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작가가 천재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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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싫어
작품등록일 :
2024.08.05 04:32
최근연재일 :
2024.09.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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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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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45살 박수영(6)

DUMMY

출판 매니지먼트 부 팀장 백희산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출근길에 올랐다.


고급스러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그래. 좋은 아침.”


자리에 앉은 백희산이 기지개를 쭈욱 폈다. 비튼 고개 사이로 출판 매니지먼트 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문득, 이들 모두가 자신의 부하라는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유리 창문 너머로 바깥을 바라본다.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길거리를 남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인생을 바쁘게 살다 보면 가끔 삶에 대해서 자각이 흐려질 때가 있다. 삶에 집중할수록 삶이 더욱 흐려지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살아가다 보니 어른이 돼 있고, 정신을 차리니 아저씨가 되었다. 인생은 너무나도 빠르게 흐른다.


반짝이는 별을 보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던 아이는 어느새 무색의 돈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다.


삶에 열광에 말발굽처럼 쿵쾅대던 심장은 이제는 서리 낀 겨울처럼 고요하기 그지없다.


유리 창문 사이로 아침의 광명이 그의 이마를 내리쬔다. 여름날, 아야-아야 매미가 우는 소리와 함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백희산은 대부분 젊은 남성들이 그러하듯 내세울 건 없지만, 호기만 넘치는 남성이었다. 지잡대를 졸업한 그는 몇 번의 사업을 말아먹고(취업이 안 돼서 사업을 한 건 아니다) 부사관에 입대했다.


하지만 개폐급이었던 그는 병사들과 동료 간부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실수로 보안문서를 이면지로 사용하다가 불명예 전역을 당했다.


공장에는 가기 싫어 알바사이트나 뒤적거리며 삶을 낭비하고 있을 무렵. 한 공고를 보게 된다.


[꿈나라달나라북스 편집자 구인]


단순한 우연이었다.


최근에 불법 사이트에서 즐겨보는 라이트노벨 덕분에 소설에 관심이 있었고. 공고에 적혀져 있는 학력 무관이라는 문구에 아무 생각 없이 지원 버튼을 눌렀을 뿐이다.


[안녕하세요 꿈나라달나라북스에 서신우입니다. 혹시 면접 보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우연은 백희산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제 꿈은 다시 한번 문학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원해요.


백희산이 사는 싸구려 원룸보다 못한 허름한 사무실에서 부끄럼 없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남자.


‘병신같네.’


처음에는 그를 무시했었다. 나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아직도 꿈 타령이라니. 애니를 너무 봤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충 월급 루팡이나 하다가 튀어야겠다.’


그를 따라다니며 편집자 업무를 배웠다. 사회성 없는 작가들 비위를 맞추고. 하루종일 재미도 없는 글을 교정도 해봤다.


아무 재능도 없다고 생각한 자신도 일을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 그에게 배운 영업으로 최초로 유명한 작가와 계약도 따냈다.


노력 끝에 무언가를 이뤄내고, 인정받는다. 백희산은 처음으로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고생하셨어요. 근처에 우동 잘하는 집 있던데 오늘은 그거 먹을까요?


그는 일이 끝나면 항상 밥을 사주었다. 내 월급조차 대출을 받아 주면서 말이다.


서신우와 일하면서 그가 서울대 출신인 걸 알았다. 심지어 친척은 재벌이란다. 물론 방계라서 사실상 의미가 없지만, 하여튼 간지가 나지 않는가.


나는 그에게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해야지요.


문단의 원로들이 과거의 영광에 취해 도태되고. 출판사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쓰레기 같은 글만을 양산할 때.


-문학은 변화해야 합니다. 과거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해야 해요.


오로지 그만이 어린아이 시절의 자신이 보았던 아름다움을 애틋하게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천화그룹이 방계인 서신우에게 천화 문고를 넘기고 나서야 그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문학이 다시 대중에게 관심을 받자 아이러니하게도 문단의 사람들은 서신우를 비난했다.


문단과 대중은 서신우가 탐욕에 눈이 멀어 문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이용한다고 그를 꾸짖었다.


하지만, 백희산은 알고있었다.


-제 꿈은 다시 한번 문학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가 얼마나 문학을 사랑하는지.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해야지요.


그가 어떤 마음으로 문학을 대하는지.


그런데 감히...!


-천화 문고가 주도하는 문학은 일제강점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대화를 이루었다고 한들, 우리 고유의 문학을 지배하고 파괴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김요한, 네놈이 뭘 안다고 감히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개 같은 MZ세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노무 새끼가···


빠직-


정신을 차리니 손에 있던 아메리카노 컵이 바스러져 바닥에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서대리가 백희산의 흘러내리는 아메리카노를 슬쩍 쳐다보고는 물었다.


