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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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그림/삽화
08시25분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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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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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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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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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DUMMY

“방으로 들어올래? 방이 너무 넓어서 잠이 안와.”


방으로 들어오라니? 지금 한 침대에서 자자는 말인가? 화가람이 뭘 잘못 먹었나? 아니면 죽을 때가 된 건가?


그런데 이상하다. 넓은 걸로 따지만 우리 집 침실이 더 넓었다.


“그, 그래?”


그래. 집이 아니라 낯설어서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나도 멀쩡한 정신으로 들어가기엔 부담스럽다. 사실 결혼 후 단 한 번도 그녀와 한 침대에서 자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저번에 실수로 잔거 빼곤.


“그럼 간단하게 한잔만 하고 들어갈까?”

“으응...”


그녀가 어깨에 숄을 걸치고 슬립 잠옷을 입은 채로 나왔다.


두근.


갑자기 심장이 요동쳤다.


아름답게 드러난 쇄골과 늘씬한 몸이 비치는 잠옷. 그 모습이 얼마나 아찔한지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랐다. 차라리 안보는 게 낫겠다.


난 소파 한쪽을 치우고 자리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진열장에 있는 위스키 한 병과 언더락 잔 두개, 그리고 냉동실에서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마지막으로 치즈와 여러 가지 말린 과일들.


역시 특급 호텔답게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다.


난 아직 미 개봉 상태인 위스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설마 여기에도 무슨 수작을 부리진 않았겠지.’


난 고개를 내저으며 위스키를 개봉했다. 그리고 언더락 잔에 조금씩 따른 뒤 얼음을 넣고 화가람에게 한잔을 건네줬다.


“자.”


난 잔을 내밀었다. 그녀는 군말 없이 잔을 부딪쳤다. 그리곤 살짝 입만 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린 망고를 집어 들었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갔던가?”


그녀가 망고를 뜯어먹으며 물었다.


“갔지.”

“그래? 어디로?”

“결혼식 날 1급 균열이 생겨서 균열 안으로 갔지.”


난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많이 서운했겠다.”

“뭐, 그랬지.”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혹시 후회하지 않아?”

“후회? 뭘?”

“나랑 결혼 한 거.”


그녀의 진중한 표정. 후회한다고 말하면 무슨 사달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후회하진 않아.”


사실 많이 후회한다.


“오히려 고맙지. 그때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집안은 풍비박산 났을 거야.”

“그건 그래. 내 덕분에 살았지. 당신.”


얼씨구. 누가 누구 덕에 살아있는데.


화가람은 잔을 한차례 흔들더니 단숨에 술을 삼켰다. 그리곤 팔을 뻗으며 말했다.


“한잔 더 줘.”

“뭐? 안 돼. 너무 무리하지 마.”


내가 고개를 젓자 윗눈썹을 치켜 올렸다.


“나 화가람이야. 왜이래?”


화가람이라서 그런다.


“그럼 딱 한잔만이다.”


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잔에 다시 얼음과 위스키를 채워줬다.


“나도 후회 안 해.”


그때 화가람이 중얼거렸다.


“응?”

“나도 후회 안한다고. 판결하. 당신이랑 결혼한 거.”


난 잠시 벙 찐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부부지만 사실 제일 속을 알 수 없는 그녀였다.


더군다나 날 싫어한 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은 더욱 충격이었다.


“아, 그럼 다행이네.”


당황했나? 대답이 고작 이따위라니!


화가람의 의외의 말에 많이 후회한다고 생각했던 게 괜히 미안해진다.


“물론 잘했다고도 생각 안하지만.”


이런. 어쩐지 잘 나가나 했다.


“그때 필요에 의해서 당신을 선택했던 거 말이야. 잘한 일은 아니잖아? 결혼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관계가 됐을 때 해야 하는 거잖아.”


뭐, 뭐? 그런 뜻이었나...?


