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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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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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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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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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결에게 모든 걸 건다

DUMMY

채원과의 예정에 없던 맥주 데이트였다.


알코올이 없는 맥주였지만 채원과 대작은 즐거웠다. 한 병을 온전히 다 마신 후 밤 11시쯤 소진의 생일파티 장소로 향했다.


10시에 학원이 끝나고 1시간 정도 생일파티를 한다면 지금 시간쯤 마칠 것으로 보였다.


소진과 친구들은 학원 근처 음악연습실을 빌려 생일파티 장소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결이 도착했을 때 전혀 끝날 분위기가 아니었다.


파티 참석자들은 소진을 포함해 모두 10명이었다. 원래는 더 많았는데 시간이 늦어 몇 명은 귀가했다.


예상대로 이지호는 이두나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이두나를 사귀려면 그 뿔테 안경부터 벗어버려. 한결은 마음속으로 지호에게 ‘화이팅’을 외쳐줬다.


“소진아, 아직 안 끝났어?”


한결의 등장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180cm가 넘는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 엄마를 아주 잘 닮아 잘생긴 얼굴까지.


여학생들은 모두 ‘와’ 하면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남자 세 명은 모두 똥 씹은 듯한 표정으로 소진 오빠의 등장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여기 두 시간 빌렸어.”

“그럼 12시까지 놀겠다는 거야? 엄마한테 혼날 텐데.”

“아, 씨. 어쩌라고. 1년에 딱 한 번인데 좀 놀면 안 돼?”

“그래요, 오빠. 같이 좀 더 놀다가 가요.”


남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두나가 대뜸 끼어들었다. 거기다 자연스럽게 오빠라 불렀다.


이지호의 두 눈은 질투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노는데 노땅은 좀 그렇지 않나?”


이지호는 한결의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소심한 견제구를 날렸다.


요놈의 자식, 귀엽군. 나도 애들 노는데 같이 끼고 싶은 맘 눈곱만큼도 없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끝나면 톡 해.”

“그냥 가지 왜?”

“나도 나온 김에 바람이나 좀 쐬려고.”


밤길에 오빠가 에스코트해 주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 끝날 때쯤 톡 할게.”

“오빠, 안녕히 가세요.”


다른 사람들은 대충 앉아서 인사 하는 둥 마는 둥 했으나 이두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럼 학생들 건전하고 재미있게 잘 노세요. 담배 같은 건 피우지 말고.”


**


1시간 동안 뭘 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막상 밖으로 나오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면 딱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집에서 마신 건 논알코올 맥주. 진짜 맥주를 마셔야 한다.


편의점에 들러 4개들이 10,000원짜리 맥주캔을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한결은 별생각 없이 카드를 알바생에게 디밀었다.


대학 신입생처럼 보이는 알바생은 카드를 받고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결제해 주세요.”

“이건 19세 이하 판매금지예요. 고등학생처럼 보이는데 신분증 주세요.”


아차. 나 지금 고등학생이지.


“아··· 집에다 신분증을 두고 와서 그러는데 그냥 살 수 없을까요? 저 학생 아니에요.”


한결은 필사적으로 손사래를 쳤다. 알바생은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어본 듯 카드를 다시 한결 앞으로 쭉 밀었다.


“신분증 없으면 팔 수 없어요.”

“아, 진짜 저 스무 살 넘어요. 학생 아닌데··· 아, 미치겠네···”


‘퍽.’


그때 갑자기 뒤에 있던 남자가 한결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지랄을 해라, 지랄을··· 네가 학생 아니면 뭔데? 양아치냐?”


한결은 갑작스런 뒤통수 공격에 버럭 화가 나 뒤를 돌아봤다.


키 170cm에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결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뭡니까. 갑자기 왜 때려요?”

“어쭈, 그러다 한 대 치겠다?”

“저 아세요?”


남자는 혹시 자기가 잘 못 봤는지 확인하려는 듯 한결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더니 다시 머리통을 한 대 때리는 시늉을 했다. 이번에는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이거 안 놔?”

“누구신데 자꾸 때리는 거예요?”

“누구신데?”


남자는 갑자기 반대쪽 팔을 들어 올렸다. 그것도 막았다.


“허, 이 자식, 사고 났다고 하더니 기억이라도 잃었냐?”


사고 난 것까지 알다니. 한결의 지인이 틀림없었다.


“네, 맞아요. 저 기억 잃었습니다.”


그 말에 남자의 이성이 툭 끊어진 듯했다. 남자는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냐는 듯 표정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뭐야,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기억을 잃었다고? 그래 오늘 진짜 기억 잃을 만큼 맞아보자.”


남자는 두 팔을 붙잡힌 채 이번에는 발로 한결의 정강이를 공격했다.


“진짜예요, 진짜. 기억 잃었다니까요.”


