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둘째 딸이 나에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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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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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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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본부장의 심복

DUMMY

제42화 본부장의 심복



“콜록, 콜록”


누구야? 누가 기침을 하는가?


전철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기침한 사람을 향해 동시에 집중되었다.


기침한 사람 옆에 앉아있던 사람은 일어나 자리를 피하고, 주변 사람들 역시 슬금슬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아씨~ 뭐야? 그냥 기침이야 코로나야?]


[저 사람 근처에서 손잡이 잡았는데··· 혹시 같은 손잡이라도 잡았으면 어떻게 해]


[손 세정제를 어디에 넣어왔더라··· 가방 안에 있나?]


코로나 시대가 되고난 이후 전철 안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쿠쿵거리는 전철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 그 자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귀로 들리는 소음은 하나도 없는 상태인데··· 젠장!


나 혼자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읽는 글이나 휴대폰 보며 혼자 떠드는 속마음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나마 어느 날 부턴가 요령이 생겼는지 나의 의지에 따라 골라 듣는 게 가능해졌다.


만약 이런 조절 능력이 없었으면 아마도 난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때 들려온 속마음 한마디.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나보고 거짓말을 하라는 거야? 미친 본부장 새끼.]


거짓말, 본부장···.


꽤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단어들.


순간적으로 난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내 맞은편 오른쪽 끝에 앉은 30대 중후반의 양복입은 남자.


게다가 옷깃에 대한은행 배지를 달고 있었다.


우리 회사 사람? 혹시··· 나처럼 진상조사위원회 불려가는 건가?


난 그 남자의 마음소리 듣기에 집중했다.


[나도 받아먹은 게 있으니 본부장과 대화한 파일을 깔 수도 없고··· 본부장이 설마 나까지 버리진 않겠지?]


아! 그제야 떠올랐다.


저 사람 본부에서 몇 번 스쳐봤던 사람인데···


(이번 역은 을지로1가, 을지로1가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그 남자, 나와 같은 역에 내렸다.


전철에 내려서 밖으로 나가는 개찰구 방향까지 똑같다.


이 정도면 나와 같은 일로 본점에 가는 사람이 분명하다.


난, 혹시나 날 알아보거나 경계할까 싶어 고개를 푹 숙이고 마스크를 고쳐 쓴 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그런데···왜 갑자기 이 방향으로 가는 거야?


이렇게 가면 본점을 돌아가는 건데?


남자는 본점 뒤쪽에 있는 건물로 갔다.


그리고는 그 앞에 주차되어 있던 검은 차 앞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차에 탔다.


저 차 번호가 낯익은 걸 보니 어디선가 본 차라는 건데···


맞다, 본부장 차.


본부장이 전에 우리 지점에 순시 온다고 했을 때 본부직원이 알려줬던 그 차번호와 일치했다.


짐작대로 저 남자, 본부장의 직속 부하거나 본부에서 일하는 직원이 확실하다.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본부장과 그 남자.


한 5분쯤 지났을까 멈춰있던 차가 출발했다.


본점으로 이동하는 건가?


시계를 보니 지금쯤은 나서야 할 시간.


나도 다시 본점을 향해 걸었다.


아마 진상조사위원회 시작하기 전에 입을 맞추려 따로 부른 것이겠지?


그나저나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본부장, 김차장, 감사팀장이 한 나쁜 짓이 다 드러난 건가?


아님, 그냥 ‘전임행장에 관련된 이런 불법대출이 있어요’ 에서 멈춘 건가?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모든 일들이 다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이 짧은 시간에 누군가가 앞장서 내막을 다 밝히진 못했을 것이고, 게다가 감사의 대상들이 직위 높은 인간들이다보니 조사 역시 쉽지 않았을테니까.


오늘도 은행 수뇌부들이 급한 마음에 전부 불러모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어중이 떠중이 다 모이는 회의 같은 진상조사에서 진실을 밝히긴 어려울 것이고.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건·· 저 나쁜놈들 사이에 분명 분열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겠지.


뒤에서 짬짬이해 돈 횡령하고, 법을 어겨가며 편의 봐줄 때야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인 척 했겠지만 막상 사건이 터지면 자기만 살려고 등 돌리는 게 인간의 심리니까.


아마도 직급 높은, 권력있는 사람이 자기 혼자 살려고 하급자를 잘라내려 하겠지?


나쁜 짓한 놈들 관계가 다 그런 거니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을 때··· 누군가 날 불렀다.


“어?··· 정주임”


“성대리님.”


본점에 들어서자 마주친 성대리.


하루 이틀 못 봤을 뿐인데 그 사이 꽤나 수척해진 몰골이었다.


“진조위 온 거야?”


“네. 조연이에게 들었습니다. 성대리님이 고생하셨겠어요.”


“고생은 무슨! 당연히 할 일 한 거지. 이 정도야 뭘···”


그런데 속마음은 내뱉은 말과 많이 달랐다.


하긴, 자기도 얼마나 걱정되고 겁이 났겠어?


