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들이 내 무기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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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一결
작품등록일 :
2024.08.04 17:29
최근연재일 :
2024.08.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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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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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2)

DUMMY

처음 만든 검을 부수겠다고 난리를 부리다가 지쳐 널부러져 있으니 지구가 그러더라. 왜 현대 무기 냅두고 네게 무기 제작하라고 하는지 생각 좀 해보라고. 기존에 무기들이 들어먹질 않으니까 그런 게 아니겠냐면서.


‘대체 어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길래 현대 총화기가 안 들어먹냐고. 폭탄도 있고 미사일도 있고 핵도 있는 이 시대에. 총은 몰라도 폭탄은 이 검보다 더 잘 먹힐 거 같은데.’


따져 물어도 지구는 자기도 환장하겠단 말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반복된 질문에 질린 것인지 어딘가로 도망가 버렸다.


‘양산, 양산형이라니.’


자존심에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으으으으으아악-!”


우렁찬 기합과 함께 머리를 헤집었다. 그리고 다시 철사를 집어들었다.

위안거리가 있다면 무기에 스킬을 부여하는 방법을 조금 알 거 같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부여할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과 어떤 효과의 스킬이 발동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어야 했다. 처음 지구에게 스킬 설명을 들었을 땐 ‘이 버튼을 누르면 천만원이 나옵니다’ 같은 스킬인가 했더니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머리가 터지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써야 하는 것이었다. 뇌에 힘 조금만 풀려도 며칠 밤 새서 만든 작품이 쓰레기가 된다니.

오, 지져스.

심혈을 기우려 아름답게 만들어봤자 기능이 안 붙으면 내 작품은 D급따리가 되는 것이다. 설명엔 ‘보기엔 아름답다’같은, 대놓고 ‘이거 빛 좋은 개살구임!’하는 문구나 붙고. X.


‘지구를 만나고 욕이 는다 늘어.’


한숨을 푹 쉬고 다시 손을 움직였다. 이번엔 기필코 완벽하게 만든다, 내가.


.

.

.


“끝났다아아아···!”


제대로 올라가지도 않는 어깨에 어정쩡한 만세를 불렀다. 침침하고 뻑뻑한 눈이 그 어느때보다 완벽한 외형의 조각을 눈에 담았다.

나는 깨달았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미학의 끝에 도달하면 종류에 상관 없이 감탄하게 된다고.

난 개쩌는 천재가 맞았다.


“후, 하, 후, 하.”


심호흡하고 스킬을 사용했다. 머릿속에는 코X 속 범죄자 같은 인영이 완성된 검을 들고 있는 모습, 검으로 메X몽 같은 더미를 찌르는 모습, 검을 들지 않는 손으로 거대한 바위를 들어올리는 모습, 마지막으로··· 검을 세 번 휘두른 뒤에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꽂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쯤되니 누가 판타지 영화 전투씬 콘티를 그리라고 해도 그릴 수 있을 거 같다.

인간은 발전하는 생물이고 그중 도화인은 두 배로 발전한다. 나는 천재니까.


쩌저적···!

툭, 투두둑. 투둑···.


금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알고 보니 저 금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빛으로 미리 등급을 알 수 있더라.


‘황금빛! 똥색 말고 황금! 처음 보는 색! 분명 A 이상이다.’


D는 똥색, C는 흰색, B는 파란색이었다.


이윽고 흙이 모두 떨어진 자리에 화려한 검이 드러났다.

나는 재빨리 검을 들어올렸다.


[이름 미상의 양산형 검(A)

제작자 도화인이 만든 양산형 검 8번 째.

같은 양산형 검 중 유일한 성공작.

부여된 스킬에 알맞은 외양이 돋보인다.


관통력 +3, 힘+3, 베기 3회 당 11% 확률로 감전 스킬 발동]


심지어 처음 계획했을 때보다 미세하게 능력치가 더 붙었다.


“내가 해냈다! 내가 해냈다고!”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척추를 내달렸다.


띵동!


“하하! 지구 네가 뭐라고 하든 지금만큼은 무적이다! 와라!”


[지구의 한 마디 : C급 무기 1개, B급 무기 2 개, A급 무기 2개 남았음.]


“하하! 하면 되지! 방금 너도 봤잖아! 내가 해냄!”


[지구의 한 마디 : 퀘스트 기한 D-19]


···!


* * *


나는 한층 더 좀비, 아니지 이젠 그냥 시체 꼴이 되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졌다.

내 주위엔 번쩍번쩍한 창이 다섯 자루, 활이 세 개가 더 늘어나 있었다.

이러고도 기한을 못 마춰서 추락 5회하고 왔다. 그래도 퀘스트 완료하니 기존 보상의 반절인 ‘동료 정보 1’은 주더라. 적선 받는 기분이었다.


