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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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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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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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6화. 금고아

DUMMY

6화


“카벨씨를 저의 반려 후보로 신청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카벨의 도움으로 사기가 다소 풀린 유레하가 접견실 상석에 앉은 대공에게 말했다.


대공은 금세라도 앞에 있는 놈을 다시 찢어 죽일 것처럼 꿈틀댔다.


때마침 카벨의 몸은 고기 망치로 두드린 고깃덩어리처럼 연하게 풀어져 있었다.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공은 한밤중 공녀와 손을 잡고 있는 카벨에게 진노했다.


그러곤 그 자리에서 가끔 검을 나누는 조건을 수락하고, 아침이 되자마자 마음껏 두들겨 팼다.


-감히 내 딸의 손을!! 나도 몇 번 못 잡는 손을!!-


지독한 부성애가 담긴 검은 어제보다 무거웠다. 쓰러질 때마다 중급 치료 물약을 아낌없이 붓는 그 쪼잔한 배포는 더 무서웠다.


결국 훈련을 빙자한 폭력은 물약이 다 떨어져서야 끝났다. 물약 재료를 수급해 오겠다던 대공을 공녀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어차피 지금 뒤질 것 같은데 그때 죽는 게 나았을지도...’


카벨은 온몸을 짓누르는 소드마스터의 중압감에 진심으로 소름을 털어냈다.


잠시 후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동치던 대공의 주름 사이로 억눌린 목소리가 들렸다.


“불허한다.”

“아버님...!”

“출신도 실적도 알 수 없는 외부인이다. 무얼 믿고 말이냐.”


유레하가 카벨을 두둔하며 나서자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벽에 걸린 무기들을 둘러보는 걸 보니 어떤 걸로 죽일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살 떨리는 상황에서도 카벨은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했다. 어차피 여기까진 예상한 바였다.


세상에 어느 아비가 외간 남자를 갑자기 반려 후보라고 데려왔는데 바로 승낙한단 말인가. 게다가 딸 바보라면 그 벽은 더욱 단단할 테지.


“아버님. 제가 결정한 일입니다.”


살 떨리는 공기 속으로 유레하가 서슴없이 끼어들었다. 딸을 본 대공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엇 때문에 딸이 저놈을 감싸고 도는 거지?’


은색늑대의 형상을 타고난 아이. 그 모습 때문에 북부의 누구도 반기지 않는 딸이다.


그나마 그녀에게 호의적이었던 자들은 사기에 침식되어 사라진 지 오래다.


그 결과 유레하는 공국민들에게도 외면당하고 귀족들에게서도 밀려 전장을 최후의 안식처 삼아 지내고 있었다.


수많은 음해와 암살 시도. 그곳에서 공녀는 자신의 실력과 판단으로 하루하루 고독한 삶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점점 무력하게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공녀가 오랜만에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말라가던 목소리엔 다시 생기가 엿보였다.


게다가 왠지 어제와는 확연하게 사기로 인한 병색이 가라앉아 있는 게 아닌가?


카벨 덕분에 어젯밤 사기를 상당히 풀어낸 공녀는, 가볍게 앞으로 나섰다.


“아버님이 정 그러시다면, 반려후보 따윈 필요 없습니다. 저는 이 사람과 결혼하도록 하겠어요.”

“뭐... 뭐뭐라!!”

“기, 기다리십쇼! 그건 분명 거절했던...!”

“거절했다?! 감히 네놈 따위가?? 내 딸을?! 이런 시부럴!!”

“아. 망할.”


노발대발한 대공이 탁자에 전시되어 있던 미니어처 마차 공예품을 움켜쥐었다. 카벨은 연이어 재앙을 불러온 입을 가리고 탄식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장난감에 받혀 죽을 거라곤...


원래 세계에서 운전자 보험 들어놨었는데 저것도 보장해 주려나?


카벨은 더 이상 대공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유레하를 말리려 했지만, 그녀는 가볍게 털고 앞으로 나섰다. 미친개의 피는 어디 가지 않는 건가...


