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걸그룹이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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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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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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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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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다녀올게요.

DUMMY

즉석에서 작곡하고, 실력을 보이기엔 그들이 있는 보컬 연습장은 공간이 협소했다. 자리를 옮기면서 정지운은 앞장서는 유지민을 관찰했다.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다양한 표정과 눈빛. 아직 배우도 아닌데,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특히 목소리. 여자치고는 낮고 굵은 거 같으면서도 선명해서 도리어 섹시하게 들렸다. 평상시 목소리를 들어도 ‘어? 이 사람 노래 잘 부르겠다’ 싶은 느낌.


역시 미래의 탑스타. 피지컬적으론 다 갖췄다.


“난 뮤지컬 넘버가 좋아. 그런 쪽 노래 줘.”

“음······ 그건 내가 부탁하려는 곡과 거리가 먼데.”

“그럴 거면 좋아하는 장르는 왜 물어본 거야?”

“그런가? 알았어. 뮤지컬 곡으로 할게.”


전생에도 딱히 친했던 사이가 아닌 이유가 이거였다. 유지민은 기가 세다. 정지운은 딱히 기 세다고 누구를 싫어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묘하게 기 센 여자들은 정지운을 멀리했다.


대화하다 보면 묘하게 자꾸 긁힌다던가.


“근데 너.”


유지민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강렬한 눈빛을 보니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공기가 무거워졌다. 다른 사람이 마주했다면 최소한 말을 더듬었을 포스였다.


“응? 왜?”


정지운은 아니지만.


“실력 보여 달라는 거, 일부러 나 놀리려고 꺼낸 말은 아니지?”

“아닌데? 순수하게 궁금했던 건데?”


정지운이 알기로, 유지민은 드라마 OST를 부르면서 대학교 안에서는 꽤 유명했다. 덕분에 1학년부터 [창성]의 주연을 맡았고. 1학년 때 맡았던 공연이 유명해지면서 승승장구했었다.


이 루트가 막히면 유지민의 성공은 한참 밀릴지도 모른다. 정지운이 바꾼 미래의 피해자가 생기는 거다.


물론, 세상은 원래 그렇다. 누군가 1등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의 등수가 하나씩 떨어진다. 그걸 1등이라고 일일이 기억하고 미안해야 할까? 그건 아니지.


그래도 책임감이 느껴지니 딱 한 번, 기회는 줘야 하지 않을까. [꼬까옷]에 유지민이 출연해서 얼굴을 알린다면, 적당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다. 뭐.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 빨리 작곡해 봐. 무슨 곡으로 실력 보여줘?”

“에이. 곡이 만들라고 하면 뚝딱 만들어지냐? 빠르게 1절 작곡·작사할 테니까 기다려 봐.”


정지운은 유지민의 첫인상을 그대로 살려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 캐릭터의 내면을 털어놓는 힙한 곡을 만들었다.


“뮤지컬 넘버에 랩 넣어도 되냐?”

“그러던가.”


쿨하네.


거기다 정지운은 지금껏 대화할 때, 대화가 끊기지 않는 적이 별로 없었다. 논리 회로 어딘가 끊겨 있는 화법에 상대가 당황했던 탓이다.


하지만 유지민은 바로바로 반응해서 신선했다.


“됐다.”

“······벌써?”


즉석에서 만들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놀라는 건 뭐지. 심지어 자존심 상한다는 듯 입술을 깨무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들려줘.”

“잠깐만. 악보 그려야 해.”

“아니. 그냥 네가 피아노 치면서 불러. 알아서 외울 테니까.”


······노래를 부르라니. 정지운이 일순 당황했다. 18년 동안 정지운이 부른 노래라고는 최근에 샤워할 때 흥얼거리던 게 전부였으니까.


“못 불러도 이해해라.”

“뭐래. 보컬과면서. 너 좀 치는 거 알거든?”

“······”


다른 반이어도 정지운의 노래를 들어보긴 했나 보구나. 하긴, 모두예고에 보컬과라고 해봤자 반이 두 개뿐이니까.


옛날에 자신의 노래가 어땠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정지운이었기에 괜히 더 긴장됐다.


“부른다.”


정지운은 떨리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어떤 스타일로 불렀으면 하는지는 확고했지만, 그걸 표현하는 데에는 꽤 어려움을 겪었다.


