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가 여황제의 국서가 되는법[슬레이브 엠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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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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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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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DUMMY

불안해하는 문하시중과 다르게, 척현은 전쟁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현은 군사들과의 대련이 끝난 후 서둘러 6위의 무관들과 회의를 시작했다. 대장군 양문과 장군 척명은 걱정되는 말투로 척현에게 말했다.


''전하, 그들을 얕봐서는 아니되옵니다. 일전에 선황폐하께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신 끝에 가국을 무릎 꿇리셨습니다. 게다가 지금 가국과 전쟁을 끝낸지 6년입니다. 그 긴 시간동안 군사력을 키워서 전보다 더 강성해졌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전하.. 그들이 이리도 마음껏 날뛰는 이유는 믿을 만한 군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30만의 대군이지만... 선황 폐하께서도 45만 대군을 이끌고도 어려워하셨던 정벌인데..''


가국과의 전쟁을 한 번 겪어본 장군들의 말에 척현은 대답했다.


''그래서 방안을 세우고자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닙니까. 다들 경험이 있으니까요.''

''상장군 척무결. 전하께 아뢰옵니다.''

''상장군, 좋은 생각이 있으십니까?''

''예 전하 6년 전 포로로 끌려온 가국의 백성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이용하는 겁니다.''

''그 말씀은..''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아니 그렇습니까?''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들을 이용하는 방법은 다양하지 않습니까?''


황제는 무관들의 회의에 참여하려다 문 앞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는 들어가는 것을 잠깐 망설였다. 특히 전쟁 포로로 끌려온 해리는 그들의 말이 지겹고 역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부터 여해국에 포로로 끌려온 이들은 잘 사는 집에 노비로 팔리거나, 궁궐로 보내지거나, 학식을 겸비한 자라면 마땅히 관직을 하사하였다.


그런 이유로 포로들 중 고위 관리들이나 궁녀들이 몇몇 섞여있는 탓에 그들은 제외해야만 했다. 혹시라도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황제가 크게 분노해 전쟁을 하기도 전에 내부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황제는 무관들의 말을 잠자코 들을 수는 없기에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국서에게 물었다.


''낭군의 생각은 좋지만, 그들이 여해국에 온지 6년이 흘렀습니다. 이미 이 나라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인데 어찌 그들을 화살받이로 쓴단 말입니까?''

''폐..폐하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왔습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낭군.''

''예 폐하. 폐하께서 내리신 질문에 답하자면 포로들 중에서도 적응 못하고 버려져서 촌을 이루고 사는 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이용하는 겁니다.''


국서의 말은 옳았다. 황제 입장에서는 천민촌에 사는 천민들이야 자신의 백성이고 이 나라의 토인들이니 지켜야 할 존재들이었지만, 포로들은 아니었다.


거슬리기만 했던 포로촌에 사는 포로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니, 그동안 그들을 살려두었던 것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


황제는 전쟁을 지휘하는 자리에 있는 국서가 감정적이지 않기에 안도했다. 쓸데없는 동정심에 이끌려 전쟁을 망쳐버린 경우를 역사서에서 많이 본 터라 어느정도 걱정이 되었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척현은 이성적으로 판단해 이길 방법만 고수했다.


황제는 긴 회의가 끝난뒤 침전으로 돌아와 의복을 갈아입고는 침대에 누워 아까부터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해리에게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말을 건냈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

''쓸데없는 짓이요...?''

''꼴에 같은 처지라고 그자식들 감싸고 돌지 말라고. 너 아까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였어.''

''폐하...제가 무슨....절 지금 뭐라고 생각하시는거죠?''

''뭐라고 생각하긴..너는 정말 그걸 몰라서 묻냐? 우리가 하는 얘기 다 들었을거 아니야. 혹시라도 몰래 찾아가서 도울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지. 알아들어?''

''....정말 기가 막혀서.. 다들 인간이길 포기하셨군요..''

''너는 황제가 아니니까 내 사정을 모르겠지.''

