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가 여황제의 국서가 되는법[슬레이브 엠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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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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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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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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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비극

DUMMY

예부상서는 잔뜩 투정을 부리며 퇴궐하고 있었다. 그 여우같은 중서문하성 재상들.... 두고봐라 내가 더 높이 올라가줄테니까 지금을 실컷 즐기라고! 심지어 문하시중 김차윤은 저번 일로 폐하의 신뢰를 거의 바닥까지 잃었겠지! 원래 항~상 잘하다가 한 번 못하면 엄청난 질책을 받게 되니까~


온갖 상상을 하며 황궁 앞문까지 도착하자, 지밀나인 주해리가 예부상서를 다급하게 불렀다.


''주 나인 아니신가? 무슨일인가?''

''저... 폐하께서 영감을 모셔오라 하십니다.''

''폐..폐하께서? 그... 혹시 내게 굉장히 화난 말투셨는가?''

''아뇨. 그냥... 좀 지치신 것 같긴 했는데... 아마 예부상서께 크게 화난 건 아닐 거예요. 폐하께선 영감을 믿고 계시니까요.''

''크흡..큭! 그렇지~ 그게 맞지!''

''아마 오해를 풀고 싶으셔서 부르시는 거 아닐까요?''

''그래~ 그게 맞겠지? 하하...''


예부상서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황제의 명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접견실에 들어가니 지쳐있는 모습의 황제가 앉아 있었다.


''어서 오세요. 예부상서.''

''예.. 예 폐하...''

''예부상서와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다들 물러나 있게.''


예부상서는 궁녀들이 다 나가자 약간 긴장이 되었다. 서..설마 사람들 안보는 곳에서 날 때리기라도 하시는 걸까..?


''아까 문하시중의 말 사실입니까? 일 안하고 탱자탱자 놀았다는 거요.''

''폐하..''


예부상서는 갑자기 열이 올랐다.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분노한 황제도 어이없었고, 중서문하성의 재상들이 자신을 타박하는 것 또한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황제에게 뭐라 변명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직무 유기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후에 중서문하성 재상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걱정되었고, 맞다고 하기엔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걸 넘어 황제의 신임을 잃을까봐 걱정되었다.


''예부상서...? 어디 아파요? 왜 대답이 없습니까?''

''폐..폐하...흐으윽...''

''우..울어요? 우는겁니까?''


황제는 눈물을 보이는 예부상서의 모습에 크게 당황했다. 항상 당당하고 밝은 모습만 보여준 예부상서가 눈물을 보이다니.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시...실은 신의 막내아들이 며칠 전에 천민 도적떼에게 크게 당해서... 그래서 차마 그들과 눈을 나란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제 불찰입니다. 폐하의 명을 거역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신을 파직시켜주십시오!''

''예..예부상서...''

''하오나 폐하.. 도적떼가 일어난 것은 모두 신이 그들을 외면했기 때문이지요. 제가 그 약한 천민들을 외면했기에.. 제 아들이 그만... 흐으윽...''


예부상서의 말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평소에 신임하던 예부상서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었고 괜찮다며 이만 가보라고 했다. 예부상서는 놀라웠다. 자신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한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그냥 보내주시다니!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역시 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세월은 무시 못하지! 이로 인해 폐하께 동정까지 얻게 되었으니 아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군.


예부상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막내아들 은을 찾았다. 혹시라도 폐하께서 은이를 따로 불러 물으실 수도 있으니 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막내아들은 집 어디에도 없었다. 이 늦은 시각에 어딜 나간 건가 의아했다.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 * *


척현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아버지가 황궁에 데려가 주신다니! 그럼 나의 미래 부인을 보게 되는 것인가!! 심지어 폐하께서는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니.. 더 기대되었다.


''아니 오라버니.... 너무 꾸민 거 아니야...? 과해!!''

''척설희 너는 네 미래 서방 만나러 갈때 거적때기 입고 갈거냐?''

''아니 그건 아닌데.... 폐하께서 요즘 검소를 실천하고 계시는데 이건 너무 과하잖아..''