“싫으시다면 인정해 주세요.”

“끄윽...끄으윽!!”


대공이 사람과 마물 사이의 아슬아슬한 괴성을 내며 부들부들 떨었다. 실핏줄이 터진 시선은 여전히 카벨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대공이 슬슬 무언가로 변하는 게 아닐까 싶을 때쯤, 카벨이 마음을 굳혔다.


‘제길. 공녀가 이렇게 추진력이 좋을 줄은... 이렇게 됐으니, 방패를 믿고 들이받는 수밖에.’


카벨은 소드마스터의 지독한 살기를 뚫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실적이 있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뭐라?!”

“북부는 실력과 능력을 중요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반려 후보에 어울리는 실적을 만들어 오겠습니다.”

“크큭... 크하하하!!”


호통과 같은 웃음소리가 방안을 한참 동안 메웠다. 조롱과 비웃음이 섞인 광소였다.


예전에 만났던 드래곤이 저러곤 브레스를 내뿜던데... 설마 입에서 뭔가 뿜진 않겠지?


카벨은 웃음이 멎길 기다리면서도 대공을 주시했다. 자신만만태도에 유레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는지 웃는지 모를 어중간한 표정의 어딘가. 대공은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뒤틀었다.


“네까짓 게? 좋다. 반려 후보에 어울릴만한 놈이라는 걸 실적으로 증명한다면 허락해 주지.”

“실망시키지 않겠...”

“단!! 성에 안 차면 네놈 가죽으로 북을 만들어 딸의 반려 후보 결정전 때 울려주마. 네 손으로 직접! 찢어질 때까지!”

“쿨럭!”

“크흐흐... 내가 탄성을 지를 정도의 결과를 가져오는 게 좋을 거다. 기간은 한 달. 행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다.”


이토록 무시무시하고 두루뭉술한 예시라니... 그 사이 대공은 쩌렁쩌렁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여봐라! 벨티오를 불러와라!!”


끼이익-


새하얀 문이 열리며 대리석만큼 새하얀 피부의 미남자가 들어왔다.


뒤로 짧게 묶은 잿빛 색 머리카락과 이지적인 녹색 눈동자.

딱딱한 성격이 그대로 느껴지는 경갑옷 차림. 엘프의 긴 귀의 흔적만 남은 살짝 뾰족한 귀까지.


미남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쿼터엘프 기사였다.


문제는 카벨과는 구면이라는 것이었다. 벨티오도 카벨을 알아봤는지 이맛살을 찌푸렸다.


공녀로 캐치볼 한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지.


“부르셨습니까. 대공전하!”

“당분간 네가 저 자식의 호위와 안내를 맡도록.”

“예!”

“만약...”


대공이 고요한 분노를 뿜으며 카벨을 노려봤다.


“북부에서 도망치려 시도하거나, 북부나 딸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한다면 죽여도 좋다.”

“...기쁘게 분부 받들겠습니다!”

“중급 물약이 다시 채워지길 즐겁게 기다리지. 네놈이 제안한 ‘검술교류’가 퍽이나 즐겁더군.”


사악한 웃음을 짓는 두 남자의 시선을 받으며 카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레하는 그 분위기도 못 읽고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잘 해결된 것 같네요.”

“.....”


너는 이게 잘 된 걸로 보이니?


공녀의 반려가 누가될지 상관 할 바 아니었지만, 카벨은 새삼 상대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


“빌어먹을. 당분간 성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아야겠군. 물약 재료들의 씨를 말린 후에 오던가.”


성을 나온 뒤 수도 카스토르 번화가 구역. 카벨은 고작 몇 분 사이 몇 번이나 목숨이 오간 느낌에 목을 쓰다듬었다.


에아린이 그렇게 미친개라고 강조했었는데, 직접 만나니 그게 상당히 절제된 표현이라는 것을 느꼈다.


