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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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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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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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5)

DUMMY

#5화.




후방의 일반 소규모 부대였지만 다들 보통 가문의 자손들이 아닌 듯했다.

최강우의 최씨 가문도 어디 가서 꿀릴 것 없는 가문이라지만 대한민국에는 전통적인 명문가들이 꽤나 있었다.

그렇게 최강우는 더욱 열심히 군생활을 해야겠다며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나마 어린 시절부터 무예를 배웠기에 몸은 꽤나 날래고 체력도 상당했다.

그냥 열심히 하는 최강우를, 고참들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중대장님으로부터 최강우가 부모님이 안 계시고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다.


“말투는 늙은이 같은데 애는 착해.”

“그래. 애는 착해.”


이등병 때야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법이었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군생활의 전부라고 하기에는 무리였다.

전국에서 모인 다채로운 인간 군상들의 모임이다 보니 별별 인간들이 다 모여있었다.


퍼억!


“일어나 새끼야.”

“일병 이상철!”

“네 밑에 애들 관리 안 하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뭐? 관리 안 한다고?”

“아닙니다! 관리하겠습니다!”

“어떻게 관리할 건데?”

“······.”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때로는 이유가 없기도 했다.

사회에서야 싫어한다면 싫어하는 이유를 만들어 줄 수라도 있겠지만 군대에서는 고참에게 미운털이 박히게 된다면 고참이 전역하는 그 순간까지 고통받아야만 했다.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인간을 극한으로 증오하게 되는 시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실수할 수도 있었다.

그 실수가 큰 잘못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없는 괴롭힘의 대가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되었다.


“괜찮으십니까? 이상철 일병님.”

“하아. 괜찮아. 그리고 애들 관리 잘하자.”

“예. 죄송합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악한 인간도 있었고 속으로만 참아내는 순한 인간도 있었다.

이상철 일병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순한 인간이었다.

그것이 만만해 보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자신의 후임들에게 내리갈굼을 할 만한 악독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철 일병도 인간이었다.

참으려고 해도 계속된 폭력과 괴롭힘은 영혼을 파괴하고 속을 문드러지게 만들어갔다.

큰 잘못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고참들의 괴롭힘은 천사 같은 순둥이 이상철 일병도 거무튀튀하게 물들였다.

퍼억!


“이 일병님.”

“내가 만만하지?”

“아닙니다.”

“아니면 뭔데. 내가 애들 관리하라고 했지.”


대체 뭘 관리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숨도 못 쉬게 쥐 죽은 듯이 눈치나 보며 잔득 굳어 있는 모습을 보이게 만들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이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뭐라고 하든 대답을 하고 시늉이라도 해야만 했다.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데?”

“아래 후임들 관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네 잘못이네. 네가 관리를 못한 것이니까.”


분대장도 아닌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라도 서로가 관리를 하고 말고의 대상도 아니었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간부들은 자신들의 귀찮음을 병사들에게 떠넘기고는 했다.

부대 내에서의 부조리를 간부들이 모르지는 않았다.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병사에게 떠넘기고 영창을 보내는 것으로 수습을 하는 것이다.

모든 부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 작고 좁은 사회에서 크고 작은 부조리는 누군가의 방임에 의해 깊고 커지는 법이었다.


“강우야.”

“이병 최강우!”

“오늘 암구호 뭐냐.”

“이슬 감자 입니다!”

“고참들 이름하고 계급 다 외웠냐?”

“다 외웠습니다!”

“저기 저 사람 이름하고 계급 뭐야?”

“김주석 상병님이십니다.”

“몇 군번이야?”

“7월 군번이십니다!”

“저기는···.”

“윤민철 일병입니다!”

“몇 월?”

“11월 군번입니다!”

“사단가 외워 봐.”


필요한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였다.

최강우도 그런 사실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

최씨 파종가의 다음 대 종주로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권력은 이 좁은 세계에서 지금 당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어떻게든 실수를 만들어내어서는 전입을 온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병을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그것이 불합리한 일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 잘못된 왕국의 규칙에 물들어버린 이들은 벗어나기 어려웠다.

최강우는 인간의 악의가 생각보다 훨씬 지독하고 주변을 깊게 물들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에게 정의에 대해서 배웠다지만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다.


“좋은 가문의 사람들이 어째서 이토록 사람을 못살게 굴 수 있단 말입니까?”

“좋은 가문? 무슨 좋은 가문?”

“다들 장군님들이 가족이나 지인으로 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자신의 빽을 믿고 자신보다 빽이 약한 후임을 괴롭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야. 너는 그걸 믿냐?”

“아니었습니까?”

“당연하지. 새끼야. 여기서 빽 있는 놈 하나도 없어. 있었으면 이런 곳 안 왔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전입을 온 지 두 달이 지나고서였다.

몇 달 맞기도 하고 얼차려도 받기도 했지만, 부모도 없고 나이 먹은 할아버지만 있어서 대대장님이나 중대장님으로부터 관심 병사로 주시되고 있다 보니 그렇게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도 매우 열심히 군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딱히 꼬투리를 잡을 만한 것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악의를 보이는 고참의 타켓이 된다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똑똑한 사람이라도 처음 군대에 이등병으로 들어오게 되면 바보가 되어 버리는 법이었다.

그 건 최강우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당연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부대에 적응이 되어 가면서 이 부조리의 원인이 누구에게서 나오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장우순 병장.”

“야. 너 장 병장님 이름을 왜 불러.”

“장 병장님 빽이 엄청납니까?”

“빽?”

“예.”