이젠 온 몸에서 땀내와 흙냄새가 함께 나는 거 같았다. 완전··· 농부잖아?

틀린 말은 아니지. 나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씨앗이 될 무기를 한 땀 한땀···. 아, 눈에서 땀이···.


띵동!


[미확인 퀘스트 한 개가 있습니다!]


순간 내 꼴을 보고도 새로운 퀘스트를 주었나 싶어 화가 났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블라인드 되어서 보이지 않았던 퀘스트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미확인 퀘스트 1건이 있습니다.

1. 뿌린 대로 거두리라.]


아주, 의미심장한 제목이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앞으로 2주! 전쟁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래의 동료를 찾아 지구 침공 전 무기를 전달하세요!


1. 미래의 동료 찾기 (0/1)

2. 미래의 동료에게 무기 전달하기 (0/2)


완료 기한: D-13

보상 : 스탯 +3, 설치형 베리어 1 개

실패 페널티 : 심미안 B]


이번엔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아니, 이주도 안 되는 기간 안에 사람을 찾으라는 게 말이야, 방구야? 한국인이긴 해?”


“아니, 정보는 달랑 하나 줘 놓고 무기는 두 개 전달하라니. 지구야 덧셈이 안 돼?”


“아니···. 하, 저 실패 페널티 뭔데. 그나마 있는 A를 B로 내려버리겠다고?”


‘아니’ 세 번으로 삼진 아웃 당할 퀘스트 창이었다.

나는 심신이 지쳐서는 더는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하자. 해. 하자고.”


마른 세수를 벅벅하고는 상태창을 불렀다.


[계약자 : 도화인

······.

스킬 : 피그말리온(S)

알은 깨지라고 있는 법, 그렇다면 조각은?

*스탯 : 1

*’동료 정보’가 한 개 있습니다.]


스탯 칸 밑에 새로운 문장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무턱대고 ‘동료 정보’를 빤히 보고 있자니 곧 창이 넘어갔다.


[이름 : 김기태

현 위치 : 서울 특별시 종로 5가 ···.]


“···이러면 말이 다르지.”


이름이나 나이, 국적, 직업 같은 정보나 외양에 관한 묘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지구가 준 ‘동료 정보’는 위치 추적기였다.


나는 곧장 몸을 일으키려다가 도로 주저 앉았다.


‘이러면 당장 출발 안해도 되는 거 아니냐?’


갑자기 13일이라는 2주도 못 되는 시간이 무척 널널하게 느껴졌다.


“우선··· 잠부터 자자.”


야작도 한 두 번이지. 난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


“커헉···!”


그대로 눈 뒤집고 잠에 들었다.


* * *


이틀을 내리 잠든 후 목욕재계까지 한 뒤 외출 준비를 했다. 다행히 일회용 정보는 아닌 모양인지, ‘동료 정보’는 계속 내 상태창에 잘 표시되어 있었다.


[이름 : 김기태

현 위치 : 인천광역시 중구 인항로···.]


오랜만에 외출에 은근 흥이 났다. 미용실을 못 가서 장발이 되어버린 머리칼도 왁스로 뒤로 넘겼고, 머리 스타일에 맞춰 가죽 자켓을 꺼내 입었다.

내가 작업실에 처박혀 있을 동안 가을이 되었으니까 괜찮다. 크흡.


“흥흥♬”


콧노래를 부르면서 지갑도 바지 뒷주머니에 쑤셔넣곤 꿍실꿍실 춤을 췄다.


“아예 외식하고 돌아와야지~!”


자, 이제 무기만 챙기면 되는데에-.


“···.”


나는 멀거니 아무렇게나 놓아둔 무기들을 바라보았다.

턱에 척, 손을 얹고는 짝다리를 짚었다.


“···우리나라 법에 도검 소지하려면 자격증 필요하다는 법 있지 않았나?”


성심성의껏 번개를 그려넣은 검, 바람을 형상화 한듯한 화살, 불꽃이 깃들어있는 듯한 창.


“일반 무기라고는 생각 못할 외향이니까 괜찮나?”


게임 검색할 때 겸사겸사 함께 보았던 코스프레 행사 사진이 떠올랐다. 적어도 거기 등장한 검보다 더 화려하고 반짝거렸다. 당연하지, 그건 모니터 안에 든 무기를 따라 만든 거고 내 건 현실이 오리지널이니까 완성도 면에서···.

아무튼, 결론은 이대로 들고 나가도 아무도 일반 검이라곤 생각 못할 거 같다는 거다.

