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들이 내 무기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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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一결
작품등록일 :
2024.08.04 17:29
최근연재일 :
2024.08.08 06: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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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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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34

작성
24.08.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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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개똥 밭에 굴러도(3)

DUMMY

나 말고도 제작자 많으면 내 기를 꺾으려는 시도 없이 날 버리고 다른 제작자 찾으면 되는 거 아닌가? 지구가 다른 제작자를 찾아간다는 뜻은 나는 다시 끝없는 추락에 갇힌다는 의미이니 내게 좋을 거 없는 이야기이긴 하다만.


‘혹시 다른 제작자 찾는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다면?’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구가 날 처음 만나자 마자 한 말이 무엇이었던가? ‘찾았다’와 ‘여기 낑겨있었네’였다. 그것은 기존 회귀자만 데리고는 도저히 지구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그 회귀자를 도울 사람을 찾아 다녔다는 의미다. 다른 제작자가 있었다면 지구가 삼개월 후에 이미 죽은 뒤였던 나를 찾을 필요가 없었을 터.

뒤늦게 생각났는데, 끝없는 추락을 겪을지 아니면 지구를 도울지를 선택하던 창 밑에 이런 말이 있지 않았나?


“한 번 한 선택은 무를 수 없습니다···.”


이건 다른 말로 내가 무르고 싶어도 지구 측에서 안 물러주겠다는 뜻 아닌가? 그 뒤에 마치 법적 증거로 쓸 것처럼 내 말을 녹음한 것도 그렇고.


“···.”


나는 다시금 푸른 천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우욱,”


우당탕탕!


그대로 천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는 화장실로 뛰었다.


‘나 밖에 없는 거였어. 그래서 나를 이렇게 들볶은 거였고.’


시간을 실제로 돌린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 하나 길들이자고 귀찮은 짓을 수십 번 할 정도는 된다는 의미였다.

내 추론이 맞다면 지구는 시간을 돌리지 않고도 나를 추락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내가 지구를 이길 수가 있나?


“웨에엑-···.”


이미 작품 하나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게 될 위기이지 않은가.


“이, X새끼··· 우욱.”


하지만 희한한 일이다.

오히려 내가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 지구가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지구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어차피 휘둘릴 거라면 뒤통수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 * *


나는 몇 번이나 지구와 기 싸움을 시도했다. 토를 참아가며 작품을 만들면 지구가 어김없이 나를 추락시키다가 현실로 돌려보내는 식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지구의 한 마디 : 대체 왜 이럼?;;]


지구가 먼저 두 손 두 발-있는진 모르겠지만- 다 들고 나섰다.

나는 시체와 친구할 수 있을 정도로 희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퀘스트마다 보상 내놔. 그러면 순순히 퀘스트 한다.”


[지구의 한 마디 : 그거 요구하려고 이런 거였음? 님 좀 바보인 편?]


“시꺼. 내가 왜 자꾸 딴짓한다고 생각한 건데? 퀘스트 하는 이유도, 보람도 모르겠다고!”


사실 보람보다는, 지구 너를 귀찮게 하고 싶다. 날 보고 짜증났음 좋겠다. 약 오르게 하고 싶다. 나한테 질려서 내 요구는 대충 다 들어줬음 좋겠다. 만만치 않은 새끼라고 날 평가했음 좋겠다.

그러게 구해줘놓고 도로 추락은 왜 시켜?


지구는 한참 답이 없었다.

혹시 이 짓거리를 또하게 될까봐 불안과 초조함이 솟구쳤다. 덜덜 떨리려는 손과 다리를 누르느라 애쓰는데, 기다리던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수정 중···]


‘됐다···!’


쿵쿵쿵, 심장이 뛰었다. 보상도 물론 궁금하긴 했지만 지구에게 한 방 먹였다는 사실에 카타르시스가 치솟았다. 나를 멋대로 휘두르려고 하던 놈에게 무언가를 요구해서 쟁취해냈다는 점이.


‘멋대로 시간을 돌려대지만 않았어도 내가 끝없이 추락하지 않아도 되었던 거잖아.’


살 사람은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서 억울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려고 했더만. 그걸 빌미로 나를 꼭두각시처럼 사용하려하니 삔또가 안 상하고 베겨?


[퀘스트의 변경 사항을 고지합니다! 변경 내용 : 보상 항목(+ 그 외 2)]

[퀘스트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나는 덜덜 떨리는 입꼬리를 쭉 늘리며 퀘스트 확인을 원했다. 곧 눈 앞 가득 퀘스트 창이 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1. 창, 검, 활의 구조 파악하기. (1/3)

2. 창, 검, 활 스케치하기. (0/3)

3. 창, 검, 활의 부여할 능력 정하기. (0/3)


완료 기한 : D-7

보상 : 스탯 +1

실패 페널티 : 추락 3회]


“···.”


···?


“이, X친! 이, 이거 뭐야! 완료 기한이랑 페널티 이거 뭐야!”


