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걸그룹이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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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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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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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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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기까지 보셨던 겁니까 선생님.

DUMMY

정지운은 시청자들의 물음표 세례에 자기 생각을 밝혔다.


“싸우는 것도 팀워크를 쌓는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해요. 함부로 말렸다가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는 거고요. 애초에, 연습생들은 저 정도 혼나는 게 기본이에요.”

- 그래도 작곡가님이 뽑은 애가 부담감에 우는데······

“기회 준 거에 고마워해야지 제가 책임질 필요까진 없죠? 팀에 잘 녹아드는 것도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 거예요. 그게 안 되면 떨어져야 하고.”

- 도대체 모두예고는 무슨 괴물들을 키우고 있었던 거임;;


뭐. 굳이 팀 내 불화를 막지 않은 데에는 전생에 본 강연진이라는 사람을 믿기 때문도 있었다. 어떤 위기에도 잘 이겨낼 사람이었거든.


정지운은 기어코 김한별부터 불러 와 녹음을 끝냈다.


“오기 전에 상황 어땠어? 여기 시청자들이 연진이 운다더만.”

“연습생들은 흔히 겪는 거라······ 괜찮지 않을까요?”


역시 김한별은 낙관적이다. 애가 밝아서 좋긴 한데, 정작 위기 상황에는 도움이 안 되는 거 같다.


“지금쯤이면 다 혼났을까?”

“그렇지 않을까요?”


정지운은 알려달라는 듯 카메라를 흘긋 봤다.


- 한봄님이 잘 중재해서 소강상태에요


능숙하게 채팅을 읽어낸 정지운이 김한별에게 부탁했다.


“나가서 유림이 좀 불러줘.”


김한별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유림이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얘기 들어보니 연진이가 좀 혼난 거 같던데. 맞아?”

“아. 혼낸 건 아니야. 자기가 잘 못하는 거 같다고. 못하는 자신에게 화난다고 울더라고. 그래서 울 시간에 연습하라고 했는데?”

“······너 T발 C야?”


참고로 강연진의 MBTI 성격 유형은 정이 많은 F였다. 하남 스피어에서 그 큰 공연을 하는데, 정지운을 위해 데모곡 버전으로 부른 것만 봐도 그랬다.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였다.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그런 멘탈을 유지했는지는 미스터리긴 한데, 아무튼 최유림의 T적 발언에 서운했을 거다.


“지민이가 더 심했어.”

“팀원 배려 받으라고?”

“응. 어려우면 물어보래. 안 물어보면 죽여버리겠대.”


그렇게 말하면 애가 어떻게 물어봐. 이 자식들아. 말이라도 좀 예쁘게 해주지.


정지운의 반응에 최유림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연진이 달래주게?”

“한봄이 누나가 달래주고 있지?”

“응.”

“자! 우린 작업해 볼까?”


최유림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레코딩 실에 휙 들어갔다. 어째 성격이 읽힌 거 같다.


채팅창을 흘긋 쳐다보니, 시청자들도 웃고 있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방치형 작곡가 뭔데

- 애초에 작곡가가 중재하는 사람은 아니지ㅋㅋㅋ

- 대처 개 웃기네ㅋㅋ 호기심만 채움ㅋㅋ


“원래 아이돌은 강하게 커야 해요.”


사람이 살다 보면 멘탈 흔들릴 일이 어디 한둘일까.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온갖 억까에 시달려야 할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강하게 자랄 필요가 있었다.


정지운은 최유림의 녹음을 끝낸 후, 그녀와 함께 녹음 작업을 이어갔다.


유지민 연한봄의 녹음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강연진이 녹음실에 들어왔다.


“어휴. 눈이 탱탱 부어서 왔네.”

“죄송해요······”

“목 잠겼지?”

“네.”

“그럼 오늘 녹음 못 하겠네. 오늘은 춤 연습하자.”

“······”


심신미약 상태라 그런가. 강연진은 다시 울 것 같은 표정이 됐다.


아니 근데 여기서 더 뭐라고 말해야 하지? 목 잠겨서 녹음을 못 하는데. 다 안다는 듯 달래줘야 하나?


“너도 T지?”

“어휴. T가 90 정도 되지. 그래도 난 사회화는 돼 있다.”

“웃겨.”

“유머러스한 게 사회에서 살아남기 좋지. 음.”


정지운은 강연진을 흘긋 쳐다봤다. 퍽 기가 죽은 듯한 얼굴이다. 이러다 오디션 포기하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불안해진다.


“혹시 연습하면서 힘든 거 있어?”


강연진은 머뭇머뭇하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냈다.


“저 혼자 너무 준비가 안 된 거 같아서······”

“그건 준비 안 된 거 뻔히 알고 뽑은 내가 져야 할 책임이지. 넌 조급해 하지 않고 연습하면 돼.”

“하지만······”

“이거 노래 오디션이야. 그런 오디션에서 뜬금없이 춤추게 시키는 내가 이상한 놈이라고. 그거에 대한 부담을 네가 질 필요는 없어.”