나 같아도 누가 이런 무기 들고 다니면 ‘저걸로 나를 찌르진 않을까’라는 생각보단 ‘와, 잘 만들었다!’ 부터 생각할 거 같았다.


실제로 날이 서 있는 무기이긴 하니까 대충 천에 말아가지고 들고 나가면 되겠지? 누가 보고 신고하진 않겠지?


띵동!


[지구의 한 마디 : 검을 추천함.]


뭘 줘야하나 고민하는데 지구가 답을 내놓았다. 몇 번이고 지구가 회귀하는 동안, 아마 회귀자일 그 동료라는 녀석도 함께 했을 테니 무슨 무기를 사용하는지 정도는 지구가 잘 알 테지.

나는 시키는대로 A급 검을 집어 들고 흰 천으로 날을 감쌌다.


검을 안아들고 작업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1층을 눌렀다.

천천히 떨어지는 숫자를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힐끗, 거울을 바라봤다.


“뭐야.”


이 중2병은?


분명 내 스타일은 문제가 없는데, 천에 휘감겨도 검인 게 티가 나는 게 문제였다. 장발을 올백하고 검은 가죽 자켓 입은 남자가 커다란 검을 안고 다니니 심히 무언가에 심취한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스타일링 미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너드룩이나 입을 걸. 아니다. 그럼 만화 덕후 같으려나? 교회오빠 스타일? 음, 바바리코트로 가을 남자 느낌을 내는 편이···.’


-1층입니다.


멀리 보이는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순식간에 작업실로 돌아가는 것이 귀찮게 느껴졌다. 나는 경쾌한 걸음으로 인천 가는 대중교통을 검색했다.


.

.

.


미래의 동료, 김기태씨는 몇 시간 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는 인천 중구 인항로 인근을 벗어나지 않았다. 인항로 뒤에 숫자가 조금씩 변하는 걸 보면 이동을 하고 있는 거 같긴 한데, 그마저도 금방 처음 확인했던 숫자로 돌아오곤 했다. 무언가를 사러 다녀오는 걸까?


내가 인천 중구 인항로에 발을 들였을 무렵엔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던 때였다.

나는 인항로를 쭉 걸으며 생각했다.


‘완전 잘못 생각했는데?’


올 때까지는 김기태씨가 같은 장소를 맴돌고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인천 가는 길에 김기태씨가 갑자기 경기도 의정부나, 서울 어딘가로 이동해버리면 대중교통 타고 움직이는 내가 아주 곤란하지 않겠는가? 버스 기사님이나 지하철 기장님께 가서 ‘기사님 차 돌려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막상 인항로에 도착하고 나니, 이젠 오히려 김기태씨가 이 근방을 벗어나질 않아서 곤란했다. 이 많은 행인들 중에 누가 김기태씨인지 특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김기태씨가 한 곳에 짱박혀 있는 중이었다. 좋지 않냐고? 아니. 전혀. 무슨 편집샵이나 음식점 같은 곳도 아니고. 김기태씨가 있는 곳은 인하대 병원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은 몇이고, 의사와 간호사는 몇일 것이며, 환자는 또 몇이고, 환자의 보호자는 또 몇 일 것인가?


“···이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넋 놓고 높은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그런데 내내 옆 벤치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꽤 정중한 어투와 달리,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덩치 좋은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위압적일 정도로 덩치가 컸다.


‘워-···.’


무심코 감탄했다. 운동선수인가? 까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몸이었다.

얼굴도 다부지게 생겨서는 한 고집할 거 같기도 했다.


“전 이런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만 품에 든 물건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남자가 자켓 안주머니를 뒤지더니 카드처럼 생긴 것을 내게 내보였다.

거기엔 남자의 얼굴과 ‘김기태’라는 이름, 그리고 ‘경찰청’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말로만 듣던 형사증이었다.


나는 공무원이란 글자나 경찰청이란 글자보다 우선으로 ‘김기태’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어리벙벙했다. 정말 이 남자가 내가 찾던 ‘미래의 동료’?

이렇게 금방 찾았다고? 그것도 제발로 걸어와서 ‘나 네가 찾던 김기태입네’하면서?


“선생님?”

“에?”

“품에 든 물건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뒤늦게 형사증에서 눈을 떼어내면서 김기태를 바라보았다.


“제··· 품에 든 거요? 이거?”

“예. 병원에 들고 들어가시기엔 문제가 있어보여서 말입니다.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내 품에는 당연히도 ‘김기태’에게 주려고 들고 온 장검이 들려있었다. 당연히 병원에 들어가기엔 부적절한 물건이 맞다. 어차피 김기태에게 건네줄 물건인 것도 맞고.

하지만? 그렇다고 날 예비 범죄자 취급한 상황을 좋게 좋게 넘겨야 하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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