“뭔 일 있으세요? 팀장님?”


백희산이 정신을 차렸다. 주위를 살펴보자 출판 매니지먼트 직원들의 눈이 이곳으로 모여있었다. 다시 한번 출판 매니지먼트부서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들 모두가 백희산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하들이었다.


“별일 아니야. 그냥 잡생각 하다 보니. 일들 해.”


백희산이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그래. 과거에 젖을 여유 따위는 없다. 현재가 중요하다. 팀장으로서 이들을 이끌어야 하니까.


‘서대리가 나를 정신 차리게 해줄 줄이야.‘


평소에 싸가지를 밥 말아 처먹고. 아저씨들이랑 밥 먹기 싫다며 신입 남자직원들하고만 점심을 먹으러 가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장 신용하는 부하였다.


바닥에 커피를 전부 닦아낸 백희산이 애정한 눈빛으로 서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서대리.”


서대리는 눈을 찌푸리고는 백희산의 말을 해석했다.


“뭐가 감사하다는 거에··· 설마 남자들 자기 위로하고 여자한테 고맙다고 하는 그거 말하는 거예요? 팀장님 어제 저 상상하면서···”


“무슨 개소리야!”


백희산 팀장이 소리쳤다. 역시 이 미친년하고는 대화가 도저히 안 된다.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그가 환멸 난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됐고. 김요한 최근 책 판매량 동향 어때.”


“뭐 저번달이랑 비슷하게···”


서대리가 서랍장에 있던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망했죠.”


그 말에 백희산 팀장이 씨익 웃었다. 김요한의 소설이 출판된 지 어연 두 달. 예상대로 그의 소설은 망했다.


초반에는 확실히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문단의 힙스들도 그를 옹호했다. 하지만, 소설이 너무 병신같았다.


김요한의 소설은 예상대로 히로시마 원폭을 맞았다. 그의 원래의 팬덤마저 등을 돌렸으니까. 거기다 프로모션까지 끊어버리니 그의 작품은 순식간에 공동묘지에 쳐박혔다.


물론, 일부 여성 팬들이 홍보 글을 쓰기까지 하면서 명작이라고 칭송하지만, 뭐 어디서 댓글부대라도 고용했겠지.


나름 이름있는 출판사라도 선택했다면, 조금의 프로모션이라도 받아 판매량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김요한은 아니었다. 좋소 출판사에 간 네놈의 운명을 탓해라.


“으흐흐.”


백희산 팀장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 인간이 가장 행복을 느낄 때는 내가 싫어하는 인간이 인생 망했을 때 아닌가.


상쾌하다! 짜릿하다! 통쾌하다! 이게 인생이지!


오케이 기분이다! 백희산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말했다.


“오늘 끝나고 회식 어때. 내가 쏠 테니까.”


“오늘 금요일인데 미쳤어요? 백 팀장님?”


그 순간,


출판 매니지먼트 부서 입구에 조과장이 달려와 숨을 헐떡거리며 입구를 부여잡았다.


“왜 이렇게 뛰어와. 무슨 일 있어?”


“그, 그게...”


조 대리가 숨을 고르고 말했다.


“45살 박수영의 랭킹이 갑자기 급등하고 있습니다!”


*


경기도 안산 8평 남짓 허름한 사무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어떻게 한 겁니까.”


전 플랫폼 실시간 랭킹 1위.


45살 박수영은 출판 관련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화제에 떠오르고 있었다.


강미연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전부 말씀드릴 테니 일단, 커피 한잔하시죠. 백보람 편집자. 죄송하지만 커피 한 잔만 타주실 수 있습니까.”


“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로 타드릴게요.”


백보람이 휘파람을 부며 싸구려 정수기에서 커피를 탈 무렵. 나는 자연스럽게 주변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8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과 정돈되지 않은 각종 사무용품. 내 시선을 파악한 강미연이 말했다.


“천화 문고의 천재한테는 이런 곳이 많이 누추할지도 모르겠군요. 이해해주시죠.”


“무슨 소리입니까. 제 사정 뻔히 아시면서.”


내가 살았던 반지하에 비하면 천국 같은 장소가 아닌가. 밤에 소리 지르는 아저씨도 없고. 길바닥에서 성교를 나누는 젊은 남녀 같은 정신병자는 없으니까.


“자~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 대령입니다요.”


백보람이 나와 강미연 앞에 커피를 내려놓는다. 쟁반 옆에 놓인 커피 봉투에는 교회를 선전하기 위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내 시선을 파악한 그녀가 급하게 쓰레기를 집어, 허리 뒤로 숨긴다.


