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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작품등록일 :
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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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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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 할애비와 함께가지 않겠느냐?

DUMMY

"태준이 너. 아까 그거 답 없는 문제라고 네 마음대로 적은 거 아냐?"

"야... 뭘 물어. 수학 30점짜리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푸냐."

"그래도 선생님이 자장면까지 사준 걸 보면, 진짜일지도 모르잖아."

"····"


아이들끼리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지만,

UC버클리에서 수학 Ph.D까지 받은 나는 조금 전의 증명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 순 없었지만,

해답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지금 상태라면, 골드바흐의 추측뿐 아니라.

리만 가설을 포함한 힐베르트의 23가지 문제 중 해결되지 않은 것들까지 전부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세상이 발칵 뒤집어 지겠지만, 두렵다거나 놀랍다는 생각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어쩌면, 이번 삶은 정말이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려 했다.

나중에 보자며 이를 갈았던 차민철이 다가오고 있는 게 내 시야에 들어왔다.


"맛있냐. 돼지 새끼야?"


차민철의 말에 내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대사.


"넌 인사를 그런 식으로 밖에 할 줄 모르나?"

"뭐?"

"내 덕에 자장면을 먹었으면, 고맙다는 인사부터 하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발언에 왁자지껄했던 교실의 분위기가 단번에 가라앉았고,

차민철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이 x발 새끼가 집에다 간을 빼놓고 왔나. 네가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후달리냐?"


회귀 전 봤던 영화속 대사라.

효과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녀석의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같았다.


"이 존만한 새끼가. 내가 오늘 네 남은 한 쪽다리 마져 병신으로 만들어 줄테니까. 기대해라."

앞에서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차민철은 늘 이런 식이었다.

기분이 나쁠 때는 화풀이 대상으로.

좋을 때는 재미 삼아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왔던 놈이었다.

게다가 고등학교 3년 동안 녀석에게 빼앗긴 돈만 해도 수십만 원은 족히 넘었다.


엄마가 남겨준 얼마 안 되는 유산을 빼앗아 간 놈.

머리가 차갑게 식음과 동시에 후려치는 놈의 다리를 목발로 가볍게 막아냈다.


퍼억-


"아악!"


목발과 정강이가 부딪힌 충격에 차민철이 비명을 질렀다.

그것을 본 내가 비웃음을 터트렸다.


"내 다리가 아니라. 네 다리가 병신이 될 것 같은데?"


내 이죽거림에 이성을 잃은 차민철이 욕지기와 함께 미친 듯이 공격을 쏟아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목발을 짚은 상태로 본능적으로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툭툭 걷어내고 있었다.

나조차도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피지컬만 본다면, 차민철은 애초부터 내 상대가 아니었다.

고작 178 정도의 차민철과 달리 나는 189에 150kg이라는 거대한 몸체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낸 탓에 체구의 대부분이 비곗덩어리인데다.

한 쪽 다리에는 장애까지 있으니, 놈과 맞서 싸운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 가슴속에는 이전의 두려움 대신 냉철함과 잔혹한 전사의 투지가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한 것들로 인해 차민철의 모든 공격 또한 어렵지 않게 피해낼 수 있었고,

당황한 녀석이 결국 허점을 드러냈다.


비어있는 녀석의 복부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커헉!"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녀석은 꿈틀거리기만 할 뿐 일어나지 못했다.

청명 고등학교의 짱인 차민철이 단 한 방에 죽은 개구리마냥 뻗어버린 것이다.


"미... 미친...."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쓰러진 차민철의 모습에 반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놀라움을 드러냈다.

어제까지만 해도 차민철의 말 한마디에 대꾸조차 하지 못하던 이가 주먹 한 방에 그를 제압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수학 시간 때도 그렇고,

녀석들은 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쓰러져 신음을 터트리고 있는 차민철에게 다가가 목발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안 죽은 거 다 아니까. 그만 일어나."


