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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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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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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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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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프롤로그 - 캐치볼

DUMMY

프롤로그


“이것으로 이별이구나. 그래도 성소의 마법이 친우에게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야.”


아이븐 대륙 남부, 이종족 연합국 비전의 성소. 이종족 연합장 에아린이 뾰족한 귀 뒤로 금발을 넘기며 미모만큼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드워프와 하플링(소인족), 마수족 등 다양한 종족이 전이 마법진에 선 흑발의 남성에게 호의가 듬뿍 담긴 미소를 보내왔다.


몇년 전 나타나 거짓된 예언을 밝히고 연합국을 구한 남자. 그에 대한 그들의 친애는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북부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당부할게 있단다. 카벨. 나를 따라 말하도록 하렴.”


하지만 뒤이어진 에아린의 꿈결 같은 목소리에 사나운 인상의 카벨은 눈살을 구겼다.


“본인의 절멸된 감이나 운 따위를 믿지 않기.”

“...감이나 운 따위 믿지 않기.”

“얼굴보고 시비 걸려도, 생긴 것 때문이니 한번은 꾹 참기.”

“거, 자꾸 생긴 것 가지고 사람을...!”

“씁! 특히 중요한 거. 북부대공은 미친놈. 아니 미친개란다. 그러니 물린 뒤 성격대로 하지 않기.”


아름다움과 비례하는 것이라곤 조곤조곤한 어투밖에 없는 워딩에 카벨이 잡힌 손을 털었다.


그러자 연합장이 식량이랍시고 챙겨준 산더미 같은 생야채들이 배낭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직 북부에 간적도 없는데, 누가 들으면 뭐 벌써 대공이랑 한판 한 줄 알겠습니다.”

“이미 만난 거나 다름없는 걸 너만 모르는 구나.”


에아린은 야채로 미어터질 것 같은 카벨의 배낭 곳곳을 점검하며 걱정했다.

그럴수록 가난한 집의 벼룩이라도 징수할 것 같은 카벨의 면상이 점점 구겨졌다.


“가서 배 곪지 말고. 네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씨앗은 하나 더 넣어뒀단다. 나머지 씨앗과 신목의 가지는 북부의 엘프에게 꼭 전해주렴.”

“압니다.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가지 그러십니까.”


카벨이 투덜대며 전이 마법진 중앙으로 향하자 에아린은 살풋 웃었다.


그 미소는 정말 남자의 로망을 세, 네번 채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카벨에겐 이제 채워야할 엘프의 대한 로망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드디어 빌어먹을 생식캠프에서 벗어나는 구나!’


남부에 온지 이제 2년. 엘프에 대한 환상은 화기엄금이라는 사소한 기출변형 하나로 깨졌다.

카벨은 이 생야채의 풋내로 가득한 남부를 떠난다는 것에 환희에 차 부르르 떨었다.


그러건 말건 에아린의 미소 띤 입가로 생 양파가 인터벌 없이 끼어들고 있었다.


고오오-


마법진을 둘러싼 자들이 주문을 외우자 카벨의 주변으로 푸른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 빛은 허리춤의 조잡한 황금색 검과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두터운 코트를 지나, 목에 건 낡은 목걸이를 쓸었다.


‘겨우 죽어라 찾던 여자의 면상을 볼 수 있겠네.’


카벨이 벅찬 마음으로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늑대 옆모습이 각인된 은색의 낡은 메달. 갓 전장 속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투박하고 흠집투성인 것 외엔 특이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카벨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재해의 저울]

[멸망 - - ▼ - - - - - - 해소]

[재해와 멸망의 대척점에 선 여성을 찾으세요.]


신기루처럼 일렁이며 메달 위에 표시된 눈금과 멸망부근에 멈춰 있는 눈침.


9년 전 카벨이 어려진 채 이세계에 내팽개친 이후, 아이븐 곳곳을 떠돈 이유였다.


‘9년 동안 별 짓을 다했는데도, 해소 쪽으로 겨우 한 칸 밖에 못 움직였지만...’


그가 이토록 노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대의 어머니를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현대에 열린 최초의 게이트. 그곳에서 새어나온 대량의 독기. 어머니는 독기에 당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 그 망나니는 민우에겐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집을 말아먹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길바닥에 앉힌 장본인일 뿐이었다.


다행히 신은 있었다.


빈곤한 생활의 나날 속에서 그는 마력을 각성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헌터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는 25살까지 B급 헌터로써 게이트를 드나들었다.


그러다 동료에게 속아 엘릭서가 있다는 소문의 던전의 최심부로 떨어졌다. 이유는 쉽게 상상하는 것 중 하나다.


그때였다. 이 목걸이를 가진 백골이 새긴 글귀와 마주한 것은.

