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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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울
작품등록일 :
2024.07.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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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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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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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네가 없이는 안 돼

DUMMY

***


몇 마리를 베고 있는지 감이 안 잡혔다.


휘둘러지는 검의 궤적이 몇 번이고 팔로 고쳐 잡아도 불필요한 자세를 다시 취하게 만들었다.


역시 이 푸른 안개의 마력이 본체가 있는 곳이다.


다행이다. 대장이 더 많은 것을 어깨에 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다.


“후우.”


바닥을 가득 채운 벌레들의 시체에서는 악취 비슷한 것이 올라왔다.


마물들 대부분이 죽고 나면 이런 악취를 내뿜고 죽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 악취는 우리 헌터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냄새가 되었다.


스스로 몸을 털어내며 다음으로 걸어갔다.


홀로 들어온 지 30분은 지난 듯하다.


마스크의 청결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이 마스크의 역할은 확실히 못 하게 된 것이다.


“빌어먹을. 다른 녀석들 거라도 받아올 걸 그랬나.”


아마 지금쯤이면 대장도 알아차리고 애들이 있는 곳으로 오고 계시겠지.


그럴수록 나는 더욱 조바심이 났다.


애들을 만나고 나면 내가 어디에 있는 불 것이고 그 대장이 나를 두고 갈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차라리 그렇게 행동해 주길 바라는데 말이다.


빛나는 검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성유물. ‘뱀의 검’. 유연한 몸을 가진 특정 헌터에게만 반응하는 특이한 성유물.


마력을 무한대로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사용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검.


가느다란 지느러미처럼 구부러진 검.


“다들 이 검이 뭐가 그리 좋다고 매달리는지.”


이 검에 매료되어 죽은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 대장님께 선사 받은 이 검이 나에게는 한 가지 의미였다.


푸른 늑대단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으리라고.


휘둘러지는 검을 마구잡이로 구사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 규격에 맞춰 푸른 도신은 나를 향해 그 길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휘둘러지는 검에 마물의 목이 베어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운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왜냐고? 당연하잖아. 내 앞에 저런 엄청난 사람이 있는데.


누구도 구할 수 있고 누구도 해내지 못한 임무를 해내는 미친 사람이.


저 사람이 부러웠다. 저 사람 덕에 푸른 늑대단이 버틸 수 있었다.


저 사람 덕에 대장은 덤덤히 붉은 사자단과 대등한 원동력을 가진 것이다.


저 사람 때문에 우리들은 아무리 궂은 일을 해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가 덜어줄 것이냐.


그 짐이 얼마나 큰지 다들 알 거 아니냐.


그럼에도 너희는 그저 칭찬과 웃음만 주면 다인 거냐.


치사하잖아, 그런 거.


바보 같잖아. 그런 사람.


부럽잖아. 그런 사람이.


스스로 일어선 계기 따위 나는 몰랐다.


엄청난 임무에서 부상을 입고 나 스스로 절망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분명 엄청난 힘이 생겼고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물을 스스로 이길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감도, 근거도 있었다. 그런데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처입힌 거지.


분했다. 쓰레기 같았다.


내 스스로 이 많은 인원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그 절망감이 그 인간의 짐을 대신해주었다.


그래, 이 짐만은 내가 짊고 살겠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당신이란 사람은.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 모두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당신은 그렇게 어려운 일을 쉽사리 해내잖아.


뭔데, 대체 당신은 뭐냐고.


초인이냐? 사람이 아닌 괴물인 거냐?


대체 어떻게 당신은 그 많은 사람을 다 지킬 수 있는 건데.


부러웠다. 부러워서 가지고 싶었다. 그의 인성을, 그의 모든 것을. 그가 가진 재능을.


나도 그처럼 모든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럽다고 쳐다보지 마라. 부끄러우니까.


열심히 했다고 내 머리를 쓰다듬지 말란 말이다.


당신이 내 고통을 이해하는가?


