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걸그룹이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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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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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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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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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번 과제의 핵심이야.

DUMMY

두 번째 과제의 선곡이 끝났을 때, 두 팀의 희비는 확실하게 갈렸다. 강남독수리와 이강혁이 ‘나이스!’라고 외칠 때, 정지운은······


“조졌네. 이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냥 발라드가 나와도 한숨을 푹 쉬었을 텐데 뭐? [소주한 밤]? 이 곡은 떠나간 연인을 떠올리며,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하며 궁상떠는 곡이다.


크레페 상큼이들이 부르기엔 감성이 좀······


“잠깐. 연진아. 혹시 소주 마셔본 적 있니?”

“네? 아뇨.”


그래. 마셔봤을 리가 없지. 고등학생이면 설마? 했을 텐데, 강연진은 아직 중학생이니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애한테 그게 무슨 소리니.”

“혹시나 했지. 한봄 누나는 술 마셔봤어?”

“우리 회사 규정 몰라? 연생은 술 마시면 안 돼.”

“그래서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다고?”

“응.”

“에이. 연습생도 어? 일탈도 좀 하고. 성인 됐으면 기념으로 한잔하고. 다 하잖아. 여기서 이미지 관리할 필요 없어. 아니면 귓속말로 나만 알려줘.”


연한봄이 진짜로 슬그머니 다가와 귀에다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귓속말하는 거 보니, 있긴 한가 보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생각했으나, 들려오는 소리는 달랐다.


“진짜 없어.”

“진짜 없다고? 와~ 술 한 번 안 마셔본 탄산음료 같은 친구들 데리고 [소주한 밤]을 프로듀싱해야 해?”

“넌 마셔 봤어?”

“하도 마셔서 이제 끊었어.”

“행여나. 이제 갓 성인 됐으면서.”


진짠데.


“지민아. 너는 술 마셔 봤어?”


보통 성인이 되면 궁금해서라도 한 잔씩 하니까 해보지 않았을까. 믿는다 유지민.


“아니. 술 마시면 목 건조해져서 목 관리에도 안 좋지, 어차피 건강에도 안 좋지, 괜히 성격 변해서 논란 터지면 큰일이지. 뭐 하나 마실 이유가 없는데 내가 왜 마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아프다. 아니 애초에 성격은 지금도 논란 터질 만하지 않나. 아직 논란까진 없지만, 불화설 뜨기 딱 좋은 성격인데.


정지운은 실망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 전생에 유지민은 소문난 주당이었다. 자주 마시지는 않으나, 모두를 쓰러트려야 직성이 풀리는 술 괴물. 입에도 안 댄 지금이 낫다.


“네가 술 마시면 다른 애들 다 쓰러트릴 때까지 처마실 거 같긴 하다. 잘했네.”

“······그래서 처음부터 안 마시는 거긴 해.”


엄청난 자아성찰! 스스로도 알고 있었구나.


정지운은 슬그머니 최유림을 쳐다봤다. 그녀는 저번 회식 때 마셔봤으니, 조금은 다르겠···


“근데 술은 왜 마시는 건지 모르겠네. 힘들어도 전혀 생각 안 나던데. 오히려 마셨다가 다음 날 힘들지, 마실 때도 기분 좋은 건지 모르겠어.”


소주 감성을 ‘아는’ 사람 자체가 크레페 멤버 중에 없었다. 얘네들을 데리고 무슨 감성을 살릴까. 그것도 상대가 우승 후보인 이강혁인데.


“선곡 못 무르나?”


정지운이 떼라도 써볼까 하는 심정으로 한숨을 쉬었더니, 옆에서 최유림도 거들었다.


“발라드를 댄스곡으로 바꿔 보는 것은 어때?”

“뭐. 소주 한잔 털어 마시고는 안무 어떻게 할 건데? 진짜 한잔해? 원샷? 아예 가사도 바꿔? 소주 원샷 원샷 원샷. 훅으로 들어갈까? 중독성 개쩌는 소주한 밤 보여줘?”


오. 재밌겠는데. 대신 원곡 훼손죄로 탈락형에 처하겠지.


“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장난으로 한 말에 정색으로 답하다니. 진짜 싫었나 보다.


“하. 이거 파트 짜는 것부터 일인데. 진짜 어떡하냐.”


[소주한 밤]은 저음과 고음 사이의 음역 폭이 큰 편이다. 크레페에서 고음이 안 되는 김한별과 연한봄은 무조건 중저음 파트를 맡아야겠지.


이 와중에 두 사람은 중저음에서 맑은 음색을 소유했다. 비유하자면, 소주잔에 든 투명한 액체를 마셨는데 사이다였던 느낌의 감성이다.


“진짜 조졌네 이거.”


소주나 사이다나 크으 하는 건 똑같지 않냐고? 인생의 무게가 다르다.


