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성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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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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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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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DUMMY

포탈을 넘는 느낌은 별거 없었다. 짧은 부유감과 서늘함 정도.


그렇게 포탈을 넘자 화려한 햇살이 우릴 감싸줬다.


드디어 던전 밖으로 나온 것이다.


어둡고 꿉꿉한 밀폐된 공간에만 있다가 밝고 상쾌한 곳으로 나오니 공기 자체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눈도 너무 부셔서 앞을 제대로 보기도 어려울 정도.


그건 세실도 마찬가지였는지 나처럼 한쪽 손으로 손우산을 만들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 맞다. 손. 이제 놔줘야지. 말랑 따뜻한게 기분이 좋아서 잊고 있었다.


룰루는 던전 밖 세상이 낯선뜻 세실의 가슴께에 숨었다. 밝아. 사람들. 많아. 신기해. 기쁨. 흥분 등의 정신파가 느껴진다.


얼핏 보니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던전도시의 메인포탈 이라더니 과연 뒤를 돌아보니 포탈의 크기만 해도 상당했는데 그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거나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한순간 낯익은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의 주인은 순식간에 달려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델리시아...!"


주변을 채 다 둘러보기도 전에 낯선 사람에게 붙잡혀 버렸다.


그는 어찌나 반가운지 숨 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날 꽉 안아 들고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오열했다.


하아. 내가 이래서 빙의를 싫어한다.


척 보니 델리시아의 아버지 혹은 아주 가까운 사람 같은데 이 절절한 감정을 어떻게 해 줄 수 없지 않나.


어쩔 수 없이 나는 원래의 계획중 하나를 꺼냈다.


일명 '기억을 잃어 버렸어용' 작전.


"누, 누구세요. 숨 막히는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실제로 기억이 나는 것도 아니고 델리시아도 잠들어 있으니까.


그나마 이게 서로에게 최선이다. 델리시아를 연기하며 그를 기만하는것도 서로에게 못 할 짓이지 않나.


내 말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나를 천천히 내려놨다.


그제야 그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그는 백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진 가죽 갑옷을 걸치고 상당히 험악한 얼굴을 가진 중년 사내였다.


정말 델리시아의 아버지라도 되는 건가?


"나, 나는..."


마틴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델리시아는 자신에게도 종종 장난을 칠 만큼 개구쟁이였지만 이런 반응은 너무 낯설다.


전이포탈에 휘말리는건 예삿일이 아니다.


던전을 탈출한 것만 해도 기적적인데 과연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을까?


설마... 불길한 가정이 마틴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델리시아의 옆에 있던 은발의 소녀가 확인 사살하듯 그 불길함을 구체화 시켰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색마탑 출신의 견습 마법사 세실리아라 프릴린 이라고 해요. 혹시 제 친구 델리시아의 지인분이신가요? 델리시아는 지금 전이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은 상태예요."


세실의 말에 그 사내는 고개를 돌리고 입술만 짓씹었다.


뭔가 할 말은 많지만 어떻게 꺼내놓아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안타까운 모습.


그때 그와 비슷한 백색 갑옷으로 무장한 남자들 셋이 다가왔다.


"마틴, 자네 왜 그러나? 델리시아가 돌아왔는데 웃어야지. 왜 울고 있어."


"프레시아께서 도우셨군. 아, 혹시 옆의 아름다운 처자가 델리시아를 구해준 건가?"


"잠깐, 자네들 혹시 기쁘다고 성유물을 사용한 건가? 축복과 기원의 힘이 느껴지는데..."


그들은 마지막 사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아니? 축복하고 싶은 날인건 맞지만 축복을 사용하진 않았네."


"마틴, 자네인가? 이 사람, 얼마나 기뻤으면... 그래도 이번엔 못 본 척 해주겠네. 자네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니 말이야."


"아, 아니, 기쁜건 맞지만 난 아닐세... 신성의 힘이 느껴지는 건 분명..."


백색갑옷의 사내들이 순간 날 돌아봤다.


"......"


뭐요. 왜요.


***


"대, 대주교님!!! 들어가겠습니다!!!!!"


콰앙!


급작스럽게 주교실 문짝을 거의 박살 내듯 박차고 들어온 성기사단장의 등장에 안드레아 대주교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뭔가! 만신전에 대악마라도 나타난 건가!?"


"아, 아닙니다! 그보다 더!"