전부 다 구해낸 당신이 내 고통을 얼마나 이해한다는 거냐!


가식적인 웃음으로 나를 치부하지 말란 말이다!


붉은 눈동자다. 한 떨기의 산딸기와 같은 그 매서운 눈빛은 나를 금방이라도 좀 먹을 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게다가 그 크기는 매우 컸다.


아니 크다라는 것이 표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라고 봐야겠다.


검은색의 줄무늬, 거기에 붉은 피부 표면.


말 그대로 거대한 붉은 타란튤라.


끼에에엑-!


괴상한 소리와 함께 타란튤라는 내게서 시선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한 건가. 이 성유물 때문에 자신과 다른 마력을 감지한 것이니까.


“잘 됐어. 네놈을 내가 쓰러뜨리면 태원 대장이 더 많은 것을 짊어질 필요가 없잖아.”


푸른 도신이 붉게 타오른다.


화염에 휩싸이자 검은 마치 한 마리의 뱀처럼 기이한 움직임을 선사했다.


“이걸로 당신의 인생을 해방시켜 드리겠습니다.”


발돋음을 시작으로 허공을 차고 올라갔다.


슈트가 가볍다고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명 이 보스를 쓰러뜨리면 대장도, 길드장도, 그리고 길드의 모두가 나를 다시 봐줄 것이다.


이제 당신이 나설 자리는 더 없는 겁니다.


이제 더 이상 당신이 그 엄청난 짐을 짊어지고 살 필요가 없는 겁니다.


휘둘러보는 검에 타란튤라의 피부는 끄떡하지 않았다.


첫 번째 공수였던 검의 일격에 먹히지 않았으리라 나는 그리 판단했고 예상도 했다.


내 공격을 얕잡아 본 이 녀석은 스스로 몸을 휘두르며 나를 향해 무자비한 크기의 몸통을 날렸다.


거미줄은 어떤 탄성으로 만들어졌길래 저만한 몸체를 버틸 수 있는 것인가.


고속 회전을 하자 연속으로 뿜어대는 거미줄을 마구잡이로 쳐냈다.


점성이 높은 거미줄, 하지만 내 성유물과 내 힘이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쳐내는 거미줄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내 몸을 집어삼키려 한다.


아무리 쳐내도 그 많은 수의 거미줄이 체내에서 얼마나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집어치우자. 지금은 저 거미의 몸통을 어떻게 베어낼 것인가. 그것만 상상하자.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팔에 아까까지의 전투를 혼자 하고 나니 피곤하다는 듯 휘어지는 속도가 늦어진다.


억지로 휘두르자. 그것이 머리에 생각으로 들어오자 내 몸은 신기하게 가볍게 팔을 들어올렸다.


휘둘러 내리친 내 일격은 금세 일어선 타란튤라의 다리를 베어내는데 성공했다.


초록색의 피가 주변을 흩뿌린다.


순간 흥분이 되니 거미를 보며 표정을 구기고서 말했다.


“역시 너도 다른 벌레와 다를 바 없구나! 네놈 정도는 내 손으로 끝장내야 마음이 편하다고!”


연신의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무차별적인 다리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게임으로 바뀐 것인가.


“기다렸다고. 쓰레기가.”


거미줄을 연신 벽을 향해 내뱉는다. 그 거미줄은 서서히 하나의 집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공중의 필드가 되었다.


“올라오라, 이건가.”


자연스럽게 근접전을 유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나를 향한 의도가 ‘사냥’에서 ‘전투’로 바뀐 것.


즉, 이런 말이다.


‘할 수 있다면 해봐라.’


“좋은 느낌이네!”


크게 고함을 지르며 거미줄을 타고 달려갔다.


다행히 내 스피드에 거미줄이 금방 끊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내 앞에 타란튤라였다.


아무렇지 않게 나를 향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입을 쩌억 벌리자 거기에 보이는 것은 털뭉치였다.