[퀘스트의 변경 사항을 고지합니다! 변경 내용 : 보상 항목(+ 그 외 2)]


한 번 더 같은 내용의 창이 떠올랐다. 뭐 어쩌라는 건지 몰라서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보상 항목 뒤에 (+그 외 2)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이··· 그 외 ‘2’가 완료 기한이랑 페널티라고?”


그러자 창이 팍, 꺼졌다. 알아들었으니 되었다는 의미인 모양이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그래, 한 방씩 주고 받은 걸로 하자. 시부럴.

뒷통수 때리려다가 내 뒷통수도 함께 맞은 기분이긴 한데···. 아냐, 그만 생각하자.

절대 일주일 안에 해결 못할 시 추락 3회라는 글자 때문은 아니야···. 먼저 꼬리 만 거 아니라고···.


* * *


퀘스트 진행은 순조로웠다. 반항을 멈추니 세부 퀘스트 1번과 2번은 금방 끝났다. 2번 스케치를 할 때 하기 싫어서 바닥을 열 번쯤 구른 거 외에는 문제 없었다. 지구는 내가 무기에 얼마나 많은 장식을 추가하고 모양을 변형하든, 창 검 활 처럼만 보이면 괜찮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착실하게 올라가는 숫자가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문제는 3번 항목. ‘창, 검, 활의 부여할 능력 정하기’가 문제였다. 이 것은 감이 하나도 안 왔다.

몇 번 스케치 옆에 ‘활 탄력 추가’, ‘LED로 후광 효과 추가’, ‘창 자루 분리형’ 따위를 적어보았으나 단 하나도 통과되질 않았다.


“아오! 뭐 어쩌라는 거냐고!”


대체 무슨 능력을 부여해? 조각인데!


머리를 싸매고 있자니 눈 앞에 ‘D-2’라는 카운트 다운이 떴다. 이제 지구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저렇게 디데이만 띄워댔다. 조언도, 힌트도 없이 마감이나 쳐내라는 거다. 다만 퀄리티는 자기 마음에 들게끔. 악덕 클라이언트도 아니고. 아니지, 현실 클라이언트는 마감 좀 안 지켰다고 사람을 추락사시키지 않는다.


“으아아아아-···.”


쿵, 쿵, 작게 작업대에 머리를 박았다.


“아! 걔한테 물어볼까.”


머리를 번쩍 들곤 곧장 핸드폰을 찾았다. 내게 회빙환의 존재를 알려주었던 동기 놈. 그 비과학적인 현상의 전문가라면 이 사태에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도 있을 거다.

일본어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가 어느정도 흘러나오다가 뚝, 끊겼다.


-···뭐야? 도화인?

“야! 나 질문 하나만 해도 되냐?”

-어디 술게임 걸렸냐? 갑자기 왜 이래?

“술 안 마셨거든? 그것보다 급해, 진심.”

-이 자식···. 여전히 싸가지가 없네. 뭔데?

“너 검, 창, 활에 능력을 부여해야한다면 어떤 거 할 거냐?”


나는 퀘스트에 적힌 그대로 질문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비과학적인 현상의 전문가라고 해도 추가설명을 바라거나 뭔 소리냐고 반문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날 비웃듯이 동기놈은 새삼 진지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 무기당 능력 몇 개나 부여할 수 있는데?

“아. 그게 중요한 거야?”

-중요하지 임마! 우선순위가 있잖아.

“음, 한··· 세 개?”


하나 안 되면 다음 거, 다음 거 안 되면 그 다음 거 시도해봐야하니까 세 개가 좋겠다.


-그럼 검에는 관통력이랑 힘, 그리고 검술 보조 스킬 하나 달래. 내가 웹소설 읽어보니까 검에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뭐든 벨 수 있는’ 이나 ‘뚫을 수 있는’이 아주 와따더라고. 힘은 근거리에 있음 좋으니까. 체력도 좋고 민첩도 좋긴 한데 그건 다른 장신구나 신발로 보충해도 좋고. 세 개 밖에 없으면 스텟 올려주거나 그 검 자체로 강력한 무기여야 좋지.


줄줄이 이어지는 설명을 흘려들으며 검 스케치 구석에 ‘관통력’을 적었다.

그러곤 퀘스트 창을 열었다.


[······.

3. 창, 검, 활의 부여할 능력 정하기. (0.1/3)

······.]


0.1은 뭔데?!


‘후, 하, 후, 하. 진정하자. 일단 이 길이 맞다는 거잖아.’


나는 이젠 ‘검을 든 검수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에 따라 부여 능력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 같다. 예를 들면-‘을 주절거리고 있는 동기 놈의 말을 끊고 물었다.


“야, 너 그런 건 다 웹소설에서 알게 된 거야?”

-어? 음, 그건 아니지. 웹소설에 나오는 상태창이나 무기 스텟 같은 건 솔직히 게임에서 넘어온 설정들이 대다수니까. 근데 넌 살면서 게임도 안 해봤냐? 네가 해본 게 대체 뭐야. 난 네가 이렇게 멍청하게 굴 때마다 걱정이 된다. 세상이 조각이 다가 아니라니까? 야, 듣고는 있냐?