"그, 그보다 더? 이 사람, 제발 진정 좀 하게!"


"지금 진정이 되겠습니까! 성녀가 나타났는데!!!"


"뭐어어어엇! 다, 당장 가세!! 거기가 어딘가!!!"


"예배당에 있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기사단장은 대주교를 공주님 안듯 안아 들고 예배당을 향해 미친 듯 내달리기 시작했다. 체면? 그딴 건 없다!


사람을 안아 들고도 질풍처럼 움직인 기사단장 덕에 대주교는 순식간에 성녀가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에선 한 소녀를 중심으로 수많은 성유물들이 찬란한 황금과도 같은 신성의 빛을 내뿜으며 공명하는 기적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소녀의 주변엔 성기사들과 성전사들이 그녀를 철통처럼 에워싸고 있었는데 그들이 지닌 제각각의 성유물들이 전부 이 소녀를 중심으로 공명하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대주교는 어떤 '운명'을 강하게 느꼈다.


아니, 정확히는 '미래'를 예지했다. 자신이 차기 교황이 되는 미래를.


성녀는 신께서 내리는 존재다. 그런 성녀를 배출한 교구는? 신의 뜻이 머무르는 곳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성녀를 배출한 교구의 교구장! 그것만으로도 모든 교단의 정점에 오를 찬란한 업적인 셈이다.


"프레시아 맙소사... 다들, 다들 잠시 비켜 주게."


안드레아는 범람하는 신성의 빛무리 사이로 걸어가면서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했다.


신성의 공명과 범람은 곧 신의 역사하심. 그것이 이 소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그 소녀가 말했다.


"뭐 또 남았나요? 저희 좀 피곤한데..."


그러자 금발 금안의 성녀 옆에 있던 은발의 소녀가 대경해 소리쳤다.


"데, 델리시아! 난 괜찮아...! 그런 말 하면 안 돼...! 아앗, 죄송해요. 델리시아가 전이 후유증이 좀 심각해서... 저희가 던전에 있다 나온지 얼마 안되기도 했구요."


"응? 옆의 이 처자는..."


"아,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대주교님."


조금 어리둥절한 대주교에게 기사단장은 그제야 모든 전말을 이야기해줬다.


델리시아가 전이포탈에 의해 사라진 뒤 이 소녀와 함께 던전을 탈출했으며 그것을 성전사들이 발견했는데 심상치 않은 신성의 힘을 느껴 재빨리 교단으로 대려오게 되었다는 것.


델리시아는 본 교구의 수녀 지망생이었으며 안타깝게도 중증 전이 후유증 때문에 이름을 제외한 모든 기억을 잂고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한다.


그렇기에 던전에서 만난 백색 마탑의 견습 마법사 세실리아가 혼란스러운 델리시아를 대신해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여러 도움을 줬다는 것.


기사단장의 설명으로 상황을 대충 이해한 대주교는 빠르게 판단을 끝냈다. 우선 가장 중요하고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대주교의 권한으로 명을 내리겠네. 우선, 이 처자는 성기사 둘을 붙여 백색 마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게. 이 처자와 마탑에 대한 공식적인 감사와 보상은 추후 상황이 정리되는대로 논하도록 하겠네."


"그리고 우리는 성유물 보관소로 갈 것이니 기사단장만 남고 나머지 성기사들과 성전사들은 교단의 방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게. 단, 델리시아에 관한 이야기가 쉬이 새어 나가지는 않게 부탁하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니 말일세."


"델리시아, 이제 막 던전에서 나온 차라 혼란스럽고 피곤할 텐데 미안하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 할아버지를 한 번만 도와주겠니?"


지금부터는 대외비다. 외인인 세실리아에게 교단의 보물창고를 보여 줄 수는 없는 일.


대주교는 세실리아에게 따로 감사와 양해를 구했고 세실리아는 고개숙이지 않으셔도 된다며 어쩔줄 몰라했다.


델리시아도 대주교의 말에 선선히 수긍했다. 세실리아와 작별 인사만 나눈다고.


"세실, 난 괜찮으니까 기사님들이랑 마탑으로 돌아가. 걱정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 언제 가능하면 내가 찾아갈게. 그때 또 보자. 그 마법 지팡이는 세실이 가져."


"응...! 고마워. 델리시아도 잘 지내고 있어! 이번 탐험 정말 두근두근하고 좋았어. 꼭 다음에 또 보는 거야!"