여전히 꿈틀대기만 할 뿐,

일어나지 않는 차민철의 복부를 다시 한번 목발로 냅다 찍어버렸다.


퍼어억!!


"끄.... 끄어억."

"내 말이 장난 같지?"


빙글빙글 웃는 태준의 눈에서 차민철은 순간적으로 악마를 본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찰나지만, 너무나도 섬뜩했던 나머지.

고통을 잊은 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차민철의 턱을 움켜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네가 지금까지 나한테 뜯어간 돈. 이자 포함해서 일주일 안에 전부 가져와. 알았어?"

"·····"

"대답 안 해?"


묵직한 목소리에 차민철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내가 다시 한 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학교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베네요타의 피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켰음을 말이다.


골드바흐의 추측도 그렇고, 차민철과의 싸움도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 회귀했을 때만 해도 이 끔찍한 삶을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혼란스러움보다는 신나고 즐겁다는 생각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이전 생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세계 정복 같은 것 말이다.


평소의 나였다면 미쳤다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세계 정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도 미쳤다는 생각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설마... 진짜로 미친 건 아니겠지?’


잠시 고민하던 내가 곧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무려면, 어떤가.

이전 생이 핍박받고,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삶이었다면,

이번 생은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세계 정복을 목표로 살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전 생에서는 힘이 없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복수였다.


대한그룹의 천도희와 장기석.

그 둘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붉은 안광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당장 찾아가서 힘으로 때려 죽이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편안한 안식을 주는 행위였고, 세계 정복이라는 나의 원대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행위였으니까.

나는 저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은 뒤,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트릴 생각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지루한 수업 시간을 이용해 앞으로 무얼 할지에 관한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갔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인가?’


예상대로 나를 발견했는지.

차에서 내린 한 남자가 내게로 다가왔다.


"태준군?"


기억이 맞다면,

눈앞의 남자는 할아버지가 보낸 대한 그룹의 비서실장인 김성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무슨 일이시죠?"

"회장님께서 보내서 왔네.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나?"


말없이 그를 쳐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할 말 없으니까. 그만 돌아가세요."


아이답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에 김성재의 얼굴에서 잠시 당혹감이 떠올랐다 빠르게 사라졌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네 어머니의 병원비 문제는 회장님 지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분 탓이 아니라는 겁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그따위 난잡한 사정을 만든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하냐는 겁니다!"


과거의 일을 떠올리자.

참을 수 없는 울분이 차올라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작 중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급성 백혈병에 걸린 엄마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친할아버지로 알고 있는 장우진 회장을 찾아가는 것뿐이었다.


가난한 엄마와 결혼한 탓에 집에서 쫓겨난 데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탓에 단 한 번의 왕래도 없었던 곳이지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찾아갔음에도.

나는 장우진 회장의 도움은커녕 그의 그림자조차 만나지 못했다.


물론, 그 이유가 그의 아내인 천도희의 방해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상황을 만든 장우진 회장을 이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게 중요하진 않을 텐데요.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돌아가시죠."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려는 데.

등 뒤에서 김성재 실장이 아닌 또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어미가 죽은 것도, 기태가 사고로 죽은 것도 전부 다 내 탓이겠지. 늦었지만 미안하구나. 태준아."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목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앙상하게 마른 노인이 바로 내 친할아버지라는 것을 말이다.


대한 그룹 회장이라 뭔가 특별할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평범한 노인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오진 않았다.


"사과하러 오신 거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여전히 차갑고, 원망이 잔뜩 서려 있었지만,

장우진 회장을 직접 마주하자.

왠지 모르게 들끓던 화가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상황을 만든 것은 그였지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한 것은 그가 아닌 그의 아내인 천도희와 아들인 장기석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장우진 회장이 목발을 짚고 있는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할애비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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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할애비와 함께가지 않겠느냐? +4 24.08.09 4,793 7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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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내용수정 +7 24.08.07 5,829 7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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