상태창? 웹소설에서도 상태창이 나온다고? 그런데 그것도 게임에서 넘어온 설정이라고?

눈을 끔뻑이다가 지구가 혹시 동기놈처럼 웹소설이나 게임 덕후인가를 살짝 고민했다. 적어도 참고했다고는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어어, 알았다. 고맙고. 끊어.”

-아니, 잠깐. 아직 창이랑 활은 말도 안 했는데?

“네 말 듣고나니까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알 수 있을 거 같길래.”

-X바, 재미없게 구네.


뚝.


동기놈은 칼 같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핸드폰을 작업대 위에 던져두고는 노트북을 찾아 움직였다. 종종 자료조사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작업실에는 인터넷 선도, 노트북도, 프린터기도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그때까진 난 간단하게 생각했다. 검색 한 번이면 금방 ‘부여할 능력’이 뭔지 분명해질 것이라고.


“와 씨, 공부할 거 투성이네···.”


결론만 말하자면 생소한 분야에 질려버렸다.

알고보니 동기놈이 말한 관통력도 뒤에 +든 -든 붙여서 숫자를 넣어야 한단다. 그 숫자의 기준은 스탯이며, 이 스탯이 무엇이냐하면···.


‘상태창.’


[계약자 : 도화인

심미안: A

개성: C

실용성: F


스킬 : 피그말리온(S)

알은 깨지라고 있는 법, 그렇다면 조각은?]


‘아무리 봐도 스탯 같은 건 없는데?’


게임 스크린 샷이나 상태창이 나오는 웹소설 나X위키 보면, ‘힘’이니 ‘민첩’이니 ‘체력’이니 ‘마력’이니 하는 것들을 스탯이라 말하던데. 내 상태창엔 대학시절에 지긋지긋하게 보았던 알파벳 뿐이었다.


‘분명 이 퀘스트 보상이 스탯 +1 이라고 하지 않았나? 뭘 1 올려준다는 거야?’


혹시 지구에게 사기를 당한 건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려다가 금방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더 지구와 기싸움하기엔 내 손해가 막심하다. 이전엔 손해가 막심하지 않아서 대들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 땐 마감 기한 같은 게 없지 않았던가? 예술가와 프리랜서의 공통점은 마감에 약하다는 거지.

지구에게 따지고 들더라도 우선 마감을 쳐내고 여유가 있을 때 따지고 들어야지. 그게 내 맘도 편하고 지구도 편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는가?


‘근데 저 스킬이란 건 뭐지?’


처음 상태창을 확인하라고 한 뒤로 처음 열어보는 것이었다. 그때도 ‘개성 C’가 눈에 박혀들어 다른 것들은 대충 넘겼고.


“이제 보니 실용성도 F라고 줬네? 하! 참! 나! 내가 대학 다닐 때도 F는 안 맞아봤는데.”


누가 예술 작품에 실용성을 따지냐? 알못새끼. 조각가한테 와서 무기 만들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에휴, 됐다. 비전문가가 매긴 평가 따위. 난 굴하지 않아.


‘그나저나··· 피그말리온이면 그리스 신화에서 지 작품이랑 사랑에 빠진 그 인물 아닌가?’


확실히 하기 위해서 검색해봤다. 그러자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한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는 문장과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명 받아 조각품을 인간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사랑을 이뤘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따지면, 저건 조각을 현실로 만들어주겠다는 건가?


“헉!”


나는 뒤늦게 지구가 나에게 무기를 조각해 서포트하라는 뜻을 이해했다.

저렇게 버젓이 써 있는 걸 여태 몰랐다고? 퀘스트에서도 엇비슷한 문장이 있던 거 같기도···.


“···내가 이렇게 멍청할리가 없는데.”


이게 다 지구가 내 머리통을 몇 번이고 깨버려서 그렇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머리통이 수십번 깨지고 나면 조금은 멍청한 구석이 생기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난 금방 자기합리화를 마치고 자아비판을 그만뒀다.


나는 내친김에 열어보지도 않았던 두 번째 퀘스트 ‘화인아, 아름답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도 열어봤다.

다시 봐도 퀘스트 명 한 번 X같네.


[화인아, 아름답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스킬, 피그말리온(S)를 사용하여 무기를 완성해 보세요!


1. C등급 무기 3개 완성하기. (0/3)

2. B등급 무기 3개 완성하기. (0/3)

3. A등급 무기 3개 완성하기. (0/3)


완료 기한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완료로 부터 D-30

보상 : 스탯 +2, 동료 정보 1

실패 페널티 : 추락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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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용성(2) 24.08.06 16 2 13쪽
4 실용성(1) 24.08.05 25 2 13쪽
» 개똥 밭에 굴러도(3) 24.08.04 32 3 13쪽
2 개똥 밭에 굴러도(2) 24.08.04 43 2 12쪽
1 개똥 밭에 굴러도(1) 24.08.04 6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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