대공을 미친개 카테고리가 품을 정도라면 A급 괴수 템페스트 울프는 뒷마당에 풀어놓고 길러도 되는 댕댕이지.


“그나마 공녀와 계약을 맺은 건 수확이지만...”


카벨은 서리의 검 증표에 달린 공녀의 머리카락 매듭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그때 뒤쪽에서 가시가 돋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약한 외부인 놈. 마족 새끼들처럼 뒤에서 중얼거리길 좋아하는 모양이군.”


북부에 체류하기 위한 ‘임시 등록’을 마치고 온 벨티오가 정돈된 걸음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안에 쓸모를 인정받고 증인을 데려오지 않으면 정식 등록은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카벨은 그딴 것보단 쓸데없이 붙은 혹이 더 귀찮은지 한숨을 내뱉었다.


대놓고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벨티오는 ‘뭐 하나만 걸려라...’하며 계속 뒤에 맨 활을 매만지고 있었다.


하긴첫 인상부터 빻았으니...


“따라오시려고요? 아휴~ 기사님은 그냥 휴가라 생각하고 쉬시죠?”

“그럴 순 없다. 전하께서 네놈을 지켜보라 했으니 지켜야지.”


망할. FM 스타일인가. 적당히 때어놓고 혼자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어디서 이런 틀에 박힌 기사를 찾아냈는지...


그나저나 계속 이렇게 붙어 다니면 귀찮은데...


‘잠깐. 그럼 못 하게 만들면 되잖아?’


문득 떠오른 좋은 생각에, 참으로 그의 사나운 면면에 어울리는 웃음이 떠올랐다.


“뭐.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가도록 하죠. 치안 나쁜 곳으로 가려 하는데, 짚이는 곳 있습니까?”


벨티오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수도 카스토르의 북서쪽 외각쯤이 되겠군. 그런데 거긴 왜 가는 거지?”

“제 목숨 줄 붙잡으려면 일하는 척이라도 할까 해서 말이죠.”


장난스런 말투에 잿빛 눈썹이 찌푸려졌다.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공전하의 이름을 업고 허튼짓할 생각 마라. 그랬다간 내가 용서하지 않을 테니.”

“대공전하께서 그쪽 눈치 살피라는 명도 내렸습니까? 제 기억엔 없었습니다만.”

“그건...!”


카벨은 콧방귀를 뀌었다.


FM상대는 충분히 많이 해봤다. 정론을 내놓으면 정론으로 답하면 된다. 그게 이 부류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나 확실히 합시다. 제가 뭐 할 때마다 그 쪽에게 허락 맡을 일 없을 겁니다. 그러니 그쪽도 일일이 막으려 하지 마십쇼.”

“네놈. 외부인 주제에...!”


벨티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누가 엘프 혼혈 아니랄까봐... 눈 치켜뜨는 모습은 유전적으로 몸에 새겨진 것 같았다.


“그래도 뭐... 당분간 부대낄 것 같으니 괜히 얼굴 붉히진 말자고요.”

“...갑자기 무슨 속셈이지?”

“잘 지내잔 뜻으로 그 쪽에게 하나 정돈 맞춰 드리죠. 공생하잔 겁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제야 눈에 든 힘이 풀어졌다. 의외의 제안에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카벨은 이런 부류는 이편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깐 봤는데도 벨티오의 걸음걸이나 몸가짐에 흐트러짐이 보이지 않았다. 기사라는 것과 대공을 섬기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자란 뜻이다.


이런 이들과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간단하다. 저들이 철칙같이 품은 긍지와 신념. 그것을 받아들여 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녀석들은 싫지 않단 말이지.’


저렇게 긍지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카벨의 기억에 남았다.


적이든 아군이든 그들은 긍지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불태웠다. 그리고 남들이 가지 않는 가시밭길을 걷다 죽곤 했다.


쓸데없이 척을 지면 캐리건이지만, 아군이 되면 워머신인 부류의 녀석이라는 뜻이다.


잠시 고민하던 벨티오가 정돈된 눈빛을 보냈다.