그와는 별개로 노래 부르는 것도 재밌었다. 뭔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 괜히 청력을 잃어가면서 점점 부정확해지는 발음과 발성에, 절망했을 때가 떠올랐다.


원래 정지운도 순수 작곡가가 되길 원했던 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를 원했으니까.


그 후련한 기분에 미소를 지으며 1절을 전부 불렀다.


“너 원래 이렇게 못 불렀어?”

“······”


감상에 젖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초를 치네. 그렇게 별로였나?


“음정 박자 빼고 다 내다 버렸네. 표현이고 발성이고 다 없어. 아니 애초에 발음은 왜 새는데.”

“나 평가받으려고 부른 거 아니거든? 그래서 악보 쓴다고 했잖아.”

“아니. 어이가 없어서 그렇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훨씬 잘 불렀는데. 어쩌다 퇴보한 거야? 작곡 배우면 사람 노래가 그렇게 박살 나?”


이건 긁으려는 의도인가? 싶어서 유지민을 바라봤는데, 묘하게 진짜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나도 작곡 그만 배워야 하나. 부작용 심하네.”

“그래서 부를 수 있겠어?”

“피아노만 다시 쳐줘. 네 노래로는 무슨 느낌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렇게 가사도 따로 적어주고, 피아노도 두어 번 더 쳐줬더니 유지민이 드디어 감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반주를 요구하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 내 미래는 내가 정해

- 가는 길에 있는 것은 모조리 부숴버려


유지민은 우선 딕션이 정확했다. 정말 우수한 가사 전달력과 표현력이다. 대충 흘려들어도 가사가 쏙쏙 박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게 미래의 뮤지컬 여제의 재능이라는 걸까. 마치 진짜 뮤지컬 무대를 보는 듯했다.


또 시선 처리나 몸을 활용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춤 또한 뮤지컬의 기본 소양이라는 걸까. 잘 모르는 정지운이 봐도 잘한다는 게 느껴졌다.


- 쉿! 무대 위에 올라, 평소대로 놀아.

- 그 어떤 무대보다 나아, 이곳의 지배자는 나.


그녀는 랩까지 완벽했다. 아니, 랩이 엄청났다. 도대체 왜 래퍼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를 노리지? 싶을 정도로.


노래를 못 한다는 건 아니다. 가창력도 표현력도 대단했다.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소울이 그녀의 랩에는 있었다.


'유지민이 한국의 힙합 뮤지컬을 유행시킨 이유가 있네.'


특유의 전달력과 표현력을 잘 살려서 그런 걸까. 절로 그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됐다.


춤도 잘 추고, 그렇다고 서브 보컬로도 문제없으면서 랩도 소화가 되는. 만능 인재였다.


비주얼과 곡의 킬링 파트 담당 김한별. 자체 프로듀싱이 가능한 리드 보컬의 최유림. 거기에 시선을 압도하는 래퍼 유지민. 삼박자를 생각했을 땐 진짜 완벽하다.


······유지민이 당장은 래퍼에 관심이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정지운은 생각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기만 하면 된다고.


뮤지컬 배우가 목표라면, 거쳐 가는 과정으로 아이돌을 선택해도 좋은 거 아닐까.


“어때?”

“대박이야. 너 혹시 래퍼 할 생각은 없어?”

“응. 없어.”


단호하네. 그럴 것 같았다.


“아이돌은? 생각 없어?”

“응. 없어.”


사실 하기 싫다는 사람 붙잡고, 기회라며 억지로 무언가 시키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원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같이 나가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했거든. 노래도 랩도 진짜 좋아서 딱일 거 같은데.”


노래를 들어서 그런가. 정지운은 더더욱 유지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녀와 함께 음악을 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까.


“응. 관심 없어.”


하지만 유지민은 자아가 너무 강한 친구였다. 시간만 낭비했나 싶다가도 괜히 아쉬워서 한마디 덧붙였다.


“왜? 아이돌 활동이든, 가수 활동이든 먼저 하면, 뮤지컬 배우 되기 더 쉽지 않아?”

“활동을 하려면 3년이든 5년이든 7년이든 계약해서 한동안 전념해야 하잖아. 그게 더 빠른 길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지금 입학하면 바로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서 작더라도 배역을 딸 거니까."

"무대가 작잖아. 더 빨리 큰물에서 놀면 좋지. 아니면 설마 너, 떨어질까 봐 쫄리는 건 아니지?"


