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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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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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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내용수정

DUMMY

차가운 철제 침대 위.

온 몸이 결박되어 있는 나는 이것이 생의 마지막임을 직감했다.

깜빡거리는 밀실의 백열등이 공포심을 자아낼법도 한데.

그다지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보다 이전까지의 삶이 훨씬 더 끔찍했으니까.


뇌성마비와 그로 인한 편견들.


세상은 나와 같은 장애인이 살아가기에는 그리 녹록지 않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러한 노력 덕에 한때는 잘나갔던 적도 있었다.


세계 최대의 금융 그룹 중 하나인 콘트라리온에 입사해 애널리스트로서 제법 괜찮은 성과를 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콘트라리온의 대표가 연루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건.


당시 대표였던 밀러는 FBI의 집요한 추적으로 꼬리가 잡힐 것 같자.

비열하게도 모든 혐의를 내게 덮어씌웠다.

이미 치밀하게 짜여진 판에서 일개 애널리스트가 빠져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체포되어 10년 이상의 세월을 감옥에서 썩어야 했다.

한 번 나락으로 빠져들자.

그 뒤로는 무슨 짓을 해도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한쪽 다리가 불편했기에 몸을 써서 일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투자를 통해 살길을 모색하려 했지만,

조급한 마음에 선물을 비롯한 파생 상품에까지 손을 댔다가 돌이킬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사채 빚을 갚지 못해.

실험체로 팔려 오는 신세가 되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불행한 저주를 받은 이 비참한 운명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노인 하나가 들어왔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그가 뱀같은 눈길로 내 몸을 훑었다.


"비싼 값을 주고 사 온 실험체라. 늙긴했어도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아."

"...내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요?"


노인은 내가 묻는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피를 뽑거나, 바이탈을 체크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재밌다는 듯.

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생각보다 겁이 없는 놈이구나."


이곳에 끌려온 대부분의 실험체는 두려움에 체온과 맥박 등의 바이탈이 급격히 증가하는 데 반해.

내 바이탈은 아주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든 할 거면, 빨리 해!!"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한 말이었지만,

노인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광인 줄 알아라. 넌 악마의 피를 수혈받게 될 최초의 인간이 될 것이니."

"악마의 피?"


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그것도 보통 악마가 아닌. 무려 베네요타님의 피이니라."


베네요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단어였다.


"와자나 부족?"


멈칫-


노인이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와자나 부족을 알고 있나?"


알다 뿐이겠는가.

나는 와자나 부족과 상당한 연이 있었다.


콘트라리온에 있을 당시.

업무차 방문했던 남아프리카에서 우연히 영양실조에 걸린 여자 아이를 구해준 적 있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와자나 부족의 아이였다.


‘이름이 코세이였던가?’


그때 와자나 부족의 족장에게 받은 목걸이가 지금도 내 목에 걸려있었다.


[이 목걸이가 언젠가 당신을 지켜줄 거요!]


당시에는 한쪽 귀로 흘려들었던 말이지만,

노인의 말과 그때의 기억이 합쳐지자.

묘한 전율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가능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천운으로 도망친다 해도.

이미 몸은 늙고 지친 데다.

사실은 갈 곳 또한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대체 저자는 왜 악마의 피를 내 몸에 주입하려는 걸까?’


궁금했지만,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기에 그저 노인이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

특이한 모양의 장비를 계속해서 조작하던 그는 오래지 않아 모든 준비가 끝났는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나는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한 인간으로 만든 위대한 선구자가 될 것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제법 실력 있는 의사 혹은 과학자처럼 보였지만,

하는 짓과 말투는 영락없는 미친놈이었다.

그런 노인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긴장 되는지.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한 뒤에야 비로소 장비의 'on' 버튼을 눌렀다.


우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기계가 작동을 시작한다.

싸한 느낌의 무언가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흐읍!"


끔찍하고 불쾌한 감각에 헛숨을 들이켰다.

마치 강력한 산이 포함된 무언가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사력을 다해 버텼다.

마지막 가는 길, 쪽팔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일 뿐이었고,

주입되는 피의 양이 늘어날수록 느껴지는 고통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한 내가 끔찍한 비명을 터트렸다.


"끄아아아아악!!"

"크하하하하. 참아라, 이제 곧 너는 인류 최초의 완전한 인간이 될 것이니."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나는 노인이 마치 사이비 교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믿어라 아이야.

그러면 너는 영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봤던 말들이 노인의 말과 겹치자.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악마의 피가 내 몸속으로 전부 흘러 들어왔을 때쯤.

이변이 발생했다.

갑자기 기계가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아악, 안 돼!’라는 비명이 들린 것 같았지만, 정신이 혼미해진 탓에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긴 힘들었다.

흐릿해진 시야 사이로 보이는 모니터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느려진다.


65.... 52.... 43.... 30.... 19..... 8.....


삐이이이이이이이-


드라마에서나 들어봤던 바이탈의 경고음이 마치 자장가처럼 들렸다.

아니, 실제로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급격하게 졸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때.

목걸이의 펜던트가 닿은 가슴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는 따스함이 새어나왔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싶었지만,

내게 그 정도의 기력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오랫동안, 이 따스함을 느끼는 것뿐.


그렇게 깜빡이던 내 의식은 어느 순간 전기가 끊어진 백열전구처럼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


작가의말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분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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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출 좀 받으려고요 +7 24.08.12 4,243 61 12쪽
5 몸만 멀쩡했어도 +4 24.08.11 4,275 62 12쪽
4 와, 정말이에요? +6 24.08.10 4,593 71 11쪽
3 이 할애비와 함께가지 않겠느냐? +4 24.08.09 4,793 70 11쪽
2 골드바흐의 추측 +8 24.08.08 5,231 71 9쪽
» 프롤로그 - 내용수정 +7 24.08.07 5,832 7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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