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805
추천수 :
81
글자수 :
281,637

작성
24.08.06 18:45
조회
57
추천
2
글자
13쪽

7화. 치킨레이스

DUMMY

7화


범죄조직 잠자는 이리의 지하 비밀 아지트. 널찍한 공간엔 하나같이 험상궂은 떡대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석좌에 앉아 있는 2~3m는 되어 보이는 남자는 메기같이 독보적으로 큰 입술을 비죽 거렸다.


그 앞에 밧줄에 꽁꽁 묶여 천장에 매달린 비쩍 마른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짜식들아 딱 기다려! 우리 형님이 오고 계시거든? 니들처럼 헛근육이나 찬 깜냥도 안 되는 것들은 기냥 캭!”

“허풍은 됐다. 바늘 손 데릭! 네놈이 빼돌린 돈이 어디 있는지나 말해!


촤락-


메기 입술이 데릭이라고 불린 사내 앞으로 종이들을 흩뿌렸다. 그곳엔 제법 그럴듯한 사업계획이 적혀 있었다.


데릭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여기저기서 지저분한 철제 무기의 둔탁한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데릭은 곧장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아이고 형님들 진정하십쇼~ 지금 투자 단계라서 없는 거지 이틀 뒤면 3배! 아니 5배는 뻥튀기돼서...!”

“닥쳐라! 정보 물어오는 능력 하난 쓸 만해서 놔뒀더니 감히 우리 돈을 들고튀어?!”


바로 앞까지 다가온 메기 입술은 커다란 박도를 꺼내 들자. 데릭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때...


콰지직-!! 쿵!!


“크억?!”


나무 벽이 뚫고 날아온 무언가가 두목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 정체는 머리에 불꽃 마크 같은 손자국이 새겨진 남자였다.


“어떤 새끼야!!”


코피 터진 두목의 호령에 여기저기서 무기를 빼 드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들의 기세는 벽 뒤에 보인 풍경으로 인해 싹 가시고 말았다.


완전히 쑥대밭이 난 아지트와 부서진 벽에 서 있는 카벨 때문이었다.


뒤에선 기사 복장의 남성이 욕지거리를 뱉으며 달려드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쪽 부류가 확실한 면상의 카벨이 태평하게 부서진 벽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던져진 남자를 토닥였다.


“오공아 마침내 천축에 도착했으니, 죄를 사해주마.”

“뭐, 뭐야 너 이 새끼! 여긴 어떻게...!


카벨은 소리가 들린 쪽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아씨 깜짝이야! 사람 입술이 뭐 저따위로 생겼어?!”

“뭐, 뭣이! 네놈 얼굴은 어떻고!!”


울컥-


“사람은 얼굴보단 마음이다 새꺄!”


투콱-!!


“크억?!”


묵직한 플라잉 니킥이 인중에 꽂히자, 두목의 거체는 육중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조직원들과 함께 멍하니 있던 데릭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누구보다 빠른 눈치. 이번에도 파트너는 올바른 길을 제시했다.


“혀, 형니이임!! 구하러 와주셨군요!!”

“뭐?”

“지, 진짜 동료가 있었어?!”

“저놈도 한패다 잡아!!”


조직원들 사이에서 카벨은 데릭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얼마나 힘이 센지 녀석 위에 겹겹이 쌓여있던 장정들이 수수깡처럼 무너져 내렸다.


막 인신공격을 당한 터라 일그러진 박진감 넘치는 면상이 다가오자, 데릭은 연기도 잊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게 누구 앞에서 머리를 굴려?! 내가 왜 니 형님인ㄷ...”


그때 카벨의 시야에 데릭의 바지춤에서 떨어진 사업계획서가 눈에 들어왔다.


직접 적은 글씨로 하급과 중급 마석 사이 애매한 것을 사들여, 새로운 등급을 부여해 파는 계획이 꼼꼼히 적혀있었다.


예시자료로 현재 마석시장에 대한 소문과 동향이 적혀있었는데, 정보들을 엮어 놓은 솜씨가 그럴듯했다.


