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들이 내 무기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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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一결
작품등록일 :
2024.08.04 17:29
최근연재일 :
2024.08.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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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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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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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실용성(1)

DUMMY

[화인아, 아름답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스킬, 피그말리온(S)를 사용하여 무기를 완성해 보세요!


1. C등급 무기 3개 완성하기. (0/3)

2. B등급 무기 3개 완성하기. (0/3)

3. A등급 무기 3개 완성하기. (0/3)


완료 기한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완료로 부터 D-30

보상 : 스탯 +2, 동료 정보 1

실패 페널티 : 추락 5회]


그래도 게임 검색 좀 했다고 무기 등급이 뭘 뜻하는지 이해가 갔다.

그러니까, 정말로 지구는 게임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완전히 따라했다기엔 내 상태창 그 어디에도 스탯이 없으니 형식만 빌려온 게 아닌가 싶었다. 혹은 나 말고 다른 회귀자는 스탯이 있다던가.


“아씨, 또 마감 있네. 한 달? 야, 작품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알아? 작품 9개에 한 달이라니. 걍 날 5회 추락시키고 싶다고 말해.”


그러자 슬그머니 완료 기한이 D-40으로 바뀌었다. 몇 번 투덜거려보았으나 바뀌지 않았다. 40일이 한계인 모양이었다. 왜 한계가 40일인지도 납득가는 이유가 있긴 했다. 내가 지구랑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3개월 중 한 달이 훅, 가버렸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을 끝내고 나면 삼개월 중 이개월 정도가 남을 텐데. 아직 블라인드가 풀리지 않은 3번째 퀘스트를 생각해보면 40일이 한계인 건 이해가 갔다. 그 40일 동안 나는 거의 밤샘 작업을 해야겠지만. 그러고도 기한을 맞출 수는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그냥 추락 5회하고 끝낼까 고민을 엄청 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불만 사항도 접수해주고. 지구도 조금 발전하긴 했어?’


이게 다 내 덕이지. 다른 회귀자가 지구와 마찰을 빚을 일이 있다면 내 덕을 좀 볼 거다. 나중에 만나면 자랑해야지.


* * *


이틀 후, 난 기어코 마감을 맞췄다.


내 스케치에는 검, 활, 창 각각 ‘관통력+3, 힘+2, 베기 3회 당 10% 확률로 감전 스킬 발동’, ‘스킬 천리안, 초점 보정+3, 인기척-10’, ‘힘+5, 민첩+2, 관통 시 5% 확률로 지점 폭발 스킬 발동’이 적혀 있었다.

힘이나 민첩, 관통력 빼고는 그냥 참고한 게임 스크린 속에 적힌 낱말 그대로 적었다. 나도 뭔지 잘 모른다. 통과되었으니 된 게 아닐까? 0.2, 0.3 씩 찔끔찔끔 오르는 카운팅 보고 얼마나 열불이 터졌는지. 결국 각 스케치 당 세 개씩 능력을 부여한다고 적어버렸다.

와중에 + 뒤에 붙을 숫자가 10을 넘어가면 겨우 올렸던 0.2도 없어져 버려서 짜증이 확 났다. 왜 안 되는데?


아무튼.


“마감 끝이다! 어머니, 아버지 소자가 해내었습니다!”


나는 만세를 부르고는 그대로 작업대에 엎어져 잠이 들었다. 마감 기한 일주일이 뜬 이후로 집에 못 들어갔기에 꼴도 거지꼴이었다.


띵동!


귓가에 지겨운 차임벨 소리가 울렸지만 이미 무의식 저편으로 여행을 떠난 내겐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


* * *


“크어어어-.”


무심코 낸 아저씨 같은 소리에 혼자 놀라 입을 꾹 닫았다. 슬쩍 눈을 굴려보니 노천탕엔 나 뿐이었다.

뜨끈하다 못해 조금 뜨겁기까지한 쑥 탕에 기대 앉아서 반쯤 열려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이 목욕탕의 노천탕은 지붕도 있고 벽도 있으면서 저 창문 하나 열어두곤 노천탕입네 했다. 마치 지구처럼 양심이 없다.


찌푸렸던 미간을 펴내고는 속으로 상태창을 불러냈다.


[계약자: 도화인

···.

스킬 : 피그말리온(S)

알은 깨지라고 있는 법, 그렇다면 조각은?

*스탯 : 1]


스킬 항목 밑에 스탯 항목이 새로 생겨있었다. 작업실에서부터 저 스탯 1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 지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기존에 심미안이나 개성, 실용성 항목에 부여한다고 외쳐봐도 달라지는 게 없었고, 그건 스킬 ‘피그말리온’에도 마찬가지였다.

내 결론은 빛 좋은 개살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거다. 막연하게 저걸 일정 이상 모으면 열리는 상점이라거나 혹은 지구 침공의 날인 2개월 후에 새로운 스탯이 개방된다거나 하는 상상을 할 뿐이었다. 자기위안이었고, 내가 퀘스트 클리어를 위한 자료 조사를 열심히 했다는 방증이다.