“지점장님은요? 오셨어요?”


“어, 아까 오셔서 먼저 올라가셨어, 우리도 올라가자.”


“네.”


본 점 15층에 있는 임원회의실에서 열린 진상조사위원회, 줄여서 ‘진조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15층을 누르자 사람들의 시선이 나와 성대리를 향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보통 15층은 임원들만 가거나 그 비서들, 보고자들이 가는 곳인데 새파랗게 젊은 직원 둘이 15층 버튼을 누르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성대리 역시 분위기를 눈치채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얘네 진조위 가는 거 맞지?]


[얼굴을 보아하니 볼라인드에 올라온 제보했다는 대리급, 주임급 맞는 거 같은데?]


[지들이 뭔데 은행을 시끄럽게 만들어?]


[벌집 쑤셔놓듯 건드려놓고 자기들은 무사할 줄 아나보지?]


[너희 때문에 금감원 보고용 CPC 자료 만드느라 어제 몇 시 퇴근했는데.]


열 명 남짓 탄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마음소리들.


용기내어 제보했다며 칭찬하는 속마음들이 아니다.


왜 시끄럽게 일을 벌여 귀찮게 만드냐는 비난하는 말들뿐.


평소 정기적으로 교육받던 금융인으로서의 정직함, 투철한 신고정신 뭐 이딴 건 원래부터 개나 줘야 했던 것인데···


그동안 교육받았던 내용들 다 거짓이야?


정말 내가 잘못한 거야?


(15층, 문이 열립니다.)


15층에 도착했다는 엘리베이터 안 안내방송과 함께 문이 열렸다.


– 드르륵···


문 앞에 서있던 난, 한 발을 내딛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180도 턴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전에 한마디 확 질렀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일 때문에 온 거 맞고, CPC자료 만들게 해서 미안한데, 우리처럼 말할 용기조차 없으면 그냥 입 닫고··· 아니, 생각까지 쳐닫고 살아. 알았어?”


순간, 내가 지른 말에 엘리베이터 안 직원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문이 닫힙니다.)


“정주임···”


옆에 있던 성대리가 놀라 날 빤히 쳐다봤다.


난 성대리의 어깨를 툭툭 치며 얼른 들어가자는 제스쳐를 했다.


– 불법대출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커다란 임원회의실 앞쪽 출입문 좁은 창 아래 A4 용지로 급하게 뽑은 회의 제목 종이가 붙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와~


얼굴 모르는 여러 임원들과 관리자급 직원 열대여섯 명이 앉아있었다.


인사, 홍보, 감사, 여신 등등···


회의실엔 길게 늘어선 마주본 두 줄의 회의자리가 있고 가장 앞쪽엔 가운데 상석 한 좌석이 놓여있었다.


행장님 자린가?


그리고 그 뒤에 놓여진 십여 개의 간이 의자들.


뒤의 간이 의자에 아까 전철에서 봤던 그 본부 직원이 앉아있었다.


마스크를 위 아래로 더 벌려 쓰고 두 손을 꽉 쥔 뒤 몸을 앞뒤로 조금씩 흔들고 있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때 다가온 한 직원.


“어디 지점 누구시죠?”


나와 성대리의 신원을 확인한 직원이 자리를 안내했다.


성대리와 지점장은 앞쪽 회의 의자, 난 뒤쪽 간이 의자에 앉도록 안내했다.


이번 사건이 직접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건 성대리의 제보가 시발점이었고 지점장은 책임자니까···난 참고인같은 신분이었다.


어디 앉을까 고민하던 난, 빈자리 다 두고서 일부러 전철에서 봤던 그 남자 바로 옆에 앉았다.


그런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 남자.


그러거나 말거나 난 가볍게 목례만 하고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이제 곧 진조위 시작시간.


내가 들어온 이후로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코로나 때문에 많이 모이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같은 긴급 상황에 그런 걸 따질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문제의 최본부장, 감사팀장, 그때 봤던 주 부행장과 홍 부행장에 이름 모를 임원들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장님이 들어오셨다.


마스크도 가리지 못한 심기 불편한 표정의 행장님.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지만 행장님은 그 인사는 무시한 채, 가운데 상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포스에 다들 숨을 죽였다.


그때 감사팀장이 나서 회의를 시작했다.


“행장님, 그간의 경과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앞에 놓인 자료를 다시 정리하며 자기 앞에 놓인 마이크를 끌어당기는 감사팀장.


하지만···


“됐습니다. 뭘 또 듣습니까? 지금 전임 행장님 일가친척들과 관련된 법인에 수백억 대 불법대출이 나간 게 사실이고, 그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대응방안 마련하고자 여기 모인 거 아닙니까?”


“······”


“감사팀장, 사건은 확실히 재조사했죠?”


“네. 행장님.”


“여기있는 사람들 시간 아깝지 않게 결론만 간략하게 말하세요.”


“결론은 불법대출에 따른 향응을 제공받고 대출을 감행한 김동혁 차장의 개인적 일탈로 확인되었습니다.”