''예 폐하.. 전 솔직히 이해 못해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저번에 끝났잖아요..왜 절 자꾸 힘들게 하세요?''

''내가 널 힘들게 한다고? 이게?? 잘 들어. 난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하....절 위한다고요? 폐하께서도 지금 자신의 가족이 욕먹으니까 화가 나시죠? 그들은 선황 폐하의 손에 가족을 잃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까 저는 지금 선황폐하를 모욕했네요 그러니 벌을 내리세요. 어서요.''

''아니, 벌하지 않을거다. 그리고.. 정말 모르는거니..? 내가 널 지키려고 무슨 노력을 했는데..그걸 이제와서 망칠 수는 없어.....''

''폐하께서 혼자 망상에 빠져 계신 것 같은데 저는 절대 그런짓 안해요. 그럴 힘도 없고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놔주세요.''

''....당분간 황궁 밖을 나가지 말거라.''

''예...??''

''이건 황명이다. 널 못믿어서가 아니야. 널 지키기 위해서는 내 곁이 제일 안전하니까 여기 있으라는 거야.''


척현은 아까부터 지쳐보이는 황제에게 안마나 해줄 겸 황제의 침전으로 왔다가, 둘의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놀랐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아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침전 안에서 나오는 해리와 딱 마주치고야 말았다.


''전하..''

''아...주나인..''

''폐하께 아뢰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아니, 그럴 필요 없네. 이만 가보도록 하지.''

''....예..? 예 살펴가십시오.''


척현은 황제의 침소에서 나와 걷는 내내 해리가 거슬리는지 박 내관에게 해리에 대해 물었다.


''박내관, 혹시 주나인에 대해 자세히 아는가?''

''당연히 알지요. 주나인은 황제 폐하의 오랜 심복입니다.''

''그래? 황궁 내에서 입지도 강한가?''

''아무래도 정 6품 지밀나인이고, 항상 폐하 곁에 붙어있으니까요. 혹시라도 주나인과 적을 치실 생각이시라면..''

''아니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내가 왜 주나인과 적을 친단 말인가..''

''아..아니라면 됐습니다. 폐하께서는 그녀를 아끼고 계십니다. 우정을 넘어서요..''

''우정을 넘었다고...? 와...우..경계할 대상이 문관들 뿐만이 아니었구나..''


척현은 우정을 넘었다는 말에 대단히 단단한 착각을 해버렸다. 박내관이 말한 우정을 넘었다는 것은 황제가 해리를 가족으로 여긴다는 뜻이었는데.. 현은 그걸 다른 쪽으로 이해해버린 것이다.


* * *



''그게 사실인가?!''

''예 전하..''


한편, 가국에서는 여해국의 국서로 임명된 자가 무관집안 출신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크게 놀랐다.


''전하.. 그 국서는 지난번 전쟁때 선봉장이었던 척무결 상장군의 막내아들입니다....''

''척무결 상장군이라...''

''전하.. 신은 걱정되옵니다.. 그들이 왜 괜히 무관집안 아들을 국서로 앉혔겠습니까..??''

''전쟁은 각오하고 있었소.''

''예..저희도 대비를 하긴 했지만 척무결은 뛰어난 명장입니다..''


가국 국왕 임천호는 국왕의 자리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여해국을 공존할 수 없는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번 전쟁때 임천호의 아버지인 선왕은 직접 군을 이끌고 여해국 황제의 군대와 싸우던 중 크게 부상을 입었고, 자신의 친어머니인 선왕비는 여해국에 끌려가 모진 수모를 겪었으며, 백성들도 무참히 참살당했기에 여해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가 않았다.


''황제가 직접 친정할 가능성은 있는가?''

''전하. 신의 생각으로는 국서가 직접 나설 것 같습니다.''

''국서가..??''

''예 전하. 무엇보다 국서가 나서야 저희가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여해국 황제는 무서운 인물입니다. 괜히 여해국이 최강대국이겠습니까...? 황제는 저희가 상상하지도 못한 힘이 있는 자입니다.''

