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들이 내 무기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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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一결
작품등록일 :
2024.08.04 17:29
최근연재일 :
2024.08.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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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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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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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동료(1)

DUMMY

꿀꺽, 침을 한 번 삼키고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질문해도 되나요?”

“무엇을···?”

“오늘 하루 종일 이 근방에 계셨습니까?”

“···그렇습니다만.”


김기태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 탓에 위압감이 배가 되었다.


‘그래. 내가 좋게 좋게 안 넘긴다고 뭘 어쩌겠어. 내가 의심스럽게 서 있었나보지. 형님이 다 옳습니다요.’


내가 7층 건물에서 자이로드롭을 수십번 탈 동안 이 회귀자님은 전쟁을 수십 번 겪었을 터였다. 분명 지구만큼 미친 놈일 게 분명했다. 저 우락부락한 근육을 봐라. 미치지 않고서야 이 평화로운 세상에, 운동 선수도 아니면서 저런 실전 근육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다. ···절대 겁먹어서 김기태씨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절대.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품에 검 째로 안겼다.

와중에도 나는 예술가의 고고한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썼다.


“김기태 형사님께 그거 드리려고 온 겁니다. 가지세요. 참고로 이번만 선물로 드리는 거예요. 아, 돈 안 받았다고 비싸지 않은 거 아니니까 버리진 마시고요.”


얼떨떨한 얼굴을 한 김기태가 슬쩍 천을 끌렀다. 먼저 드러난 건 검 손잡이 끝에 매달려 있는 작은 태양 조각이었다. 이어서 구름을 형상화한 콧등이가 슬쩍 드러났다. 검신보단 못해도 손잡이와 콧등이만 해도 꽤 멋들어진 모양이었다.

누가 봐도 공짜처럼은 보이지 않을 터였다.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빳빳이 했다. 몸 값 비싼 예술가가 큰 맘 먹고 작품을 선물해주었다는 양.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내가 조각에 미쳐서 SNS를 늦게 접하지만 않았어도 난 이미 유명인이었을 거다. ‘개성이 뭔데?!’ 하고 울부짖을 시간에 내 미학을 그대로 담은 작품을 인터넷 상에 전시하기만 했어도···.


아련한 눈빛으로 그의 품에 안긴 내 작품을 보고 있자니, 뒤늦게 꽤 뿌듯한 감정이 밀려 들었다.


‘캬. 처음 만든 무기인데도 때깔 좋은 거 좀 봐라. ‘


내친김에 핸드폰에 저장된 제작 과정 사진도 보여주었다. 이거 봐라, 나 X뺑이 쳤다. 그래도 결과는 개쩔지?

사진 구석에 얼핏 보이는 실패작들이 더욱 내 노고를 전시하고 있었다.


“···저를 어떻게 알고 이걸 주시는 겁니까?”


그리 말하는 김기태는 꽤 어리벙벙한 얼굴을 했다.

솔직히 실생활에서 ‘다나까’ 쓰는 형님이 멍청한 얼굴하니까 좀 깼다.

살짝 친근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 형님도 나도 지구 고것 때문에 고생한 사이지.’


난 없는 사회성을 모조리 끌어올려서 너스레를 떨었다. ‘나 너 회귀자인 거 알고 있다?’는 마음을 담아서 윙크도 한 번 해주고.


“하하! 당연히 지구가 알려줬죠! 자주 볼 거 같은데 잘 지내봅시다!”


머리도 한 번 쓱, 쓸어 넘기고 의기양양하게 가슴도 내밀었다. 당당한 남자처럼 보였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시하든, 뭘 하든 버리지만 마십쇼! 지구 끝까지 쫓아가려니까.”

“···?”

“그럼 전 바빠서 이만!”


여전히 눈을 0.5배 키우고 있는 김기태를 버려두고 몸을 휙 돌렸다. 세부 퀘스트 숫자가 올라간 것까지 확인하고 나니 발걸음이 절로 경쾌해졌다.


그때, 뒤에서 김기태가 내게 소리쳤다. 이미 내가 김기태로부터 열 다섯 발은 멀어져 있던 때였다.


“잠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네? 아, 도화인이요! 근데 거기에 적혀 있을 건데.”


나름 친절하게 김기태 품에 있는 무기를 손가락 끝으로 콕, 가리키고는 도로 발을 놀렸다.


‘오랜만에 고기나 구우러 가야지!’


퀘스트를 금방 끝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분이 좋았던 탓일까?

나는 미처 김기태가 내게서 무기를 받아갈 때나 이름을 물을 때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 * *


작고 검은 수첩에 ‘도화인’ 세 글자가 적혔다. 그 옆으로 ‘수상함’, ‘불법 도검 제작자? 소지자?’, ‘뒷조사?’, ‘나를 어떻게?’ 같은 단어가 듬성듬성 성의 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름을 보는 눈빛 만큼은 사뭇 진지했다.


