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가 여황제의 국서가 되는법[슬레이브 엠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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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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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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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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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려서

DUMMY

비서랑은 시간이 지나자 권력을 잡고 안정적으로 일하는 국서에게 또다시 붙어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은 몰락한 자신을 거들떠도 안보고 다른 이들에게 박쥐처럼 이리저리 붙는 비서랑의 야비한 행동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과감히 내쳤다.


현은 그동안 권력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자신의 실질적인 편은 무장들뿐이라, 우선은 그들의 충성심을 계속 유지시켜야 했기에, 완벽히 자신의 쪽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동남 국경지대의 병마사와 군사들은 현에게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었다.


''아버지. 이제는 소자를 다시 인정해 주실 겁니까?''

''인정?''

''예.''

''기본적인 예우는 갖추겠습니다.''

''..기본적인 예우요?''

''왜 제게만 기대려고 하십니까? 전하는 충분히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사람들을 모을 수 있습니다. 지금 국경지대의 군사들을 보십시오. 전하를 따르는 이들로 넘쳐납니다.''

''아버지..''

''저도 전하의 신하로서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이는 불안했다. 국서가 더 날뛰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이번일을 계기로 성장하고 있었다.


안좋은 쪽으로 바뀌어가는 건 국서가 아니라 하늘이 자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신하들의 상소로 인해 더이상 관직이 올라가지 않으니, 매우 불공평함을 느꼈다. 자신은 이런 낮은 위치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늘이는 당장이라도 박내관에게 찾아가 국서의 죄를 모두 고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건 너무 위험도가 컸다.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국서의 권력이 커진 이상 자신이 오히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기 좋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저번에도 하늘이 본인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적이 있기에 이번일은 신중해야 했다.


''(정말..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바뀌는게 맞았어...이건 더 이상 백성을 위하는 관리의 모습이 아니야...)''


곧 황실의 정기적 행사인 사냥 대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현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실적을 내서 모두에게 명확히 인정받고 싶었다.


무예라고는 익혀본적 없는 하늘이는 이번 대회에서는 눈에 띌 수 없었다. 오로지 국서와 상장군만을 더 빛낼 수 있는 그들만의 완벽한 기회였다.


''해리씨~제가 이번 대회에서 아주 큰거 하나 잡아 오겠습니다.''

''시끄러워!! 비서랑은 좀 조용히 하시지?! 그리고 니는 주나인보다 품계 낮잖아! 그런데도 예의없이 씨가 뭐야?!''

''어휴~죄송합니다. 해리씨께서 허락해 주셨는데!!''

''뭐?! 야! 그래도 너가 더 좋은 실적을 내지는 못할걸?! 나는 무관이라고 무관!''

''저도 무예를 틈틈히 익혔습니다.''


대회 시작전. 하늘이는 비서랑을 주목했다. 분명 국서와 자주 붙어다니던 관리였다.

그렇다면..비서랑은 국서가 저지른 일들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을것이다.


''(비서랑을 어떻게든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그럼 무슨 방법이 있지?)''


하지만, 비서랑은 무예도 뛰어난 관리라서 전면으로 맞붙었다간 하늘이 본인이 질게 뻔했다.


''(방법이 없다...)''

''중서주서.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나?''

''아..우간의대부..''

''어휴...저기 보이지? 다 상장군 곁으로 몰린거...''

''예..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참 저런거 보면 멋있다니까? 나도 무예좀 익힐걸..어휴...그런데 난 운동도 귀찮아서 안해~''

''저도 그냥 막일만 했지..무예는 영...''

''그럼 우리 둘이 다니면 되겠군! 편히 산책하면서~''

''사..산책이요..?''


하늘이는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예상대로 국서와 상장군은 둘 다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모든 신하들에게 칭송받았다. 사냥을 하며 무관들과 더 깊은 결의를 다진 현은 그날 무장들과 술을 마시며 크게 웃어댔다. 드디어 국서의 권위가 완벽하게 회복되는 기점이었다.


''전하!! 역시!! 이 숙부는 믿고 있었습니다! 매일 공부는 커녕 설희와 사냥만하러 다니시더니 역시역시!''