“그게 확실합니까?”


“네.”


아··· 씨발. 내 이럴 줄 알았다.


꼬리자르기.


걔 혼자 한 걸로 종결한다고?


“그럼, 그 직원은 왜 그랬다는 겁니까?”


“그게··· 대출을 원하는 고객이 전직 행장님과 인연이 있는 걸 알고 더 많은 대출을 해주고 관심을 받아야겠다는 생각, 실적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서 벌어진 일로 확인되었습니다.”


“김동혁 차장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현재 고발조치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 말을 들은 행장이 잠시 뭔가를 고민하더니 다시 감사팀장에게 다짐받듯 물었다.


“만약 경찰조사 결과와 우리 내부 감사 결과가 다르면 우리만 더 우스워지는 거 아시죠?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그때 들려온 감사팀장의 마음 소리.


[그렇게까지 약을 쳤는데 김차장이 다른 소릴 하지 않겠지.]


그 순간, 행장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이 사건 제보한 직원 어디 있습니까?”


그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성대리를 향했다.


행장에게 보이도록 손을 든 성대리.


“감사팀장이 이야기한 말, 제보한 내용과 동일합니까? 김차장이란 직원이 개인적으로 했다는 그 말 말입니다.”


“아··· 네··· 맞습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해보이는 성 대리.


성 대리 입장에서는 김차장에게서 그 비리 내용들을 봤기에 명확한 근거없이 본부장까지 끌고 들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지시한 놈은 또 따로 있지 않은가?


바로··· 저기 천연덕스럽게 앉아 성대리와 지점장을 째려보는 저 인간.


최본부장.


더 큰 빌런이 저기 앉아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에서도 나온다고 하던데, 혹시 이 사건 관련해 특별히 더 챙겨야 할 부분이 있습니까?”


행장이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물었다.


그때 나서는 주 부행장.


“행장님, 금액대나 상황을 봤을 때 차장급 직원 혼자 이 모든 일을 이렇게 했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주부행장은 뭘 알고 하는 말입니까?”


“그게···”


아마 주 부행장은 김차장은 실행했고, 실제 지시는 본부장이 시켰을 것이라는 내 말이 걸렸던 것 같았다.


그때··· 주 부행장이 시선을 돌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들려온 마음소리.


[이대로 결론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흠··· 당연히 안 되지.


난 조용히 손을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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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7화 영웅본색 NEW +3 12시간 전 770 25 13쪽
46 제46화 냥이의 조언 +3 24.09.18 1,377 34 12쪽
45 제45화 니 커피 싫어요 +3 24.09.17 1,737 41 15쪽
44 제44화 자네 줄 한번 세워볼 생각없나 +1 24.09.16 1,888 40 13쪽
43 제43화 당신이 혼자 책임질 거야? 바보처럼? +4 24.09.15 2,098 49 13쪽
» 제42화 본부장의 심복 +1 24.09.14 2,170 49 12쪽
41 제41화 라면 먹고 가라고 안 해? +1 24.09.13 2,243 49 13쪽
40 제40화 타짜 정희원 +1 24.09.12 2,323 37 12쪽
39 제39화 간만의 휴식 +4 24.09.11 2,415 43 13쪽
38 제38화 날 쫓아내? +12 24.09.10 2,571 44 12쪽
37 제37화 대유라는 회사 +3 24.09.09 2,611 58 12쪽
36 제36화 감사팀장 호출 +1 24.09.08 2,670 58 12쪽
35 제35화 근거라는 거 한 번 들어봅시다 +1 24.09.07 2,667 55 12쪽
34 제34화 날 묵사발 만들겠다고? +1 24.09.06 2,738 47 12쪽
33 제33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2 24.09.05 2,844 52 11쪽
32 제32화 난 지안이가 아냐. +1 24.09.04 2,924 51 13쪽
31 제31화 어릴 때 입양되셨었어요? +3 24.09.03 2,928 49 13쪽
30 제30화 지안아(2) +6 24.09.02 2,971 46 12쪽
29 제29화 지안아(1) +2 24.09.01 3,199 47 12쪽
28 제28화 성년후견인 +2 24.08.31 3,326 52 13쪽
27 제27화 몇 학번이세요? +1 24.08.30 3,359 51 13쪽
26 제26화 볼라인드 +2 24.08.29 3,385 57 12쪽
25 제25화 지록위마 +2 24.08.28 3,442 59 13쪽
24 제24화 제 생각은 완전 다른데요! +1 24.08.27 3,516 54 12쪽
23 제23화 숫사자 더쿠의 등장 +1 24.08.26 3,623 56 12쪽
22 제22화 리디노미네이션 +1 24.08.25 3,747 57 12쪽
21 제21화 취업장가를 꿈꾸는 놈 +1 24.08.24 3,821 55 13쪽
20 제20화 근사한 남자? +2 24.08.23 3,840 54 13쪽
19 제19화 나? 얘, 오빠야 +4 24.08.22 3,879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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