여전히 풀이 죽은 얼굴. 사람 달래는 데에 재능이 없던 정지운은 화제를 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녹음은 못 하지만, 녹음실 빌린 김에 보컬 연습이나 봐줄까? 마침 유림이도 있네.”

“아······ 네.”


정지운은 현재 강연진의 보컬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녀가 직접 말했던 내용이라 틀리지 않을 거다.


“내가 듣고 안 건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고. 네가 창법 연구가 안 됐잖아. 성구 전환이 안 되니까 음이 올라가는 부분에서 목으로 한 번 잡느라 소리가 안 예뻐지고. 근데. 그 부분 감만 잡으면, 엄청난 보컬이 될 것 같다더라. 떡잎부터 다른 보컬이래.”


전생의 강연진은 목에 힘 빼는 법과 성구 전환에 감을 잡자마자 득음해서 고음도 끝까지 올라가고, 각 음역대에서 감성도 자유자재로 넣었다.


당장 감성이 풍부한 편은 아니라, 거기까지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보컬 기본기에 대한 감만 잡게 해주면 좋을 거 같았다.


“성구 전환은 어떻게 해요?”

“유림이가 설명해 줄 거야.”


보컬과를 다녔던 정지운이라 이론을 배우긴 했지만,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이럴 땐 전문가에게 떠넘기는 게 확실하다.


애초에 듣기만 해서 정지운은 두성이니 흉성이니, 목을 썼니 안 썼니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울림이 느껴지는 위치를 기준으로 흉성, 중성, 두성으로 나누거든? 일단, 자세랑 호흡부터 봐줄게.”


최유림은 보컬 쪽으론 확실한 선생님이었다. 전생에도 그녀가 봐준 보컬들은 실력이 쭉쭉 향상되기도 했지. 벌써 떡잎이 보인다.


“아아아아아!”

“아아. 이 음에서 피치 브레이크 일어나네. 여기는 아. 해서 가슴으로 울리려 하지 말고, 성대가 올라가지 않게 잡고 아~ 하면서 울림의 위치를 올려 봐.”


보컬은 감각의 영역이기에 전문적인 설명이 동반이 되도 감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감을 잡았어도 습관 들이는 데에 또 오래 걸리고.


구경하던 정지운이 못 알아듣고 있는데 강연진이라고 확실히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 머리가 아플 거다.


“성대는 어떻게 내리는데요?”

“하품하면 목구멍 쪽에 공간 생기지? 음이 올라가면 자연히 성대가 올라가는데, 하품하듯이 목구멍에 공간을 만들면, 성대가 내려가서 목에 무리가 안 가게 돼.”

“오······”

“처음 들어?”

“네.”


이게 다 아직 강연진이 노래를 배워본 적 없어서 그렇다. 그래도 전생처럼 한 달 정도 배우면 실력을 어느 정도 되찾지 않을······


“잠깐 불러 볼게요. 아아아아! 악!! 우와! 올라간다!”


미친. 이거 설명했다고 바로 알아듣고 두성을 뚫어?


두성도 그냥 두성이 아니었다. 음정을 들었을 때 방금 3옥타브 라였다. 듣기 싫게 올린 것도 아니고, 어렵게 부른 것도 아니고, 3옥 라를 시원하게 내질렀다.


아마 저기서 두세 키는 더 올려도 올라갈 거 같은데. 저게 보컬 잠깐 배워서 되는 건가? 2차 오디션 때는 3옥 미 정도만 되어도 음정 불안하더만.


“중저음 대도 흉성 중성 두성 바뀌는 구간 컨트롤만 잘해도 지금보다 훨씬 풍성한 음색을······”

- 드림 걸스~ 꿈을 꾸는 이 시간 난 달라질 거야~


이것도 되네. 우느라 목이 잠겼는데도 이 정도면 내일은 그냥 잘 부르는 거 아닐까?


“뭐야. 스펀지야? 이거 설명했다고 바로 알아듣고 돼? 최소한 고음 뚫는 거는 바로 안 되는 게 정상인데?”

“언니가 설명을 너무 잘해줘서 그렇지. 아······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구나. 신기하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 채팅을 올렸다.


- ???

- 뭐야 소름 돋아

- 여기까지 보셨던 겁니까 선생님.


강연진이 노래 배운 지 한 달 만에 실력을 완성했다는 건, 가요계에서 꽤 유명한 일화였다.


근데 하루만에 저렇게 될 거라고는 정지운도 예상하지 못했다.


- ㅋㅋㅋㅋㅋㅋ 작곡가님도 놀랐는데?

- 표정 보소ㅋㅋㅋㅋ


사실 놀란 것도 있지만, 상상 속에서만 들을 수 있던 강연진의 보컬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서 멈춘 것도 있었다.


아직 그때 그 감동을 재현해 낼 순 없겠지만, 좀만 더 키우면 기대해 봐도 되겠지.


정지운이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자. 오늘 하루 배웠다고 별 게 다 되지?”