“이, 이건 그냥 길 가다가 준거라서. 절대로 맥심 하나 살 돈이 없어서 길에서 나눠주는 거로만 먹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했는데. 강미연이 백보람이 탄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사실 맞습니다. 백보람 편집자가 교회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사은품을 여러 번 지나가며 가져온 겁니다.”


“그, 그걸 말씀하시면 저의 인간으로서 수치심이...!”


“참고로 커피 몇 개 더 받으려고 자기를 고등학생이라고 속이더군요.”


“호에에에에에엑”


백보람의 절규를 뒤로하고. 강미연이 서류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종이에는 뭔가 복잡하기 그지없는 숫자들이 이리저리 향연을 이루고 있었다. 유사고졸이라 모르겠다. 분명 돈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뭡니까, 이건.”


“45살 박수영 관련 예상 마케팅비를 추산한 겁니다. 맨 위에 숫자 보이십니까?”


나는 맨 위의 숫자에 눈을 부라렸다.


“8000만원...?”


“맞습니다. 플랫폼 내부 프로모션이 없는 45살 박수영이 독자적으로 비슷한 홍보 효과를 가져가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측정한 마케팅비가 8000만원입니다.”


나는 놀라며 물었다.


“마케팅비로 8000만원을 썼다는 겁니까.”


“아뇨. 저희가 그런 돈이 어디겠습니까. 사무실 보증금 빼고, 대출 전부 받아 마련한 돈은 출판비용으로 전부 지출했습니다. 남은 돈 1000만 원가량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사무실 보증금이랑 대출이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강미연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답했다.


“예.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인쇄비조차 낼 돈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람 양과 저는 센터 출신이라 인생이 망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


응 자살하면 그만이야 를 저렇게 쉽게 말하다니. 이 여자도 가만 보면 미친 게 분명했다. 아니, 미쳤으니 성공할 수 있었던 건가.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이걸 봐주시죠.”


강미연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내민다. 1분 정도의 애니메이션이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면접장에서 양복을 입은 여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면접관에게 조롱과 멸시를 당하고 쓸쓸하게 퇴장한다.


그녀가 우울함에 빠져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여자의 목덜미를 덥석 움켜쥔다.


“꼼작 마.”


칼날이 스치는듯한 서늘한 음성이 울리고, 다음 내용이 궁금하면 45살 박수영을 검색하시라는 홍보를 끝으로 영상이 종료된다.


강미연이 말했다.


“45살 박수영을 홍보하기 위한 300만 원짜리 영상입니다.”


“이거 1분짜리 영상에 300만 원이라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도대체 뭘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300만 원이나 달라더군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억세진 것을 보니 강미연도 꽤나 빡쳤던 모양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것이 이게 이렇게 비싸다고? 같은 것에 돈을 쓰는 게 아니겠는가.


“출판 관련 광고는 기본적으로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출판시장이 과거보다 거대해졌다고 한들, 아직 많은 대중이 글에 거부감을 느끼니까요.”


소설은 기본적으로 접근성이 낮다. 만화, 애니, 드라마, 영화 같은 직관적인 콘텐츠에 비해 소설은 뭔가 지루하니까. 요즘같이 숏폼 콘텐츠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더더욱.


“그래서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영상 형식으로 마케팅을 고안했습니다.”


강미연의 의도가 이해되었다. 프로모션 홍보가 불가능한 지금. 외부의 광고효과를 가져오기 위해, 영상 형식으로 광고를 만든 것이다.


“티비 광고는 최소 수천만 원 단위부터 시작하니. 저희에 재정 상태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가 공략한 건 SNS를 통한 마케팅이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를 맡겼다는 뜻입니까?”


강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틱톡, 인스타, 유튜브 같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영상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이었다. 허나 이 방법에는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에게는 규모가 거대한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요청할만한 돈이 없었습니다.”


TV가 쇠퇴하고 유튜브, 틱톡, 인스타 같은 플랫폼이 부흥함에 따라 인플루언서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대형 유튜버의 15분짜리 광고단가가 1억가량 한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례이다.


“그렇기에···”


순간, 강미연의 눈빛이 변한다. 무미건조했던 눈빛이 처음 그녀를 봤을 때처럼 날카롭게 번졌다.


“저희가 선택한 것은 소규모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었습니다. 작은 규모를 가진 덕분에 광고단가는 기껏해야 10~20만 원 정도로 싸게 할 수 있었죠.”


그녀가 손을 휴대폰 액정을 손으로 휙 넘겼다. 그러자 4000명 정도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에서 아까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봤자. 소규모 채널로는 마케팅 효과가 나지 않을 텐데요.”