''아...! 아 그랬지 참! 와... 내 동생이 도움이 되는 날이 다 오는군!!''



준비를 마치고, 아버지를 따라 황궁에 들어서니 척현의 입이 벌어졌다. 자신의 집도 잘 사는거라 생각했지만 이곳 차원이 달랐다. 국서가 되면 여기서 모두의 시중을 받으며 호화롭게 살 수 있다니...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와... 아버지 국서가 되고 싶은 의욕이 마구 샘솟는데요?''

''그래? 아무튼 오늘은 폐하께서 널 따로 보자 하셨으니 예의있게 행동하거라 제발.... 아버지 부탁이다 현아....''

''아~ 걱정 마세요. 설희한테 다 들은 게 있거든요~''

''서..설희한테..? 뭔가 불안한데...''


척현은 어제 설희에게 여자와 대화하는 법 특훈을 들은 터라 매우 자신감이 충만했다. '황제라고 해도 결국에는 여인이니까 넘어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황제의 거처에 다다랐다. 어느정도 예쁠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황제를 보자 마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제 특훈한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아름다운 용안과 옥체를 갖추고 있었기에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현아..! 현아 인사 드려야지..!''

''예..? 예... 그 아.. 안녕하세요....''

''오 이런...!''


안녕하세요라는 말에 상장군은 이마를 탁 쳤고, 척현은 자신의 인사법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계속 넋 나간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상장군과는 달리, 황제는 척현의 인사법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야 주해리 들었어? 안녕하세요래 안녕하세요!!''

''예..예 그 그런데, 저 도련님 지금 넋이 나간 것 같은데요...''

''어..? 그..그래? 상장군.. 혹시 그대 아들이 어디 아픈가요?''


척현은 황제 앞에서 자신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되찾았다. 자신을 걱정하는 황제의 용안이 바로 앞까지 와있었다. 척현은 황제를 갖고 싶다는 생각과, 국서에 올라 권력을 누리고 싶다는 두 생각이 혼동하여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이내 설희가 알려준 대로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폐하... 제 여인이 되어주십시오.''

''어..?''


상장군은 자신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그만 목을 잡고 쓰러져버렸고, 황제는 그런 척현이 귀여운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름이 현이라고 했니?''

''예.. 예 폐하.... 원래 미인은 용기있는 자가 얻는거라고 들었습니다. 제 말이 틀린 겁니까?''

''그래 맞다. 그러니 더 노력하거라.''

''예! 예 폐하... 걱정 마세요! 그리고 폐하께선 저의 미래 부인이시니까요~''


정신을 차린 상장군은 척현이 더 이상한 얘기를 꺼낼까 걱정되는 마음에 재빨리 황제에게 송구하다며 미친 듯이 사죄를 올렸고, 척현을 둘러업은 채로 전속력으로 황궁을 빠져나왔다.


그날 상장군은 집으로 돌아가 노발대발하며 도대체 현이에게 뭘 가르친거냐며 설희를 질타했다.


황제는 척현이 마음에 들었다. 백성들은 아무리 귀족일지라도 자신을 보면 덜덜 떨기만 하는데, 이리 적극적인 아이라니. 게다가 상장군의 아들이니 군사를 지휘하는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줄 거라 생각했기에 전시 상황에 국서로서는 매우 안성맞춤이었다.


''쟤 진짜 웃긴다. 저런 애랑 살면 하루하루 즐겁겠어.''

''그러게요.''

''뭐 어느정도 어떤 아이인지 감은 잡았으니.. 이제 일하러 가야겠지.''

''예 폐하. 지금 출발하신다면 공부 회의에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가자. 공부상서가 늦는 걸 굉장히 싫어하거든. 황제인 나도 안 봐줄 기세라니까?''


* * *


하늘은 어제부터 안 보이는 자신의 형이 걱정되었다. 심지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내 도련님까지 사라졌기에, 오준량은 크게 분노해 막내도령을 찾기 위해 인력을 동원했다. 그런 예부상서와 다르게 하늘은 홀로 친형을 직접 찾아야 했다.