''아니 숙부! 지금 오라버니랑 나 놀리는 거예요?''

''어떻게 알았니?!''


모두들 깔깔 웃어대며 술을 들이켰다.


''전하, 저희가 사냥은 전하께 한 수 배워야겠습니다.''

''언제든 가르쳐 드릴테니 시간만 내세요 숙부님!''

''예 그럼요~''


분위기는 한층 더 밝아졌고, 상장군도 오늘만큼은 크게 웃으며 현을 격려하기 시작했다.


무장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동안, 하늘이는 이런 짧은 틈을 타서라도 황제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황제의 침전으로 향했다.


''폐하..''

''그래, 무슨일이냐.''

''오늘 사냥 대회때 가만히 지켜만 보셨으니 심심하셨을 것 같아서..제가 작게나마 인형극이라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인형극?''

''예, 제가 어릴때 형이랑 자주 하던건데..폐하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그래?''


하늘이는 작고 귀여운 인형을 준비해 인형극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황제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던 하늘이는 오늘따라 긴장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너는 왜 이런거에 긴장을 하냐?''

''폐하께 보여드리는 거잖아요..실수 없이 해야죠.''

''진짜 웃기네..제발 평소에도 내 앞에서 긴장을 유지하며 말할 수는 없겠니?''

''그..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요..이유는 모르겠어요..''


계속해서 연극을 이어나가던 그때, 하늘이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야..하늘아 괜찮냐?''

''예..예 괜찮습니다. 폐하..걱정 마세요...''


황제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늘이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진짜 넌 이상한 쪽으로 긴장하네?''

''아니..그 폐하께서 오늘 힘드신 것 같아서..좀 웃으셨으면 좋겠어서 시작한건데..제가 실수하면 안되잖아요.''

''됐어. 오늘은 충분히 웃었어. 아니, 나한테 뭘 보여주겠다고 노력하는 애들은 어쩜 하나같이 넘어지고 엎어지냐?''

''저 말고도 있었습니까?''

''그럼~해리도 춤추다가 넘어졌거든? 결국 자기는 춤에 소질이 없다고 연극을 보여준댔는데 그것도 영... 그래도 나를 위한 마음은 진심이잖아? 그것만으로도 나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이게 다 폐하께서 덕이 많으셔서 그렇습니다.''

''가끔씩 네가 칭찬해주면 기분이 이상해..약간 거짓말같아.''

''거..거짓말이요..?!''

''농담이야 농담. 자 여기까지 온 김에 나랑 담소좀 나누다가 가렴.''

''예 폐하..''


한편, 현은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상장군을 붙잡았다. 오늘은 아버지와 예전처럼 사이좋게 말을 타며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친 의미있는 날이라 이 틈을 타 아버지와 다시 화목한 관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버지..''

''예 전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뭡니까?''

''...아버지와 예전처럼 사이 좋은 부자관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예전처럼요?''

''국서와 신하의 관계에서 저는 아버지께 무능하고 한심한 국서로 보이는거..저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아들로서 저를 아껴주실 수 없으십니까..?''

''전하.''

''상장군에게 존경받는 국서가 되는건 중요하지 않습니다..그저 소자를 아들로서 바라봐 주십시오..저는 그거면 됩니다..''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저는 전하를 아직도 아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사실상 국서도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도 부모님의 사랑이 필요했으니까. 저번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것은 여전히 큰 상처로 남아있지만.. 그것은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길로 안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현과 하늘이의 유일한 공통점은 자신들의 권력기반은 모두 아버지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문하시중 김차윤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하늘이를 이용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를 아들로서 진정으로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깊은 밤 마주보고 앉아 술을 마시며 하늘이의 몰랐던 깊은 사정을 들으니 더욱 더 안쓰럽고 그를 안아주고만 싶었다.


''힘들게 살아왔구나..''

''..예 그렇습니다.''

''그렇기에...너같이 힘든 백성들이 원하는게 진정 무엇인지 잘 아는거지.''

''예..''