나는 바로 그것에 반응하듯 몸을 옆으로 회전시키며 궤도에서 벗어났다.


파악-!


거미줄의 뭉텅이가 내가 있던 곳을 향해 날아왔다.


그것에 닿은 벽면은 완전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산성과 거미줄을 적절히 섞어쓴다라. 역시 이 녀석, 보통의 마물이 아니다.’


예전에 길드장이 우리를 모두 불러놓고 하신 말씀이 있었다.


‘빠른 시 일 내에 인간의 전략을 가진 마물들이 나타날 거다. 다들 그런 전략이 나타난다면 바로 덤비지 말아줘. 그만큼 너희들의 목숨은 내게 있어 가장 필요, 아니, 중요해.’


길드장을 비롯해 모든 대장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지금 내게 있어 저 몸체를 박살 낼 수단은 없었다.


하지만 신경을 괴롭힌다면 어떨까.


곧바로 나는 무기를 고쳐잡고서 놈의 얼굴로 달려갔다.


짧은 속도로 나를 향해 거미줄을 마구 난사했다.


속도에서는 절대지지 않는 나다. 그 정도 공격, 전부 피해주마.


“질주. 스타트!”


내 말과 함께 검이 잠깐 빛이 났다.


휘몰아치는 마력이 진정되고 순간적으로 눈에 마력의 움직임이 보인다.


이 마력을 밟지 않으면 녀석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내 발걸음이 빨라지자 당황한 타란튤라의 입이 틀어지며 내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그 순간마저도 내 눈에는 훤히 보이고 있었다.


발 빠르게 속도를 더 올려 마력의 실을 안 밟으며 타란튤라의 품으로 다가갔다.


검을 품에 모아 마력을 집중시켰다.


이대로 눈을 노린다!


빠르게 접근하자마자 검신에 들어선 마력을 위로 올리며 눈을 노렸다.


파악-!


그 소리와 함께 타란튤라의 몸이 거칠게 휘둘러진다.


다리를 급하게 피하며 상태를 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통한 모양이었다.


이대로 다음 공격을 가한다면 분명히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배운 것을 착실히 해내자. 이 쓰레기들을 없애기 위해서.


너희들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단 말이다.


보통의 학생, 보통의 연애조차도 못하는 나라는 놈에게 누가 인간으로 보겠느냐?


촤악-!


그럼에도 네놈들은 뭐가 좋다고 우리 인간을 해하는 것이냐.


너희들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냐!


아니, 너희는 그저 학살하는 괴물에 불과해.


인간과 동등한 지식을 가진 놈들이라고?


그런 놈들이 뭐가 좋다고 우리를 공격하는 거냐? 뭐가 부족해서 우리를 그렇게 내모는 것이냐.


아니잖아. 그저 심심해서잖아.


후웅-!


타란튤라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이상했다.


서서히 일어서는 그 다리의 규격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시야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오는 공격을 막겠다는 건가.


“좋은 샌드백이잖냐!”


달려들어 검을 마구 휘둘러 보았다.


거미의 다리 역시 표피가 남달랐다.


챙-!


길게 끌어지는 소리에 내 검이 통하지 않고 있음을 인지했다.


그러나 한 곳만 죽어라 파내면 어떨까?


촤작-!


끼에에에-!!


간절한 아픔에 통하는 울음.


“역시 생물은 똑같구나!”


한 다리만을 연속으로 휘둘러 계속해서 파내듯이 상처를 내고 있었다.


피가 아무리 튀어도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드디어 태원 대장 없이도 내가 이만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 웃음을 삼켜주지 않았다.


계속, 또 계속. 마구잡이로 파내다 보니 어느새 보이는 것은···.


“멍청이.”


타란튤라의 벌려진 입과 산성액이었다.


퉤-!


강렬한 소리와 함께 그 산성액이 내 몸을 휘감아 바깥으로 던져졌다.


뭐지. 아까 그 음성은. 그 기괴한 사람의 목소리는 대체 뭐란 말이냐.