‘동기놈이 왜 웹소설 같은 거에 환장하는지 알 거 같기도 하고···.’


나만해도 X무위키 몇 번, 유튜브 실황 몇 번 봤다고 벌써 사고 체계가 옮지 않았는가. GM, 아니 지구가 다 설계해놨겠지-, 하고.

나는 지구와 기싸움을 한 건 언제냐는 듯 속편하게 생각했다. 저 스탯이 정말 내겐 하등 소용없는 것이라도 괜찮았고, 지구가 보상이랍시고 내 뒷통수를 친 것이어도 괜찮았다. 언젠간 빡이 칠 날이 올 것 같긴 해도 당장은 괜찮았다. 저런 걸 만들어야 할 정도로 내가 지구를 짜증나게 했다는 거니까. 하하하! 낮잡아 보면 인간을 다루기 위해 머리를 굴렸을 지구에게 건배!


뜨끈한 탕에 앉아 몸을 불리고 있자니 여유를 되찾은 거 같기도 했다. 비록, 목욕탕을 나서고서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곧장 작업실로 향해야겠다만···.



그 뒤로 나는 좀비 같은 몰골로 작업에 착수했다. 처음엔 미리 그려둔 스케치를 보고 그대로 만들었다. 재료는 상관 없다기에 비교적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소조(찰흙, 석고 따위를 빚거나 덧붙여서 만드는 조형미술)를 골랐다.

뼈대로 사용할 철사를 꼬고 있자니 얼마 전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그때 지구도 일이 이렇게 될 걸 알아서 다른 작업하던 내게 그 뼈대 무기 뼈대로 사용하라 X랄을 한 걸까?


‘몰라. 그땐 스케치도 안 나왔는데 뭘.’


스케치가 나왔더라도 행태가 나쁘지 않나. 겨우 회귀에서 탈출한 사람에게 어?


“에휴, 됐다. 생각해봤자 내 속만 디비지지.”


나는 뼈대를 나무 판에 고정하곤 그 위에 미리 만들어둔 찰흙을 덧대었다. 길쭉한 뼈대에 맞춰 차곡차곡 쌓으니 금방 길쭉한 석순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엑스칼리버처럼 검이 아래로 꽂혀있는 모양을 생각하고 만드는 중이라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거 같았다.

처음 손으로 먼저 조물조물하다가 그 다음으로 조각칼을 들었다. 그 뒤론 깎고 덧붙이고 깎고, 또 깎는 일이 시작되었다.

검 양쪽 날에 번개 문양이 길게 그려졌다. 넝쿨처럼 얽히고 설킨 번개는 멀리서 보면 기하학적인 문양처럼도, 혹은 어떠한 암호처럼도 보였다. 손잡이와 가까이에 있는 날에는 가로로 물결무늬를 넣어서 자연적이며 신비감을 더했고. 그 위에 있는 손잡이는 코등이를 길게 빼어 베베 꼬았다. 꼭 구름처럼. 검의 기본형이 단순하게 생긴지라, 검 날이나 손잡이 부근에 장식을 덧대지 않고선 미학을 보여줄 부분이 적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이번 검은 최대한 검의 기본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번개라는 자연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모두 이 검 스케치에 있던 부여 스킬 때문에 정한 주제였다.

코등이 위로는 검 손잡이가 있는데, 내가 힘을 준 부분은 손잡이 끝마감 부분이었다. 둥그렇게 마감한 곳에 해를 얹듯이 조각했다.


내가 허리를 폈을 땐 이미 사위가 깜깜했다. 작업을 위해 켜둔 주황빛 조명만이 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슬쩍 핸드폰 액정을 터치하자 날짜가 떴다.


‘미친. 밤샜네.’


어쩐지 어질어질하더라. 멍하니 내가 처음으로 ‘무기’를 주제로 만든 작품을 바라봤다. 만들 땐 열심히 만들었지만 막상 완성하고 나니 뚜렷하지 않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부분부분 떼어내서 바라보면 아름답지만 전체 조화는 어딘가 불협화음이 나는 듯한?

이걸 부수고 다시 만들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자니 지구가 띵동! 하고 말을 걸어왔다.


[지구의 한 마디 : 개 유치할 줄 알았는데;;]


어, 칭찬 고맙다. 덕분에 안 부수기로 결정했다.


[지구의 한 마디 : 스킬 써 볼 거임?]


“안 그래도 궁금했다. 스킬은 어떻게 쓰는 거야? 그런데 지금 상태로 쓰면 이 흙색 그대로 나오는 거야? 그런 거면 마르고 체색 좀 하게.”


[지구의 한 마디 : ㄴㄴ 님 생각한대로 나옴. 능력 부여도 같은 원리임.]


“오··· 개편한데.”


