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둘째 딸이 나에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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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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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숫사자 더쿠의 등장

DUMMY

스무 마리 사자 무리를 이끄는 숫사자 칼.


한 때는 사자후 한 번으로 주변을 벌벌 떨게 하던 맹주였지만, 어느 덧 나이를 먹고 노쇠해졌다.


그러자 여지없이 어디선가 나타난 도전자, 더쿠.


어릴 때부터 유난히 덩치가 컸던 더쿠는 이미 자신의 무리에서 반란을 시도하다 쫓겨난 전적이 있는 호전적 기질의 숫사자다.


큰 상처를 입고 무리에서 쫓겨났을 때만 하더라도 금세 도태되어 죽을 줄로만 알았지만, 더쿠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기를 되찾은 더쿠.


성장기였던 더쿠는 이젠 혼자서도 성체 들소 한 마리쯤은 쉽게 잡을 수 있을 만큼 몸집이 더 커지고, 단단해졌다.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초원을 가로지르며, 하이에나 먹이를 빼앗아 힘을 키워오던 더쿠의 눈에 어느날 칼의 무리가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만의 생활이 슬슬 지겨워지던 찰나.


더쿠는 며칠 동안 칼 무리 주변을 맴돌며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확신했다.


자신의 힘이면 노쇠한 숫사자 칼 정돈 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걸.


칼만 꺾으면 암사자와 새끼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차지.


어느 날 더쿠는 그렇게 칼의 무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걸음, 한 걸음.


덥수룩한 털로 가득 덮인 앞발을 힘차게 내딛는 더쿠의 발걸음에 칼의 무리가 모두 멈춰섰다.


주변을 감싸는 긴장감.


공기의 흐름도 바뀐 듯 했다.


그렇게 칼의 무리엔 거대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옛날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에서 봤던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 싸움인데...


그와 비슷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우리 지점에도 벌어지고 있었다.


무리를 이끌던 칼은 바로 우리 지점장.


그리고 더쿠는 이번에 부지점장으로 새로온 김동혁 차장.


둘의 대결을 지켜보는 우리는 암사자? 새끼?


“그러니까 저 김동혁 차장이란 분이 다음 인사 때 여기 지점장 되려고 온 거라는 거예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순진한 목소리로 성대리에게 물었다.


“딱 보면 모르겠어? 며칠만 지나봐~ 아마 지점장하고 맞먹거나 지점장 잡아먹으려고 할걸?”


오늘 아침, 누군가가 지점장실로 들어갔고 그 앞엔 직원들이 옹기종기모여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그래도 부지점장으로 왔는데 인사 시즌 앞두고 지점장과 싸워서 굳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게 하겠습니까.”


“넌 아직 김 차장에 대해 들은 게 없구나?”


“원래 유명하신 분이에요?”


“어, 아주 유명하지. 영업 잘하고 실적 좋기로.”


“그럼 지점에 좋은 거잖아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 저 분 별명이 바로 스마일 하데스야.”


“스마일 하데스요?”


“어, 주변 사람들을 지옥으로 끌고가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별명이야. 그런데 얼굴이 웃는 상이라 스마일이란 수식어가 붙은 거지.”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별명을 얻습니까?”


“나도 들은 이야기이긴 한데, 저 분과 같이 일했던 상사나 부하직원 중에는 잘 된 사람이 없어. 꼭 뭔 일이 터지거나 징계를 받았지.

그런데 이상한 건 본인만 챙길 거 챙기고 빠져나가는 일들이 생기는 거야~ 그래서 그런 별명을 얻었어.”


“주변 사람들을 밟고 일어서는 분인가 보네요.”


“어, 저 분 밑에서 손들고 이동 신청한 직원들이 셋인가 넷인가 그렇대.”


웃으면서 부하직원을 반쯤 죽여놓는 사람이라··· 게다가 상사까지 날리고? 도대체 어떤 성향이면 그게 가능한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성대리가 보충설명에 나섰다.


“평소엔 웃으면서 좋게 지내는데, 일하다보면 ‘어? 왜 나만 일하고 있지?’ 싶게 만드는 사람이래.”


“후배 육성에 진심이신가 보네요.”


“게다가 큼직큼직한 영업 거리도 따오긴 하는데 대부분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면서 실적 내는 것들이라던데?”


“오~ 거침없는 도전~”


“정주임, 나랑 반대말 찾기 놀이 해?”


“흐흐···그건 아니고요.”


“게다가 문제가 생기면 자기만 쏙 빠져나가는 일도 있고.”


흠··· 성대리와의 장난스런 대화였지만 이야길 듣고 나니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후배 일 잘 시켜먹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면서 영업하고 처세하는 사람.


아마 본점 인사부도 저 사람이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 이 부진 지점에 부지점장 타이틀을 달려 보냈다는 건, 내부적으로 치고받고 싸우는 건 알아서들 하고, 무조건 실적만 내라는 뜻.


지금의 은행에게 우리와 같은 실적 부진 점포란 계륵 같은 존재일 테니까.


