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걸그룹이나 만듭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5 20:08
최근연재일 :
2024.09.19 13:2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322,338
추천수 :
7,770
글자수 :
273,996
유료 전환 : 3일 남음

작성
24.08.26 20:20
조회
6,403
추천
147
글자
12쪽

누굴 붙여야 하지?

DUMMY

김한별은 사실 녹취 파일에 어떤 게 녹음되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땐 현실을 부정했다. 그래도 대형 기획사인데 그럴 리 없다고.


아무리 부정해도 시간이 지나니까 불안해졌다. 더 억울한 것은 본래 실력만 놓고 보면 뽑혀야 할 게 자신이었단 사실이다.


‘이 증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지? 누구한테 신고하면 되는 거야?’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김한별은 두려웠다. 괜히 신고했다가 도리어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고 신고를 안 하면? 안혜미가 붙고 자신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 미안한데 사실 길게 녹음됐던 그 파일······ 내가 들었거든? 그 녹취 파일 듣지 마.


그때, 정지운이 찾아와 녹취 파일을 듣지 말라고 했다. 처음엔 정지운도 한패인 걸까 했는데 그건 아닌 듯했다.


- 그거 들으면 월평에 집중 못 할 수도 있어. 최대한 내가 처리해 볼 테니까, 너는 연습 열심히 하고. 정 궁금하면 월평 이후에 들어봐.


사실 정지운이라고 해봤자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의지가 되는 건 왜일까. 평소에 조금 얼빵하기도 하고, 생각이 그리 깊지 않아 보이게 행동하는데.


어쩌면 어떤 일을 대해도 당황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하는 모습, 그런 여유가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 결국 박유철 팀장님 잘렸대. 부정 청탁 받고 특정 연습생을 뽑으려고 한 게 사실인가 봐.


실제로 정지운은 사건을 해결했다. 정지운이 없었다면 속앓이만 하다가 억울해서 평생 눈물 흘렸을지 몰랐다.


‘작곡가님이 계셔서 진짜 다행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데뷔조 결성이 밀렸다. 이번 월말 평가 때, 데뷔조에 들 확률이 높았던 한수아가 이번 일로 연습생 생활을 접기도 했다.


김한별과 매우 친했던 언니였는데 의지할 사람이 하나 없어진 거다. 불안하던 찰나에 정지운은 또 한 번 손을 내밀었다.


- 공정한 평가였다면 넌 데뷔조였어. 이건 구성필 선생님도 같은 생각이었고. 그래서 나도 너한테 기회를 주고 싶은데, 이번에 내가 참가하게 된 오디션 프로그램에 같이 참가할래?


양심을 지켜 월말평가의 공정성을 지켰고. 자기 능력을 높이 평가하려 함께 하자는 작곡가. 그런 존재가 옆에 있다면, 어떤 연습생이라도 힘이 날 거다.


‘그래. 해보자.’


덕분에 힘든 일이 있었음에도 김한별은 금방 일어설 수 있었다. 덕분에 정지운에 대한 신뢰감 또한 최대치였다. 그가 이번 오디션에 자신과 팀을 이루고자 하니,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싶었다.


근데 아이돌이 되기 위한 월말평가와 실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르다. 김한별의 장점은 어디까지나 외모. 그것은 월말평가에서 어마어마한 가산점으로 따라오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런 거 없이 노래가 우선된다.


- 내가 선곡 도와줄게. 연습해서 그거로 가자.


걱정이 무색하게도 정지운은 오디션에서 통과할 수 있게끔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그런 도움 덕에 1, 2차 예선에서 통과했다. 들기로는 2차에서 떨어질 뻔했지만 정지운이 뽑아서 올라왔다고 들었다.


이제는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해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실력을 끌어올려서 정지운의 안목이 정확했다는 걸 대중들에게 보여야 했다.


김한별은 더욱 열정을 불태우며 3차 예선을 위해 죽어라 연습했다.



