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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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그림/삽화
08시25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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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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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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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DUMMY

판결하가 사라지고 남자의 시신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때였다. 갑자기 시신이 기대고 있던 벽면이 일그러지더니 한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온몸을 검은 타이즈로 감싸고 있던 그는 판결하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군.”


그리곤 시신을 내려다보더니 곧장 들쳐 메곤 왔던 것처럼 벽면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


내가 도착한 곳은 식당 맞은편에 있는 어느 게임장.


펑! 퍼펑!


“허, 참.”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자 화가람이 양손에 불꽃을 일으키며 풍선을 터트리고 있었다.


“꺄!”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어대며 게임장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많이 취한 듯한데 사람들의 호응에 더 신이난 모양이다.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킬 때부터 뭔가 불안했다.


“광년이 따로 없네...”


정말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여자다.


“화가람! 그만! 그만해!”


어쩔 수 없이 잔잔한 호수 스킬을 사용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조금 진정이 되나 싶었는데 갑자기 나를 향해 홱 돌아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너 방금 능력 썼지? 지금 경험치 올려? 내가 몬스터냐!?”


취했어도 감각 하나는 인정한다.


“하하... 진정해. 화가람. 일단 들어가자. 응?”

“웃기지 마!”


또다시 양손에 불덩이가 피어올랐다.


난 재빨리 화가람을 손목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 순간 스텝이 엉킨 화가람이 그대로 나의 품으로 그대로 들어왔다.


부드러운 감촉, 좋은 향기와 함께... 탄내가 났다.


그제야 열기가 점점 가라앉는 화가람.


반면 그녀의 얼굴은 갑작스런 포옹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오!

키스해! 키스해!


주위에서 놀리는 듯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가자.”


난 망연자실 한 표정으로 서 있는 가게 주인에게 내일 호텔로 오라고 말한 뒤 그녀의 손을 잡고 재빨리 호텔로 향했다. 다행이 그녀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았지만 알아보는 건 시간문제다.


잘못하면 뉴스에도 나올지 모른다.


***


황급히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화가람을 눕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거실 소파에 주저앉았다.


“하, 여행 첫날부터 정말 스펙터클한 하루였다.”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난 곧장 CSS센터장인 강지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판결하 실장님. 여행은 잘 가셨습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제가 사진하나 보낼 테니 누군지 확인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미타이 섬에 상주하고 있는 요원이 있습니까?”

-...그건 왜 그러십니까?


나의 질문에 강지웅이 살짝 당황했다.


사실 이곳에 도착할 때부터 우리 쪽 요원들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다.


“시신 하나 치워주시고 저희 요원 좀 보내주세요. 아무래도 누군가가 청부업자를 고용한 거 같은데 보호가 필요합니다.”

-아앗! 그렇습니까? 바로 조치 취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난 전화를 끊고 아까 찍었던 사진을 곧바로 전송했다. 물론 배후에 칠성 그룹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칠성그룹.


과거 20대 초.


내가 Y대 경영학과 수석으로 들어가 그때 만난 바로 전 아내인 차가은이었다.


차분하고 계산적인 나의 성격과 차갑고 도도한 그녀의 성격은 이상하게도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결국 그녀와 순수한 사랑으로 결혼을 하긴 했는데 사랑만으로 될 줄 알았던 결혼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재벌과의 결혼.


처음에는 잘 동화될 줄 알았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는 확실한 선이 있었다. 그 틈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차가은마저 나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차 씨 가문의 엄청난 비리를 우연히 알게 됐고 그걸 알아채버린 칠성 쪽이 모든 죄를 나에게 씌우고 이혼으로 깔끔하게 떨궈버렸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집안은 완전히 망해버렸고 형마저 내 죄를 뒤집어쓰고 징역까지 살다 나왔다.


그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기에 되도록이면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칠성 그룹... 끝까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구나. 이제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지.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야.”


난 한국으로 돌아가 어떻게 놈들에게 피의 복수를 해줄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항상 변수는 존재했기에 방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난 발코니로 나가 수평선 너머로 노을의 끝자락을 바라봤다. 드넓은 바다를 보니 새삼 외국에 나왔다는 체감이 들었다.


빠르게 사위가 어두워지면서 델리아 섬에 조명이 들어왔다.


밤에 보는 델리아 섬은 또 다른 신비감을 주었다.


“내일은 꼭 가봐야겠어.”


난 섬을 지그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다음날 이른 새벽.


잠을 설친 나는 강지웅 센터장에게 연락을 받고 요원을 보냈다기에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지배인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가리키자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안녕하십니까. 판결하 실장님. 블랙요원 ‘리’라고 합니다. 여행하시는데 괜히 분위기 깰까봐 말씀을 못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 터다.


“괜찮습니다. 놈들은 잡았습니까?”

“네 명은 잡아서 고문 중인데 한 놈이 도망쳤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각성 능력이 상당해보였습니다만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저희가 반드시 찾아내서 잡아낼 테니 마음 편히 여행하셔도 됩니다. 주변에 항상 요원들을 배치해두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난 문을 닫으려다말고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아내는 모르게 좀 신경써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건 물과 아침입니다. 해장하실 수 있도록 한식을 준비했습니다.”