''처음에는 널 기특하게 생각했지만...이제는 안쓰러운 생각만 드는구나..''

''제가 안쓰럽습니까..?''

''값싼 동정이 아니다. 어린나이에 너무 일찍 철들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구나.''

''...''

''가끔은 울어도 된다. 너도 사람인데 어찌 슬프지 않겠느냐.''

''저는..전...''

''너무 부담감을 갖지 말거라.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어느정도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해지렴.''

''알고 계셨습니까..''

''당연하지. 이유가 어찌되었든, 나라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잖니.''

''...''

''너만한 관리도 없을거다. 아주 역사서에 중요한 인물로 기록될거야.''

''저..지금 울어도 됩니까?''

''그래. 눈치보지 말고 울거라. 지금껏 충분히 백성들을 위해 노력했으니..이제는 너를 달래주렴.''


하늘은 문하시중의 말이 끝나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흘리기 시작했다. 형이 보고싶었고, 택주가 보고싶었고, 국서와 대적하기도 무서웠다. 그렇다고 물러나고 싶지도 않았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흔들고 매일같이 자신을 괴롭혔지만, 울면 자신이 지는것만 같았기에 매일같이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애써 당당한척 살아왔다.


''다 울었느냐.''

''예..아버지.''

''그래. 내일은 일정이 비니까..놀러 나가자꾸나.''

''놀러 나가자고요?''

''그래. 일에 빠져서 사는 것보다, 좀 즐겁게 놀아야 힘이 생기는 법이다.''

''..저는 놀아본적이 없기에...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걱정 말거라~ 우간의대부랑 참지정사가 아주 재미있게 놀아줄테니.''

''두..두분이서 말입니까?''

''그래.''

''참지정사께선..조용하고 침착하신 성격이고..우간의대부는 시끄럽고 활발하시던데..도대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기대되는군요.''

''어휴..아니다. 참지정사는 생각보다 놀땐 잘 노는 성격이야. 저번에 술자리에서도 말을 얼마나 재미있게 했는데?''

''그건 술을 많이 드셔서 그런거 아닌가요..''

''아무튼! 내일 기대하거라. 아주 재밌게 놀 준비나 해.''

''예 알겠습니다.''


하늘이에게도 현처럼 자신을 단단하게 지지해줄 세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닌, 사적으로도 정을 쌓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자신을 진정으로 위해주는 문하시중과 중서문하성 관리들에게는 미안했지만, 하늘이는 진정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명백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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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어려서 +1 24.09.18 13 1 11쪽
47 불공평 +1 24.09.17 27 1 11쪽
46 공평이란 무엇인가 +1 24.09.16 26 1 11쪽
45 모순 +1 24.09.15 29 1 11쪽
44 위치가 바뀌는 순간 +1 24.09.14 27 1 11쪽
43 옥새 +1 24.09.13 32 1 12쪽
42 복직 +1 24.09.12 31 1 11쪽
41 바뀐다 24.09.11 30 1 11쪽
40 출세 24.09.10 32 1 11쪽
39 다시 돌아오다 24.09.09 27 1 11쪽
38 신분 24.09.08 23 1 11쪽
37 스스로 말하다 24.09.07 23 1 11쪽
36 가짜범인 24.09.06 25 1 11쪽
35 마지막 자존심 24.09.05 24 1 11쪽
34 약점 24.09.04 24 1 12쪽
33 친구 24.09.03 26 1 12쪽
32 황제의 뜻 24.09.02 27 1 11쪽
31 마지막 전투 24.09.01 28 1 11쪽
30 첫날 24.08.31 26 1 14쪽
29 관직에 나아가다 24.08.30 24 1 12쪽
28 운명을 걸다 24.08.29 27 1 11쪽
27 욕심 24.08.28 28 1 12쪽
26 기회 24.08.27 29 1 11쪽
25 모두 폐하를 좋아해 24.08.26 33 1 11쪽
24 화해 24.08.25 30 1 11쪽
23 자업자득 24.08.24 26 1 11쪽
22 합리화 24.08.23 28 1 12쪽
21 선을 넘다 24.08.22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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