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작가가 천재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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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싫어
작품등록일 :
2024.08.05 04:32
최근연재일 :
2024.09.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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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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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45살 박수영(8)

DUMMY

평등부 홈페이지 공지, 공고란에 여러 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되었다.


[45살 박수영 읽고, 인증하면 문화상품권 증정]


[45살 박수영과 작가와 함께하는 북 토크 진행]


[45살 박수영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심층 토론회 진행 참가하면 문화상품권 증정]


이러한 정책들은 근로소득세를 낸 적은 없지만, 나라 걱정만큼은 독립투사 못지않은 백수들의 격분을 일으켰다.


“씨발! 이게 나라냐?”


“확. 나라 엎어버려!?”


그들 중 자소서는 못 쓰지만, 어그로성 글은 잘 쓰는 백수들은 행동으로 실천했다. 각종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평등부 근황.jpg]


[이번에 출시된 페미니스트 소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간 게시글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45살 박수영을 집필한 김요한에게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45살 박수영이 뭔지 찾아봤는데 남자 작가가 쓴 건데?

ㄴ지랄 마셈 ㅋㅋ 독종 페미 여작가인데 무슨 개소리.

ㄴ이 새끼는 병신같은 소리를 쳐하노 검색만 해도 나오는데.

ㄴㅇㅇ느금마


위에 댓글 보고 찾아봤는데 진짜 남자 작가가 쓴 거 맞네 그쪽판에서는 유명하다고 하던데.

ㄴㅇㅇ 천화 문고가 키워주는 애인데 글 존나 못씀 그냥 바이럴로 뜬 애임

ㄴ애비가 소설 쓰다 뒤졌다는데 그래서 이딴 글이나 쓰는 듯


유튜브에 별 줫같은 영상 쳐 있던데. 이 책이 그거였나 ㅋㅋㅋㅋ

ㄴ 아 그거 나도 봄ㅋㅋ


책 대충 후기 남기면 그냥 쓰레기 책임. 개 병신 같은 논리로 일관하며 여자식 감성팔이 이거 하나임

ㄴ이걸 돈 주고 산 능지 수준 ㄹㅇ

ㄴㄹㅇㅋㅋ 이 새끼도 똑같은 새끼임


인터넷에서는 45살 박수영과 김요한에 대한 유언비설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사실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고, 확산이 쉬운 디지털 문화의 특징 때문이었다.


그들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여성이 주류를 차지하는 커뮤니티였다.


[현재 남초 커뮤니티에서 공격받고 있는 책.jpg]


여초사이트에서는 남초와 정반대의 효과가 일어났다. 책에 대한 옹호적인 의견이 대다수로 깔린 것이다.


[보고 눈물 흘려서 우리 어머니도 보시고 우시던데 ㅠㅠ]

ㄴ 나도 ㅠㅠ


[남자들 45살 박수영에 발작 버튼 눌린 게 젤 웃김 저 정도면 존나 순탄하게 사는 건데]

ㄴ맞음 박수영 정도면 진짜 인생 편하게 사는 건데 거기에 발작하는 게 참

ㄴ그냥 남자들 특징임 명절에 전 한 번 부친 적 없으면서


[남초에서 조리돌림 당하길래 한번 사서 봤는데 생각보다 아주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당황함]

ㄴ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 슬펐음

ㄴ솔직히 저기 있는 애들 중에 책 읽은 애 거의 없을 듯 그냥 여혐하는 애들이지 뭐


[작가 아빠가 무명 소설가인데 자식은 인기가 없어서 극단적 선택했다네]

ㄴ 와 개 슬퍼 진짜임?

ㄴ 근데 아들은 성공한 거야? 대단하네

ㄴ 와 진짜 대단하다.


이해 관념이 다른 그들은 서로를 향해 비난과 모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 열기가 서서히 뜨거워질 무렵.


그곳에 기름을 부어버린 건, 평등부 장관대행의 SNS 게시물이었다.


「최근에 45살 박수영을 단순히 남녀 갈등을 소재로만 보는 시각이 많아 안타깝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암울한 역사를 기록한 작품이다. 남아선호사상이 깊이 뿌리내린 사회에서 직장 내 차별, 독박육아, 여성에 대한 악의적 편견 같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으로, 낮은 출산율과 높은 여성 자살률을 가진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왜곡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 곡해를 할 수 있지만, 부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이는 일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석되었다.


