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작가가 천재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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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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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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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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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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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45살 박수영(3)

DUMMY

삶이란 고통과 허무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욕망하고 고통 끝에 이뤄낸다고 한들, 잠깐의 쾌락이 지나면 돌아오는 것은 허무함이다. 인생은 이것의 끝없는 반복이라는 말이다.


민영방송 예능국 PD 김갑철(48)은 그 말을 긍정했다.


학창시절에는 스카이(서울대, 연대, 고대)에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권유에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했다.


학부 시절에는 지상파 PD가 되기 위해 토익과 학점을 챙기며, 남들 다 해보는 연애도 안 하고(못한 게 아니다) 스펙을 쌓았다.


입사하고 나서도 다방 레지처럼 수없이 선배들의 커피를 타고, 심지어 학창시절에도 못 해본 빵 심부름까지 했다!


평소처럼 선배에게 편집을 짬 맞아 밤을 새고 있던 김갑철은 생각했다. 지금의 노력은 언젠가 보상받을 수 있을거라고.


나도 언젠간 연봉 40억 받을 수 있다고!


안타깝게도 김갑철은 별이 될 수 없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느껴, 적당히 이름있는 민영방송으로 옮겨 월급쟁이로 사는 것이 전부였다.


뭐, 그래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다.


출산율 0.6% 시대에 토끼 같은 자식과 과거에 연애경험이 좀 많지만, 어여쁜 아내도 있고. 방송국에 출근하면 근사한 의자에 앉아서 어린 여자 작가들한테 커피 타오라고 시킬 수도 있으니까.


대기업에 입사해 20년 동안 일하다 정년퇴직을 권고받고 어느 치킨집 차릴지 고민하거나. 사업하다가 망해 공장에서 어린놈한테 삿대질 받으면서 고시원에서 사는 동창과 비교하면 양반이 아닌가.


나보다 공부 못해서 지방 끝자락 의대에 간 녀석도···아 그놈은 잠실에 병원 차리고 나보다 잘사니 패스다.


김갑철이 접이식 의자에 몸을 맡겼다. 의자는 끼익 소리와 함께 기울었다.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렇게 살면 되는 거야.”


방송국이 주는 월급으로 맛있는 거 먹고, 서울에 영끌한 대출금도 갚고, 가끔 여자 아이돌 보면서 눈 호강도 하고. 이번에 산 주식이나 코인 좀 오르라 기도하고. 이렇게 살면 되는 거다.


은퇴는 글쎄다. 아들놈이 갑자기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해 버린 덕분에 아마도 조금 미뤄야 할지 모르겠다. 딸 놈은 방구석에서 이상한 노래 틀고 춤이나 추고 있고,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할련지.


“담배나 피워야겠다.”


김갑철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라이터를 당겼다. 가스 새는 소리만 울릴 뿐 불이 붙지 않았다.


“아이 씨. 왜 이래.”


김갑철이 휠을 쌔게 당겼다. 레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씨만 번쩍거릴 뿐. 불이 붙지 않았다.


“···다 써버린 건가...”


거친 불씨를 토해내던 라이터는 이제는 식어버려 잿빛조차 머금지 못한다. 이제는 늙어버린 김갑철처럼.


주위를 둘러본다. 평소와 같은 조명에 카메라. 평소와 같은 책상에 올려진 커피와 대본. 평소와 같은 촬영장.


“···재미없네”


김갑철의 체념을 품은 눈동자로 촬영장을 바라보았다.


“하유진 작가님 이번 작품은 정말로 대단해요. 몽환적이고···”


김갑철의 그 광경을 보며 비웃었다.


“지랄들 하네.”


천화 문고에 잘 보여야 하는 애들 모여놓고 그러면 거기서 소설이 병신같다니 유치하다니 같은 비평을 남길 거라고 생각하는가.


틀에 박힌 질문에 틀에 박힌 구성. 이러니까 요즘 애들이 티비를 안 본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조감독 나 라이터 좀 빌려줘.”


“에이 피디님 좀 사서 쓰시라니까.”


조명감독이 내민 라이터로 김갑철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것보다 하유진 진짜 이쁘긴 하네요. 배우나 아이돌한테 안 밀리는데요?”


“근데 나이가 너무 많아. 29살이 뭐니 도대체. 이따 촬영에 걸스 레이디 온리더스 온다더라. 게네 막내가 14살이래.”


“48살이나 드시고 하실 말씀인가요.”


“남자 나이는 와인인 거 몰라? 그리고 조감독도 43살이면서 무슨.”