''......''


국왕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리 외교관계가 파탄난 마당에 언제든 그들이 처들어올 수 있기에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슬슬 여해국에서도 움직임을 보이니 두려웠다.


민간에 무종황제를 욕하는 글은 국왕인 자신도 겉잡을 수가 없이 널리 퍼져나갔다. 사실 국왕은 백성들을 말리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금지시켰으나, 백성들의 원통함은 국왕 또한 이해하였기에 어느정도는 내버려둔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국왕 자신도 백성들의 반여해국 감정에 휩쓸려, 가장 중요한 조공을 바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지난번 전쟁때 체결한 조약을 마음대로 파기한 것이다.


''여해국에 사신을 보내야겠소.''

''예...??''

''그들도 지난 수많은 전쟁으로 지금 쉽게 군사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핑계를 대서라도 전쟁을 늦춰야 하오. 우리도 대비할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요.''

''전하..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신으로 보내지는 이들은 결국 죽으러 가는 것 아닙니까...??''

''황제는 유약한 성정이오. 죽이지는 못할것이오.''

''전하....황제는 백성들에게는 자비롭지만..''

''아니, 내가 황제를 만나본 적이 있어서 하는 말이오. 게다가 황제는 감정에도 잘 휘둘리지.''

''전하... 시간이 흘렀습니다.... 과거에 잠깐 만났던 일로 어찌 황제의 성정을 파악하신단 말씀입니까?''


국왕은 신하의 충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해국에 사신을 보냈다. 황제는 가국에서 사신이 온다는 말에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 이제와서 뭐하자는 거지?


''사신이라니? 가국에서 사신을 보냈다고?''

''예 폐하..''

''어이가 없군. 지금까지 조공을 끊어놓고선 사신을 보냈다고?''

''그러게요.''

''그래 그 잘난 낯짝 한번 보러 가자.''


사신은 정말 뻔뻔하게도 황제에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


''황제폐하, 국서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뭐? 인사? 지금 인사가 아니라 내게 무릎꿇고 사죄해야 하는거 아닌가?''

''폐하...오해십니다...저희 국왕전하께서는 오해를 풀고자..''

''닥치거라!! 오해??? 오해를 풀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것이냐?''

''ㅍ..폐하!! 고정하시옵소서.. 부디 저희의 말을 끝까지..''

''짐이 왜 너희 나라가 계속 무종황제를 기만하는데도 정벌을 감행하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 너희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내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벌을 미뤘을 뿐이다. 그리고, 긴 시간동안 조공을 끊고 심지어는 내 아버지를 조롱한 나라와 무슨 대화를 하겠느냐? 너희가 날 아주 만만하게 보는구나..''

''폐..폐하...그것은..''

''듣기 싫으니 모두 끌고가 가둬라.''

''폐하!! 폐하!! 부디 조금만 들어주십시오...! 제발 조금이라도!!''


황제는 크게 분노했다. 사신들을 투옥시킬 정도로 가국에 대한 분노가 가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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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의외의 조합 24.08.21 36 1 11쪽
19 우연 24.08.20 31 1 11쪽
18 가족 24.08.19 35 1 11쪽
17 진정한 충심 24.08.18 3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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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상한 첫 만남 24.08.16 39 2 12쪽
14 포로 24.08.15 40 2 11쪽
13 성과 24.08.14 43 2 11쪽
12 불씨 24.08.13 38 2 11쪽
11 품계 24.08.12 38 2 11쪽
» 사신 24.08.11 36 2 11쪽
9 권력 24.08.10 45 2 11쪽
8 역전 24.08.09 43 2 11쪽
7 평화 24.08.08 51 2 11쪽
6 혼란 24.08.07 48 2 11쪽
5 신뢰와 비극 24.08.06 58 3 11쪽
4 황제의 이면 24.08.05 57 3 11쪽
3 백성 24.08.04 57 3 13쪽
2 무관과 노비 24.08.03 80 3 13쪽
1 황제 +1 24.08.02 1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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