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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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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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25분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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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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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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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DUMMY

화금원. 천수정.


오늘도 함께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화천천 내외.


주로 김미자는 책을 읽었고 화천천은 꾸벅꾸벅 졸거나 아니면 누워서 잤다. 서재가 있는 한 그에게 불면증은 오지 않을 것이다.


점심이 다 되어 갈 무렵 대집사가 들어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보고했다.


화천천이 졸고 있었기에 김미자가 대신 물었다.


“누구 짓인지 밝혀냈나요?”


그녀의 질문에 대집사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정중하게 답했다.


“밝혀냈습니다만 그곳도 유령회사였습니다. ‘에이펙스 홀딩스’라는 회사인데 경영진은 이미 사망했거나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용병들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의 말에 책을 덮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김미자는 생각이 정리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판 서방과 집안사람들에게 쉐도우를 더 붙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큰마님.”

“파리 건은?”


이번엔 정신을 차린 화천천이 물었다.


“그건 이미 판 실장이 지시를 내려 둔 상황입니다. 지켜만 봐도 될 거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 블랙을 좀 더 투입하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다른 특이 사항은?”


그의 질문에 대집사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화가람 아가씨와 판 실장이 각성자 연구소에 함께 가셨습니다. 아가씨의 검사를 지켜볼 모양인데 처음으로 함께 간 걸로 파악됩니다.”

“음······ 그날의 효과인가?”


화천천이 중얼거리자, 김미자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뭐라고요?”

“음?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 이번 저녁 모임 때 말이야. 판 서방 MTC 보내기로 한 거. 그 효과인가 싶어서.”


화천천이 다급하게 다른 핑계를 댔다. 한두 번이 아닌 듯 제법 능숙한 대처였다.


“그게 무슨······ 또 나 몰래 이상한 일 꾸미고 있는 건 아니죠? 저번처럼 집에 불을 내거나.”

“흠흠. 그만 나가 보도록.”


화천천이 급히 말을 끊었다.


“예. 회장님.”


대집사가 물러나자 화천천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김미자를 바라봤다.


“걱정마시오. 부인. 내가 철없는 애도 아니고. 쯧, 그나저나 왜 이렇게 파리들이 꼬이는지. 이번에도 보나 마나 칠성 쪽 아니겠소? 이렇게 대범하게 일을 저지를 놈들은 그놈들밖에 없지.”


화제를 칠성 쪽으로 돌리는 화천천.


“확신하긴 일러요. 왠지 더 큰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호오. 당신이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구려. 이럴 때일수록 더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하오. 함께 어디 바람이나 쐬러?”


화천천이 슬쩍 운을 띄웠지만 김미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책이나 읽어요. 어디까지 읽었나 체크할거에요.”

“부인······ 차라리 고문을 하시오.”


***


화승 각성자 연구소.


생명공학부 연구실.


“우웁, 우웨에엑-”


화장실 안에서 속을 게워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힘든 거였나······.”


난 복도를 서성거리며 그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격렬하게 활동하는 마력홀 세포를 일시적으로 잠재워 주는 마력 방사선 치료가 상당히 독한 모양이다.


그뿐만 아니라 몸에 있는 피를 한번 걸러 내고 온몸에 신경센서를 장착하여 자극을 주는 검사와 치료도 있었다.


이렇게 직접 보니 체감이 확 온다.


대체 2년 동안 뭐한 거냐. 난.


화씨 집안에 들어와서 정작 아내에게 해 준 게 전혀 없다.


잠시 후 화가람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 잠깐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된 느낌이다. 괜찮냐고 물어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평소엔 그렇게 강인해 보이던 그녀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건지.


“집에 가서 좀 쉬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다였다.


“바람 좀 쐬고 싶어.”

“그래. 가자. 바람 쐬러.”


모든 검사와 치료를 마친 우리는 연구소를 나와 대기시켜 둔 차에 올라탔다. 가드가 뒤따라오려 했지만, 난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따라오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난 서울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동두천 쪽에 있는 운호산을 가볼 생각이었다.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치유의 숲이라 불리는 휴양림이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지친 화가람을 보니 왠지 치유를 해 주고 싶었던 걸까.


난 운전을 하면서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등받이에 기댄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에 1시간이면 충분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둔 뒤 그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썼고 난 간단하게 야구모자만 썼다.


“여긴 어디야?”

“운호산. 가볍게 산책하기 좋아. 좀 걷자.”


화가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 시간 정도 쉬어서 그런지 제법 컨디션이 돌아온 모양이다.


운호산 치유의 숲은 깊고 고요한 숲이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공기가 맑고, 신선한 풀 내음과 나무향이 가득했다.

부드러운 흙과 낙엽이 사각거리고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게 피톤치드지.’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 걸 봐선 작은 계속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나무로 만든 의자들이 놓여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


사람도 많이 없기에 제법 자유롭게 숲을 거닐 수 있었다.


화가람 역시 마음에 드는지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잘 따라오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제법 들어간 걸 보니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오길 잘했네.


한 시간 남짓 걷자 전망이 탁 트인 곳에 벤치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그중 가장 한적한 곳에 위치한 벤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좀 쉬었다 갈까?”


화가람은 벤치 쪽을 한번 쳐다보던 주위를 둘러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벤치에 살짝 떨어져 앉은 뒤 한눈에 들어오는 산 풍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말없이 시간을 보냈다.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 같은데.’


