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동물원 수호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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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규카츠
그림/삽화
규동규카츠국수
작품등록일 :
2024.07.26 12:14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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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86,795

작성
24.08.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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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11.기원_1

DUMMY

태초에 신의 열두 의지가 있었다. 신은 그 의지를 닮은 열두 동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동물의 혼령을 담을 그릇으로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은 혼령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다. 그것은 인간에게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기도 했다.


그리고 신의 바람이기도 했다.


태초 이전엔 공허가 있었다. 그 공허 속에서 홀로 눈을 뜬 신은 외로웠다. 모든 것이 '무' 였기에. 잔잔한 물가에 돌을 던지면 수면에 파장이 일 듯, 그의 태초 대부분은 우주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보냈다. 그가 움직일때마다 우주는 흔들렸다. 모든 움직임이 진동이었고, 바람이었고, 충격이었다.


그는 자신이 움직인 만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크고 작은 공을 자신 반대편으로 던졌다. 수많은 별들이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우주를 눌르게 되었다. 신은 수없이 많은 별을 던지며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를 아프게 하진 않을까 항시 걱정했다. 하늘의 별이 무수히 많은 날은 그만큼 신의 근심이 많은 날이라고 전해오곤 했다.


그리고 신은 외로웠다.


어느날, 신은 자신을 닮은 아이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외로운 공허라 할지라도 함께 걸으니 좋지 아니한가."


“···”


처음으로 만든, 자신을 닮은 아이를 보고 신은 흡족했다. 아이에게 신은 모든 것을 주었다. 그러나 주지 않은 것이 있으니 신의 열두 의지와 아이의 입이다. 열두 의지는 신의 권능이었으니 줄 수 없었고, 입은 신이 아직 자신을 다 믿지 못함이었다.


"내가 만든 우주가 얼마나 견고한지, 나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어 무서웠다."


나중 신은 그때를 이리 회고했다.



말은 창조의 근원이니 그 일은 오직 신 만이 할 수 있도록 남겨두었다. 힘들게 지켜온 우주의 질서가 혹여나 아이로 인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때가 이르면 입을 만들어 주리라. 아이가 다 크면, 우주의 질서가 견고해지면 그리고 내가 좀 더 확신이 선 그때에.


비록 말은 하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아이는 신을 따랐다. 신이 슬플 때 먼저 울어주었고, 기쁠때 함께 웃어주었다. 그것으로 신은 기뻤다. 우주에 수없이 많은 별들을 던지는 것엔 의미가 있었다.


"태어나, 불안 속이었던 삶에 의미를 만든 것이다. 우주를 지켜야 할 이유가."


그는 흡족했다.



모든 것을 아이와 함께 했지만 칠흙처럼 높은 산에 들어갈 때면 신은 아이를 홀로 두었다.


“산 깊은 동굴에 너를 위한 선물을 숨겨 두었단다.”


아이가 몇 번이고 그 높은 산에 무엇이 있는지. 왜 자신을 데려가지 않는지 궁금함에 신의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신은 웃을 뿐이었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때 보여주겠다 약속하마.”


“···”


신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에게 있어 처음 느껴보는 열정이었다. 아이와 함께 거닐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공허가 어둠이었다면 세상은 빛으로 가득하게 하고 싶었다. 아이에게, 아이 얼굴에 어둠은 어울지리 않는다 생각했기에. 땅을 만들고 하늘을 만들며 함께 살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빛이 강할 수록 그림자는 짙어지고, 웃음이 있기에 외로움이 그 빈 곳을 찾게 된다. 신이 바빠질 수록 아이는 외로워졌다. 아이 홀로 공허에 남겨지는 날들이 많았다. 아이에겐 신이 전부였으니 신이 없는 외로움은 절망이었고 공포였으며 죽음이었다.


“그곳은 아직 불과 같단다. 뜨겁고 위험해. 조금만 기다려다오.”


“···”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겠다 약속하마.”


그도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되진 않았지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약속은 많지 않았다. 신이 전능한 힘이 있다할지라도 언제나 처음 하는 일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아이는 날로 자랐다. 아이가 자라며 신은 더욱 바쁜 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높은 검은 산에 올라가서 몇 주 동안 내려오지 않는 날들도 생겼다. 그 모든 날들동안 아이는 죽음을 경험했다. 처음엔 그 슬픔에 울었고, 나중엔 분노했으며 이내 신이 자신을 곧 버릴거라 생각했다.