“40대 초반은 아직 어린 편이거든요. 영포티 모르시나요?”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영피프티래.”


“저 말고, 젊은 작가들 있을 때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둘이 가벼운 사담을 나누던 찰나.


“쓰레기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피커를 타고 들려온 음성에 김갑철과 조감독을 포함한 세트장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조감독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예, 제대로 들은 거 같은데요?”


침묵을 깬 것은 김문석이었다.


“네, 네놈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나에게 비무를 도전할 생각이더냐!”


완벽히 컨셉에 빙의한 김문석은 당황하지 않고 대응했다. 하지만 뒤졌다 살아난 소설가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 좆같은 컨셉 좀 버리시죠. 애초에 당신은 컨셉이 아니라 진짜로 조선족이지 않습니까.”


“그, 그걸 어떻게...!”


출생의 비밀을 탈로 당한 김문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촬영장에 있는 누구도 알지 못한 사실이었다.


그가 조선족이라는 사실은 먼 미래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시간을 달려온 소설가로 인해 앞당겨졌다.


“그리고 소설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 안 읽어도 소개문만 봐도 보입니다. 객잔의 청소부인 주인공이 재능을 깨닫고 천마 잡고 정파짱먹고 여자들 따먹고 뭐 이 내용 아닌가요.”


“그, 그것도 어떻게...!”


김요한이 고개를 내저으며 세트장 중앙으로 나왔다.


“됐고, 작품을 떠나서 지금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작가 지망생들 세워놓고 기쁨조도 아니고 작품이 어떻니 뭐니 이미 뻔한 대답만 요구하는 게? 이게 천화 문고가 원하는 문학입니까?”


“허심탄회하게 말해봅시다. 언제부터 조선족이 무협을 따라 하고 29살이나 먹은 사람이 애새끼 말투 쓰는 게 문학이었습니까. 하유진씨 아까 뒤에서 담배도 피우시던데.”


김요한의 말에 하유진의 얼굴이 붉게 물들이며 경악했다.


“제, 제가 언제요...!”


물론 상황을 돋구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촬영장에 있는 이들은 그럴듯한 말이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29살 여자와 담배는 미묘하게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천화 문고의 후원을 받는 입장으로서 그리고 문학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확실히 말하겠습니다. 지금 천화 문고가 주도하는 문학계는 쓰레기입니다.”


“저게 진짜···”


보다 못한 메인 작가가 저지하려는 순간. 김갑철이 손을 뻗어 그녀를 저지했다.


김갑철이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온몸의 혈기가 돋구는 감각과 함께 가슴에 느껴지는 짜릿함. 마치 젊음이 돌아온 듯한 착각. 이 쾌락은 하나였다.


‘싸움 구경’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촬영장에 김요한의 개지랄은 김갑철의 쉬어버린 호르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김갑철이 단순히 싸움 구경이 재밌어서 메인 작가를 저지한 것은 아니다. 퇴물 소리를 듣고 쫓겨난 그도 경력이 20년을 넘는 베테랑 PD다


촬영 흘러가는 꼬라지만 봐도 이게 시청률이 되는지 안 되는지 대충 감이 온다.


‘이건 된다.’


48살 먹은 김갑철도 아직도 싸움 구경이 이렇게 설렌다. 근데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겠는가.


김갑철이 MC를 향해 눈짓하자 프로다운 그는 김요한에게 천천히 다가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한때 문학은 사회 부조리를 폭로하고 정의를 표방했습니다.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상을 관철하며 투쟁했죠. 또 한때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궁극적인 예술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처지는 어떻습니까.”


“물론, 천화 문고 덕분에 출판시장과 커지고 문학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것은 인정합니다.”


“천화 문고가 추구하는 대중 예술이 오로지 천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제의식이나 인간에 대한 성찰 같은 게 없이 그저 돈벌이에 미쳐서 김문석 작가 같은 사람들이나 찍어내는 게 문제라는 거죠.”


“천화 문고가 주도하는 문학은 일제강점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대화를 이루었다고 한들, 우리 고유의 문학을 지배하고 파괴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 새롭게 집필하는 작품을 통해 문학이 앞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요한은 촬영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촬영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어떤 미친놈이 촬영 도중 깽판 치더니 지 작품을 홍보하고 도망가버렸기 떄문이다.


하지만 사는 게 노잼이었던 김갑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벌써 재미있다.’


김갑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벌써부터 기레기들의 ‘천화 문고는 쪽바리 집단’이라는 어그로성 기사가 눈에 아른거렸다.