‘조사해 봐야겠어.’


탁, 소리 나도록 접은 수첩을 도로 집어넣고는 품 안에 든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한 번 김기태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졸지에 안에 인사도 못하고 복귀하게 생겼다.

핸드폰을 귀에 댄 그가 방금까지와는 달리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예, 어머니. 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네. 괜찮아요. ···그럼요. ···예. ···또 올게요. 들어가세요.”


* * *


한창 2인분의 삼겹살을 굽고 있자니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그리고 연이어 잊고 있던 의문도 떠올랐다.


“야, 근데 2번 세부 퀘스트 숫자는 오류 아니냐? 동료는 하나만 찾았는데, 무기는 왜 두 개 전달해야 해?”


혹시 김기태에게 무기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를 전했어야 했던 걸까? 하지만 지구, 네가 검이면 된다고···.


“헉! 혹시 그 사람 쌍검술 써? 힘이 어마어마할 거처럼 생긴 형씨긴 했는데.”


혼자 중얼거리는 올백머리 남자를 향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입을 닫진 않았다.

나는 지구가 나타나 대답해줄 때까지 삼겹살 두 점에 추측 하나를 내놓았다.

이제와서 김기태씨 줄 새로운 무기 만들라고 하지 마라. 그거 양아치짓이다. 이제와서 새로운 동료를 찾고 싶으면 뭐 하라는 퀘스트 내놓지 마라. 이것도 양아치짓이다. 그렇다고 도움 하나도 안주고는 미래 동료될 사람을 찍어 맞추라고도 하지 마라. 이것 또한 양아치짓이다. 내게 미래 동료를 선택하라고 하지 마라. 진짜로 이건 양아치짓이다···.

추측이라기엔 주로 내게 새로운 요구를 하지 말라는 말로 끝맺었지만.


지구는 내가 ‘101가지 지구에게 뒷통수 맞는 상상’을 마저 끝내기 전에 등장했다.


띵동!


[지구의 한 마디 : 아;; 개시끄러움;;]


“너 진짜. 그딴 잼민이 말투 어디서 배운 거임? 지구 명예 실추 혼자 다 시킴. 진심.”


[지구의 한 마디 : 따라하지 마셈. 님 그냥 약 올라서 그러는 거 다 앎. ㅎ.]


알면서도 계속 쓰는 거였냐? X자식.


[지구의 한 마디 : 님이 걱정하는 일 일어나지 않을 거니까 입 다물고 밥이나 드셈. 지금 주변에 아무도 안 다가오는 거 안 보임?]


뭐가 아무도 안 다가온다는 거야?

눈썹을 들썩거리며 주변을 훑으니, 정말로 아까까지 사람이 앉아있던 내 옆 테이블들이 텅 비어있었다. 내게서 최대한 떨어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손님들이나, 내 쪽을 보며 ‘저 놈을 무사히 내쫓을 수 있을까’ 하는 표정의 아르바이트 생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리 내가 철면피를 깔았다고 해도 이 쯤 되면 말문이 막힌다.


“아··· 개쪽.”


고개를 푹 숙이고 삼겹살을 입에 밀어 넣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엔 너무 맛집이라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지구는 말도 없이 띵동소리만 울리며 날 약 올리다가 사라졌다.


* * *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지구는 기다렸다는 듯 지시했다.


[지구의 한 마디 : A급 활 챙기셈.]


지구가 말하는 활은 꽤 크기가 컸다. 활을 당길 때 잡게 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무수한 선이 모여 만들어진 듯한 모습이었기에 그 모습이 특이하기도 했다. 그러고도 실뭉치를 볼 때처럼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전혀 없다는 게 놀라운 점이었다.

바로 내 능력이 놀랍다. 캬, 이걸 만드네.


볼 때마다 자신의 상상과 똑같은 모습에 한 번, 이게 탄력 좋게 휘어진다는 점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지금 바로 나가야 해?”


[지구의 한 마디 : 특정 장소에 가져다 두기만 하면 되니까 불만 안 받음.]


“그런다고 내가 불만을 안 말할 거 같냐?”


입과 달리, 지구에게 시달린 내 몸은 착실히 활과 화살을 천으로 포장했다.

화살은 고작 열 다섯 개로, 처음 활만 만들고 엎어져 있던 나를 지구가 들들 볶아 추가로 만들게 한 것이었다.