“[운명을 바꿔]처럼 좀 더티한 느낌의 음원에 목소리를 입히는 건 어때요?”


김한별도 의견을 냈다. 최유림의 헛소리보단 퍽 괜찮은 헛소리였다.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하는 노랜데, 그렇게 바뀌면 무슨 펍 간 거 같잖아.”


대화를 듣고 있던 유지민도 별다른 의견이 없었는지 고개를 젓다가 정지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넌 왤케 잘 알아?”

“나 무려 술 끊은 사람이야.”

“어. 그래.”


찐짠데. 안 믿네.


“일단 한 번씩 불러보자. 계획은 그다음에 세우고.”


정지운은 울며 겨자 먹기로 크레페 멤버에게 [소주한 밤]을 시켰다.


진짜······ 감성 면에서 답이 안 보였다.



***



강연진은 아이돌이 될 생각까진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일단은 반 장난삼아 출연한 거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잘 부른다는 소리를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그런데 [꼬까옷]에 출연했다고 덜컥 아이돌이 됐다. 계약을 한 건 아니지만, 이 대로라면 계약까지 스무스하게 갈 거 같았다.


‘재밌긴 하네.’


적성에 안 맞냐고 물어보면 강연진은 고개를 저을 거다. 춤도 노래도 제대로 배우니까 너무 재밌었다. 힘들어서 문제지.


다행히 이번 과제는 힘들게 하던 주범인 댄스가 없었다. 다른 문제가 생긴 건 어쩔 수 없지만.


“배고파.”

“너 저번에 영상 나온 거 못 봤어? 혼자 부하게 나왔잖아. 참아.”

“아니 무슨 다이어트까지 해야 하냐고······”


강연진은 마른 편이었다. 삐쩍 마른 수준은 아니나, 어디 가서 살쪄 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근데 팀 크레페에 오니까 혼자 돼지였다. 약한 소리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영상 보니까 돼지다. 옆에 멸치들만 있으니까 혼자 오동통하게 살 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강연진도 이건 심했다 싶어 언니들에게 다이어트법을 배우고 있었는데, 배고파서 득음할 것 같았다.


“음~ 여기 밥 진짜 맛있다.”


그런 강연진 앞에 김한별이 야무지게 밥을 먹었다. 벌써 두 그릇째다. 어지간한 성인 남자만큼은 먹는 거 같은데.


“한별 언니는 왜 먹어? 다이어트 안 해?”

“쟨 먹어도 안 쪄. 부러운 년.”


언제나 멤버들을 아우르던 그 착한 연한봄조차 욕을 입에 담게 만드는 존재.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증거 그 자체다.


김한별이 매사 밝고 해맑은 데엔 다 이유가 있어 보였다. 그녀는 인생 자체가 easy 모드 같다.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는 거지.


“지금 이렇게 여유로울 때야?”


유지민이 허리에 손을 척 올리고 쏘아붙였다. 밥은 여유롭게 먹어도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빡빡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며칠 붙어 있으니 확실히 유지민이란 사람을 알겠다.


‘이 언니는 승부욕이 미쳤어.’


얼마나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냐면, 숙소에서 혼자 핸드폰 게임하다가 절대 못 이기는 상대를 만난 적이 있었다. 내리 2시간을 죽어라 도전하다가, 상대가 나가니까 분했는지 머리를 쥐어뜯더라. 그때 이후로 밤새 게임 공부까지 하던데. 잠은 언제 자는지 모르겠다.


첫 번째 과제에서 강연진이 못하면 팀 과제에 피해가 가니까 갈구는 수준이 장난 아니었다. PTSD 올 거 같았던 강연진이 움찔거렸다.


“연진이야 보컬은 인정이니까 괜찮아. 한봄 언니나 한별이는 이번 과제에서 준비할 게 많을 텐데? 호흡이나 발성, 디테일 잡는 거. 다 해야지.”


강연진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엔 갈굼 안 당해도 되나 보다.


“윽. 이제 타깃이 우리한테 온 거야?”

“언니. 난 원래 타깃이었어.”

“아하!”


유지민의 갈굼이 얼마나 심했냐면,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이 김한별, 강연진을 묶어 불렀다. ‘구박즈’라고. 맨날 유지민이 팩트로 온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때리니까 시청자들도 같이 아파해주었다.


반대로 둘을 구박하는 주범인 유지민과 최유림은 ‘갈굼즈’가 됐다.


번외로 연한봄은 마마라 불린다.


- 마마. 연진이 혼나요.

“또요?”

- 보듬어 주셔야 할 듯

“갈게요.”


누가 혼나고 있으면, 연한봄 방송에 전달해 주는 일이 자주 벌어졌거든.


근데 이제 ‘구박즈’가 바뀌게 생겼다. 보컬에서 연한봄이 조금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강연진은 유지민 때문에 솔직히 팀 나갈까 고민 수십 번 했다. 그래도 뭔가 잘하고 싶고, 폐 끼치기 싫은 마음에 악착같이 해낸 거다.