"너 같이 말 못하는 벙어리를 누가 좋아하겠니. 새로운 아이를 곧 찾으실 거다."


시샘하는 바람은 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 니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니가 살어."


바람이 불어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는 자신 옆에 언제나 있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다. 신을 원망했다. 사랑한다 했던 순간들을, 함께 거닐던 순간들을 원망했다. 그는 분노가 가득했고 오만해졌으며 신이 자리를 비운 공허 속에서 자신이 가장 강한 존재가 되길 바랐다. 공허 속 남은 자는 오직 나 뿐이니 자신이 신이 되어 세상을 부리리라.


아이는 자신의 두려움과 슬픔과 죽음과 같은 시간을 견뎌 줄, 그러니까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창조력이 없는 곳엔 폭력이 자리하는 법. 아이는 군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에 따르는, 그에게 복종하는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입이 없던 아이는 창조력이 없기에 신이 만든 것들을 조금씩 훔치기 시작했다. 신의 조각들을 조금씩 훔쳐 모으면, 어쩌면 자신도 신처럼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신이 만든 물건들을 훔쳤다. 흙 한 줌, 풀 한 포기, 물 한 컵. 그러다 점점 복잡한 것을 훔치기 시작했다. 신의 것이었던 모든 것을. 그리고 그 끝엔 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던 보석함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이는 신이 오지 말라 했던 검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모두의 비극이었고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되었다.


암벽이 높은 솟은 깊은 산. 그 높고 어두운 산 속 동굴 깊은 곳이 아이가 가야 할 곳이었다.


산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길은 가시밭이었고, 시샘하는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어리석은 아이야. 네가 여길 어딘 줄 알고 오는 거니. 너의 선택이 곧 죽음을 맞이할 거란다."


바람은 아이가 산 꼭대기에 오를때까지 계속 훼방을 놓을 셈이었다. 아이는 산을 오른걸 후회했고, 자신을 증오했으며 결국엔 오기로 그 끝을 보리라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신이 만든 장난 같았다. 내가 내 눈으로 이 모든 결말을 보리라. 그리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산은 가시밭이었고, 돌산이었으며, 비바람이 몰아쳤다. 오르면 오를 수록 이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산은 높았으며 그 끝은 하늘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신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어리석은 아이야. 네가 찾는 신은 이곳에 없단다. 이 산은 계단이란다. 저 세상과 이어주는 다리지. 너는 저 세상으로 건너려 하는 것이냐."


시샘하는 바람 소리는 아이를 비웃는듯 했다. 바람 말대로 저 산 끝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 맞닿아 보였고 그 끝엔 아늑히 먼 무언가가 있을 거 같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비바람을 피할 동굴이 하나 보였다. 칠흑같은 밤이었고, 아이는 추웠다. 그리고 그 동굴에선 모든 운명을 꼬아버릴 무언가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 점심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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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 망했는데요. 싹다 끝났어요. 저는 이제 그냥 갈랍니다. 포기할라요. NEW 4시간 전 1 0 12쪽
17 16. 네? 제가 가서 뭘 하라고요? 24.09.13 8 0 11쪽
16 15. 산양 선배는 음매하고 운 적이 없다. 24.09.11 6 0 12쪽
15 14. 하이에나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거야? 24.09.09 7 0 11쪽
14 13. 상부의 부름 24.09.04 8 0 11쪽
13 12. 기원_2 24.09.02 9 0 8쪽
» 11.기원_1 24.08.30 10 0 7쪽
11 10. 낯선 조우_2 24.08.29 8 0 11쪽
10 9. 낯선 조우_1 24.08.26 7 0 12쪽
9 8.신의 명부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24.08.23 9 0 12쪽
8 7.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속사정_2 24.08.16 8 0 14쪽
7 6. 수호천사가 만들어지는 그 남자의 사정 _ 1 24.08.14 11 0 16쪽
6 5.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2 24.08.13 12 0 12쪽
5 4. 삼도천 할매는 꽤나 감성적인 편이였다_1 24.08.09 15 0 12쪽
4 3.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 결코 니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을거야 24.08.05 14 0 12쪽
3 2. 신의 직장은 없다. 그저 야근만 없으면 감사할뿐 24.07.31 17 0 12쪽
2 1. 사람이 죽으면 생전 닮은 동물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24.07.29 25 0 8쪽
1 프롤로그_신의 동물원 24.07.26 2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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