게다가 문맹률이 높은 아이븐에서 글을 쓸 수 있다니. 보통 사기꾼은 아닌 듯 보였다.


카벨의 시선이 천천히 데릭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예...? 예! 형님!”

“흐음... 그렇단 말이지?”


데릭을 대충 내려놓은 카벨은 주위를 포위한 조직원들을 훑었다. 여과되지 않은 살기가 팍팍 꽂히자, 몸속에서 희열감이 샘솟았다.


“캬~ 역시 새로운 곳에 처음 왔을 때 이 얕보이는 느낌이 좋단 말이야. 그러니까...”


뚜둑-


“나부랭이들. 쉽게 망가지지 않게 근성 좀 보여 줘봐.”

[우와아아아!!]


알기 쉬운 도발에 조직원들이 무기를 꼬나 쥐고 달려들었다.


+


아지트가 정리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공의 검을 받아낸 자. 그리고 북부의 기사. 오러를 다루는 초인들 앞에서 이야기는 시작하기도 전에 끝났다.


하지만 조직의 크기에 비해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 지속되는 마족과의 싸움 때문에 지식보단 힘을 숭상하는 북부의 특성 때문이었다.


문관이나 정보 관련 직종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놓고 무시당하기 일쑤니 정보의 양과 질도 형편없을 수밖에...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다른 데도 좀 들쑤셔 봐야 하겠군.’


뚫린 벽을 통해 아지트 홀로 나오자 벨티오가 거친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아 있었다.


반죽음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잘생긴 외형과 달리 꽤 무력적으로도 강한 모양이었다.


그는 피로에 어깨를 들썩이면서 카벨에게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


“어. 안 죽었네? 젠장... 하하~ 걱정했습니다.”

“헉, 헉... 그게 걱정한 사람의 말투인가.”


내민 손을 쳐내며 벨티오가 숨을 골랐다. 무용을 보니 아무래도 기사도 정신만 달달 외운 녀석은 아닌 것 같았다.


“설마 이런 식으로 지하조직의 아지트를 찾을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제가 좀 잘났습니다.”

“건방진 외부인 같으니라고. 그런데 뒤에 저 말라빠진 놈은 누구지? 남자 친구?”


한 방 먹은 카벨이 으르렁대며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곳엔 데릭이 머리를 박은 조직원들을 걷어차며 마음껏 카벨의 위세를 빌려 쓰고 있었다.


“짜식들! 각을 맞추란 말이야! 각을! 어쭈? 이게 어딜 눈을 부라려! 형님한테 이야기해서 콱!”

“형님이라는 건 널 말하는 건가? 설마 네놈 이 범법자를 부릴 셈인 건...!”


역시 싫어. FM인종. 지금이라도 막 타 칠까?


성질머리를 꾹 눌러 담은 카벨이 혀를 찼다.


“지가 멋대로 설치는 것뿐입니다. 야 니들!”


데릭의 발길질에 한껏 인상을 찌푸린 조직원들이 순한 양처럼 카벨을 올려보았다.


“뭘 저 마른 장작 같은 놈한테 당하고 앉아있어? 저놈 내 동생도 뭣도 아니니까 조지든 물어뜯던 맘대로 해.”

“에, 에헤이~! 형님 서운하게 무슨 말씀을...!!”


순식간에 사나워진 분위기에 데릭은 부리나케 다가와 달라붙었다.


그러곤 아주 능숙하게 조직원들에게 갈취한 돈주머니 일부를 몰래 카벨의 품속에 찔러 넣었다.


돈과 짐을 잃어버려 제대로 된 식사도, 휴식도 취하지 못한 카벨의 입가가 급격히 꿈틀거렸다.


“저를 두고 가시면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겁니다요! 자자. 이건 제 작은 성의 표시니...”

“크흠! 뭐, 동생 하나쯤 나쁘지 않을지도...”

“이봐!!”


벨티오가 푸른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여차하면 검을 뽑을 기세였다.


계속 이러면 피곤한데. 이 기회에 한번 확실하게 실력으로 찍소리 못하게 할까? 아니면 사고로 위장해 콱...


그때 데릭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재색의 촉’ 벨티오 칼리그로님 아니십니까!!”