오준량은 자신 아들 걱정에 혈안이 되어 하늘의 형이 혹시라도 도망쳤나 하는 생각 조차 들지 않았다. 노비가 없어진 것은 매우 큰일이지만 그보다 자신의 아들이 실종된 것이 더 큰일이니 말이다...


하늘은 하루종일 막내 도련님을 찾는 척 하면서 친형을 찾기 시작했다. 뭐.. 이러다가 막내 도련님을 찾으면 그것도 기쁜 일이지만, 오로지 지금은 가족 걱정이 우선이었다. 혹시 몰라 친형과 자주 가던 골짜기로 갔지만 역시나 그곳에서도 형을 찾을 수 없었다. 한숨을 쉬며 내려가려던 찰나, 하늘은 바닥에 떨어진 형의 머리띠를 발견했다.


''이...이건...''


하늘은 크게 놀랐다. 설마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왜... 왜 이게 여기 있는 거지..? 소리를 치며 형을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하늘은 벼랑 끝에서 형을 찾아냈다. 새벽까지 골짜기와 주변 산을 쥐 잡듯이 오르락내리락 한 결과였다. 형 옆에는 막내 도련님도 같이 있었다.


형은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창백한 모습이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막내 도련님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고, 대충 이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차갑게 굳은 형의 시신을 보자마자 하늘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이내 주저 앉았다. 그렇게 슬퍼할 겨를도 없이 막내 도련님 입에서 나오는 끔찍한 말을 들어야 했다.


''내...내가 주..죽이려던 건 아니었어... 그...그냥 네 형이 너무 반항을 하길래..''

''뭐라고요...?''

''그..그러게 노비 따위가 잘해줬으면 은혜를 알고 그냥 얌전히 말을 들을 것이지! 왜 괜히 반항을 하는거야? 내가 너희 형제에게 해준 게 얼만데... 그...그렇잖아? 그리고 네 형이 이 곳 풍경이 좋다며 길가던 날 데려왔어!''


하늘은 뭐라 답할 기운이 없었다. 부모님과 누이가 세상을 떠나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곤 형 뿐인데. 저 괴물의 손에 죽어간 형이 너무나도 불쌍했다.


무엇보다도, 갑자기 모든 일이 순식간에 닥쳐오자 이것이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 아니지 너무 뜬금없잖아. 이건 꿈일거야... 꿈이어야만해... 막내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니까.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막내도령 오은에게서 나오는 뻔뻔한 말은 하늘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그...그런데... 난 국서가 될 운명이야 하늘아.. 그러니까.. 덮어줄 수 있지? 이 정도야 뭐..''

''그 입 다물어... 넌 사람이 아니야..''

''아... 이럴 줄 알았어. 융통성이 없다니까...''

''뭐...?''


융통성..? 자신의 가족이 세상을 떠났는데, 가족을 죽인 자와 타협을 하자고..? 어이가 없다. 아니... 뻔뻔한 정도가 아니구나. 그냥 저자는 미쳤어.


그래도 네 아비의 비리를 폭로할까 망설이던 내게 올바른 선택권을 주게 해줘서 고맙다 오은. 덕분에 죄책감 없이 네놈 가문을 멸할 수 있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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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의외의 조합 24.08.21 36 1 11쪽
19 우연 24.08.20 31 1 11쪽
18 가족 24.08.19 35 1 11쪽
17 진정한 충심 24.08.18 3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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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포로 24.08.15 40 2 11쪽
13 성과 24.08.14 43 2 11쪽
12 불씨 24.08.13 38 2 11쪽
11 품계 24.08.12 38 2 11쪽
10 사신 24.08.11 35 2 11쪽
9 권력 24.08.10 45 2 11쪽
8 역전 24.08.09 43 2 11쪽
7 평화 24.08.08 50 2 11쪽
6 혼란 24.08.07 48 2 11쪽
» 신뢰와 비극 24.08.06 58 3 11쪽
4 황제의 이면 24.08.05 57 3 11쪽
3 백성 24.08.04 57 3 13쪽
2 무관과 노비 24.08.03 80 3 13쪽
1 황제 +1 24.08.02 1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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