한결은 남자에게 빌었다.


**


“자, 마셔.”


한결은 남자가 건네주는 맥주캔을 받아 뚜껑을 따고 한 잔 들이켰다.


또 알코올 없는 맥주. 이럴 거면 차라리 맥콜을 마시겠다. 아, 미성년자가 되니까 이게 제일 짜증나네.


“진작 말하지 그랬냐. 기억 잃었다고···”


한결은 어이가 없었다. 기억 잃었다고 애원하듯 말했을 때 정작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사람이 누군데···


이 남자는 한결의 1학년 때 담임 손병호였다.


1년 동안 한결을 봐 왔으니 아무리 살이 빠졌어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그래도 긴가민가했는데 손병호에게 확신을 준 건 한결의 목소리였다.


“살이 정말 많이 빠졌네. 몸도 딴딴해졌고,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차라리 못 알아보시지 그러셨어요.


“봐, 살 빠지니까 얼마나 좋아. 사실 뚱뚱해서 애들이 널 쉽게 생각한 것도 있어.”


겨우 하는 이야기가 살 이야기. 기억을 잃었다고 하니 공통된 이야기 주제를 찾기가 무척 어려운 듯 보였다.


“나 사실 너 걱정 많이 했어. 예전에도 너 같은 아이 하나 있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손병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담배를 한 개비 꺼내 태웠다.


한결은 입맛을 다시며 뚫어지게 쳐다봤다. 담배를 끊은 지도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담배 대신 쿠바산 최고급 시가를 하루 한 개비씩 피웠다.


그런데 앞에 있는 손병호가 얼마나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지 시가를 피운 이후 처음으로 담배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몸이 바뀌어서 그런 건가?


한결은 손병호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너, 이 자식. 그새 담배도 배웠냐?”


한결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웃기고 있네. 얼마나 담배를 쳐다봤는지 담뱃갑에 구멍이 뚫리겠다, 인마.”


그러면서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한결에게 건넸다.


“자, 기분이다. 피워라, 피워. 하고 싶은 거 못 해서 죽는 것보다야 담배가 낫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아··· 10년 금연 생활에 가장 큰 위기가 닥쳤다.


한결은 필사적인 의지력으로 담배를 거절했다.


“저 끊었습니다.”


어린놈이 벌써 담배를 끊었다는 말에 손병호는 더 놀랐다.


“그것 참 잘했네. 나도 얼른 끊어야 하는데.”


이날 손병호로부터 한결이라는 찐따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선생님, 제 동생 데리러 가야 해서 이제 일어나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손병호는 이미 꽐라가 돼 있었다.


“응, 그래. 가라, 가. 난 집에 가봐야 반겨주는 마누라도 없고, 더 마시다 가련다. 빠이빠이.”


**


사람은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아무리 사장 아들이라지만 고등학생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손가락질 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멍청한 자식들. 머리 꼿꼿하게 세우고 진흙 바닥에서 사느니 머리 조아리고 비단 카페트에서 살아가는 게 훨씬 낫다.


이미 진흙 바닥은 살 만큼 살아봤다.


인간 신정호, 나름 SKY는 아니지만 바로 밑 티어 명문대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런데 수능 이후 희한하게도 모든 시험에 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심지어 운전면허도 5번만에 붙었으니···


대학 3학년 때 CPA 공부를 시작했다. 4학년 때 1차에 손쉽게 합격했다.


그때만 해도 인생 난이도가 너무 낮은 게 아니냐며 세상을 비웃었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1차에 붙고 2차에 계속 떨어지는 ‘지옥의 수레바퀴’가··· 2차를 모두 합해 9번 떨어졌다.


시험공부가 길어지면서 수험생활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적당한 회사를 골랐다.


취업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업은 언감생심. 벤처기업에 들어가는 데는 큰 문제 없었다.


그래서 고른 회사가 GC생명과학. 벤처회사라 뭔가 대기업 같은 구태는 없을 거라 기대하며 편한 회사생활을 고대했다.


오판이었다.


이곳의 정치질은 오히려 대기업을 능가할 때도 많았다.


무엇보다 서울대 동아리 출신들이 만든 회사라 그런지 임원급은 죄다 서울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도 작은 회사다 보니 승진은 빨라 6년 만인 올해 과장 직급을 달았다.


올해 초 승진에 물먹고 더 큰 회사로 이직한 선배가 말했다.


[과장을 달았으면 이제 선택해야 해. 더 올라갈 것인지, 옮길 것인지.]

[그럼, 과장님은 옮기는 선택을 하신 건가요?]

[그래. 여기서 더 올라가긴 힘들다고 판단했어. 차장이야 내년에 달 수 있겠지만 비SKY 출신으로 팀장 달고, 임원까지 올라가는 건 다른 문제야.]


