물로 가야 할 영혼이 지금 구천을 떠돌고 있다는 거지요?”


“그렇다네. 정말 미안해. 내가 어찌해서든 구천에 떠도는 영혼은 모셔올테니 동물원 내 죄인을 잡아주게.”


“이미 샘물을 마셔서 과거 기억도 못할텐데. 난감한데요.”


“그나마 내가 마지막으로 알고 있는 건 꽤 큰 사기를 많이 친 인생이었다 하더군. 세상이 혼란하니 죄인도 많아지고 있는 중이야. 내 나중에 꼭 밥 한끼 삽세.”



나름 미안하다는 말을 돌려 하는 거 같은데 말을 들을 수록 더 빡친다. 밥은 뭔 밥이야. 언제는 우리가 밥 못 먹어서 죽었나. 그러니 내가 얼른 이 명부들 다 전산화 하자고 그리 말했거늘.

최근 망자가 급격히 증가해 명부가 서로 뒤바뀌는 경우가 빈번히 있다. 명부만큼은 그 전통이 있으니 다른 것은 다 전산화 해도 이것은 안된다는 것이 삼도천 할매의 고집이었다. 이래서 저승이 안 되는 거다. 매번 전통과 고집에 다 섞여 있으니 발전이 없지. 어휴.


“밥으론 안 되고 다른 소원을 들어주면 좋을거 같은데요.”

“수호신이신데 어찌 상서로운 내기를 하려 하나. 내 그대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니 너무 심려친 말고.”

“심려치 말라고 하면서 맨 입으로 하는 게 저승사자들의 도리입니까?“


저승사자들은 자존심은 또 쎄다. 조금만 성격 긁어주면 혼자 분해하면서 말을 듣는 편이다.


“우리가 언제 맨 입으로 해준 다 했나. 그래. 그러면 어떤 것을 원하나?”

“말하면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자네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달렸지.”

“그렇다면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야 말하지 않고 안 도와드리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이 저승사자를 콱 눌러줄 샘이다. 매번 신입 망자들을 받을때마다 동물들 울음소리 시끄럽다 핀잔 주었던 날들에 대한 복수다. 우선은 등을 돌리고 아쉬울 것 없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왜 그러시나. 그대도 영혼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면 큰 문제이지 않는가.”


저승사자나는 내 손을 잡고 가는 길을 만류한다.


“그 문제는 차사의 문제로 생긴 것이지 제 소관은 아니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래. 그대의 부탁은 무엇인가?”

“제가 알기론 과거 전생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있다 들었습니다. 그··· 업경대라 하였던가요.”

“그건···!”

“압니다. 희귀하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란 것 정도는요.”

“그렇다. 그 거울은 또 아무나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업경대가 그 말대로 거울이 아니란 것은 압니다.”


저승사자는 흠짓 놀라는 눈치다. 인간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바꾸길 좋아했다. 그래서 전생을 밝히 보는 것을 거울에 비유하곤 했으나 어찌 거울로 모든 과거를 비춰볼 수 있을까.


“업경대. 그것은 사실 전생을 기록한 기록문 아닙니까. 거울을 찾으려 해서 찾지 못했지 사실 저승사자들은 그 기록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나?”

“저도 이제 수호신 노릇만 900년이 넘었습니다. 돌아가는 이야기 정도는 알아야지요.”

“그래서 그 기록문을 보고 싶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좀 찾아야 할 기록이 있어서 말이죠.”

“그러나 그곳은 함부로 들어갈 수 있지 않다. 오직 인가 받은 자 외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러니 사자님께 부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승사자는 일만 잘 처리해달라 부탁했다. 그러면 업경대가 있는 곳에서 원할 때 기록을 스스로 꺼내 확인해 주겠다 하였다. 그래. 이리하면 내가 원하는 정보도 얻고 저승사자도 내 의지대로 부릴 수 있으니 이정도면 좋은 거래라 할 수 있다. 저승사자 가오가 있지 설마 한 입으로 두 말 하진 않겠지.


”사자님.“

”왜 그러는가.“

”설마 나중 가서 모른다 하시진 않겠죠? 쪼. 잔. 하. 게?“

”무.. 무슨..! 걱정 말게. 저승사자의 명예를 걸고 그런 일을 없을거야!“


여튼 다들 단순하다. 다루기 쉽다니까.


영혼 찾는 일에 가장 경험이 많은 미영이를 불렀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호출을 받지마자 바로 왔다.


“선생님. 언제 찾으시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미영은 오랜만에 반갑다며 온 몸을 부비는 중이다. 오늘따라 옷을 헐렁하게 입고 와서 몰랐는데 몸에 닿는 곳곳마다 볼륨감이 느껴진다.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요즘 많이 바쁘죠?”


적당히 머리를 밀어 몸에서 떼어낸다. 미영은 서운하다는 표정이다.


“선생님보다 바쁘겠어요? 저야 매번 똑같죠.“


입을 삐죽 내미는 미영이. 그런 모습이 나름 귀엽다. 수호신 일을 하며 느끼는 건 적당히 나를 좋아하게 하는 건 일 능률을 높이는 데 꽤 도움이 된다는 거다. 나름의 어장관리랄까. 무엇보다 수호신과 정령 사이엔 정확히 선이 있기에 서로 관계도 안전하다. 특히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것이 심한 고양이 정령에겐 조금 더 특별한 관계란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매번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제일 힘들잖아. 그래도 그 일들을 꾸준히 해주고 있어서 매번 고맙다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미영이가 듣고 싶어할 말도 함께 덧붙인다.