「병신 여혐하는 새끼들아ㅋㅋ 방구석에만 있지 말고 현실을 좀 살아라.」


평등부 장관대행의 발언은 기름에 불을 끼얹는 꼴이었다. 두 진영 갈등의 더욱 격화했다.


[이딴게 현직 장관이라니 진짜 병신같네ㅋㅋ]


[남자들 현실 부정하는 거 진짜 웃김. 도대체 여자도 아니면서 아니라고 하는 건 무슨 근거임?]


양반된 입장을 가진 집단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보만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래서 여자들이 안되는거임 ㅋㅋ 이성은 없고 감성에만 쳐 사니까.]


[댓글만 봐도 여성 인권이 적나라하게 나오네ㅋㅋㅋ 이래놓고 현실이 아니라고 할거임?]


악의된 편견과 편향은 더욱 굳어졌다. 서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수록 혐오는 만연했다.


[정신병 걸린 한국여자들ㅋㅋ 슬슬 노괴되니까 불안한 거 아니노?]


[에휴 등신들 말투부터 평생 여자 하나 못 건드려본 도태 찐따 냄새가 진동하네. 잠재적 가해자들 아니랄까 봐 ㅋㅋ]


만연한 혐오는 두 진영을 광기로 물들였다. 이성과 중재를 논하는 자는 변절자 취급을 받았고, 비이성적 행위는 추앙받았다.


그들은 목적과 사유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저 인간성을 상실한 채, 서로를 향해 증오와 분노를 표출할 뿐이었다.


이는 인터넷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기자들이 늘 그러하듯. 언론사는 서로의 입맛에 맞는 글들을 복붙하기(복사 붙여넣기)했다. 온라인의 문제가 오프라인에 옮겨지는 것이다. 편향된 정보를 받은 이들은 또다시 서로를 향해 혐오를 발산했다.


45살 박수영이 그렇게 남녀 갈등의 상징처럼 떠오르며, 엄청난 영향력을 펼치고 있을 때쯤.


이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또 있었다.


“자, 잠깐 서팀장. 우리 그때 약속했잖아. 분명 프로모션 안 넣기로 지금 상황에서 다시 넣겠다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되는···자, 잠깐만 서팀장...”


백희산 팀장이 끊어진 휴대폰을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대리를 한숨을 내뱉었다. 모니터 천화 문고 자유게시판을 바라본다.


[여혐하는 쓰레기 출판사 불매할게요]


[여기가 제 입맛에 안 맞는다고 탄압하는 출판사 맞나요]


게시판에 꽉꽉 채워진 불만을 표현하는 게시글들.


45살 박수영이 흥행하면서 천화 문고의 프로모션 제외는 이상향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천화 문고가 여성 혐오를 한다는 의견으로 해석된 것이다.


단순히 음모론에 불과했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굳게 믿기 마련이었다. 여성 혐오를 해명하라는 게시글에 수천 개의 추천은 지금의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출판시장은 여성 독자가 다수다. 그렇기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음모론이 커짐에 따라, 회사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출판 매니지먼트 부는 창시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었다. 임원진과 부서의 폐지를 원하지만, 서신우 이사의 반대에 겨우 목숨만 붙들고 있었다.


서대리가 인터넷 포털을 켰다. 모든 언론사와 커뮤니티가 45살 박수영에 관한 이야기로 뜨거웠다.


현대 사회는 파편처럼 쪼개져 있다.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 관심에 맞는 콘텐츠와 이슈에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어느 분야의 슈퍼스타가 누구에게는 듣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45살 박수영처럼 사회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는 콘텐츠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세상이 새하얀 도화지라면, 콘텐츠는 물감과도 같다.


한 남자가 456억의 상금이 걸린 데스 게임에 초대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 세계를 물들였다.


어린아이가 뛰어노는 키즈카페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고 외치는 인형을 놓이게 하고.