단순한 논리다. 마케팅의 목적은 결국은 나의 상품을 알리는 것이다. 키즈유튜버가 짜장라면을 먹는데 4억 조회 수가 나오는 것과 방구석 백수가 라면을 먹는 영상은 영향력이 다르니까.


“맞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걸 수많은 소규모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를 의뢰했습니다. 아까랑 비슷한 금액으로요."


그녀가 다시 한번 손을 휙휙 넘긴다. 그러자 여러 채널에서 아까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나는 의아했다. 작은 규모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를 맡겨봤자 아무런 의미가...


그 순간,


그녀가 손을 멈추고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영상이 조회수가 100만이 넘어있었으니까.


그제야 나는 그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Algorithm)...”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리즘(Algorithm)


플랫폼 고유의 인공지능이 독자적인 시스템을 운용해 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유기적 흐름.


영상 플랫폼에는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가끔 나와 상관없는 영상을 클릭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 마법은 기묘한 현상을 일으킨다.


바로 작은 규모를 가진 인플루언서들도 대형 유튜버들의 못지않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미연은 이것을 노린 거다.


플랫폼 고유의 알고리즘을 파악하고 그 성질에 맞는 영상을 수십 개의 채널에 업로드한다. 그렇게 된다면 하나는 걸리기 마련이니까.


적은 비용으로 대형 인플루언서와 같은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이해한 나는 강미연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모션이 전부인 출판시장에서 플랫폼이 버린 내 글은 실패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허나 강미연은 부정했다. 약자로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략을 구사했다. 숏폼 콘텐츠를 만들어 텍스트의 접근성을 허물었고, 트렌드를 파악해 SNS를 통한 마케팅 방식을 선택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최선의 마케팅을 성공시켰다.


100만 영상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간혹 30만, 40만 정도의 조회수도 보였다.


“조회수가 폭발한 영상으로 인해, 45살 박수영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거고.”


강미연이 창문 밖을 바라본다.


“그 이후는 이 책이 알아서 해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


백희산 팀장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 휠을 내렸다. 모든 플랫폼 랭킹에 45살 박수영이 안착하였다.


“어이가 없군.”


이름이 뭐였더라? 더 글로리 매니지? 하여튼 개좋소 운도 좋군. 알고리즘을 탄 유튜브 영상 덕분이 이렇게 떡상하다니.


작전에 실패한 백희산 팀장이지만, 그는 딱히 상관없었다.


45살 박수영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짐에 따라, 그 비난에 대한 여론도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무덤을 파헤치냐. 자기가 알아서 강가에 몸을 투신하냐 정도의 차이일 뿐.


하지만 백희산 팀장은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양익준 평론가는 뭐래.”


“조만간 글 올리겠다네요.”


백희산은 평소 인맥인 평론가들에게 45살 박수영에 대한 비평을 요구했다.


출판시장에서 평론가들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글을 읽어야 교양 넘치는 사람이 될 거 같은데 책이 뒤지게 많다 보니 뭘 읽어야 할지 모를 때 전문가의 추천만 한 게 없으니까.


그런 전례가 누적돼 일부 독자는 이제 평론가의 추천 없이는 책을 못 읽는 몸이 되어버린 경우도 많았다.


빨간 안경을 낀 평론가가 이거 괜찮은데요? 라고 말하면 구매 수가 급상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변하는 건 없다.’


댓글 창은 씹창나고 있고 평론가들은 이딴 소설이 존재하면 안 된다는 듯이 거센 비평을 남기고 있다.


이제 강가에 떠오르는 김요한의 시체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터.


그 순간,


“헉헉.”


조 대리가 급하게 달려와 출판 매니지먼트 부 입구를 붙잡고 숨을 헐떡거린다.


백희산 그 광경을 보고 팀장은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여, 여성 행복부 장관이···”


조 대리가 말을 이었다.


“SNS에 45살 박수영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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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장, 45살 박수영(8) 24.09.07 7 0 17쪽
8 1장, 45살 박수영(7) 24.09.06 6 0 14쪽
» 1장, 45살 박수영(6) 24.09.05 7 0 18쪽
6 1장, 45살 박수영(5) 24.09.04 9 0 14쪽
5 1장, 45살 박수영(4) 24.08.31 14 0 20쪽
4 1장, 45살 박수영(3) 24.08.30 14 0 17쪽
3 1장, 45살 박수영(2) 24.08.29 12 0 19쪽
2 1장, 45살 박수영(1) 24.08.29 14 0 18쪽
1 0장, 시작 24.08.29 16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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