그리고 목걸이에서 매혹적인 선택지가 나타난 것은.


[아이븐의 멸망과 함께 시작된 게이트 재해는, 내가 암살한 여성의 죽음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그분의 목걸이가 선택한 자가 내 잘못을 바로잡아 주길... - 델카서스]


[과거의 아이븐으로 전이하시겠습니까?]


민우는 망설임 없이 목걸이를 쥐었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깟 멸망 따위 막아주겠다고 부르짖으며.


“카벨. 괜찮니? 표정이 안 좋은데, 가기 전에 양파 좀 먹으렴.”


다정하지만 양파냄새 그득한 걱정에, 카벨은 코앞을 휘저었다.


“필요 없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에아린은 주변에 맴도는 마력을 읽듯 황금색의 눈동자를 굴리곤 말했다.


“네가 가장 만나길 염원하는 자와 관계된 물건을 쥐고 마음으로 강하게 바라렴. 그럼 성소가 물건에 깊이 관계된 자의 곁으로 데려다 줄 거란다.”

“예상위치는... 역시 북부 입니까?”


마력을 매만지던 그녀가 끄덕였다. 동시에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카벨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파아아-


에아렌은 불어닥치는 마력의 폭풍 속에서 가녀린 손을 방패삼아 소리쳤다.


“카벨! 다시 말하지만 북부대공은...!”

“알아요! 미친개라는 거죠! 넓은 북부에서 대공이랑 마주칠 일이 상식적으로 얼마나 되겠...!”


슈아아-!!


강렬한 빛과 함께 그의 신형이 사라지자, 모두는 카벨이 남부에 남긴 마지막 말에 동일한 대답을 떠올렸다.


아닐껄?


+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흉살처럼 눈보라와 함께 불어 닥치는 검과 마법 속에서, 후드를 뒤집어쓴 여성이 자조했다.


그녀에게 공국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병사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모두 내가 살아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데...’


길게 베인 후드 안쪽. 오래토록 따뜻함에 닿지 못해 시든 연하늘색 눈동자가 죽어있었다.

그 눈에 비치는 건 병사들의 바이저 아래의 성난 입모양뿐이었다.


“제발 그만 죽어줘! 북부를 위해!”

“은색늑대의 형상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해라!!”


계속된 공격과 깊숙이 몸을 찌르는 외침. 그녀는 멀미라도 일으킨 것처럼 넘어졌다.


의지가 끊기자 마력과 함께 몸속에 축적된 기운이 사포처럼 체내를 긁어왔다.


“ㄱ... 아가씨!!”


굵직한 덩굴들로 병사들을 막고 있던 하플링(소인족) 여성이 다급히 여성을 부축했다.


“엔야. 도망치세요. 저들은 저를 노린 거니까...”

“그, 그럴 순 없어요! 저는 살아도 죽어도 함께 할 거예요! 약속 했잖아요!”

“고집 그만 피우고...”


절그럭-


실낱같이 남아있던 그녀의 삶의 이유와 의지는, 다가온 병사의 갑옷소리에 꺾여버렸다.


“은빛 까마귀의 이름 아래 죽어ㄹ...!”


콰아앙-!!


그 순간 한낮에 버금가는 빛이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병사를 향해 내리쳤다.


잠시 후 빛 속에서 나타난 검은머리의 남자.


그가 목을 꺾을 때 마다, 배낭에서 흘러나온 생야채가 기절한 병사의 얼굴로 떨어졌다.


“크흡! 망할 야채들 때문에 목 발골 되는 줄 알았... 응?”


카벨은 묘한 인기척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을 감싼 병사들과 엉겨 붙어 있는 두 여성. 그리고 쿠션이 되어준, 채소 더미 속 기절한 병사.


싸한 기분에 병사를 흔들었지만 허옇게 뒤집어 깐 눈과 마주할 뿐이었다.


“얘가 먼저 갑자기 끼어들었어!”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반사적으로 나온 현대인의 교통사고 처세술에 병사 하나가 윽박질렀다. 그것을 기점으로 병사들이 카벨의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네놈은 누구냐! 어떻게 북부의 결계를 뚫고 나타난거지!”

“친구들. 진정하고 채소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 화가 많은 게 다 채소를 안 먹어ㅅ...”

“이봐. 어차피 불법 출입자잖아! 같이 없애버려!”


망할. 그런 방법이 있었군.


거대한 병사의 말에 병사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카벨은 북부에서도 변하지 않은 불운을 원망하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 때 뒤에 있던 후드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키이잉-!


그 순간 이세계로 전이된 이후 9년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공명음이 목걸이에서 울렸다.


“뭐, 뭐야?!”