OTT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사람들을 방구석에 내몰고, 단 한 번도 위협을 받은 적이 없던 극장을 폐업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콘텐츠는 세계를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서대리는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45살 박수영이 만드는 세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유명 아이돌이 45살 박수영을 읽었다는 것에 언론이 수백 개에 달하는 자극적인 기사를 쓴다. 일부 사람들은 입에 담기 힘든 비난과 함께 아이돌의 사진을 찢고, 태우는 비이성적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유튜브, 틱톡 같은 미디어에서는 한국 남자가 어떠니, 한국 여성이 어떠니.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혐오를 부추긴다.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다른 성별, 사고, 세대를 가진 이들을 타자화하여 혐오했다.


정치인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두 진영을 선동하고 유혹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역사상 청년세대가 성별을 이유로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최초의 세대가 되었다.


45살 박수영은 화마(火魔)였다.


이 거대한 불씨는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울 것처럼 타오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거침없이 그곳을 향해 몸을 던졌다.


잿빛이 타올랐다. 비명과 악이 교향곡처럼 울리고 있었다. 탄내와 악취가 진동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몸이 불싸지르는 것에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45살 박수영은 단순히 온라인에 한정된 문제라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는 단순히 온라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낮아진 출산율과 상반된 정치성향이 그걸 증명한다고.


서대리는 궁금했다. 이 거대한 화마는 도대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단지 흔하디흔한 시대의 흐름에 불과한가. 거대한 재앙을 앞둔 전초인가.


45살 박수영이 물들이는 세상의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것인가.


서대리가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서대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문 바깥의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석양이 더욱 검게 물들어 있었다.


*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 서점이라고 한다면, 먼지가 휘날리고 책이 투박하게 꽂혀있는 곳을 생각한다.


허나 이것은 틀렸다. 서점의 심플한 디자인과 코끝을 유혹하는 라벤더 향은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 번쯤은 고개를 돌리게 할 만큼 세련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서점의 디자인을 보기 어려워 보였다.


서대 문구에 위치한 천화 문고의 서점.


천화 그룹의 창업주가 처음으로 도서관을 창업한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5살 박수영이 증쇄 소식을 들은 이들이 책을 구매하러 온 것이다.


1등부터 20등까지 놓는 종합 베스트셀러 칸에 45살 박수영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관례를 무시한 행위지만, 돈 앞에서는 장사 없는 게 세상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감사합니다. 작가님. 그리고 잘생겼어요!"


한 여학생이 내 사인을 받고, 자기들 옆에 있던 친구들과 깔깔 소리를 내고는 저 멀리 사라진다.


나는 눈앞에 끝이 보이지 않은 횡령을 바라보았다. 증쇄 기념으로 평등부가 주최한 팬 사인회를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처음 해 본 팬 사인회는 제법 신선했다.


"김요한 작가님. 이번 소설 정말로 최고예요."


"소설 잘 읽었습니다. 다음 작품 기대할게요."


"작가님 소설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제 과거가 떠오르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작가님.“


”제가 웬만하면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작가님 소설을 보고는 눈물이 나오네요.“


얼굴도 몰랐던 이들이 내 앞에 나타나 거리낌 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광경은 꽤나 신기했으니까.


나는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사람들의 그런 태도는 나에게는 꽤나 어색했다.


나에게 호의만이 가득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작업장에서는 폐급이라고 갈굼만 받았고, 그나마 친절한 사람을 뽑자면 월세를 내놓으라는 집주인 정도가 되려나. 최소한 나를 사람 취급은 해줬으니까.


팬 사인회가 끝나고 나는 서점의 구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고작 그런 거 가지고 뭔 휴식이냐고 말할 수 있지만, 사회성이 없는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상하차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업무였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런 곳에서조차 정돈된 양복을 입은 강미연이었다.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입니다. 김요한 작가님이 고생한 덕분에 일판매량이 급진했다는군요. 후후.“


강미연이 흡족스러운 얼굴로 계산기를 두들겨 숫자를 보여줬다. 책 판매량에 따른 추가 수익이었다.