“마땅히 옳은 일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자들을 돕는 것.”


역시. 괜찮은 인종들이라니까.


“쓰읍. 어딜 두 개나 뽕 뽑으시려고. 앞에 것 하나만 합시다.”

“좋다. 그것만 지킨다면 지나친 참견은 피하도록 노력하지. 어차피 행동의 결정권은 네게 있으니.”


참견을 아예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구나. 카벨은 이런 녀석들을 떠올릴 때 왜 마지막에 죽는 장면만 기억나는지 깨달았다.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하게 지내기 좋은 부류는 아니었거든.


“설마 ‘가난한 자를 돕는다’는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네요. 북부는 악육강식 아니었습니까?”

“멍청한. 폴라리스 교단의 교리다. 외부인인 너도 읽어보면 최소한 사람구실은 할 수 있을 거다.”


벨티오는 틱틱대며 품 안에서 잔뜩 손때 묻은 두꺼운 책을 꺼내보였다. 겉면엔 폴라리스 경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북부에선 지위여부를 막론하고 폴라리스 교단의 영향력이 큰 모양이었다.


“그쪽 말하는 꼬라지를 보면 읽어도 소용없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못 할 것 같으면 말해주십쇼.”

“북부의 기사가 명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그럼 우리 호위 씨가 급료만큼 일할 수 있게 제가 힘써드리도록 하죠. 판 벌이는 건 특기거든요.”

“반려 후보들이 얼른 도착했으면 좋겠군.”


두 남자는 틱틱대면서 성문 밖을 나갔다.


+


잘라내기 마을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북서쪽 외각 구역은 한눈에 봐도 치안이 안 좋아 보였다.


오래 보수되지 않아 허름한 주택과 진창이 된 바닥에서 아무렇지 않게 퍼질러 자는 주정뱅이. 창밖으로 버려지는 분뇨들까지...


벨티오는 불쾌한 냄새에 인상을 쓰며 물었다.


“여기서 뭘 하려는 거지.”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북부가 돌아가는 정세를 파악하려 왔죠.”

“그런데 왜 이런 데서...”

“모르시네. 그쪽은 처음 온 곳의 정보를 얻으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벨티오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고민했다.


“정보 길드에 돈을 내면 되겠지.”

“돈이 썩어나시나 봅니다.”

“그럼 넌 다르단 말인가.”


그 말에 카벨은 어깨를 풀며 주변을 살폈다.


“저라면 정보를 가진 쪽을 회유하겠습니다.”

“...그런데 어깨는 왜 푸는 거지?”

“그런 게 있습니다. 그것보다...”


카벨이 사나운 얼굴에 안 어울리는 비굴한 웃음을 흘리자, 벨티오는 본능적으로 물러섰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그거하고 여기 온 것하고 무슨 상ㄱ... 그 손은 뭐냐.”


앞에 내민 손에 벨티오는 잘생긴 미간을 구겼다.


“제가 돈이 없습니다. 돈 좀 빌려주시죠.”

“.....”

“교리에 나와 있다면서요. 아 갚는다고.”


그가 떨떠름하게 주머니를 들자 카벨은 마치 제 것인 것처럼 채갔다.


뒤에서 높아진 언성을 무시하고 주머니를 확인했다. 제법 은화도 있었고 드물지만 금화도 몇 개 보였다.


주변을 보자 험상궂은 녀석들이 드물지 않게 보였다. 얼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나쁘지만...


‘얼굴이 마음의 창이라는 말도 사실이지’


빠악-!!


자기 비하로 생각을 정리한 카벨이 주저 없이 지나가던 험상궂은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주머니를 되찾기 위해 다가오던 벨티오의 입이 떡 벌려졌다.


“뭐, 뭐야!”

“음... 아닌가 보군.”

“갑자기 뭔데 너!”

“아. 죄송합니다. 아는 사람인 줄 알고. 사과의 뜻으로 이거.”