카벨이 다급히 목걸이를 살피자, 그곳엔 지금까지 본적 없는 문구와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재해의 저울]

[멸망 - - - - ▼ - - - - 해소]

[해소 2단계 상승]

[재해와 멸망의 대척점에 선 자와 조우했습니다.]


카벨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9년간 그토록 찾아왔던 ‘델카서스’라는 자가 죽인 여인. 그 죽음이 게이트 재해의 방아쇠가 될 사람.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베일 것 같은 하늘색 시선을 보내며.


“...당신은.”


가득한 상흔에 엉망이 된 로브 속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벨은 충만한 희열 속 사나운 웃음을 머금고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당신이 살길 바라는 사람이야.”

“.....!”


착각이었을까? 그녀의 눈에 깃든 색채가 처음으로 선명해진 것은. 여성은 그 시선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어!’


카벨은 마침내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에 휩싸였다.


인내심을 끊는 비웃음이 뒤에서 터지기 전까지.


“거참 흉악하게도 생겼군. 낳아준 부모 얼굴이 궁금하네. 어차피 제대로 된 인생도 아니겠지.”


울컥-


“누구의... 뭐가 어쨌다고?”


연합장이 당부한 세가지 약속 중 하나에 빨간줄이 가는 순간이었다.


+


“바위를 뚫을 정도의 찌르기.”


촤악-!


기교 따윈 일체 없는 찌르기가 한 녀석을 들이 받으며 포위를 뚫었다.


콰직-!


“컥?!”


녀석을 발판삼아 땅에 착지하자 새하얀 눈밭에 붉은 지도가 펼쳐졌다.


“다, 다 들러붙어!! 쉴 틈을 주지마!!”


슈슉-!


궁병들이 매긴 화살이 파공음을 내기도 전에 카벨의 시선이 돌아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위축될만한 상황. 하지만 카벨은 침착하게 다가오는 녀석의 목에 검을 꽂고 방패삼아 나아갔다.


콱- 콰콱-


“컥?! 크헉...!”


목이 꿰뚫린 녀석의 몸이 화살이 박힐 때마다 움찔 거렸다. 돌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아래 적들의 발이 보이자 카벨의 오러를 담은 발이 그 위를 내리 꽂았다.


쿵-!! 우득-!!


“끄아아악!!!”


비명소리에 적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카벨이 너덜너덜해진 시체의 팔을 뽑아, 옆에 있는 궁병의 머리통에 박아 넣었다.


푹-!!


“끄륵...!”


날카롭게 부러진 뼈에 관통당한 녀석은, 동료였던 자의 팔을 기괴하게 덜렁거리며 쓰러졌다.


검을 다루는 자로 보이지 않는 싸움법. 마족, 마물과 싸우기 위해 받은 지옥 같은 훈련이 무색할 정도로 병사들의 얼굴에 공포가 새어나왔다.


“우, 우어어어!!”


커다란 덩치가 거대한 곤봉을 휘두르기 위해 팔을 치켜세웠지만, 그것이 그 팔의 마지막 쓰임이 되었다.


스걱-!


순식간에 잘라내진 팔은 거대한 곤봉을 움켜쥔 채 날아가 뒤에 있던 동료들을 덮쳤다.

망연자실하게 빈 어깨를 보던 녀석의 뱃가죽이 어느새 내장을 토해냈다.


“괴, 괴물이다! 도망쳐!!”


10명이 넘는 병사들이 순식간에 당하자, 남아있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숨을 갈무리 하며 황금색 검을 늘어뜨리고 있던 카벨은 뒤늦게 머리에 몰렸던 피가 빠져가는 것을 느꼈다.


“으으...”


뒤에서 들려온 가냘픈 신음소리에 카벨은 다급히 두 여자에게 다가갔다.


“두 분 다 괜찮으십...응?”


카벨은 쓰러진 여성에게 느껴지는 마력에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헌터로 활동할 당시 얻은 스킬, [날선감각]덕분이었다.


‘이물질이 낀 느낌이랄까? 게다가 왠지 익숙한 감각이...’


카벨은 감각에 집중했다. 이윽고 쓰러진 여성의 가슴 위로 실타래처럼 뭉친 힘이 느껴졌다.


‘이건, 게이트의 독기...?!’


잘못 느낄 리가 없었다. 분명 현대의 최초의 게이트에서 흘러나와 어머니를 시한부로 만든 그 독기였다.


9년이나 걸려 찾아낸 반드시 지켜야할 사람. 다행히 카벨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스릉-


“검을 왜! 도, 도와주시려는 거 아니었... 꺄악?!”


엔야는 여성을 몸으로 감쌌다. 하지만 어디에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카벨은 화려한 금색 검으로 공녀의 가슴부근 허공을 찌르며 심호흡 했다.