그래서 메기 한 마리 푼 거지. 죽기 싫으면 다들 뛰라고.


반면 우리 지점장은··· 능력은 없지만 밑의 직원들에게 내세우는 자존심은 우주 최강인 꼰대.


아마도 부지점장과 계속 부딪히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겠지?


흠··· 그럼 지점 직원들을 어쩐다?


둘의 눈치를 잘 보다 승자에게 붙거나 아니면···둘 다 버리고 독자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지도.


– 덜컥.


혼자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지점장실 문이 열렸다.


드디어 지점 직원들 앞에 등장한 김동혁 차장.


40대 초반의 작은 키, 날카로운 눈매, 다부진 몸.


전에 봤던 군대 드라마에 준위로 나왔던 그 배우와 꽤나 비슷한 느낌이었다.


찔러도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반면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였는데 가만히 있어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있어 하회탈 닮은 웃상이었다.


‘스마일 하데스’


누가 지었는지 별명 한 번 절묘하게 잘 지었단 생각이 들었다.


“자, 다들 이름은 들어봤을 거야. 김동혁 차장, 부지점장으로 온 거니까 다들 잘··· 하고.”


지점장의 어색하고 드라이한 인사 소개.


그런데··· 그때 들려온 김차장의 마음 소리.


[다들 이름 들어봤을 거라고? 너희들도 김차장에 대한 나쁜 소문 들어봤지, 이런 뜻인가? 지점장씩이나 되어가지고, 옹졸하게 돌려까기는···]


그런데··· 표정은 여전히 스마일.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없다.


“내 소개 잠깐 할게요. 대한은행 공채 23기고, 얼마 전까지 본점에서 여신 심사일하다 최근에 지점 몇군데 돌고 여기 온 건데, 아무튼 다들 잘 부탁해요.”


달랑 두 줄짜리 자기소개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걸 유추하게 하는 멘트.


최근 들어오는 신입들은 공채 몇 기, 이런 걸 따지지도 않고, 아예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트렌드라며 기수 문화를 은행차원에서 없애는 중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공채 몇 기란 이야길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건 서열과 위계를 중요시 한다는 뜻.


게다가 본점있다 지점 돌고있다는 말은 지점장이나 부서장같은 관리자가 되기 위한 중간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미.


한 마디로 내가 승진할 때가 돼서 영업점 돌고 있어~ 라는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때 다시 들려온 김차장의 마음 소리.


[여기서 지점장 먼저 달고 메인 지점으로 옮겨달라고 해보던가 해야지. 쩝.]


후··· 쉽지 않은, 야망있는 사람이 상사로 온 거네.


그래도 나한테 다이렉트로 뭐라 하겠어? 선배들이 있으니 날 먼저 건드리진 않을 거야.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건드리지 않기를 바랄뿐.


– 짝, 짝, 짝


어색한 환영의 박수.


인원이 몇 명 되지 않다보니 누가 소리 날 만큼 세게 치고, 누가 대충 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순간 김차장이 미소 띤 얼굴로 양과장을 힐끔 쳐다보며 속으로 말했다.


[어쭈, 박수치는 거 봐라? 치기 싫으면 치지 마. 근데 이 새끼가 내 바로 밑 아냐? 얘부터 조져놔야겠구만.]


그 말을 듣고 난 더 큰 소리로 박수를 쳤다.


그렇게 어색한 아침 조회 겸 환영식이 끝난 뒤, 모두들 자리로 돌아가 오늘의 영업 준비를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평소완 많이 다른 객장 분위기.


원래는 양과장과 성대리가 재미없는 농담을 툭툭 던지며 수민씨를 놀리고,


그 둘은 또 다시 날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해야 할 시간인데 그냥 조용했다.


다들 꽁으로 사회생활 한 건 아니라서 눈치가 있는 거지.


미래 권력인 더쿠에게 물려죽지 않으려 모두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긴장의 시간이 흘러 하루 영업을 정리하는 시간이 왔다.


시재를 맞추고 오늘 미완 서류, 본점 보고 서류들을 정리하는 시간.


그때 지점장이 지점장실에서 나왔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짱박혀서 나오지도 않았네. 표정도 별로고.


“나 먼저 간다.”


심지어 지점원들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분명히 저기압이다.


마스크를 안 쓰니 지점장 마음을 알 수가 있어야지.


그때였다.


양과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을 꺼냈다.


“자, 자~ 오늘 김차장님도 새로 오셨고 하니 번개 환영회 어떨까요?”


평소 조용조용한 성격에 튀는 행동이라곤 1도 하지 않던 아저씨가 갑자기 약을 잘못 먹었나?


게다가 매번 코로나 시국에 회식은 맞지 않다며 회피 스킬을 시전하던 분이 갑자기 돌변하니 적응이 안 된다.


아마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이끌어 낸 변화같은건가?


응?


그런데··· 봤어? 나만 본거야? 스마일 하데스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거.


“양과장이라고 했지?”


“네. 차장님.”


“과장씩이나 됐으면 호칭같은 건 알만도 한데 영~ 실망이야.”