그녀의 기분전환을 시킬 겸 이곳에 온 것이지만 사실 이렇게 따로 둘만의 시간을 가진 건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숨기고 있던 나의 각성 능력을 말해 줄 생각이었다.


계속 숨기고 있자니 그녀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내에게만큼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니까. 모든 걸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저기.”

“사실은······.”


나와 그녀가 동시에 말을 꺼냈다.


“먼저 말해.”

“아니야, 먼저 말해.”


난 그녀에게 먼저 양보했다. 그러자 화가람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내 병의 치료를 위해 연구소에서 당신의 마력홀을 원했어. 뇌도 원하는 거 같았고.”

“뭐, 뭐? 내 마력홀과 뇌?”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내 마력홀과 뇌를 원한다는 건 곧 해부해 보겠다는 말이 아닌가? 아니면 산 채로 잡혀서 인체실험을······ 머릿속이 혼돈의 도가니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화가람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는 마. 내가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꺼내지 못하게끔 말해놨으니까.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해 줘야 할 거 같아서. 비밀로 하자니 찜찜해서 말이야.”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니 더 무섭다.


“아, 그래. 고마워. 말해 줘서.”


내 입에서 아무 말이 튀어나왔다. 고맙다니, 대체 뭐가 고마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런데 할 말이 뭐야?”


그때 그녀가 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 별거 아니야. 점심 뭐 먹을까 물어보려고 했지.”


난 망설임 없이 곧장 답했다. 여기서 의심을 받으면 끝이다.


“정말 별거 아니네.”

“응. 별거 아니야. 하하. 그만 갈까?”


난 허탈하게 웃은 뒤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자 화가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점심 뭐 먹을 정한다며.”

“생각해 보니까 들어가서 쉬는 게 좋을 거 같아. 괜히 무리하면 피곤하니까.”


지금 밥이 넘어가겠냐?


난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그녀 역시 별다른 반응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주차장이 있는 쪽으로 걸으며 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만약 내 능력을 화가람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좋아할까? 싫어할까? 욕심이 날까? 그래. 욕심이 날 수도 있다. 병을 치료하고 또 다른 능력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괜히 말했다가 이혼하면?’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그러면 정말 끝이다. 난 아마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말겠지.


나의 각성 능력에 관한 이야기는 당분간 미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로부터 며칠 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전날 미리 준비해 둔 정장을 입었다. 평소보다 좀 더 점잖게 차려입으니 이제 막 잠이 깨서 물을 마시러 나온 화가람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신경은 쓰이나 봐.”

“첫인상은 중요하니까. 나 없어도 괜찮겠어?”


난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당분간 쉴 거야. 그리고 언제까지 붙어 다닐 수는 없잖아.”


갑자기 그녀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넥타이를 매만져 줬다. 그녀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서 보였다.


화장을 안 해도 예쁜 건 변함이 없네.


“이왕 시작한 거 잘하고 와.”


그녀는 말을 툭 내뱉으며 몸을 돌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잘하고 올게.”


난 은은한 미소를 머금으며 집을 나섰다.


정문에는 이미 이 비서가 차를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실장님. 아니, 이제 부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평소대로 해라.”

“예. 실장님. 그럼 출발할까요?”


난 가볍게 손짓하며 차에 올라탔다.


이 비서는 나의 개인 비서이다 보니 내가 일터를 옮겨도 항상 함께했다. 새로운 비서를 두는 것보단 훨씬 편한 일이다. 당연히 화씨 집안이기에 가능한 일.


차 안에서 MTC에 관한 자료들을 살피다 보니 금세 다이아 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이미 수많은 임원진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었다.


누가 소문을 퍼트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비서의 흐뭇한 미소를 보니 누군지 짐작이 가긴 갔다.


“쓸데없이 시키지도 않은 짓을······.”

“헤헤. 이왕 시작한 거 화려하게!”


이 비서 실실 쪼개며 말했다.


“오늘부로 해고야.”

“예. 감사합니다. 들어가시죠!”


이 비서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 줬다.


“모두 박수!”


짝짝짝짝!


내가 차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임원들이 하나같이 기뻐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부담스러운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어떻게 보면 나를 탐탁지 않게 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낙하산이니까.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오히려 뜨거웠다.


연기인가 싶으면서도 표정을 보니 진심 같기도 하고.


“환영합니다. 판결하 부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판결하 부사장님!”

“아, 예.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난 일일이 한 명씩 악수하며 말을 주고받았다. 첫인상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물론 몇몇은 이미 안면을 튼 사람들도 있었다. 어찌 됐든 같은 화승 사람이니 말이다.


“이쪽입니다.”


난 몇몇 임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승강기에 올라탔다. 핵심 임원을 제외한 간부들은 승강기 밖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승강기 문이 닫힐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까지······.’


승강기가 11층에 멈추자 곧바로 사장 비서실이 나왔고 몇몇 비서들의 인사를 받은 뒤 사장실로 안내받았다.


그런데 임원들이 무슨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부딪친 듯 딱 걸음을 멈추더니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응? 같이 안 들어가십니까?”


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임원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첫 대면이신데 저희가 자리를 비켜드려야지요. 들어가시지요.”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난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지, 이 찜찜한 기분은.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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