그녀의 말에 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당장 나부터 그녀와의 결혼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어쩌면 그녀는 나보다 더 힘든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난 전 아내와 사랑이란 걸 해봤지만 화가람은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처음은 모두 서툰 법이다. 그게 무엇이든.


“그만 자야겠다. 취기도 살짝 올라오고 나른하니 혼자서도 잘 수 있겠어. 당신은 소파에서 자.”

“으응... 응? 함께 안자고?”

“이제 괜찮아졌어.”


화가람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나의 시선을 피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 건 아마 두 잔의 위스키 덕분일 것이다.


갑자기 혼자가 된 나는 한잔을 다시 채웠다.


그녀의 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중 단연 독보적인 생각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었다.


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건가. 지금 내 삶에 부족한 게 뭘까? 모든 걸 가졌지만 가진 게 없는 기분이다.


풍요 속에 빈곤이 이런 뜻일까?


나도 어느새 화씨 집안에 물들어가는가 보다. 이런 배부른 생각이나 하고 있는걸 보니.


그 뒤로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취기가 올라오자 소파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


같은 시각 한국.


칠성그룹.


차가은은 안절부절못하고 사무실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리암 데이비드를 통해 연결된 키퍼에게 판결하의 위치와 정보를 넘겼다. 그런데 벌써 3일째 감감무소식이다. 혹시 몰라 심어두었던 정보원 역시 연락두절이었다.


조바심이 나는 건 당연했다.


그러던 중 손에 꼭 쥐고 있던 폰이 부르르 떨렸다. 재빨리 문자를 확인하던 차가은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넌 우리에게 잘못된 정보를 넘겼다. 우리는 이번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 이 일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져야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폰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매캐한 연기가 올라왔다. 자동발화장치가 탑재되어 있던 모양이다.


그녀는 망가진 폰을 집어던지며 비명 치듯 소리 질렀다.


“이런 썅! 이렇게 발 빼겠다고!?”


그녀는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냥 발뺌을 하거나 대놓고 전면전을 벌이기엔 상대가 너무 강하다.


‘하필 결혼을 해도 화씨 가문이랑 해서...’


아무리 고민해 봐도 묘수가 떠오르지 않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친오빠인 차윤호에게 연락했다.


과거 판결하를 누명 씌울 때 가장 이득을 본 게 그였기에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화금원. 천수정.


화천천과 김미자는 오랜만에 거실에 앉아 TV를 시청 중이었다.


그때 대집사가 들어와 가볍게 목례를 한 뒤 화천천의 옆에 서서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미타이 섬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가씨 부부에게 접근한 외부인들을 모두 잡아들였다고 합니다. 그 중 리더는 판결하 실장이 직접 잡았다고 합니다.”


대집사의 말에 화천천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결하가? 호오. 가면 갈수록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 놈들이 누군지는 밝혀냈나?”

“예. 모두 ‘키퍼’소속으로 확인해보니 칠성 그룹이 개입되어 있는 걸로 보입니다.”


대집사는 아무렇지 않게 키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말에 김미자가 잠시 반응했지만 이내 TV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세 사람 모두 이미 키퍼라는 존재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차근원이?”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의 자녀가 개입된 모양입니다.”


차근원은 아들인 화독구의 동년배로 현재 칠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아무래도 판결하 실장의 전 부인이었던 차가은과 그녀의 오빠인 차윤호가 관련 있어 보입니다.”

“흐음...”


화천천이 생각에 잠기자 잠자코 있던 김미자가 끼어들었다.


“이번에도 가만히 있을 거예요?”

“아니, 도를 지나쳤어. 주제를 넘는군. 이참에 한번 확실하게 밟아주는 게 좋겠소.”

“당신이 직접 나설 때가 된 거 같아요.”


그녀의 말에 화천천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다.


“내가?”

“독구에게 맡겨봤자 차근원과 싸울게 뻔해요. 양쪽 부모잖아요. 그러니까 그 윗선인 당신이 정리를 해줘야죠. 확실하게.”

“확실하게라고 하면...”


화천천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김미자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답했다.