”미영이도 스스로 잘 챙기고요. 일하다가 스스로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걸 잊는 것 같아 걱정하고 있어요. 언제든 좋으니 아픈 마음 있으면 먼저 찾아와도 좋아요.“


그러면서 가볍게 안아 준다. 환하게 풀리는 미영이 얼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 듯 하다.


”이번 동물원에 길을 잃은 영혼이 있다고 해서. 그래서 너가 좀 필요해.”

“어떤 영혼인데요?”

“정확히는 오면 안 될 영혼. 망자의 길을 걸어야 할 영혼과 이곳에 와야 할 명부가 서로 바꼈다고 한다.”

“어떤 모습으로 이곳에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거고요?“

“맞아. 아마 이미 샘물을 마셔 전생은 기억나지 않을거지.“

”이미 과거 죄는 잊은 영혼인데 굳이 찾아 다시 전생을 기억나게 하고 벌 받게 해야 하나요?“


그 말도 맞다. 샘물을 마신다는 건 전생이 어떠했듯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꼭 슬픈 일 뿐만 아니라 저지를 죄도 잊겠다는 것이다. 이미 전생은 잃고 안식을 취하고 있을 영혼을 잡아 다시 고통 가운데 넣는 것은 조금 .. 그렇다. 뭐. 그렇다고 해도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니까. 다 그 잘난 저승사자들 문제 아니겠는가.


”그러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계획. 그것이 문제다. 이런 경우는 하나하나 다 뒤져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이 영혼이 과거에 사기꾼이라는 정보가 있으니 당분간 동물원 내 절도 사건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는 수밖에.


“우선 최근에 들어온 동물들 명단 한번 다시 정리해서 집중 관리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이건 내가 할게. 미영은 우선 동물원에 이상한 사건 일어나는 것 있는지 한번 체크해 줄래?”

“네! 선생님 부탁이면 열심히 해야죠!”

“그래. 고맙다. 언제나 든든해. 덕분에.”


명단 관리. 꼼꼼히 들어온 영혼들을 돌아보면서 이상한 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런 것에 딱 맞는 자가 한 명 있긴 하지. 주어진 일은 끝까지 묵묵히 하는 성격의 소유자. 매번 행정적으로 손이 바쁠때마다 찾아가는 이다. 마지막으로 찾아 갔을때가 아마 세상으로 돌려보낼 영혼 명부와 동물원을 지킬 정령 지원서류가 섞였을 때였다. 한 200년 전인가 그랬다.


“그대는 꼭 바쁠때만 나를 찾더군.”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끝까지 무소식이였으면 좋았을 것을.”


구악 선생. 그는 코끼리 영혼을 돌보는 정령이다. 코끼리들을 다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목도 굵고 풍채도 크다. 그는 매번 회색 도포를 즐겨 입는데 그가 책상에 웅크리고 자면 정말 코끼리 등을 보는 듯 하다. 귀는 길게 늘어졌으며 턱도 발달해 사각턱이다. 그가 화내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목격자에 따르면 주변 모든것을 부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하니 매번 행동을 조심하는 정령이다. 내가 수호신으로 발령 받기 전부터 꾸준히 코끼리들을 돌봤기에 나 또한 선생이라고 부르는 편이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이라도 찾아 뵐 수 있는 핑계가 있으니 좋지 않습니까.”

“나는 잘 모르겠다.”


구악 선생은 몸이 무거운 만큼 낯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움직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그 자리에서 다 끝내는 편이다. 어쩌면 코끼리들 코가 길어진 것도 저런 성품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상상하곤 했다.


“이번에 들어온 지원 서류만 2만 장입니다. 이걸 혼자선 다 처리할 수가 없어 잠시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어떤 걸 도우면 되는가? 우선 청을 들어보고 생각하겠네.”

“이번에 특히 정령 지원자가 많은데 세상으로 돌아갈 영혼들 명부와 서로 섞인듯 합니다. 이를 홀로 다 마치기엔 시간이 촉박할 듯 하여···.”

“내 그래서 매번 인원을 보충하라 하지 않았나. 이는 수호신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네.”


결국 그때 3개월간 코끼리들에게 수박을 매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일손 도움을 받았었다.


“허허. 요즘 수박을 보기가 쉽지 않은 건 자네도 잘 알지 않던가.”


매일 코끼리 영혼에 달하는 만큼 수박을 이끌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넜던 것을 생각하면 벌써 어깨가 아프다. 아무리 수호신이라 해도 일을 하는데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갑자기 헤아리지 못할 만큼 거대한 양의 수박을 3개월동안 만들라고 하다니. 아마 구악 선생도 그 요구의 뜻이 모를 자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시험하고 싶었을테지. 나보다 오래된 정령들은 하나같이 내 능력을 시험하려 한다니까.


“가기는 싫지만 가야만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근무 년수는 나보다 선배이니 최대한 예를 갖춰 떠나기로 한다. 평소라면 검은 양복 한 벌로 가겠지만 상대가 상대인만큼 푸른 도포를 꺼내 입는다. 갓을 쓰고, 옷고름을 만진다. 부채를 꺼내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킨다. 먼지 구름을 만들 정도로 바람이 일면 그 위에 살포시 발을 올린다.


“이렇게 가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고전틱하지만 신선의 미덕을 갖춘 채 가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는 구악 선생이다. 이정도 예의를 차렸다면 조금은 예쁘게 보지 않을까. 만약 이번에도 무언가 힘든 부탁을 한다면 어떤 핑계로 넘어갈지 고민스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작가의말

오늘 점심은 나물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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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4시간 전 1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6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12 11.기원_1 24.08.30 10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8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7 0 12쪽
»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10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8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7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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