씩씩대던 사내는 은화를 받곤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자, 잠깐 뭐 하는 짓이냐!”


허겁지겁 달려온 벨티오가 다음 타겟을 후려치려던 카벨의 손을 잡았다.


“사람을 좀 찾고 싶어서 말입니다.”

“사람을 찾는데 왜 그런 식으로 찾는가!”

“이게 효율적이니까요. 같이 하시겠습니까?”

“아니 나는...”

“그럼 빠지시죠. 지나친 참견 안 한다면서?”


벨티오는 떨떠름해하며 물러섰다. 곧바로 찰진 타격음이 들리고 은화가 내밀어졌다. 그럴수록 벨티오의 주머니는 조금씩 얇아져 갔다.


한 대 맞으면 은화를 준다는 소문이 퍼진 것일까? 이미 맞았던 놈들까지 일부로 눈치를 보며 지나가곤 했다.


‘...정말 갚는 거겠지?’


은화가 내밀어질 때마다 그의 인상이 파리해졌다. 하지만 카벨의 손은 여전히 거침없이 행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때였다.


빠악-!!


“악?! 겁대가리 없이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오.”

“엉?”


울상으로 짚단에 앉아 있던 벨티오는 처음 보는 반응에 벌떡 일어섰다.


원숭이를 닮은 사내는 악마같이 만개한 웃음 앞에서 몸을 떨었다. 잠시 뒤 반쯤 까진 머리통을 커다란 손아귀가 붙잡았다.


“그래그래. 그 반응이지.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뭐, 뭐...?”

“자. 오공아. 죄 많은 네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단, 헛소리하면 금고아가 줄어들 거야.”

“이 새끼가 난데없이 뭐 하자는 ㄱ...”


꽈아아악-!!

“으갸갹!!”


머리뼈를 우악스럽게 압박하는 악력에 원숭이가 발버둥 쳤다. 하지만 머리를 잡은 손아귀는 풀리지 않았다.


“다시 물을게. 들을 준비 됐어?”


끄덕끄덕!


“좋아. 하나는 여기서 있는 힘껏 동료들을 부르는 거야. 니들이 잘하는 거 있잖아? 다른 하나는...”


어느새 모여든 구경꾼들과 벨티오가 침을 삼켰다. 잠시의 정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꽈지직-!


“아 미친 까먹었어. 야. 그냥 소리 질러.”

“끄아아악!! 새, 새끼들아 뭐해!! 죽여아아악!!”


허탈해하는 구경꾼들 사이에서 험상궂은 녀석들이 뛰쳐나왔다. 어느새 관중과 뒤섞여있던 벨티오는 흠칫 놀라 뒤늦게 카벨에게 합류했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인가!! 괜히 불량배들을 자극해선...!”

“정보도 얻고, 우리 기사님 심심하지 않게 일 좀 시켜드릴까 해서요.”

“뭐?!”

“뭐합니까. 안 지켜 줄 겁니까? 명받았다면서요. 아님 북부의 기사인지 뭔지 다 뒈졌나?”

“다 죽여!!”

[우와아아!!]


벨티오는 어깨를 으쓱하는 카벨을 밉살스럽게 노려보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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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이방인이 아니라 카벨. 24.08.09 48 2 17쪽
10 9화. 주문하신 천벌. 직접 수령하실게요~ 24.08.08 56 2 16쪽
9 8화. 미드 문 김에 바텀 감 24.08.07 58 2 18쪽
8 7화. 치킨레이스 24.08.06 58 2 13쪽
» 6화. 금고아 24.08.05 58 3 17쪽
6 5화. 언더커버 for 공녀 24.08.04 65 3 18쪽
5 4화. 원하는 건 대공. 24.08.03 70 4 15쪽
4 3화. 죽일 명분 24.08.02 77 4 19쪽
3 2화. 꾸르륵 24.08.01 77 5 16쪽
2 1화. 금니네 24.07.31 124 6 16쪽
1 프롤로그 - 캐치볼 24.07.30 263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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