알 수 없는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내 슈트로 튀어나온 살점을 향해 다리가 휘둘러졌다.


“크아아악!”


아프다는 생각과 통증이 동시에 일어나자 머리가 어지럽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분명 난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는데.


왜 지금 피를 흘리고 있는 거냐. 왜 지금 이렇게 스스로 허울거리는 잔상을 보고 있는 것이냐.


아, 아. 손을 뻗어봤다.


그 환각에서 보이는 건 나의 동경의 대상.


탁-!


“···?”


뭐지. 이 손을 잡은 느낌은.


“하여튼.”


휘몰아치는 한기가 눈에 훤히 보였다.


그것은 곧 내 앞에 있는 타란튤라를 막기에 적절했다.


이것은 내 능력이 아니었다.


얼음의 능력. 전부 동경의 능력이다.


“뭐하냐?”


빛이 들어왔다. 내 동경이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어, 어째서···.”

“생각보다 빨리 와서 놀랐냐? 얕잡아보지 마라. 푸른 늑대단의 2인자라고.”


난 또 이 사람의 짐을 덜어내지 못하는 건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인생에 말이다.


“너 돌아가면 혼날 준비부터 해라.”

“예···?”

“뭐, 부하들 놔두고 혼자 들어가는 대장이 영웅 취급이라도 받을 줄 알았냐?”


태원 대장은 내 앞에 몸을 숙이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잘 들어. 대장은, 이환 길드장은 우리들 모두의 평화를 원하시는 거야.”

“우리들 모두의 평화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일어서는 태원 대장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걸 알면 이런 짓 못 하지. 내가 말할게.”


푸른 한기가 짐승의 살기처럼 일어섰다.


그것은 점차 안정되며 서서히 온화한 형태를 유지했다.


“네가 없이는 안 돼. 단지 그게 다야.”


감사합니다. 대장. 길드장. 두 분 덕에 저는 구원 받았습니다.


눈물이 바닥을 채울 것처럼 터져 나왔다.


나는 태원 대장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장. 우리 모두를 구해주셔서.”

“알면 쉬고 있어. 나머진 내가 처리할 테니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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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모든 것을 끝내려면... 24.08.30 3 0 12쪽
24 위험한 동맹과 새로 태어난 왕 24.08.26 4 0 11쪽
23 마물의 근원과 진실(2) 24.08.23 5 0 11쪽
22 마물의 근원과 진실(1) 24.08.21 5 0 11쪽
21 인간적인 마물 24.08.20 6 0 11쪽
20 새로운 단서(3) 24.08.19 7 0 11쪽
19 새로운 단서(2) 24.08.18 9 0 11쪽
18 새로운 단서(1) 24.08.17 9 0 11쪽
17 지켜야 하는 것 24.08.16 8 0 12쪽
16 지키지 못한 것 24.08.15 9 0 12쪽
15 모처럼의 휴식 24.08.11 7 0 11쪽
14 두 형제vs붉은 슈트 24.08.10 9 0 11쪽
13 거미 소탕(完) 24.08.09 11 0 12쪽
12 거미 소탕(3) 24.08.08 8 0 13쪽
11 거미 소탕(2) 24.08.07 10 0 12쪽
10 거미 소탕(1) 24.08.06 10 0 12쪽
9 결단된 동맹 24.08.05 11 0 12쪽
8 위험한 녀석 24.08.04 11 0 12쪽
7 네가 우리 애 괴롭혔냐? 24.08.03 10 0 13쪽
» 네가 없이는 안 돼 24.08.03 12 0 13쪽
5 경솔한 함정 24.08.02 7 0 12쪽
4 개진(開進) 24.08.01 8 0 12쪽
3 본실력 24.07.31 8 0 12쪽
2 내가 해야 할 일 24.07.30 12 0 12쪽
1 프롤로그-염태원이라는 인 24.07.29 2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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