“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말엔 날카로운 가시가 가득한 뉘앙스였다.


나도 순간 짱구를 굴려봤다.


뭘 잘못한 걸까?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 호칭이 왜? 차장한테 차장이라 말한 건데···


“이봐 양과장, 자네는 직책과 직급의 차이에 대해 잘 몰라?”


“네?”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양과장.


“난 차장 직급으로 부지점장 직책을 받은 거야. 그럼 직책을 우선적으로 불러야지. 대한은행의 수많은 차장 중에 부지점장 직책인 직원이 얼마나 될 것 같아? 그러니 당연히 직책으로 불러야지. 안 그래?”


한 마디로 차장이라고 다 똑같은 차장이 아니고 자신은 부지점장 차장이라는 말.


그러니 앞으로 더욱더 깍듯하게 모시란 말이 뒤에 생략되어있는 것이다.


“아! 제가 생각을 못했습니다. 앞으로 유념하겠습니다. 부지점장님.”


[아~ 씨발, 겨우 그런 걸로 사람들 앞에서 쪽을 줘?]


순간 들려온 양과장의 마음소리.


이 지점 오고 나서 처음 들어본 양과장의 욕이기도 했다.


“요즘같이 코로나 때문에 영업이 어려운데 회식은 무슨 회식이야?”


순간 쏴해진 분위기.


지금부터 회식 이야기하는 사람은 반동분자가 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 분위기를 즐기던 김차장이 말을 이었다.


“다들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타계해 나갈 지 고민 좀 해 봅시다. 양과장부터 한 명씩, 회의실로 지금 하고 있는 업무들, 거래처 목록 들고 들어와요.”


하··· 굳이 듣지 않아도 지점 직원들이 마음으로 내뱉는 불만과 욕설이 느껴졌다.


지점장실이 회의실로 바뀌었을 뿐, 우리는 새로운 미래 지점장에게 또 다시 업무 보고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퇴근 시간 무렵부터.


자기 말만 다 던져놓고 회의실로 먼저 들어간 김차장.


양과장부터 고개를 떨구고는 몇 가지 서류를 챙겨 들어갔다.


양과장 30분, 성대리 30분.


그렇게 1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회의실 안에서 큰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양과장과 성대리가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올 때의 표정으로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될 정도.


그리고 이번엔 내 차례였다.


난, 지금 관리하고 있는 왕사장님 고객 파일부터 몇 가지를 들고 회의실 앞에 섰다.


– 똑똑


“들어와요.”


난 회의실에 들어가 김차장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준비해온 왕사장님 파일과 몇 가지 서류를 내보였을 때, 김차장의 마음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지점에선 이 새끼가 키였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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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44화 자네 줄 한번 세워볼 생각없나 +1 24.09.16 1,887 40 13쪽
43 제43화 당신이 혼자 책임질 거야? 바보처럼? +4 24.09.15 2,097 49 13쪽
42 제42화 본부장의 심복 +1 24.09.14 2,169 49 12쪽
41 제41화 라면 먹고 가라고 안 해? +1 24.09.13 2,243 49 13쪽
40 제40화 타짜 정희원 +1 24.09.12 2,322 37 12쪽
39 제39화 간만의 휴식 +4 24.09.11 2,415 43 13쪽
38 제38화 날 쫓아내? +12 24.09.10 2,570 44 12쪽
37 제37화 대유라는 회사 +3 24.09.09 2,611 58 12쪽
36 제36화 감사팀장 호출 +1 24.09.08 2,667 58 12쪽
35 제35화 근거라는 거 한 번 들어봅시다 +1 24.09.07 2,666 55 12쪽
34 제34화 날 묵사발 만들겠다고? +1 24.09.06 2,738 47 12쪽
33 제33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2 24.09.05 2,844 52 11쪽
32 제32화 난 지안이가 아냐. +1 24.09.04 2,924 51 13쪽
31 제31화 어릴 때 입양되셨었어요? +3 24.09.03 2,928 49 13쪽
30 제30화 지안아(2) +6 24.09.02 2,971 46 12쪽
29 제29화 지안아(1) +2 24.09.01 3,199 47 12쪽
28 제28화 성년후견인 +2 24.08.31 3,326 52 13쪽
27 제27화 몇 학번이세요? +1 24.08.30 3,359 51 13쪽
26 제26화 볼라인드 +2 24.08.29 3,385 57 12쪽
25 제25화 지록위마 +2 24.08.28 3,442 59 13쪽
24 제24화 제 생각은 완전 다른데요! +1 24.08.27 3,516 54 12쪽
» 제23화 숫사자 더쿠의 등장 +1 24.08.26 3,623 56 12쪽
22 제22화 리디노미네이션 +1 24.08.25 3,747 57 12쪽
21 제21화 취업장가를 꿈꾸는 놈 +1 24.08.24 3,821 55 13쪽
20 제20화 근사한 남자? +2 24.08.23 3,840 54 13쪽
19 제19화 나? 얘, 오빠야 +4 24.08.22 3,879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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