허허. 안드레아 대주교는 복덩이 같은 어린 소녀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니, 실제로도 복덩이가 맞았다. 성녀는 상상 이상의 것들을 이루게 해주니까.


"그럼 이제 또 뭐가 남았나요? 피곤한데 후딱 해치우죠."


비록 델리시아의 묘한 말투와 태도에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이 소녀가 '진짜' 성녀인지 확인하는 것이니까.


간혹 성자와 성녀에 미치지는 못해도 어떠한 계기 혹은 끝없는 고행등을 통해 후천적으로 성장하여 다른 신도들보다 성유물의 힘을 배로 이끌어내고 여러 성유물과 공명하는 존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런자들은 '순례자'라고 불리었으며 성녀만큼은 아니었지만 교단 내에서도 중진으로서 대우받았다.


종종 성녀나 성자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그러니 이 델리시아라는 소녀가 순례자로서의 격을 지닌 존재인지 성녀로서의 격을 지닌 존재인지 확실히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 어서 가자꾸나. 우릴 따라오면 된단다. 프레시아께서 굽어 살피시길..."


대주교는 기사단장, 델리시아와 함께 성유물 보관소로 향했다.


성녀나 성자가 아닌 순례자들은 자기 한계 이상으로 성유물들과 공명하지 못한다.


그러니 성유물 보관소의 수백 개의 성유물을 마주하면 그 격을 자연스레 알 수 있을 것이다.


순례자라면 일부만, 성녀라면 그곳의 모든 성유물과 공명할 수 있겠지.


어쨌든 최소한 순례자의 격을 지니고 있으리란 것은 확정이다.


또한 순례자는 성자, 성녀에 가장 가까운 존재.


순례자가 벽을 넘고 성녀가 되는 경우도 아예 없지는 않으니 그 자체로 교단의 홍복인 셈이다.


그러나 대주교는 속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이 소녀가 성녀의 격을 지녔기를.


교황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과는 별개로 그 또한 축복교단의 부흥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었기 때문에.


***


"어우, 눈부셔. 이거 어떻게 꺼요?"


"저기요? 대답 좀."


"아오, 중세랜드 진짜."


마지막 말은 남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날 무슨 잘 관리된 잡동사니 같은 것들이 수백 개씩 진열된 곳으로 대려왔는데 갑자기 그 잡동사니들이 빛을 마구마구 뿜어내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빛무리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대주교와 기사단장은 즉시 양 무릎을 꿇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여신께 기도를 올리는 무제한 숭배모드에 들어갔다.


신이 실존하는 세계의 신앙심은 진짜 어나더 레벨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근데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으려고? 나 이거 빛 끄는 방법도 모른다고. 제발 스킵 버튼좀.


뺨이라도 때려야 하나 싶은 순간 빛무리에 휩싸여 있던 나는 내 심상 한쪽, 델리시아의 영혼이 이 빛무리에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


수백의 성유물들이 나와 공명하며 내뿜는 신성의 빛, 그 신성의 빛은 그 자체로 어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에 델리시아의 영혼이 조금씩 반응하고 있다.


이건... 분명 치유되는 느낌이다...!


룰루를 깨우고 우리 셋의 영혼이 공명하며 델리시아의 영혼이 치유되던 느낌!


그렇다는 건 이 빛을 다룰 수 있다면 혹시 영혼을 완전히 치유하는 것도 가능할까?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해 봐야지.


룰루도 뭔가 어지럽고 복합적인 정신파를 뿜고 있다. 간지러워. 어지러워. 빙빙. 흔들려. 배불러...?


어쨌든 해 보는 거다.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 채 우선 이 빛무리 자체를 최대한 느껴봤다.


무언가 익숙한 따스함과 포근함, 그리고 다정한... 의지?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번성하기를, 나아가기를, 강해지기를, 더 나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어떤 한없이 긍정에 가까운 의지 같은것들이 느껴졌다.


그렇다. 이 신성의 빛은 '호의'로 가득 차 있다. 아마도 프레시아라는 신의 성향이 신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겠지.


그런데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따뜻한 건 알겠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이 힘을 다룰 수 있는 거지?


그때였다.


- 다루는 게··· 아니라··· 받아··· 들이는···


델리시아...!


이 신성의 빛은 그저 쐬고만 있어도 델리시아의 영혼이 어느 정도 치유될 정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 뭔지 몰라도 델리시아 말대로 해 보는 거다.