***



1, 2차 예선은 끝이 났다. 어차피 예선이라 빨리빨리 진행됐고. 3차 예선까지는 조금의 텀이 있었다. 그 사이 정지운에게 좋은 일이 있었다.


바로 [낙화]의 정산금이 들어온 거다. 가난해서 서러웠던 시절은 이제 안녕이다.


정지운은 일단 소고기부터 사서 집에 왔다.


“엄마. 아빠. 첫 정산 기념으로 소고기 사 왔어. 구워 먹자. 굽는 것도 내가 할게.”


[낙화]는 드라마 OST였던 덕에 오랫동안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오질 않았다. 메이저하게 유행했던 만큼 적지 않은 돈이 통장에 꽂혔다.


세계적인 작곡가였던 30대 후반의 정지운에겐 푼돈이었지만, 이제 사회 초년생이 만지기엔 어려운 돈이었다.


“얘가! 돈 아낄 줄 알아야지. 돈 조금 벌었다고 바로 소고기나 사 오고. 이렇게 써서 언제 집 사고 언제 차 살래?”

“엄마 아빠 용돈으로 각각 50만 원씩 주면 돼?”

“현명한 소비구나 아들아.”


어머니의 태세 전환은 참으로 빨랐다.


“근데 작곡한 곡이 유명해지면, 그렇게 잘 버니?”

“많이 들어왔지. [낙화]보다 [솜사탕] 성적이 더 좋았으니, 한동안 벌이가 줄어들 일도 없고. 앞으로도 좋은 곡 많이 쓸 자신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정지운은 부모님이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삶 자체가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설령 정지운의 벌이가 시원찮더라도 부모님 용돈은 꼭 챙기고 싶었다.


“내 용돈은?”

“넌 뭐냐.”


물론, 동생 정이슬은 가족이 아니라서 배제하고 있었다.


근데 뻔뻔하게 용돈을 요구해? 이건 참을 수 없다.


“네가 날 키우기를 했어, 평소에 오빠 대접을 하기를 했어, 뭘 했어? 양심 뒤지게 없네.”

“와······ 와······”


너무 선 그었나. 서운해하는 표정의 동생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너는 가끔 심부름 시키면 해라. 그럴 땐 용돈 챙겨 줄게.”


세상에 공짜란 없단다. 그래도 노예 하나가 생긴 것 같아 기쁘네.


“맨날 불 끄라고 시키고. 라면 끓이라고 시키고. 시키고 시키고 또 시키면서. 어이없어.”

“30만 원이면 되니?”

“열심히 할게. 오빠.”


오빠 소리가 왤케 꼴 받지. 주지 말까.


“아. 그리고 나 이번에 오디션 프로그램 나가. 그것도 출연료 쏠쏠하게 받을 거야.”

“1등 할 자신은 있고?”

“엄마. 나에게 이번 오디션은 1등이 목표가 아니야. 그저 사심 채울 거야.”


정지운에게 곡 작업은 행복이자 취미이기도 했다. 그저 이기기 위해, 저 성공하기 위해 하는 작업은 곡 작업을 재미없게 만드는 주범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길 원치 않기에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 괜히 유지민까지 끌어들인 게 아니라는 거지.


거기다 정지운은 2차 예선에 통과한 사람들 면면을 다 살핀 결과 찾아낼 수 있었다. 전생의 정지운이 일생을 불살라 만든 앨범의 주인이 되었던 강연진을.


정지운보다 4살이나 어린 그녀는 아직 중학생이었다. 감성도 가창력도 온전히 갖추진 못한 실력.


하지만 그건 아직 노래 부르는 법을 온전히 터득하지 못해서 그렇다. 정지운이 듣기로 강연진은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운 지 한 달도 안 돼서 득음했다고 했지. 이번 기회에 키우면 된다.


개화하기 직전인 천재. 긁기만 하면 1등인 복권. 그게 바로 강연진이니까. 개화한 그녀의 노래 실력은 소름 그 자체다.


이게 바로 사심의 결정체 아닐까.


“오빠. 웃음이 음흉해.”

“흐흐흐.”