“그건 우선 결하의 판단에 맡기는 걸로 해요. 우리가 먼저 나서면 괜히 힘 빠질 수도 있으니 돕는 방향으로 해야겠죠.”

“음... 그러지.”

“이번엔 확실하게 보여주라고요.”

“예예, 알겠다고요. 부인.”


김미자가 또다시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자 화천천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비아냥거리듯 답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화천천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아마 동일인물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대집사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묵묵히 지시를 기다렸다.


“지금 비꼬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늘같이 높으신...”

“이 양반이!”


김미자가 버럭 소리치며 노려보자 화천천이 다급하게 외쳤다.


“오! 부인, 뉴스 시작됐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오.”


***


“일어나! 판결하!”


찰싹! 찰싹!


“일어나라고!!”


뭔가 얼굴이 화끈거려서 눈을 떠보니 화가람이 내 위를 올라탄 채 멱살을 쥐고 있었다. 아래가 무거운 게... 뭔가 자세가 묘하다.


“으음... 왜에?”


난 비몽사몽으로 답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화가람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것 좀 봐! 지금 난리 났다고!”

“뭔데 그래. 아침부터.”

“지금 한가하게 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난 그녀가 건네준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흐익!”


그와 동시에 귀신이라도 본 듯 화들짝 놀라며 스마트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영상 속에는 나와 화가람이 사람들이 보는 한복판에서 껴안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담겨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관광객 한명이 화가람을 알아보고 동영상을 찍은 모양이다.


“대체 이걸 누가 찍었...”

“아무 일 없었다며. 그런데 이게 뭐냐고!”

“응. 아무 일도 없었어. 다만 네가 취해서 내 품에 안겼을 뿐이지. 밖은?”

“당연히 기자들과 구경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지.”

“휴양은 3일도 못가서 물 건너갔구나.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해. 난 이것 좀 처리할거니까.”


난 곧장 주방으로 가 차가운 냉수한잔을 들이켰다. 온몸에 찬 기운이 뻗어나가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


영상에는 화가람이 상점을 개박살내는 장면부터 나와 포옹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런 걸 안 막고 뭐 한거야... 취미도 고상하셔.”


영상은 이미 공중파까지 퍼졌는지 헌터그램 조회수가 벌써 2천만 뷰를 넘어서고 있었다. 난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봤다.


-판결하 바람피다 걸림?ㅋㅋㅋ

-저기 어딘가요?

-둘이 진짜 화끈하게 사는 구나! ㅎㅎ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 저렇게 각성능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차원에서 이들을 제재할 적절한 타협안을 찾아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미타이 섬인 듯?

-우리 화가람 천사님은 미친 것도 아름답다

-화가람 갓!

-그런데 상점 주인은 무슨 죄?ㅋㅋㅋㅋㅋ


곧장 창가에 다가가 커튼을 슬쩍 젖혀봤다. 역시나 인파들로 가득 찬 호텔입구. 아래를 내려다보며 강지웅 센터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실장님.

“놈들에 대해서 뭐 좀 알아냈나요?”

-예. 모든 조사가 완료됐습니다. 지금 보고할까요?

“아니요. 제가 센터로 들리겠습니다. 그리고 상점 주인은 어떻게 됐죠?”


난 자연스럽게 영상에 대해 물었다. 역시나 강지웅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이야기 끝내놨습니다. 합의 하에 상점을 부순 걸로 이야기해뒀습니다. 현재 요원들이 함께 있는 중이며 주요 기자들에게는 주의를 준 상태입니다.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실장님.


난 전화를 끊은 뒤 이번엔 화승 서울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박철민입니다!

“이사님, 지금 바로 비밀리에 소형 길드선 하나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또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화가람 주치의도 함께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 준비되는 대로 신속하게 보내드리겠습니다.


난 전화를 끊은 뒤 곧장 돌아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제 현실로 복귀할 때다.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아무래도 당분간 바빠질 듯싶었다.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다음화부터 진도 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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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5 24.09.02 12,799 2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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