상대가 그저 소설가 지망생이면 모를까. 말한 사람이 김요한이다. 문학에 관심이 없던 김갑철도 김요한은 안다. 무명소설가인 아버지에게 태어난 천재 소설가라는 배경은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니까.


그가 미디어가 만들어낸 천재라는 소문과 옛날에 비하면 퇴물 소리 듣지만, 적어도 시청률을 뽑아낼 인지도는 가지고 있다.


‘이건 터진다.’


오랜만에 흥분에 가득 찬 김갑철이 옆에 있던 메인 작가에게 물었다.


“이거 편집 조피디가 하는 거였나?”


“에, 외주팀하고 협업하긴 하는데 최종본은 본인이 만질 거에요.”


“그거 나한테 넘겨.”


“김 감독님이 직접 편집하시게요? 굳이... 설마··· 지금 이거 안 자르시게요?”


김갑철이 씨익 웃었다.


“이런 건 최대한 이용해야지.”


방송이 나가게 되면, 김요한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김갑철은 문학계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전에 살짝 악마가 편집했다고 방송국에 시위 트럭 보내고 창문에 짱돌 날라온 건 기억하고 있다.


어른의 세계는 냉혹한 법. 미안하다 신시대여. 나도 월급 받고 사는데 누굴 동정할 처지가 아니다. 여자 아이돌이면 몰라도 20살짜리 남자애 사정을 봐줄 생각은 없었다.


*


천화 문고.


과거 천화그룹의 초대 회장이 서대문구에 세운 서점을 시작으로 이루어진 국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다국적 기업.


천화그룹이 천화 문고를 적자까지 나도 냅둔 이유는 책이 외면받은 국가에 답이 없다는 창업주의 유언 때문이었다.


돈은 안되고 유언은 따라야 하는 천화의 직계 자손들은 천화 문고를 초대 회장이 술집 창부와 낳은 방계에 맡겨버렸다.


천화 문고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방계 출신이었던 천화 문고 이사, 서신우는 말했다.


‘예술은 자본으로부터 그 가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자본없이는 문학도 없습니다. 문학이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돈과 대중의 관심을 쫓아야 합니다.‘


천화 문고는 단순히 도서 판매와 서점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서 출판, 웹툰, 웹소설, nft디지털 디자인, 연예기획사 등 발을 넓혀 다각화에 성공했다.


’연 매출 1조, 예상 시가총액 2조.’


자본주의 사회에서 천화 문고가 이룬 성취는 가히 출판사계의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한국에서 출판사가 시가총액 1조를 달성했다는 위상과 저게 출판사가 맞냐는 오명이 둘러싸인 지금.


천화 문고에 시급했던 것은 바로 명예였다.


오후 12시 5분, 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시간.


천화 문고 사옥 5층에 있는 출판 매니지먼트 부 사원들은 도저히 점심을 먹으러 나갈 수 없었다.


-천화 문고가 추구하는 대중 예술이 오로지 천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제의식이나 인간에 대한 성찰 같은 게 없이 그저 돈벌이에 미쳐서 김문석 작가 같은 사람들이나 찍어내는 게 문제라는 거죠.


지금 그 명예가 실추되었기 때문이다.


출판 매니지먼트 팀장 백희산(36)은 팔짱을 낀 채, 티비를 끄고는 말했다.


“···현장에서 분명 잘 해결하겠다고 했을 텐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호접지몽인가? 조과장?”


조과장(35)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 그게 분명 메인 피디한테 컷해달라고 요청했고. 거기서도 알겠다고 사인 와서 편집된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나는 아무 잘못 없다는 건가?”


“아, 아니 그런 말씀이 아니라...”


조과장이 땀을 뻘뻘 흘렸다. 마음속으로 그럼 이 씨발 새끼야 나보고 어쩌라고 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4대 독자에 토끼같은 자식을 생각하며 말을 삼켰다.


“죄송합니다.”


“후우...”


백희산 팀장이 한숨을 쉬며 회사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생각하는 사람과 똑같은 포즈를 잡았다. 딱히 뭔가 고민하는 건 아니고 여직원들이 있을 때 스마트하게 보이기 위한 그의 습관이었다.


백희산 팀장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몰랐다면, 무능.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직무 유기다. 조과장.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야.”


여사원들을 겨냥해서 멋있는 말을 한 것이지만, 그녀들은 그냥 빨리 끝내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고 싶었다.


“서대리, 대중들 반응은.”