”생각보다 수입이 짭짤하군요.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책을 수십 권을 구매한다면, 작가님과 포옹권을 판매한다던지. 단 한 명만 뽑아서 주인님과 노예 상황극을 시킨다던지···“


”...“


이 여자와 일을 하며 느끼는 점은 강미연은 나보다 더한 돈미새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말없이 노곤하게 자리에 앉아있자, 강미연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침착하시군요. 작가들 대부분 이 순간을 고대하며 살아간다는데. 천화 문고의 천재는 뭐 역시나 다르다는 건가요.“


”놀리지 마시죠.“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조금은 좋아하는 티를 내도 좋다는 뜻으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이니까요.“


나는 그녀의 말에 베스트셀러 칸을 바라보았다.


베스트셀러 칸에 배치된 나의 책.


나의 소설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것은 밑바닥 반지하에서 글을 쓰던 남자가 평생을 소망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어둡고 차가운 반지하에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너무나도 외롭게 생을 마감했다.


45살 박수영은 나의 문학이 아니었다.


타인의 삶을 훔친 것에 불과하다. 나에게는 기뻐할 자격도 아무것도 없었다.


내 옆에 있던 강미연이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저는 이 작품이 김요한 작가님이 정말로 뜻을 가지고 집필하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렇다고 한들, 이 책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저길 보십시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중년 여성들이 있었다.


“작가는 책을 써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편집자는 그것을 더 좋게 만든다.”


강미연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 눈동자가 은은하게 빛을 냈다. 어떤 목적도 악의도 없는 순수한 감정이 나를 향했다.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나는 강미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어깨에 차갑고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작가님.”


그녀가 나를 향해 몸통을 돌려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런 뒤에 고개를 허리 끝까지 깊이 숙였다.


“제 꿈을 이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본, 나는 돌처럼 굳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우으··· 감동적이에요.”


저 멀리서 백보람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45살 박수영 한 권 가슴에 꼬옥 안고 걸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 소설을 이렇게 좋아해 주시다니. 너무 행복해요...”


“백보람 편집자.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렇게 펑펑 울면 어떡합니까.”


“그치마아안. 언니도 고대했잖아요. 당당하게 성공해서 그 변태 원장보다 잘사는 거 보여주기로...”


강미연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센터를 나간 이후로 언니라고 부르는 건 금지라고 했을 텐데요. 그리고 우리가 성공한 게 아니라 김요한 작가님이 쓴 소설 덕에 성공한 겁니다. 자만하지 마세요.”


촌스럽게 눈물을 자아내는 백보람과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꾸짖는 강미연. 그 사이에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45살 박수영은 나의 탐욕을 위해 타인의 소설을 훔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들은 다르다.


백보람과 강미연은 최선의 방식으로 소설을 팔았다. 능력 있는 편집자로서, 그녀들 스스로 꿈을 쟁취한 것이다.


그녀들이 없었다면, 타인의 것을 훔친 작품조차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녀들이 이룬 성과를 부정하는 셈이었다.


이 공간에 가짜는 오로지 나밖에 없었다.


“작가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강미연과 백보람이 나를 바라보며 손을 휘젓고 있었다.


“어서 가요! 제가 대박 난 기념으로 밥 한 끼 쏠게요!”


“···왜 제가 사는 걸 백보람 편집자가 생색을 내는 걸까요.”


“에이,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다 같이 맛있는 밥 먹으러 가는 게 중요하지. 작가님 어서 가요!”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촉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내 발이 그녀들의 행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그래. 이것으로 된 거다.


재능이 없든, 가짜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소설을 쓰든 다른 일을 하든 돈을 벌고, 저녁을 사먹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렇게 살면 되는 거다.


과거의 것들은 전부 잊고, 새롭게.


그래. 그렇게...


하지만, 이때까지의 나는 알지 못했다.


삶은 단 한 번도 나의 뜻대로 흘러간 적이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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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작가가 천재가 아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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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45살 박수영(8) 24.09.07 7 0 17쪽
8 1장, 45살 박수영(7) 24.09.06 5 0 14쪽
7 1장, 45살 박수영(6) 24.09.05 6 0 18쪽
6 1장, 45살 박수영(5) 24.09.04 9 0 14쪽
5 1장, 45살 박수영(4) 24.08.31 14 0 20쪽
4 1장, 45살 박수영(3) 24.08.30 14 0 17쪽
3 1장, 45살 박수영(2) 24.08.29 12 0 19쪽
2 1장, 45살 박수영(1) 24.08.29 14 0 18쪽
1 0장, 시작 24.08.29 16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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