그의 뒤에서 대기 중이던 벨보이가 음식 카트를 밀며 다가왔다. 그리곤 스텐 덮개로 덮인 음식들을 안으로 가지고 옮긴 뒤 빠르게 빠져나갔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문을 닫았다. 리라고 소개한 지배인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들을 여력이 없다.


난 스텐 덮개를 열고 내용물을 확인한 뒤 접시에 놓인 빵을 한입 베어 물고는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요원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 한 시간이라도 마음 편히 눈 좀 붙이려는데 큰방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신음 비슷한 걸 보니 화가람이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다.


난 물 한잔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화가람이 침대에 앉아 부스스한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물 잔을 건네자 그녀는 넙죽 받아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


그리곤 얼굴을 찡그리며 입가를 닦은 뒤 다시 벌러덩 누웠다.


난 그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고 있었다. 매스컴에서 보여 지는 그녀의 이미지와 상반된 모습이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헉!”


그때 문득 그녀가 벌떡 상체를 일으키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야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난 재빨리 안 본 척 시선을 돌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나 지금 필름 끊긴 거야?”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디까지 기억나는데?”

“당신이 안 오기에 심심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풍선다트 하는 곳을 발견해서... 그게 끝이야.”

“다행이네. 그게 끝이라서. 더 생각이 났으면 쪽팔려서 얼굴을 못 들었을 테니.”


내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지그시 나를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할 말이 없던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불길한 꿈을 꿨어.”

“무슨 꿈?”

“우리가 부둥켜안고 있는 꿈. 설마 우리가 어제 그러진 않았지?”

“아, 그럼. 안 그랬지. 그냥 꿈이야. 일어나, 해장하게. 북엇국 가져다주더라.”


난 대충 말을 얼버무리며 방을 나섰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꼬투리가 잡힐 확률이 높았다.


“참 놀라워. 이런 곳에서 북엇국이라니.”


거실 테이블에 놓은 음식들을 먹기 좋게 세팅했다.


그렇게 미타이 섬에서의 두 번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


오전에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화가람의 숙취 때문이었다. 덕분에 난 밤새 못 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후가 되고 우리는 델리아 섬을 관광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미리 예약을 해놨기에 곧바로 가이드를 따라 배를 타고 델리아 섬으로 향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아마 우리 주변에 관광객이나 현지인들로 위장을 한 요원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1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니 델리아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델리아 섬에 발을 딛자 묘한 설렘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화가람은 아닌 모양이다.


“이런 데를 왜 오는 거야? 다 무너지고 오래된 폐허인데.”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고운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놀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야. 어찌됐든 바다 깊숙이 있었던 고대 문명이 수면위로 드러난 건 이례적인 일이니까.”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은데?”

“각성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나봐. 이곳에서 최초로 각성자가 나타났다잖아.”

“흥, 그건 소문일 뿐이지.”


화가람은 코웃음을 치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침 한 가이드가 델리아 섬에 대해서 설명하는 중이었다.


“학자들의 말로는 델리아 섬은 약 200년 전에 떠올랐다는 추측입니다. 그 후 우연히 이 섬을 발견한 사람들이 섬을 탐험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한 사람이 최초의 각성자가 되었다는 말이 있죠.”


그는 한 안내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거기엔 수많은 돌조각이 나열되어 있었고 각각 설명이 달려 있었다.


“보시다시피 고대 유적의 잔해들은 인간의 문명에서 쓰이지 않은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쪽으로 가시면 지하 터널로 이어지는 동굴이...”


가이드는 앞장서서 유적들을 설명하더니 곧이어 지하 터널로 이어지는 동굴로 내려갔다.


“우리도 따라가 보자.”

“글쎄...”

“지하는 시원할거야.”

“좋아.”


무더운 날씨를 미끼로 그녀와 함께 가이드 일행을 뒤따라 지하 동굴로 향했다.


오오-

이야!


동굴 입구 앞쪽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순서를 지키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왜 탄성을 내질렀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와...”


그녀 역시 입을 살짝 벌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델리아 섬의 동굴은 다른 곳의 동굴과는 차원이 달랐다.


벽면에 자라난 이끼는 마치 뭔가에 반응하듯 생동감 있게 움직였는데 물결치듯 움직일 때마다 야광을 밝혔다.


천장과 바닥은 다양한 색깔의 광물들로 반짝이며 마치 별빛이 내려앉은 듯한 느낌을 줬으며 여기저기 형성된 물웅덩이는 시시각각 색을 바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줬다.


동굴 깊숙이 들어가자 말했던 지하 터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빛을 띠는 결정들이 빛을 내고 있었는데 마치 어떤 에너지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고 벽 곳곳에는 고대의 문양이나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거대한 석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양과 글자들이 푸른빛을 뿜어내며 모두 석문을 향하고 있었다.


두근.

솨아아-


석문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이상하게 마력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뭔가 석문이 나를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나도 모르게 석문을 향해 한발자국씩 움직이고 있었다. 접근금지 팻말과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지만 발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까이 갈수록 석문을 감싸고 있는 푸른빛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날 부르고 있어!’


바로 그때.


“으으...”


뒤에서 구경 중이던 화가람이 얼굴이 창백해진 채 신음을 내뱉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곤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땅에 주저앉아 힘겹게 나를 바라봤다.


“판... 결하...”

“가람아!”


난 다급하게 그녀에게 뛰어갔다.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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