그러다 툭 내뱉은 말에 유지민의 발작 버튼이 눌려 버렸다.


“무슨. 내가 나가면 무조건 1등이거든?"

"에이 그건 아니다. 이번에 작곡가들 섭외한 것도 그렇고, 기성 가수들까지 쟁쟁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기할래?"

"우승하냐 못하냐로?"


정지운은 딱히 우승을 노리고 있진 않았다. 제이 엔터에서 아이돌 데뷔조 결성도 와해됐겠다, 이번 기회에 아이돌 프로듀싱이나 해보겠다는 사심 반 예능 반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렇게 결성된 아이돌 그룹이 음원차트를 올킬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한 아이돌 그룹은 음...... 솔직히 우승하긴 애매하다고 봤다. 결이 다르니까.


"어. 아직 바라는 게 없으니까 소원 들어주기로."

"그러던가."


뭐 1등 해도 정지운에겐 좋은 일이다. 얼떨결에 정지운은 유지민을 섭외하는 것까지 성공했다.



***



오디션에서 아이돌 그룹이나 만들 생각이던 정지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이 엔터 연습생들이었다.


그중 눈여겨 본 연습생은 총 넷. 구성필 선생님과 정지운이 꼽았던, 데뷔조에 적합한 네 사람의 이름은 연한봄, 한수아, 김한별, 최유림이었다.


정지운은 이 넷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권유했다. 공정한 평가만 이뤄졌어도 이번 기회에 아이돌이 됐을 실력자들이었으니까.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수아는 이번 월말평가에서 제이 엔터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한 명이 나간 것이 아깝긴 하지만, 이제는 멤버들의 가닥이 잡혔다.


"이게 진짜 내 망상대로 구성이 되네. 오디션에서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겠다."


아마 [꼬까옷] 시청률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작곡가님! 안녕하세요!"


세 사람의 오디션 준비를 봐 주기로 한 정지운이 연습실에 도착하자, 김한별이 발랄하게 그를 맞이했다.


전생에는 비리로 인해 데뷔조에서 떨어지고 어두워졌던 사람인데.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니 얼굴이 밝아서 참 좋다.


"연습은 많이 했어?"

"네!"


최유림은 1, 2차 오디션에서 떨어질 리는 없는 실력자라 걱정이 안 된다. 그건 메인댄서인 연한봄도 마찬가지. 그녀의 보컬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김한별은 조금 걱정된다. 비주얼 멤버 치고는 잘하지만, 오디션에 적합한 실력까진 아니니까.


"1차만 통과하자. 1차만. 2차는 내가 패스 써줄 테니까."

"네!"

"걱정하지 마 언니랑 내가 열심히 특훈시키고 있어."


최유림도 밝은 얼굴로 다가왔다. 데뷔조가 무산되는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큰 걱정은 없어 보인다. 오디션이란 기회가 있고, 정지운을 신뢰하기에 걱정이 없어진 듯했다.


"넌 패스 안 써도 붙을 거라고 믿는다. 나 안 써줄 거야 꼭 붙어."

"그럼~"


참고로 1차 예선은 튠, 믹싱 등이 금지되어 있다. 그걸 위해 특정 부스에 직접 방문하여 레코딩해야 했고.


실력이 뽀록 날 수밖에 없는 1차라, 선곡이 중요했다. 뭐. 이미 월말평가를 치르면서 어울리는 곡을 뽑아둔 상태라, 걱정은 없다.


1차 예선 정도는 다들 붙겠지.


"한봄 누나도 준비됐죠?"

"1차쯤이야~"


참고로 연한봄은 스물셋으로, 셋 중 나이가 제일 많다. 성격 또한 포용력 있고 리더십이 있어서, 리더에 적합한 스타일이었다.


최유림이나 김한별이나 어디 가서 사고 칠 인물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괜히 연한봄이 있어서 더 안정감 있다.


"그럼 저희 다녀올게요."

"잘해라."


드디어 오디션 [꼬까옷]의 1차 예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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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언니도 같이 가. +9 24.09.02 5,879 165 13쪽
30 네가 이번 과제의 핵심이야. +10 24.09.01 6,039 1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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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여기까지 보셨던 겁니까 선생님. +7 24.08.30 6,179 1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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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다녀올게요. +5 24.08.25 6,560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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