차장 진급을 하지 못한 그는 그렇게 올해 초 다른 회사로 떠났다.


아직 회계사 공부를 놓지 못한 신정호는 최근 고민이 컸다. 회사 생활로 쇼부를 볼 것인지, 아니면 CPA를 계속 노릴 것인지.


고민하던 차에 눈앞에 ‘기화가거’가 나타났다. 운명적 만남이 분명했다.


사원증 IC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그날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거기서 몇 분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영식’을 만나지 않았던가.


**


그래도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긴가민가했다. 생각해 보면 모험이었다.


이제 고등학생인 사장 아들이 장성해 회사를 물려받기까지 얼마의 세월이 걸릴 것인가.


만약 현 사장이 죽을 때까지 사장 노릇을 한다면? 사장 아들이 다음 사장이 될 때쯤이면 신정호가 이미 정년퇴직할 나이가 지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몇 년 후에 사장 아들이 회사를 접수한단다. 그때까지 그의 최측근이 돼야 한다.


그는 재벌가 사람답지 않게 싹싹하고 예의가 바른 청년이었다. 그런데 씀씀이는 재벌다웠다.


솥밥전문점에서의 2시간 미팅을 끝낸 후 그의 손에서 툭 떨어진 하얀 봉투. 두께로 볼 때 100장. 신사임당일 경우 500만 원이라는 얘기.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생각하며 봉투를 열어봤을 때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그때 이 재벌 꼬마의 애완견이 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자주 시간을 뺏을 텐데 일단 착수금이라고 생각하세요.”


너무 이뻐 순간 껴안고 뽀뽀를 할 뻔했다. 그동안 아무 이유 없이 재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욕을 했던 자신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했다.


“별말씀을···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도련님.”


원래는 멋있게 돈을 돌려줄 생각을 잠시, 한 1초 정도 했다. 그런데 호의를 거절하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라 하지 않던가.


그리고 카드비, 월세 등등. 지출할 돈을 생각하면 거절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는 순간 결혼과 동시에 자녀 숫자까지 생각한다던가. 신정호는 한결을 만나고 난 후 미래 GC의 부사장이 된 자기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불가능한 꿈은 아니었다. 한결이 누구인가. 현 사장 진채원의 유일한 아들.


지분 상으로도 동생과 함께 최대 주주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회사는 아들에게 물려주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아들에게 회사를 넘기고 싶다는 뜻을 현 사장이 밝혔다고 하지 않나.


업무 중에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 CPA는 놓아줄 때가 됐다. 한결에게 '올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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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36 11 13쪽
50 50. 사면초가(四面楚歌) +1 24.08.27 233 13 12쪽
49 49. 천태우의 몰락 +1 24.08.26 232 13 12쪽
48 48. 천태우의 '운수 좋은 날' +1 24.08.26 231 13 12쪽
47 47. Welcome to 개미지옥 +1 24.08.25 248 12 12쪽
46 46. 차세린 섭외 +1 24.08.24 254 13 12쪽
45 45. 천태우의 제삿날 +1 24.08.23 266 11 13쪽
44 44. 한결의 분노 +1 24.08.23 269 13 12쪽
43 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1 24.08.22 278 12 12쪽
42 42. 형님 편하게 보내드리자 +1 24.08.21 271 12 12쪽
41 41. 여우 쫓으려다 호랑이를 불렀나 +1 24.08.21 279 12 12쪽
40 40. 이이제이(以夷制夷) +1 24.08.20 279 13 12쪽
39 39. '얼짱' 차세린의 경고 +1 24.08.19 286 13 11쪽
38 38. 소진의 더블데이트 제안 +1 24.08.19 295 13 12쪽
37 37. 한기호의 흑심 +1 24.08.18 314 12 12쪽
36 36. 너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구나 +1 24.08.17 316 14 12쪽
35 35. 세무조사에 대비하라 +1 24.08.16 322 13 12쪽
34 34. 쿠데타 모의 +1 24.08.16 325 12 12쪽
33 33. 페이퍼컴퍼니 +1 24.08.15 346 14 12쪽
32 32. 성년후견인 +1 24.08.14 343 13 11쪽
31 31. 서윤진을 낚아라 +1 24.08.14 345 13 12쪽
30 30. 분란의 씨앗 +1 24.08.13 348 13 12쪽
29 29. 악연의 뿌리 +1 24.08.12 341 14 11쪽
28 28. 지금이 더 좋아 +1 24.08.12 356 11 12쪽
27 27. 서윤진의 야심 +1 24.08.11 379 13 12쪽
26 26. 서윤진의 위기 +1 24.08.10 391 11 11쪽
25 25. 심야의 담판 +1 24.08.09 387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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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Love Story. written by 최강식 +1 24.08.08 41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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