“······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배우는 건 중요해. 같은 팀이니까 많이 의지하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너는 네 위치에서 메인 보컬로서 팀을 탄탄하게 지킬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그러니까 일단 춤부터 신경 쓰고 있어. 다음 과제에서 중히 쓸 거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래.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네.”


노래에 활로를 찾아서 그런가. 강연진의 마음이 잘 추슬러진 듯했다.


“작곡가님. 여기 물 드세요.”


나간 줄 알았더니 물을 떠 왔네. 뭔가 친절해진 느낌이다. 아닌가? 원래 강연진이 친절한 앤가.



***



과제 기간은 2주. 그동안 팀 크레페는 밤샘도 불사르며 연습에 열중했다.


팀을 이룬다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 부담이 큰 일이었다. 5명의 마음이 일치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문제 일으키는 빈도수로 따지면 유지민 > 강연진> 최유림 > 김한별 > 연한봄 순서였다.


김한별은 매사 긍정적이었다. 지적이 들어오면 ‘그래요? 고칠게요! 네!’ 해버린다. 오히려 지적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고. 그만큼 노력해서 안심됐다.


연한봄은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만큼, 팀원 하나하나 케어해주려 노력했다. 큰언니니까. 그 위치를 잘 알고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있던 불화도 잠재우는 든든한 사람이다.


팀에 둘 같은 멤버로만 이뤄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최유림부터는 슬슬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언변을 구사했다.


“연진아. 그 부분 느낌을 그렇게 밖에 못 살려? 좀 더 내뱉듯이 비트에 어울리게 노래 못 해?”


청음 능력이 좋은 데에 반해, 그렇지 못한 표현 능력. 두 가지가 합쳐져 팀원들의 기분을 다소 상하게 하는 피드백이 종종 나갔다.


“이거까지 어떻게 해요······”


강연진은 열심히 하려다가 한계에 부딪쳤는지 과부하가 온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방금은 춤추는 거에 집중하다 보니 보컬에 신경을 못 쓴 건데 억울할 만했다.


강연진이 그 억울함을 속에 담아두고 삭히느냐. 딱히 그러지는 않았다. 아예 선언을 해버리더라. 자기한테 세 가지 이상 요구하면 전부 못해버릴 거라고.


“그렇다고 지적을 안 할 수는 없잖아. 하나씩 고치다가 생각나면 이것도 고쳐.”


그런데도 최유림의 피드백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강연진은 울상이 되었다. 연습에서 생긴 불만은 숙소에서 터지는 거 같던데. 정지운이 직접 볼 수가 없어서 알기 어려웠다.


물론, 최유림과 강연진은 약과였다. 진짜 폭탄은 유지민이다. 승부욕이 세서 그런지, 좀만 못하면 화를 내버린다.


실력이라도 없었으면 입이라도 다물게 하는데. 다 잘하는 만능 인재라 입도 못 막겠다.


‘아직은 괜찮으니까.’


그래도 큰 사건은 없었다. 피드백 자체는 정확했기 때문에 끼어들 여지도 없었고, 팀원들의 실력도 쑥쑥 늘더라.


“자. [드림 걸스]부터 촬영 들어가자.”


더블링, 코러스 녹음은 끝났고. 이제 [기성곡을 이겨라] 촬영할 때가 됐다. 촬영은 두 곡. [드림 걸스]와 [운명을 바꿔].


[드림 걸스]는 다른 팀보다 잘해야 하며, [운명을 바꿔]는 [드림 걸스]보다 잘해야 하는, 꽤 복잡한 과제.


그래도 이 멤버가 첫 번째 과제부터 탈락할 멤버는 아니기에, 정지운은 다소 안심하며 촬영을 바라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드림 걸스]를 너무 준비 잘한 거 아니야?”


첫 곡부터 힘 조절에 실패한 거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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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기강 좀 잡아야겠네. +9 24.09.06 5,288 146 14쪽
34 뭔가 방법이 없나? +5 24.09.05 5,425 151 12쪽
33 보여줘 보여줘. +6 24.09.04 5,602 153 12쪽
32 이번 경합의 승자는······! +14 24.09.03 5,702 168 14쪽
31 언니도 같이 가. +9 24.09.02 5,874 165 13쪽
30 네가 이번 과제의 핵심이야. +10 24.09.01 6,034 173 12쪽
29 이건 이겼다. +10 24.08.31 6,216 156 14쪽
» 여기까지 보셨던 겁니까 선생님. +7 24.08.30 6,173 155 12쪽
27 한별이부터 불러야겠다. +10 24.08.29 6,322 165 13쪽
26 곡 한 번 들어봐. +6 24.08.28 6,259 151 13쪽
25 다른 팀에 눈길이 안 간다 +12 24.08.27 6,494 161 13쪽
24 누굴 붙여야 하지? +6 24.08.26 6,401 147 12쪽
23 저희 다녀올게요. +5 24.08.25 6,557 148 12쪽
22 오! 어떤 장르 좋아해? +5 24.08.24 6,814 161 13쪽
21 꼴 좋네. +6 24.08.23 6,941 1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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