이 신성은 이미 무한한 호의로 가득하다. 그러니 그저 받아들이는 거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신성의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방법? 모른다. 하지만 왜인지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프레시아는 축복과 기원의 여신. 나아가고자 하는 존재를 축복하고 기원한다 했었지. 그렇다면 나는...


'델리시아를 축복한다...! 그녀가 무사히 깨어나길 기원한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일순 빛무리가 내 의지에 따라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뿐, 딱히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 일단 반응 자체는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지? 어떻게 해야 이 힘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거지? 델리시아는 대체 어떻게...


'설마.'


나는 그때 델리시아가 일으킨 기적을 자세히 떠올렸다.


그녀는 나처럼 단순히 축복한다고만 하진 않았다. 명확하고 확고한 의지를 담아 축복했다.


'우리는 끝없이 몰아치는 폭풍조차도 맨몸으로 뚫고 나아가리라.'


분명 그리 말했다. 내 목숨이 벼랑끝에 몰렸을 때, 델리시아는 그리 말하며 기적을 일으켰다.


축복과 기원의 힘이란 건 어쩌면...


'강렬한 염원?'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진심을 담는 거다.


나는 비록 이 세계에 내 의지로 온 것이 아니다. 심지어 원치 않는 빙의로 타인의 몸을 점거하게 되었지.


어쩌면 그것은 델리시아도 마찮가지였을지도 모른다. 그 누가 자신의 몸을 남에게 내주길 원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장담조차 못하게 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나를 축복했다.


그녀가 내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는 모른다.


그때의 축복이 어떤 마음으로 행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그녀 덕에 살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신성의 빛에 휩싸여 그 힘을 느끼고 있는 나는 확신한다.


이 축복과 기원의 힘은,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그때의 기적과도 같은 수준의 힘을 절대 이끌어낼 수 없다는 걸.


델리시아는 나에게 진심을 보여줬다.


그러니까.


나도 받은 만큼은 돌려줄 것이다. 내 목숨값은 가볍지 않으니까.


나는 어색하지만 진심을 담아 읊조렸다.


델리시아가 다시 깨어났으면 하는 강한 바람을 담아.


"언제든 다시 일어서는 들풀처럼..."


"꺾이고 짓밟혀도 더욱더 힘차게 일어나리라."


"프레시아의 축복."


화아아악.


보관소를 가득 채운 신성의 빛이 줄어든다.


아니, 그 빛무리는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내 의지에 따라 델리시아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다.


'됐다!'


나는 수백의 성유물에 남아 있던 신성의 힘을 받아들였고 그것들은 일제히 델리시아의 영혼을 치유하는 축복의 힘으로 전환됐다.


느껴진다. 델리시아의 혼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또한 그 힘은 델리시아를 회복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룰루가 그 힘에 영향을 받으며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쨌든 보관소 내의 모든 신성의 빛이 사그라들었을때 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델리시아의 영혼이 완전히 회복되어 깨어났다는 걸.


나는 마음속으로 델리시아에게 말을 건냈다.


룰루의 경우처럼, 우리는 서로의 영혼이 공명하는 상태이므로 육성이 아니더라도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델리시아, 들리니? 내가 축복의 힘으로 널 깨웠어! 네가 도와 준 덕분이야!'


- ......


'뭐지? 왜 대답이 없지? 분명 일어났을 텐데...'


- 쿨...? 쿨...


'야...! 깨어있는 거 다 안다고...!!!'


델리시아의 되지도 않는 자는 척에 나는 마음속으로 버럭 호통을 쳤다.


- 흐, 흠냐...


'우리 서로 할 말이 아주 많은 거 알지? 일단은 여기 수습부터 한 다음에 이야기 좀 나누자.'


나는 자는 척 연기하는 델리시아와의 대화를 잠깐 미뤄두고 주변을 둘러봤다.


대주교와 기사단장이 각자 가슴을 부여잡고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었다.


신성의 빛을 갈무리한 내 모습에 감동의 폭풍에서 헤어나오질 못 하는 것이다.


대체... 성녀라는 게 뭐길래 이 정도로 오버를 하는 거냐고.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 보관소를 나왔다. 차라리 내가 눈에 안 보여야 진정이 빠를테지.


'자 그럼 우린 이야기 좀 나눠볼까? 일어나 있는 거 다 안다.'


- 헤헿.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 할 말이 아주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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