‘게이트의 독기와 크게 다르진 않아. 그래도 양이 꽤... 고통스러웠을 텐데 이 상태로 싸운 건가?’


카벨의 검 주변으로 고동치듯 푸른 오러가 진동했다. 동시에 실타래처럼 엮인 독기의 일부 역시 천천히 일렁였다.


슈칵-!


그 순간, 검을 비틀자 뭉쳐있던 독기의 일부가 주변으로 흩어졌다.


‘9년 만에 하는 거라 왠지 그립네.’


[날선 감각] 스킬의 도움을 받아 오러의 질을 변화시켜 독기를 흩뜨리는 기술. 그걸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쓰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효과는 있었다. 미약하지만 후드 아래로 달싹이던 여성의 입술이 천천히 안정을 찾았다.


“독기의 일부를 풀어냈으니 괜찮을 겁니다.”

“사, 사기를 말하시는 건가요? 그,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독기가 아니라 사기요?”

“으음...”

“앗! 정신이 드세요?!”


엔야는 한층 편안하게 신음하는 여성의 상처에 물약을 뿌리며 울먹거렸다. 상처들이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통스러워했다.


‘독기... 아니 사기가 저 정도로 축척되어 있는데 당연하지. 움직일 수 있는 게 기적이야.’


카벨은 여성을 옮기려 낑낑대는 엔야의 어깨를 툭툭치고 대신 안아들었다. 그러자 여성의 후드가 벗겨졌다.


“...허,”


바람 빠진 소리가 절로 나왔다.


투명한 얼음을 깎아 만든 것 같이 새하얀 피부와 은색 물처럼 흘러내리는 은발. 그리고 머리위에 솟은 가지런한 늑대 귀.


마치 이목구비는 원래 이 위치에 있어야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쿵-!


“꺅?!”


큰소리에 엔야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자, 나무에 머리를 박은 카벨이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일단 여기 있으면 또 습격당할지 모릅니다. 길가까지 모셔 드릴 테니 마차를 잡아타도록 하죠.”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뭔가 보답을...!”

“보답으로 여기서 있던 일은 잊어주는 걸로 하죠.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됩니까?”


의외의 제안에 멍하니 있던 엔야는 숲 너머를 가리켰다.


그 방향은 인근 마을도, 다음 마을이 있는 방향도 아니었다. 정확히는 저 멀리 보이는 공국의 수도 카스토르였다. 그보다 세밀하게 말하자면...


“저기 보이는 카스토르 성이에요! 저희 공녀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쿵-


“윽...!”

“유, 유레하 공녀님?!”


공녀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엔야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공녀를 살폈다.


“이게 무슨 짓...!”


엔야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카벨이 혹한 속에서도 식은땀을 한가득 흘리며 좆 된 얼굴로 굳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라면 이미 만난 거나 다름없단다.-


예언능력따윈 없는 에아린이 단언했던 것이 떠올랐다. 북부에 오자마자 구한 사람이 설마 미쳤다고 소문난 북부대공의 외동딸일 줄이야...


“안 돼...”


미친개의 숨결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9년에 걸쳐 겨우 찾은 자신이 구해야할 여자. 그런데 그녀가 미친개의 외동딸인 북부공녀라고?


카벨은 기구한 상황에 공녀와 목걸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때 숲속에서 한 무리의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녀님!!-


선두에 선 잘생긴 잿빛머리의 남자기사가 노호성을 지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대공과 마주해야 한다고? 공녀와 관계된 남자라면 대뜸 대검부터 뽑아드는 미친 소드마스터 딸바보 대공이랑?!


‘지금은 안 돼!’


여기서 엮이면 안 된다. 적어도 안전하게 대공과 마주할 수단이 마련되기 전까진!


잠시 후 도망칠 시간을 벌기 참 좋으면서도,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될 지형지물을 발견했다.


카벨은 울 것 같은 모습으로 손을 뻗었다.


“아! 벨티오 경! 여기에요! 이분이 공녀님을 구해주... 자, 잠깐! 뭐하는 건가요?!”


엔야는 공녀를 들어 올린 카벨을 보고 경악했다. 마찬가지로 기사 역시 불안한 낌새를 눈치 채고 고개를 마구 저었다.


“하, 하지마! 뭘 하든 하지 마라!!”

“전략적 후퇴!!”


부웅-!


“고, 공녀님!!”


벨티오라고 불린 쿼터엘프 기사는 내던져진 공녀를 겨우 받아내며 눈밭을 뒹굴었다.


병사들이 검을 뽑아 들었지만, 내던져진 배낭 속 야채들이 유료스킨처럼 그들을 가로막았다.


“야채나 먹고 떨어져라!!”


뒤쪽에서 성난 목소리들이 눈보라 사이로 들려왔지만 카벨은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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