“아으. 왜 저래.”


거기에 각 포지션 별로 뛰어난 인재들이 이번 [꼬까옷] 출연한다. 최고의 아이돌을 만들 수 있을 거다.



***



1차 2차 예선이 끝나자마자 얼마 안 돼서 3차 예선이 시작되었다.


작곡가들은 3차 예선에서 블라인드로 등장한다. 정지운을 포함한 총 20명의 작곡가가 가면을 쓰고 자리에 앉아 TV로 오디션을 지켜보고 있었다. 작곡가들의 대화 또한 고스란히 방송에 나갈 거다.


일종의 패널 느낌으로 오디션을 구경하는 구조.


3차 예선 심사위원은 3명이었다. 셋 모두 시청자들이 인정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이었다. 작곡가뿐 아니라 심사위원까지 [꼬까옷]의 캐스팅은 화려했다.


- 안녕하세요. 곡 vs 가수 오디션! 꼬까옷의 본선 오디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꼬까옷의 MC 오주성이라 합니다.


MC 또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아 왔던 아나운서 출신을 섭외했다. 진행이 깔끔하고 안정적이다. 본격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습을 보며 정지운도 설레기 시작했다.


- 일단, 예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정지운 입장에서야 3차지, 시청자들은 처음 보게 되는 장면이 3차 예선이었다. 시청자들을 위해 설명하는 시간은 필요했다.


- 우선 참가자들은 이곳에 있는 세 명의 심사위원에게 먼저 심사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 중 두 명 이상의 평가를 받은 사람만이 합격이 되어, 저 뒤편에 있는 작곡가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3차 예선의 룰에 관해서 알고 있었던 작곡가들이 웅성거렸다. 대본상 처음 듣는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으니까.


“뭐야. 심사위원이 떨어트린 사람은 우리가 못 뽑는 거야?”

“패스권 하나 있잖아. 그거로 떨어진 친구 하나 정도는 뽑을 수 있나 보지.”


하지만 정지운은 예상 못 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유림과 유지민은 고작 3차 예선에서 떨어질 인재가 아니야. 연한봄도 퍼포먼스에 능해서 벌써 떨어지진 않을 거고.’


문제는 강연진과 김한별이다. 강연진은 아직 어려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곡이 뭔지, 곡은 어떻게 해석해서 어떻게 디테일을 살려야 하는지 모른다. 정지운의 도움이 있다면 모를까. 혼자서 3차 예선에 붙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김한별은 말해 뭐할까. 패스권 안 써주면 3차 예선까지는 통과하기 힘들 거다. 2차에서조차 정지운이 붙여줬으니 말 다했지.


둘 다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정지운이 구제할 수 있는 건 한 명뿐이다. 골라야 한다는 뜻이다.


‘누굴 붙여야 하지?’


강연진은 전생의 인연. 당장엔 안면이 없었다.


거기다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뜨는 가수가 아니었다. 몇 년 뒤에 혼자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올린 너튜브가 조회수 3,000만을 기록하면서 데뷔하는 괴물이었다.


그러니까 당장의 기회가 필요한 건 강연진보단 김한별인데······


전생을 떠올리면 강연진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었다. 딜레마에 빠져 있을 때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 내가 최강이다. 으하하하하.

“푸하하하. 저게 뭐야.”


3차 예선까지 뚫은 참가자들은 두 부류였다. 하나는 당연히 뛰어난 실력으로 뽑힌 사람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웃음을 주어 지루할 수 있는 오디션에 기분 전환을 시키는 예능형 부류였다.


- 내 사랑아 이젠 그만 놓아줄게.

“와······ 저 사람 대박이다.”

“너무 좋은데요?”


아무튼 오디션 시즌이 돌았던 걸까. 3차 예선에 온 사람들의 실력이 심상치 않았다. 웃긴 놈들은 말도 안 되게 웃겼고, 실력 있는 애들은 사람들을 감탄시킬 줄 알았다.


왜 김한별이 2차에서 떨어질 뻔했는지 이해될 정도로 참가자들의 면면이 뛰어났다.