재색의 뭐...? 그 순간 딱딱했던 벨티오의 표정근이 움찔거렸다.


“...날 아는가.”

“크으! 암요! 인마전쟁 중 화살 한 발에 중형 비행 마물을 추락시키고, 1,000m 바깥 마족들의 왼쪽 눈만을 꿰뚫은 벨티오씨를 모를 리 있겠습니까!”

“음! 좀 아는 녀석이군. 너에겐 특별히 바프와 인사할 기회를 주지.”

“...바프?”


벨티오가 한껏 업 돼선 칼을 뽑아 내밀었다. 제 딴엔 인심 쓴 것이지만, 카벨과 데릭은 미간을 구겼다.


설마 검에 이름 붙인 거야? 그럼 뭐 그 활에도?


“나중에 달시의 활약이 어땠는지도 이야기 해주겠다.”


등 뒤의 활을 흘낏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맞는 듯했다.


그 매니악함에 카벨은 데릭의 사회생활이 버틸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가까스로 이겨낸 모양이다.


“이야~ 그것참 꼭 듣고 싶네요! 피곤하시지 않다면 바로 들려달라고 졸랐을 텐데 아쉽습니다. 무려 벨티오님의 무용담이지 않습니까!”


벨티오의 잿빛 눈썹이 기분 좋게 휘어졌다.


데릭은 진짜 동경하는 영웅을 만난 것처럼 신나서 이야기를 떠들어 댔다. 그럴수록 녀석의 고지식함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갔다.


문자나 좀 아는 그저 그런 사기꾼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회생활 좀 하네...?


“뭐, 북부는 인재를 허투루 다루지 않는 곳이다. 범법자 중에도 쓸 만한 놈이 있었군.”

“하이고~! 벨티오님이 그리 말해주시다니! 빈말이라도 이 데릭. 평생 자랑거리로 삼겠습니다요!”

“크흠. 뭐 그렇게까지...”


벨티오는 한껏 올라간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며 데릭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녀석... 생각 이상으로 다루기 쉬운 놈일지도.


카벨은 야들야들하게 풀린 분위기 속으로 헛기침을 던졌다.


“대충 쉬었으면 이제 다음갑시다.”

“다음...?”


기분 좋게 풀렸던 벨티오의 면면이 살짝 굳었다. 당황하며 난장판이 된 내부와 엉망이 된 갑옷을 번갈아 봤지만 카벨은 요지부동이었다.


“뭘 그리 놀랍니까? 겨우 이 정도 정보로 나라 돌아가는 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계속 조직들 털면서 쓸 만한 정보 찾아봐야죠.”

“바, 방금 지부 하나를 궤멸시켰다! 그것도 수도에서 규모가 있는 조직인데, 더할 생각인가?!”

“그야 당연하죠. 설마 지쳤습니까? 하... 북부의 기사 어쩌구 하더니 별거 아니네.”


울컥-


“누가 못한다고 했나! 하는 김에 대공 전하께 드릴 중급물약이라도 찾아야겠군!”

“이런 씨발! 치사하게! 좋아! 해보자고! 오늘 수도 범죄 조직들이랑 그쪽 중 하난 뒈질 줄 아쇼!”


큰소리치긴 했지만 둘의 면면이 보기 좋게 흙빛으로 변했다. 서로에게 파멸밖에 남지 않은 대화였으니까.


카벨은 겨우 잊은 대공과의 ‘검술 교류’가 떠올라 손톱을 깨물었고, 벨티오는 넝마짝이 될 머지않은 미래에 혼이 빠진 시선을 던졌다.


그때 이야기를 듣던 데릭이 끼어들었다.


“저기 형님들. 잘 모르겠지만 북부의 정보와 중급 물약이 문제라면 제가 둘 다 손 좀 써드릴 수 있는데...”

“진짜?!”

“정말인가?!


카벨과 벨티오가 격하게 반기며 일어섰다. 얼마나 큰 소리였는지 뒤에 머리 박고 있던 조직원들이 우르르 넘어질 정도였다.