이젠 구박 안 당하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안심하던 때가 있었는데. 식사 후 정지운을 찾아갔더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연진아. 네가 이번 과제의 핵심이야.”

“제가요?”

“초고음 셔틀 가즈아! 3옥 시 뚫어 보자! 득음 가즈아!”


그녀의 재능을 일찍이 파악하고, 팀 크레페에 넣어준 정지운 작곡가. 정말 고마운 사람이지만, 가끔. 아주 가끔. 정신 상태가 궁금했다.


3옥 시······ 컨디션 좋으면 가끔 올라가긴 하는데. 라이브 공연에서 감성까지 뽑으면서 하라고? 될 거 같지 않았다.



***



정지운은 각 멤버들의 노래를 주의 깊게 들은 후, 파트를 나눴다. 멤버들은 각자 파트를 받고 연습하러 갔는데, 유지민만이 파트에 불만이 있는지 남았다.


“야 아직 연진이는 이거 올라가지도 않아.”

“넌 올릴 수 있다 이거지?”

“당연하지.”

“근데 소주 감성으로 올리는 게 아니잖아. 넌, 시원한 맥주 파야.”

“그게 뭔데.”

“암튼 달라.”


강연진의 고음엔 절절함이 있지만, 유지민의 고음엔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 있다. 엄연히 감성이 구분된다.


“그래서. 안 올라가는 애 붙잡고 시키겠다고?”

“안 올라가면, 내리면 되지.”

“그럼 전체적인 음역 밸런스가 나빠지잖아.”

“지금도 나빠. 내려도 누군 좋고 누군 나쁜 꼴이라 상관없어.”

“한 마디를 안 지네.”

“져 줘?”

“됐거든!”


유지민은 승부욕이 셀 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애는 아니다. 결과를 보여주면 깨끗하게 포기하겠지.


정지운은 강연진을 불러서 둘 다 노래를 시켰다. 방송을 켜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물을 생각이었기에, [소주한 밤] 말고 [마음]이란 곡으로 대결했다.


[마음]은 [소주한 밤]보다 더 올드한 락 발라드 감성이다. 고음 지리는 그런 곡.


- 너의 슬픔을 덜 수만 있다면

- 뭐든지 다 해줄 수 있어


1차 과제 이후 팀 크레페 멤버들은 한동안 목을 관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강연진의 목 상태는 최상. 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렀다.


같은 노래를 부른 유지민도 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렀으나,


- 연진이가 나이에 안 맞게 소울이 대박이네

- 둘 다 개쩌는데 어울리는 건 연진님 쪽 같아요

- 연진ㄱㄱㄱㄱㄱ

- 전 지민님도 좋은데


시청자 반응은 강연진 쪽으로 기울었다.


“내가······ 노래로 져야 해?”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근데 자존심 상한 게 눈에 보이는데. 괜찮나?


“네가 진 게 아니야. 넌 시원한 맥주라니까? 지금은 소주를 뽑는 자리일 뿐이었어.”

“시끄러.”

“나 되게 조용히 말하고 있는데? 더 작게 말할까?”

“쫑알쫑알대지 말고.”


유지민이 눈을 번뜩였다. 진짜 화났나 보네. 그만 놀려야겠다.


“연진아 너 따라와.”

“어!?”


유지민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깜짝 놀라 방송 끄지 말라고 채팅이 올라왔다.


솔직히 정지운도 놀랐다. 둘이 나가려고 하면 카메라 들이밀고 따라가야지.


하지만 이어지는 유지민의 말에 다소 안도할 수 있었다.


“너 그동안 나한테 춤 배워갔지?”

“······응.”

“이제 나한테 소주 감성을 가르쳐 봐.”

“나 미성년잔데. 그런 감성 몰라.”

“······”


생각해 보니 강연진에게 소주 감성을 배우긴 무리라 판단한 걸까. 유지민은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에이씨! 소주 반입하자.”

“미쳤냐. 왜 이래.”

“시원한 맥주에서 벗어나야지!”

“아니. 됐거든? 연진이 시키면 돼.”

“아니! 전혀 안 됐어! 소주 노래에 맥주가 어떻게 노래를 불러. 이거 놔! 한잔하고 오게! 감성 찾아온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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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보여줘 보여줘. +6 24.09.04 5,603 153 12쪽
32 이번 경합의 승자는······! +14 24.09.03 5,705 168 14쪽
31 언니도 같이 가. +9 24.09.02 5,877 165 13쪽
» 네가 이번 과제의 핵심이야. +10 24.09.01 6,039 1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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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한별이부터 불러야겠다. +10 24.08.29 6,325 166 13쪽
26 곡 한 번 들어봐. +6 24.08.28 6,260 1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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