[지구의 한 마디: 그래서 스킬 사용할 때 머릿속에 분명하게 완성 형태를 그리고 있어야 함. 알았음? 아니면 소용없다고.]


어쩐 일인지 지구가 말이 참 많았다.

시끄럽고 얼른 사용 방법이나 알려달랬더니 그저 작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바라면 된단다.


조금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아직 흙도 마르지 않은 작품을 바라보았다. 그 위로 내가 원하는 완성 모습을 그렸다.


‘현실이 되어라, 얍!’


스스로 생각해도 유치한 주문을 속으로 외우고 기다린지 몇 초나 되었을까?

분명 촉촉했던 표면에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에서부터 새어나온 갈색 빛이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툭, 투두둑···.


방금 덧붙이고 조각한 조각이 떨어지는 게 마음 아프기도 전에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검이 드러나자 얼이 빠졌다.


‘이게, 진짜 되네?’


화악-!


마지막 조각을 떨어내면서 폭발하듯 빛이 번졌다. 이윽고 빛이 꺼진 곳에는 작업용 조명 빛을 받고 있는 검 한 자루가 있었다. 검신은 은색이었고, 번개 문양은 찬란한 황금빛이었다. 그 위 물결 무늬는 푸르른 듯, 검은 듯한 묵직한 색이었으며, 코등이는 은회색 빛이었다. 손잡이는 살짝 어둡고, 그 위 손잡이 끝 부분엔 누가 보아도 ‘태양’이라 할 법한 장식품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턱, 하니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안 그러면 감격의 비명이 새어나갈 것만 같았다.


“브라보-!”


짝짝짝짝짝짝!


주체하지 못하고 한 참을 박수 치며 덩실거리다가 검을 잡아보았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그래봤자 돌 나르고 흙나르는 조각가에겐 한 손으로 들만한 무게다.


[지구의 한 마디 : 검의 상태를 보고 싶으면 검을 보고 눈에 힘을 주셈.]


평소였다면 눈에 힘을 줘봤자 안력 높아져서 시력만 떨어진다 투덜거렸을 것도, 지금은 잔말않고 시키는대로 했다.


[이름 미상의 검 (D)

제작자 도화인이 만든 최초의 검.

보기엔 아름답다.


관통력+2]


“D···?”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도 검 상태창에 토씨하나 변하지 않았다.


“내가 부여하려던 능력은 다 어디갔어? 그나마 붙은 관통력은 +1 어디다 팔아먹고 +2야.”


얼떨떨한 것이 뺨이라도 맞은 거 같았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내게 지구가 말을 걸었다.


[지구의 한 마디 : 그러게 내가 제대로 상상하라고 했잖아;; 멍청아! 이래서 기한 맞출 수 있겠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를 갈궈대는 것이 신이 나 보였다. 그래서 두 배로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젠장!


지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 상태창까지 띄웠다.


[계약자 : 도화인

심미안: A

개성 : C

실용성 : F

···.]


어쩌라는 심정으로 바라보자니 지구가 아주 천천히 실용성 밑에 밑줄을 긋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X발 놈이?”


[지구의 한 마디 : 풉ㅋ. 실력 좀 키우는 게 어떰?ㅋㅋ]


속된 말로 야마가 돌았다.


* * *


난 잠도 안 자고 검을 깎았다. 그것도 같은 디자인의 검을. 만들 수록 처음 느꼈던 부자연스러움은 많이 나아졌다. 지금도 뭐가 문젠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무게 중심이 비뚫어졌거나 문양의 위치가 별로였겠거니 하는 중이다.

덕분에 검의 외양은 갈 수록 완벽해졌다. 문제는 능력 부여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울한 낯으로 주변에 널린 똑같은 디자인의 검을 내려다봤다.


[이름 미상의 양산형 검(C)

제작자 도화인이 제작한 양산형 검 3번째.

보기엔 아름답다.


관통력 +3 힘+1]


[이름 미상의 양산형 검(C)

제작자 도화인이 제작한 양산형 검 5번째.

보기엔 아름답다.


힘+2 관통력+1]


[이름 미상의 양산형 검(B-)

제작자 도화인이 제작한 양산형 검 6번째.

보기엔 아름답다.


베기 5회 당 9%확률로 감전 스킬 발동]


다 이런 식이었다. 무엇 하나 기존에 계획했던 능력이 전부 붙은 것이 없었다. 그동안 일곱자루를 만들었는데, 감전스킬은 단 한 자루에만 붙었다. 그나마도 딱 그거 하나만 붙었다. 너프된 능력치로.

심지어 완전한 B도 아니다. 마이너스다, 마이너스.

‘양산형’이란 설명이 붙은 것도 기분이 더러웠다.

그나마도 C가 붙은 무기가 만들어진 탓에 세부 퀘스트 완료 숫자가 올라가고 있어서 맘대로 부수지도 못했다.


‘아니지, 못 부수는게 맞나.’


드럽게 단단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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