‘여기서 이 녀석들에게 줄을 대지 못하면 죽는다!’


데릭은 조직원들 보내는 날 선 시선에 흠칫 떨었다. 여기서 저들과 엮여 함께 잡혀가기라도 하면 감옥 안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게 뻔했다.


도망? 이 좁은 북부에서 이미 사기로 찍혔는데 도망간다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살아남으려면 지금 여기서 딜을 해야한다! 상황 파악을 마친 데릭은 애써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두드렸다.


“말하기 뭣하지만, 사실 이 데릭. 북부라면 누가 언제 방귀를 손에 담고 시음하는지조차 알 정도로 정보에 빠삭합니다! 연줄도 꽤 있고 말입죠!”

“사기꾼이잖아.”

“쓰읍! 형님. 사기도 제대로 된 정보가 있어야 사기를 칠 수 있는 거요! 제 안전만 책임져 주신다면 둘 다 해결해 드립죠!”


뒤에 붙은 조건에 카벨이 떨떠름하게 인상을 구겼다.


확실히 북부의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정보원이 있으면 편했다. 거기에 중급 물약에 손까지 쓸 수 있다는 건 꽤 괜찮았다.


문제는 그걸 말한 놈이 사기꾼이라는 것.


게다가 뻔뻔하게 안전을 책임져 달라니... 당장 한 달 뒤 실적 못 채우면 내 목도 간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남까지?


“크흠!”


고민하고 있자 벨티오가 헛기침을 했다.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그도 파멸로밖에 이어지지 않을 치킨 레이스가 달갑진 않은 모양이었다.


‘외부인. 이번 한 번쯤은 범법자와 손잡아도 모른 척하지.’


범법자랑 호형호제했다고 꼬라지 낸 주제에.


‘혹하면 그쪽이 손잡든 빨아 먹든 알아서 하시죠.’

‘기사인 내가 범죄자와 거래할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말하는 걸 보니 싹수가 보이는 놈이다. 변하고자 하는 자를 돕는 것도 옳은 일이지 않나?’


말 빨에 홀랑 넘어간 단세포 짚신벌레 같은 기사 놈이, 지가 건 약속을 갖다 붙일 머리가 있을 줄이야...


다행히 카벨도 영양가 없는 충돌은 반갑지 않은 차였다.


‘좋습니다. 범죄자와 거래는 제가 할 테니, 이후 저 녀석의 안전은 그쪽이 알아서 책임지십쇼.’

‘말했다시피 나는 기사...!’

‘그럼 나랑 오늘 누구 하나 작살 날 때까지 불살라 보던가.’

‘큭...’


일그러지는 놈의 잘생긴 면면이 카벨은 썩 만족스러웠다.


“좋아. 단, 실력을 보여주는 게 먼저야.”

“헤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겁니다요! 그럼 뭐부터 하면 됩니까?”


카벨은 옆에 굴러다니는 빈 물약 병을 들어 보였다.


“며칠 정도 중급 물약 시장에 애로사항 좀 만들어봐. 그러면 네 안전은 뒤에 놈이 책임져 줄 거다.”


데릭이 떨떠름해하는 벨티오를 거쳐 빠르게 주변을 훑더니, 마른 장작 같은 입가를 들썩였다


“고작 며칠 정도로 충분합니까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0화. 이방인이 아니라 카벨. 24.08.09 46 2 17쪽
10 9화. 주문하신 천벌. 직접 수령하실게요~ 24.08.08 56 2 16쪽
9 8화. 미드 문 김에 바텀 감 24.08.07 58 2 18쪽
» 7화. 치킨레이스 24.08.06 58 2 13쪽
7 6화. 금고아 24.08.05 57 3 17쪽
6 5화. 언더커버 for 공녀 24.08.04 65 3 18쪽
5 4화. 원하는 건 대공. 24.08.03 70 4 15쪽
4 3화. 죽일 명분 24.08.02 76 4 19쪽
3 2화. 꾸르륵 24.08.01 77 5 16쪽
2 1화. 금니네 24.07.31 123 6 16쪽
1 프롤로그 - 캐치볼 24.07.30 262 7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