꽉끼는 치마와 가슴 부분이 봉긋 솟아오른 와이셔츠를 입은 서예지 대리(28)가 답했다.


“대부분 부정적이에요. 우리 작가님들 팬덤들이야 당연히 쌍욕하고 있고.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새끼가 설치는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몇몇 작가들과 평론가. 그리고 일부 대중들이 옹호하고 있긴 해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김요한을 욕한다.


돈을 벌어야 직원들 월급을 주고 회사를 꾸려간다. 근데 돈만 좇지 말고 예술을 챙기라는 말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허울 좋은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역시나, 그렇군.”


백희산 팀장이 그윽하게 서대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대리가 혐오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것보다 제 다리 좀 그만 봐줄래요? 성희롱으로 신고하고 싶어지네.”


그 말에 백희산 팀장이 발끈했다.


“다리를 본 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을 본 거다. 여성을 유혹하는 50가지 방법이라는 책에서 배워서 한번 써먹어 본 거야. 그것보다 그렇게 타이트한 치마를 입고 다니는 건 봐달라는 뜻 아닌가? 요즘 여자들은 지들이 벗고 다니면서 유난은 혼자 다 떠는군.”


“팀장님 같은 아재가 아니라 마케팅 부서 신입 남사원이나 디자인부 팀장님처럼 잘생긴 사람 보라고 입는 거거든요. 팀장님 같은 사람이 보면 기분 더럽다고요. 여자 꼬실 생각하기전에 외모 관리나 하세요. 50대 같아요.”


“...”


“방금 마음속으로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하셨죠?”


감히 여자가 남자에게 따박따박 대들다니! 하지만 서예지를 혼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섬기는 서신우 이사와 마찬가지로 천화의 피를 이은 방계니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동방 예의보다는 신분제가 중요했다.


“후우··· 문단의 반응은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어. 구시대의 유물들의 발버둥에 불과해. 구차한 틀딱 새끼들.”


분명 소설은 뭐가 되어야 한다니 문학도란 무엇이니 떠들던 놈들일 것이다. 문단의 원로들이 노사(老死)하거나 악플에 매장당할 때 같이 순장(殉葬) 당한 줄 알았는데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다니. 독한 놈들.


서예지 대리가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 이제 어떻게 하죠. 저희팀에서 다음 분기에 당장 김요한 작가 신작 준비하려고 했는데 야단났네요.”


“그건 상관없어. 글도 애매해서 판매량도 부진했고, 빨아먹을 거 다 빨아먹어서 어차피 버리려고 했으니까.”


김요한은 지는 해였다. 비유하자면 유통기한 하루 남은 우유이며, 철 지난 탕후루이고, 곧 지날 두바이 초콜릿이었다.


그를 오랫동안 직접 케어했던 백희산은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재능이 없다. 현재까지 이룬 성과도 단지 어린 천재에 열광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천화 문고의 마케팅 덕분이었다.


그런데 감히...


백희산 팀장이 이를 아득 물었다.


“재능도 없는 쓰레기 주제에 천화에게 도전하다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밟아놔서 선례를 만들어줘야겠어.”


돈만 깎아 먹던 천화 문고를 이렇게 만든 것은 자신이 모시는 서신우 이사님 덕분이었다.


그런데 어디 흙수저 노재능충 버러지 주제에 건방지게 그 길에 방지턱을 놓으려고 하는가.


“일단 법무팀 연락해서 김요한한테 요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있는지 확인해보고. 당장 계약 해지하고. 교육비, 물품비, 레슨비 등 하나도 빼먹지 말고 전부 뽑아서 내용증명 보내놔.”


“스무 살 어린애한테 정말 잔인하긴 하시네요.”


“잔인하기는··· 자본주의는 원래 차가운 법이야. 그리고, 곧 신작이 나온다 했지...?”


“네 그렇게 말했어요. 아마도 다른 출판사랑 계약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


두고 봐라 김요한, 제대로 밟아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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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장, 45살 박수영(7) 24.09.06 6 0 14쪽
7 1장, 45살 박수영(6) 24.09.05 7 0 18쪽
6 1장, 45살 박수영(5) 24.09.04 10 0 14쪽
5 1장, 45살 박수영(4) 24.08.31 14 0 20쪽
» 1장, 45살 박수영(3) 24.08.30 15 0 17쪽
3 1장, 45살 박수영(2) 24.08.29 13 0 19쪽
2 1장, 45살 박수영(1) 24.08.29 15 0 18쪽
1 0장, 시작 24.08.29 17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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