뿐일까. 작곡가의 권유로 기성 가수들도 잔뜩 참가했다. 가수들은 관록이 있는 만큼 선곡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실력 있었다. 일반 참가자와 클라스가 달랐다.


- 안녕하세요.


아직 마음을 정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정지운이 미리 점찍은 멤버 중 하나인 강연진이 나왔다. 톱스타로서 무대를 압도하던 미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뽀짝하고 귀여운 중학생이 인사했다.


괜히 감상에 젖게 된다. 강연진이 노래를 그렇게 잘했는데.


‘제발 넌 좀 혼자 힘으로 뽑혀라.’


거짓말 안 하고 강연진은 선곡만 잘하면 혼자 올라올 인재다. 정지운이 걱정하고는 있지만, 감성 절절한 발라드를 픽한다면 최유림이나 유지민보다도 포텐이 높은 인재다.


괜히 이번에 모으려는 다섯 명 중에서도 메인 보컬로 점찍은 인재가 아니다.


하지만······ 전생에 저 친구는 선곡 능력이 쓰레기였는데······ 제발······


- 제가 이번이 부를 곡은 [솜사탕]입니다.


네가 그 귀여운 노래를 왜 불러.


정지운이 이마를 탁 쳤다. 아무래도 3차 예선에서 강연진에게 패스권을 쓸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듯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번 생은 걸그룹이나 만듭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24.09.18 640 0 -
공지 돌아온 음악천재에서 제목 변경 신청했습니다. 24.09.06 233 0 -
공지 매일 오후 1시 20분에 연재합니다 (변경) +1 24.08.05 5,637 0 -
47 에이, 이건 인간미야. NEW +7 5시간 전 1,404 77 13쪽
46 꺄아악! 시작한다. 시작한다. +7 24.09.17 3,542 136 14쪽
45 형. 걔네가 미뤄야지. +7 24.09.16 3,830 139 13쪽
44 이거 나 주면 안 되냐? +5 24.09.15 4,074 127 13쪽
43 제발 잘하는 게임이었으면······! +8 24.09.14 4,199 151 12쪽
42 재밌겠는데? +7 24.09.13 4,431 141 13쪽
41 ······오해입니다. +8 24.09.12 4,556 154 13쪽
40 손바닥 위에서 노는 거 같습니다. +8 24.09.11 4,673 159 13쪽
39 어? 저분인가? +5 24.09.10 4,931 143 13쪽
38 와······ 졌다. +10 24.09.09 5,054 154 13쪽
37 예? 벌써요? +12 24.09.08 5,173 160 12쪽
36 꼴랑 5일 남기고요? +17 24.09.07 5,243 161 14쪽
35 기강 좀 잡아야겠네. +9 24.09.06 5,291 146 14쪽
34 뭔가 방법이 없나? +5 24.09.05 5,428 151 12쪽
33 보여줘 보여줘. +6 24.09.04 5,603 153 12쪽
32 이번 경합의 승자는······! +14 24.09.03 5,706 168 14쪽
31 언니도 같이 가. +9 24.09.02 5,879 165 13쪽
30 네가 이번 과제의 핵심이야. +10 24.09.01 6,039 173 12쪽
29 이건 이겼다. +10 24.08.31 6,222 156 14쪽
28 여기까지 보셨던 겁니까 선생님. +7 24.08.30 6,179 156 12쪽
27 한별이부터 불러야겠다. +10 24.08.29 6,325 166 13쪽
26 곡 한 번 들어봐. +6 24.08.28 6,260 152 13쪽
25 다른 팀에 눈길이 안 간다 +12 24.08.27 6,495 161 13쪽
» 누굴 붙여야 하지? +6 24.08.26 6,404 147 12쪽
23 저희 다녀올게요. +5 24.08.25 6,561 148 12쪽
22 오! 어떤 장르 좋아해? +5 24.08.24 6,817 161 13쪽
21 꼴 좋네. +6 24.08.23 6,942 15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