사실 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상말의 고참 두어 명이었지만, 장우순 병장이 실질적인 주도자라는 것을 강우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장우순 병장보다 고참도 있었지만 곧 전역하는 마당에 괜히 귀찮은 일에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고 몇몇은 장우순 병장에게 적당히 하라고 하지만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부대 내의 후임들이 고통받는 모습이 그냥 즐거운 듯한 장우순 병장이었다.

물론 아직 그의 인성을 모르는 몇몇 이등병들은 고참들에게 혼이 나서 침울해져 있을 때 장우순 병장이 다가와서는 다정스럽게 달래주는 것에 감동받기도 했다.


‘악질이네.’


강우에게도 장우순 병장은 PX를 데리고 가서는 먹을 것을 사주며 군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물론 급한 일이 있다며 장우순 병장이 PX를 나가고 그의 똘마니들인 상병들이 들어와서는 이등병 주제에 혼자 PX를 왔다며 갈구었다.

장우순 병장이 데리고 왔다는 말에도 거짓말을 한다며 갈구는 것이 꽤나 자주 했던 짓인 듯했다.

그렇게 강우도 웬만하면 참고 견디려고 했다.


하지만 유독 괴롭힘을 받던 이상철 일병이 결국 견디다 못해 후임을 구타하고서는 문제가 되어 영창을 가게 되면서 강우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장우순 병장과 일대일로 대련이라도 한다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해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미 악의로 물들어 있는 인간에게 좋은 말로 해서 통하지도 않았을 터였기에 강우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남의 손을 빌리는 짓은 하고 싶지는 않은데.”

강우도 배우기로는 보고절차에 맞춰 상관에게 알려야 했지만 이미 몇 차례나 보고했음에도 바뀌지 않는 모습에서 어쩔 수 없이 바로 최상층에 연락하기로 했다.


“예. 최강우입니다. 죄송합니다. 부탁을 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에 대한 대가는 추후 확실하게 갚겠습니다.”


아무리 최강우가 최씨 파종가의 차기 종주라고는 하지만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모든 일은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었고 도움을 받는다면 나중에 그 도움만큼의 보답을 해야만 했다.


“너무 심했나?”


어쩔 수 없었다.

최강우가 알고 있는 군인이라고는 곧 대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받고 있는 최장우 중장 밖에는 없었다.

할아버지인 최원락이 걱정을 할 수도 있었기에 비밀로 해 달라는 부탁을 한 최강우였다.

최장우 중장은 그런 최강우의 부탁에 흔쾌하게 받아들이고서는 이틀 뒤에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부대에 기무사령부의 대령과 그의 수행원들이 밀고 들어왔다.

최장우 중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었지만, 그가 생각해도 너무 과한 짓이었기에 기무사령부의 후배에게 연락해서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사실 그것도 너무 과한 짓이었지만 두 눈에 독기가 가득한 기무부대의 대령은 대대장뿐만 아니라 연대장까지도 벌벌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부대 내의 모든 활동은 그 즉시 중단되었다.


“대체 어떤 새끼야.”


간부들은 누가 핵폭탄을 터트렸는지 머리를 굴려대었지만 알 수 있을 도리는 없었다.

잠도 재우지 않고 간부들부터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조사를 진행했다.

당연히 강우 또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최 중장님의 조카라고 했나?”

“예. 최강우라고 합니다.”“큼! 그래. 일단 아는 척은 하지 않을 테니까 자네가 알고 있는 것을 다 이야기 해 보게.”


최장우 중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기에 수사를 하기는 하지만 기무사 대령도 딱히 내키지 않는 수사이기는 했다.

이런 사건이야 전국의 부대에 숱하게 있는 것이었으니 사람이 죽어 나간 것도 아닌데 자신들이 이렇게 귀찮은 일까지 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은 것이다.

최강우는 그런 귀찮아하는 기무사 대령에 대한민국 군대의 부조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감히 자신들을 귀찮게 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응징을 할 생각인 듯했다.

그로 인해 부대 내의 부조리를 만들어내고 유도한 장우순 병장과 그의 똘마니들은 육군 교도소로 가게 되었다.

억울하다고 외쳐대었지만 이미 장우순 병장에게 당할 만큼 당한 병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그의 악행들을 토로했기에 자업자득이었다.

그리고 병사들에 대한 관리 소홀과 방임으로 중대장과 대대장은 옷을 벗게 되었다.

연대장도 경고 조치를 받게 되었으니 별을 달기는 요원해진 꼴이었다.

사실상 부대가 공중분해가 되다시피 하며 처벌을 받을 이들은 영창을 가든 군기 교육대를 가든 하게 되었다.


그들 중에 억울한 이들도 있었지만 군대는 그 억울함을 살펴 봐줄 만큼 꼼꼼하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폭행과 구타를 당한 병사도 군기 교육대에 갈 정도였으니 대한민국 군대에서의 사이다는 그다지 청량하지는 않았다.

그냥 독버섯과 그 주변을 통째로 파내버린 것뿐이었다.

이미 독버섯의 포자는 그 땅 아래에 가득 퍼져 있었으니 임시방편에 불과했고 독버섯에 오염된 병사들은 2년만 버티자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분명 숭고한 일이었지만 그 가치는 그다지 인정받지도 그리고 대우받지도 못하고 있었다.

최강우는 그 불합리한 비극을 경험하게 되었다.


“인간은 악한 존재인가?”


최강우는 친척이 사단장 빽이 있는 또 다른 병사를 보게 되었고 중대장과 대대장이 그 병사의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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