기존에 양궁용 화살 쏘면 안되냐, 스킬이란 게 있던데 스킬로 화살 못 만드냐고 떠들었다가 침입 당일에 누가 스킬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겠냐며 지구에게 혼이 났다. 그래도 그 와중에도 못하겠다고 드러누운 덕에 20개 만들라는 거 15개로 줄였으니 내가 승자 아닐까? 비록 그 과정에서 추락 3회로 협박 당하고 실제로 1회 떨어져야 했지만. ···X바 새끼. 사바세계에 들 새끼. 내가 언젠가 복수할 거야. 두고 봐.


지나간 과거로 이만 득득 갈고 있자니 지구가 한 번 더 띵동 거리며 날 재촉했다.


“아, 한다, 해!”


.

.

.


지구가 말해준 주소는 웬 야산이었다.

작은 정자와 간단한 운동 시설이 설치 된 등산로를 둘러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시뻘건 핏물과 같은 노을 빛이 나뭇잎 사이사이를 파고들었다. 가을 초입의 아직 푸른 기가 남은 이파리가 한 순간 붉게 물드는 듯 했다. 그 너머로 서울의 작은 동네가 내려다 보였다.


가죽 자켓 차림으로 온 터라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에라이···.”


힘들어서 그런지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지구의 한 마디 : 정자 뒤편에 놓으면 됨.]


“···진짜로?”


처음엔 김기태씨처럼 새로운 미래동료의 위치 추적 정보를 주나 했더니 눈 씻고 찾아봐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어쩐지, 보상으로 주던 ‘동료 정보’를 그냥 주나 싶었다. 아마 이 활의 주인도 김기태씨가 아닐까? 왜 직접 전해주지 않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알 거 없지 뭐. 지구 X끼.

살짝 울컥한 마음이 들었지만, 머리에 바른 왁스가 땀과 함께 흘러내리는 듯한 기분에 그냥 시키는 대로 하자, 싶어졌다.

정자로 털레털레 다가가니 그 뒤편으로 넓직한 그릇에 씨앗이나 좁쌀 같은 것이 가득 담겨 있었다. 보아하니 썩은 씨앗도 안 보이는 게 누군가 주기적으로 그릇에 부어주고 가는 모양새였다.


‘이 그릇 주인이 김기태씨인가? 그 형님 생각 외로 진짜 성격 말랑한 거 아니야?’


등에 이고 왔던 활과 화살을 그릇 옆에 기대 두었다. 묵직한 무게가 떨어지니 살 것 같았다.


“근데 이렇게 둬도 돼? 와서 자기 건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면 어떡해.”


[지구의 한 마디 : 걱정마셈. 회귀자도 아직 각성을 못했다 뿐이지 시스템은 볼 수 있으니까.]


“아하?”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모르고 지나치면 지구가 띵동, 거리며 회귀자에게 네 거라고 알려주겠지.

하기야, 내가 상관할 건 아니었다. 억지로 만들었다지만, 그래도 내 새끼라고. 그저 제대로 주인도 못 만날까 봐 걱정되었던 거였다.


“김기태씨 검도 쓰고 활도 쓰고 대단하네-. 하긴 회귀를 그만큼 했으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많긴 하겠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지구가 의아해했다.


[지구의 한 마디 : 김기태가 여길 왜 옴?]


“···?”


이번엔 내가 푸르른 창을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김기태씨가 회귀자, 아냐?”


[지구의 한 마디 : 아님;;;]


뭐야 그럼 김기태씨는 뭔데. 미래의 동료라며?


내 속내를 읽은 듯, 지구가 띵동! 말을 덧붙였다.


[지구의 한 마디 : 매 회차마다 초기부터 적들과 싸우던 사람은 맞음. 회귀자랑도 매번 동료가 되었고.]


“그런데 회귀자는 아니다?”


[지구의 한 마디 : ㅇㅇ;; 내가 언제 김기태가 회귀자라 한 적? 있음?]


나는 지구의 말을 부정부터 하고 봤다.


“그럼 회귀자도 아닌 사람에게 먼저 무기를 전달하라고 했다고?”


[지구의 한 마디: 님의 뭘 믿고 회귀자부터 덥석 만나게 해주겠음?]


“내가 뭐가 어때서!”


[지구의 한 마디: 분명 내 욕이나 하겠지. 회귀자 사기 저하 되어서 안 됨.]


차마 지구 욕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날 잘 파악하고 있는 지구 탓에 입이 딱, 다물렸다. 띵동! 띵동! 하고 날 약 올리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아니, 근데 김기태가 회귀자인 줄 알았을 때도 지구 욕은 안 했는데.’


잠깐. 그러고 보니 김기태를 만났을 때 내가 뭘 했더라?


-하하! 당연히 지구가 알려줬죠! 자주 볼 거 같은데 잘 지내봅시다!


그리고 윙크까지 했지. 그 근육으로 잘 좀 봐 달라고, 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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